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옛글들

'아이리스', 장르 드라마의 새로운 가능성 메시지보다는 장르적 재미를 추구한 '아이리스' '아이리스'가 종영했다. 단 20부작으로 두 달여 정도의 여정이었지만 이 작품이 남긴 여운은 꽤 크다. 아마도 그 빈 자리는 한 동안 우리의 뇌리 한 구석에 남아있을 것이다. 끊임없이 현장 속에서 흔들리며 짧게 짧게 편집된 숨 가쁜 영상들이 만들어낸 아드레날린을 자극하는 드라마 체험은 우리에게 그토록 새로운 것이었다. 감정선에만 깊게 박혀있던 우리네 드라마의 두 발은 '아이리스'를 통해 저 미드들이나 하는 것이라 치부했던 팽팽한 긴장감 속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리고 이 새로운 경험이 단지 실험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중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리스'가 보여주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이것은 '아이리스'가 취한.. 더보기
‘지붕킥’의 멜로, 그 특별한 사랑법 인간애에서 사랑으로 넘어가는 그 설렘의 순간 ‘지붕 뚫고 하이킥’의 멜로 라인은 꽤 복잡한 편이다. 황정음과 이지훈(최다니엘)은 서로 사사건건 다투고 싸우면서 멜로가 이어진다. 똑똑하고 능력 있는 레지던트 3년차 이지훈과, 서운대라는 자격지심에 늘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황정음은 외적으로는 잘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이지만, 바로 이 다르다는 점 때문에 서로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황정음은 이지훈 앞에서 늘 굴욕적인 상황을 연출하는데, 술을 마시고 떡실신녀가 된다거나, 서운대생이라는 게 들통 나 그것을 감추려고 생고생을 하기도 한다. 그녀는 좀 더 완벽해지고 싶어 하지만 그게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지훈은 정반대다. 완벽하다 못해 건조하게 보이기까지 하는 그는 오히려 빈틈을 많이 보이는 황정음에게서 인.. 더보기
'차차차'와 '천유', 속도체험 극과 극 다른 듯 닮은 꼴, '다함께 차차차'와 '천사의 유혹' "오늘은 드디어 비밀이 밝혀질까?" '다함께 차차차'를 보는 분들의 마음은 한결 같다. 하지만 이 일일드라마가 끝나는 지점에서의 반응도 한결 같다. "또 저러고 끝나네?" 이것이 '다함께 차차차'가 지금껏 시청자들을 끌고 온 방식이다. 120여회 동안 이 드라마가 해온 이야기는 실로 앙상하다. 가족드라마가 담기 마련인 다양한 세대의 다양한 이야기들은 결혼을 하려는 진우(오만석)와 나윤(조안)을 끝없이 가로막는 점입가경의 인물들로 점철되면서 퇴색해버렸다. 처음에는 너무나 격차가 나는 집안이라서, 또 이미 정해놓은 배필이 있다는 이유로 그들의 결혼을 반대하던 나윤의 모친인 은혜(이응경)는, 점점 잃었던 기억을 되찾아가는 자신의 남편이 진우의 작은 아버지.. 더보기
'선덕여왕'은 연장방영으로 무엇을 잃었나 연장방영이 드라마에 미치는 영향 '선덕여왕'에서 미실(고현정)이라는 존재는 절대적이다. 이 사극의 구조 자체가 미실이라는 거목을 세워두고 그것을 하나하나 무너뜨리면서, 동시에 여왕이라는 자리까지 성장해가는 덕만(이요원)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드라마가 애초에 '삼한일통'을 목적으로 세워지지 않은 것이라면, 미실의 죽음과 함께(즉 덕만의 여왕즉위와 함께) 극은 끝나는 것이 정상이다. 극의 절정과 결말 사이가 길어지면 극이 흐트러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선덕여왕'의 선택은 연장방송이었다. 그리고 이 연장이 방송사에는 일정의 혜택으로 돌아간 것이 분명하지만, 우리네 사극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었던 '선덕여왕'에게는 불운이었다. 연장방송 속에서 미실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여운도 사라져.. 더보기
'여배우들', '무릎팍 도사'를 만나다 ‘여배우들’, 진실과 설정 사이를 걸어가는 아찔한 즐거움 이재용 감독의 새 영화 ‘여배우들’에서 고현정은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한다. ‘무릎팍 도사’를 녹화하는데 비몽사몽 간에 자신도 모르게 속내를 털어놨다는 이야기. 그녀의 일상이 인서트로 들어가는 장면에서도 막 깨어 피곤한 얼굴로 ‘무릎팍 도사’를 보며 깔깔 웃는 모습이 나온다. 그녀의 그 대사는 바로 그녀가 진짜로 출연했던 ‘무릎팍 도사’의 장면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녀는 실제로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 이른바 코현정(연실 코를 푸는 고현정의 이야기에서 비롯된 닉네임)이라는 닉네임을 얻을 정도로 거침없이 솔직하고 편안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다. 영화 ‘여배우들’이 상기시키는 ‘무릎팍 도사’의 이미지는 고현정에서 윤여정으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