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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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의 변신, 이제는 필수다옛글들/네모난 세상 2009. 5. 27. 00:53
연기 변신에 성공한 배우들, 작품도 살린다 배우의 변신은 무죄? 아니 이제는 필수다. CF퀸의 이미지 속에 갇혀 지냈던 김남주에게 약간은 푼수에 무식을 양념으로 얹은 '내조의 여왕'의 천지애라는 캐릭터는 구원이었다. 아낌없이 무너지는 천지애를 통해 김남주는 이제 제2의 연기 인생에 접어들게 되었다. 순수의 아이콘으로 하늘 위에 둥둥 떠 있던 고현정은 수차례에 걸친 연기 변신을 통해서야 비로소 땅에 안착할 수 있었다. 그녀는 영화로는 '해변의 여인'으로 드라마로는 '여우야 뭐하니'로 일상적인 맨 얼굴을 대중들 앞에 내밀었고, '히트'를 통해 가녀린 이미지에 강인함을 덧붙였으며,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 이제 깨는 모습으로 개그맨을 웃기기까지 했다. 그녀가 '선덕여왕'의 악녀 미실을 연기한다는 사실은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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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과 덕만 사이, '선덕여왕'의 현명한 선택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5. 26. 13:26
악으로 세우고, 선으로 무너뜨린다 '선덕여왕'은 이야기 구조가 흥미롭다. 제목이 '선덕여왕'이라면 응당 그 선덕여왕에 해당하는 덕만공주(이요원)가 먼저 등장하는 것이 정석. 대체로 이런 경우 성장한 덕만공주의 이야기를 도입부에 넣고, 플래쉬 백으로 과거로 돌아가 어린 시절부터 다시 거슬러오는 수순을 밟기 일쑤다. 하지만 '선덕여왕'은 그런 공식을 따르지 않았다. 아예 첫 회에 덕만공주(아역이라도)를 등장시키지 않았고, 대신 미실(고현정)을 전면에 내세웠다. 즉 첫 회는 미실이 가진 막강한 권력과 그럼에도 채워지지 않는 권력욕, 그걸 채우기 위해 뭐든 하는 위악적이면서 섬뜩한 유혹으로서의 그녀의 면모를 보여주는데 온전히 할애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제목을 '미실'로 할 것이지 왜 '선덕여왕'으로 했을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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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다큐 사랑', 열두 살 재희가 알려준 사랑할 시간옛글들/네모난 세상 2009. 5. 23. 02:08
'휴먼다큐 사랑', 사랑은 존재만으로도 충분하다 세상 그 어떤 부모가 그 작고 예쁜 손을 놓을 수 있을까. 세상 그 어떤 부모가 별이 반짝반짝 빛나는 그 눈을 보고 싶지 않을까. 뇌종양 시한부 선고를 받은 재희(12)의 엄마 정자경씨는 말을 할 수 없는 재희에게 계속 말을 건다. 눈을 뜨라고, 손을 올려보라고, 또 보드판을 내밀며 무언가를 써보라고. 그러면 고맙게도 아이는 엄마가 그토록 간절히 바라는 그 작은 동작들을 힘겹지만 해준다. 어쩌면 아이는 엄마가 그 작은 동작 하나에도 기쁨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알고 있는 지도 모른다. 실로 아이와 함께 그렇게 있을 수 있는 것, 그것이 부모가 바라는 전부일 것이다. 서로 말을 걸고, 눈을 마주치고, 손을 매만지고, 뺨을 맞대는 그것이 아마도 세상의 모든 부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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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의 고현정, 봉준호의 김혜자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09. 5. 22. 09:03
고현정과 김혜자, 끝없이 움직이는 그녀들 그녀들의 변신은 어디까지일까.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서 노화가의 젊은 아내로 능청스런 연기를 보여준 고현정과, 봉준호 감독의 '마더'에서 모성애의 전혀 다른 모습을 끄집어내는 소름 돋는 연기를 보여준 김혜자를 말하는 것이다. 그녀들의 이미지 변신은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고순 역할을 한 고현정은 이제 그 능청스런 모습이 자연스럽다. '모래시계'나 '봄날'의 청순한 이미지가 깊이 각인된 분들이라면 언제 고현정이 저렇게 변했는지가 놀라울 만도 하다. 하지만 이것은 단번에 이루어진 변신이 아니다. 2006년 홍상수 감독을 만난 고현정은 '해변의 여인'을 통해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을 보여주었다. “차가 귀엽네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