옛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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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도', 이래서 엄포스라고 하는구나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2. 4. 21. 09:06
'적도', 시각장애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우리는 눈을 통해 얼마나 진실을 볼 수 있을까. 어쩌면 눈이 있기 때문에 진실은 오히려 가려지는 것이 아닐까. '적도의 남자'는 주인공 선우(엄태웅)가 눈이 멀게 되는 상황을 통해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아이러니하게도 눈을 뜨고 있을 때 선우는 장일(이준혁)의 실체를 보지 못했다. 선우가 그 실체를 보게 된 것은 바로 그가 눈을 멀게 되는 사건을 통해서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그 세계 속에서 선우는 차츰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게 된다. 그 세상은 냉혹한 공포와 분노이면서, 동시에 따뜻한 마음이기도 하다. 공포와 분노는 성공과 욕망을 위해서라면 친구마저 뒤통수를 칠 수 있는 장일이라는 인물로 대변되는 세상이고, 그 따뜻한 마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둠 속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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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케이블만큼도 볼 게 없다옛글들/명랑TV 2012. 4. 20. 08:58
예능과 시사 교양 모두 실종된 MBC 'MBC 뉴스데스크'는 한때 뉴스 프로그램의 간판 격으로 인식되기도 했었다. 특유의 권력에 굴하지 않는 따끔한 멘트와 시각들이 소외된 서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시 뉴스데스크 앵커 출신들은 모두 스타로 자리매김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건 이제 옛말이 된 것 같다. 지금의 뉴스데스크는 편성시간이 확 줄어버렸고 심지어 주말의 뉴스데스크는 단 15분이 고작이다. 대신 '세상보기 시시각각'이라는 VCR물이 뉴스의 빈자리를 때우고 있다. MBC는 'PD수첩'에서 '시사매거진 2580' 그리고 '100분 토론' 같은 인기 시사 프로그램들이 유독 많았었지만, 지금은 사라져버렸거나 본질을 잃고 마치 물 타기를 한 듯 프로그램 색깔이 흐릿해져버린 게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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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왕', 끔찍한 청춘들의 자화상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2. 4. 19. 08:36
스펙사회에서 생존하려는 청춘들의 몸부림 ‘패션왕’의 강영걸(유아인)은 우리가 흔히 드라마에서 보던 그런 주인공과는 다른 지점에 서 있다. 주인공이라고 하면 주로 선의 입장에 서 있게 마련이고, 겉으로는 까칠하게 굴어도 여성을 보호해주는 인물이며, 심지어 복수를 할 때조차 누군가의 뒤통수를 친다거나 하는 비열한 짓은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주인공으로서의 정당성(적과는 다른)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영걸은 자신에게 모든 걸 의탁하고 지지하는 가영(신세경)을 사장이라는 명분으로 이용하기도 하고 때론 지나친 명령을 내리기도 한다. 또 재혁(이제훈)에게 복수하기 위해 겉으로는 협력하는 척 가영을 그의 회사에 파견근무 보내고 거기서 안나(유리) 대신 디자인을 하게 시키지만, 결국 가영이 한 디자인을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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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 하차, 그 여파가 우려되는 이유옛글들/명랑TV 2012. 4. 18. 08:39
김구라 하차는 이의 없지만, 그 후는? 정신대 발언은 확실히 심했다. 10여 년 전 그것도 인터넷 방송에서 아마도 정신없이 내뱉은 말 중의 하나일 테지만, 그래도 지나쳤다는 건 분명하다. 따라서 김구라의 잠정은퇴 선언은 당연하고 또 적절한 행동으로 보인다. 다소 거친 직설어법에도 불구하고 김구라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 안에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0여 년 전의 그 말 한 마디는 이 모든 공감대를 한 순간에 무너뜨리기에 충분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김구라는 방송을 할 수 있는 근거를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방송을 한다 한들 공감을 잃어버린 말들은 대중들에게 다가가지 못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대중들에게 있어 김구라가 과거에 인터넷방송을 통해 얼마나 심한 독설을 날렸던가는 이미 다 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