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 준비된 자 돕는 백종원과 태도까지 고치는 백종원

 

"이런 쌀국수가 어딨어요? 고기를.. 야 씹을수록 맛있잖아요. 이렇게 고기를 삶자마자 쌀국수를 말아주는데 없어요. 고기 국물이 진하게 우러나는 맛이 그리웠거든. 와 이러면 뭐 천하무적이지." 백종원의 그 말을 들은 베트남 쌀국수집 사장님은 울컥했다. 마스크로 얼굴이 가려져 있었지만 그 표정이 보이는 듯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려 3년 3개월 동안이나 매일 12시간 뼈를 고아가며 정성스레 만들었던 국물이 사실은 불필요한 일이었다는 걸 백종원의 그 "맛있다"는 한 마디가 증명해줬기 때문이다. 백종원은 김성주와 정인선을 쌀국수집으로 보내, 다른 가게에서 공수한 곰탕과 설렁탕 국물을 쌀국수집 국물과 비교하게 했고, 결국 3시간 정도를 우려도 국물 맛은 괜찮을 수 있다는 솔루션을 줬다.

 

백종원은 매일 12시간씩 뼈를 고아가며 했던 사장님의 노력이 '헛수고'가 아니라 '정성'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런 정성은 이제 그 시간을 줄여 다른 쪽으로 더 들일 수 있게 됐다는 것.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강서구 등촌동 골목에서 베트남 쌀국수집의 사례는 시청자들이 응원하고 지지할 수밖에 없는 훈훈함을 전해줬다. 이런 준비된 집이야말로 이 프로그램의 취지에 딱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가 지금 식당에서 열 몇 시간씩 일을 해야 돼. 그래서 나가서 회사 가서 8시간 정도 일을 하면, 일용직을 뛰더라도 8시간 일을 하면 돼. 그러면 3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데 여기서는 100만 원도 못 벌어. 그래도 나는 이게 너무 좋아서 하고 싶어 이런 의지가 있어야지. 그래도 할 거예요?"

 

반면 연어새우덮밥집 사장님에게 백종원이 하는 말은 잘 안 되는 가게의 솔루션에 대한 것이 아니다. 그건 그 사장님의 마음가짐과 의지를 묻는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3주 동안 이 가게는 청소를 다시 하고 안 나오던 온수를 나오게 설치하고 배수관도 새로 만드는 등 아예 처음 가게를 오픈하는 것과 같은 과정들을 보여줬다. 심지어 시장을 함께 가서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구매하는 것까지 백종원이 동행했다.

 

그리고 겨우 3주가 흐른 후에야 달라진 가게에서 사장님이 내놓은 돼지고기조림 덮밥에 대한 이야기가 비로소 시작됐다. 물론 백종원은 이 가게사장님이 젊은 창업인들의 대표적인 케이스로, 의지는 있지만 제대로 배울 길이 없어 주먹구구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래서 이 가게를 염두에 두고 초보사장님들을 위한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는 걸 강조했다.

 

하지만 베트남 쌀국수집처럼 어느 정도 노력을 해왔고 그래서 준비가 된 가게에 솔루션을 주는 건 바람직한 일이지만, 이처럼 처음부터 모든 과정을 하나하나 떠먹여주고 나아가 의지나 태도, 마음가짐까지 고치는 건 프로그램의 취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들이 있었다.

 

물론 백종원이 이렇게까지 하게 된 건, 그런 마음가짐이나 태도가 장사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그 전에 이런 가게를 굳이 솔루션 대상으로 선정했기 때문에 백종원이 인성까지 거론하게 된 것이 아닐까. 먼저 이런 가게 선정에 대한 공감대가 있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가끔씩 나눠지는 호불호는 바로 이런 출연 가게 선정에서부터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사진:SBS)

'팬텀싱어 올스타전', 조합만으로 만들어낸 재사용 그 이상의 가치

 

'톰과 제리', '과함과 과함의 만남'. JTBC <팬텀싱어 올스타전>에서 김주택과 조민규가 듀엣이 되어 무대에 오르자 이 조합을 표현하는 자막들이 쏟아진다. MC인 전현무는 이들의 듀엣무대를 "4년 만에 드디어 이뤄진 김주택씨의 꿈"이라고 말했다. 아마도 <팬텀싱어>의 찐팬이라면 이 말이 무얼 의미하는 지 너무나 잘 알 것이다. 4년 전 <팬텀싱어2>에서 마지막 4중창 멤버를 꾸릴 때 조민규팀에 적극적인 구애를 했던 김주택이 결국 선택받지 못하면서 생긴 두 사람의 유머 가득한(?) 대결구도가 그것이다. 당시 살짝 삐친 듯 김주택은 "영원한 적으로 남고 싶은가 보네요"라고 말해 웃음을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4년이 지나 <팬텀싱어 올스타전>으로 다시 만난 김주택과 조민규는 특유의 '톰과 제리'의 대결구도로 시종일관 보는 이들을 웃음 짓게 만들었다. 특히 과한 리액션으로 예능을 해도 될 법한 캐릭터의 존재감을 드러낸 김주택은 조민규를 계속 의식한 멘트들로 이 경연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해줬다. 그의 팀 미라클라스 팀원들이 전부 '김주택화'될 정도로 <팬텀싱어 올스타전>에서 그의 존재감은 강렬했으니 말이다.

 

무대 밖에서는 큰 웃음을 주는 '과한 캐릭터'였지만, 무대 위에 서면 그 누구보다 진지하고 초절정의 노래를 선사하는 김주택은, 전략가로 불리는 조민규와 만나 기분 좋은 듀엣의 하모니를 들려줬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밝고 쾌활한 감성을 담은 'Rosalina'를 춤까지 곁들여 부른 듀엣 무대는 역대급이라는 표현에 걸맞는 완성도와 흥겨움을 안겨줬다.

 

이번 듀엣 무대를 통해 볼 수 있듯이 <팬텀싱어 올스타전>은 다양한 조합으로 점입가경의 색다른 무대들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처음 이 프로그램이 기획되었다고 했을 때만 해도 시즌1,2,3의 팀들이 모여 한 차례 콘서트 같은 무대를 보여주는 게 아닌가 하고 여겨진 면이 있었다.

 

하지만 <팬텀싱어 올스타전>은 말 그대로 팀별 오디션 방식을 채택했고, 첫 번째 미션으로 각 팀의 4중창을 선보인 후 온라인 관객과 현장 관객의 투표로 순위를 매겼고, 두 번째 미션으로는 팀 1대1 대결을 벌였다. 그러더니 세 번째 미션에는 각 팀의 대표주자를 내세운 솔로 대표전을 벌였고, 네 번째 미션에는 시즌별로 묶어 듀엣과 4중창단을 재구성해 대결하는 방식을 시도했다.

 

미션을 통해 다양한 조합을 구성하고, 그들이 보여주는 대결을 오디션 방식으로 풀어낸 <팬텀싱어 올스타전>은 그래서 지금껏 기대했지만 보지 못했던 조합들까지 만들어지는 단계에 들어왔다. 김주택과 조민규가 함께 부르고, 유채훈과 존 노가 오마이걸 유아가 부른 '숲의 아이'를 재해석한 무대를 들려준다.

 

솔로 대표전을 보면 이들이 어째서 조합만으로도 색다르고 다채로운 무대가 가능한가를 실감하게 된다. 고훈정이 기타를 매고 나와 조용필의 '비련'을 '아다지오'와 매쉬업해 들려주고, 조민규는 마치 조커가 노래하듯 하나의 모노드라마 같은 무대로 광대의 웃음 속 슬픔을 표현한다. 폭풍성량의 안세권과 클래스가 다른 바리톤 김주택, 초절정 감성 고음을 가진 곽동현과 <팬텀싱어> 유일의 천상계 카운터테너 최성훈 등등. 모두가 저마다의 실력과 개성을 갖고 있는지라 무한 조합의 매력적인 무대가 가능해진 것이다.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나왔지만, 이처럼 지금껏 시즌의 주역들을 한 자리에 모아 또 다른 매력적인 무대를 구성해냈다는 점에서 <팬텀싱어 올스타전>은 단순한 '재사용' 그 이상의 충분히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팬텀싱어>의 찐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팬서비스'의 무대들이면서, 팬이 아닌 시청자들조차 충분히 팬으로 만들어주는 역대급 무대의 향연이라니.(사진:JTBC)

"여기가 더해".. '빈센조', 송중기를 마피아 변호사로 세운 속내

 

"여기 정말 양아치네요. 야쿠자, 마피아가 하는 짓은 다하고 있어요." 바벨건설 자료를 보던 빈센조(송중기)는 이들을 마피아에 비교한다. 그 말에 법무법인 지푸라기의 홍유찬(유재명) 변호사는 동감을 표한다. "바벨은 마피아와 다를 게 없습니다. 바벨의 파트너인 우상 로펌도 마찬가지구요. 엄밀히 말하면 우상은 그 양아치에 빌붙어 사는 기생충입니다."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에 등장하는 이 대사는 이 드라마가 어째서 이탈리아 마피아 변호사라는 빈센조라는 인물을 설정해, 그것도 한국행을 하게 만들고 이곳에서 금가프라자를 어쩌다 지켜내는 히어로로 세웠는가 하는 그 의도를 드러낸다. 이 드라마는 최근 대중들이 흔히 '관피아'니 '검피아'니 하며 부정한 저들의 카르텔을 표현하는 우리네 현실을 빈센조라는 마피아를 직접 세움으로써 풍자하고 저격한다.

 

검사였지만 윗선에서 대놓고 성추행 사건을 무마하라는 지시를 받은 최명희(김여진) 변호사는 '검피아'로 불리는 카르텔의 실체를 드러내는 인물이다. 그는 자기만 당할 수 없다는 걸 알고는 검사직을 때려치우고 우상 로펌에 들어온다. 로펌의 대표 한승혁(조한철)은 최명희가 처한 상황을 이렇게 정리한다.

 

"서부지검장, 서부장. 이 사돈지간이 남부지검에 가족카르텔 만든다는 소문 다 퍼졌어요. 개혁이고 공수부 절대 못 뚫고 들어가는 카르텔! 근데 거기에 선배를 끼워주겠어? 아니. 그냥 부려먹다가 오늘처럼 한 방에 날려 버리는 거야." 그 카르텔이 자신을 결코 받아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는 최명희 같은 검사가 우상 로펌 같은 곳의 수석 변호사가 되어 가진 자들의 밑을 닦아주고 약자들을 짓밟는 과정 역시 마피아 같은 카르텔을 가진 우리네 사법 현실을 보여준다.

 

<빈센조>의 풍자 코미디가 신랄하고 더할 나위 없이 시원한 건, 단지 빈센조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말과 액션 때문만이 아니다. 거기에는 관피아, 검피아로 불리며 대중들에게는 그들만의 카르텔로 정의가 아닌 이익을 위한 집단처럼 보이는 권력들에 대한 속 시원한 일갈이 담겨 있다. 진짜 마피아가 나타나 그들 방식대로 그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는 과정이 주는 사이다의 맛이란.

 

"여기가 이탈리아였으면 너희는 지금 아무도 모르게 포도밭 거름 되어 있을 거야. 그리고 싸구려 와인으로 어디서 1+1에 판매되고 있겠지. 난 협상이 아니라 경고를 주러 온 거야. 이젠 우리도 가만있지 않을 거거든." 빈센조가 우상을 찾아와 마피아식의 경고를 하는 장면은 그래서 더 큰 카타르시스로 다가온다.

 

사실 극중에 등장하는 이탈리아 마피아는 총을 쏘고 불을 지르는 잔인한 존재들로 그려지지만,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하고 있는 저 권력과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바벨건설 같은 존재들은 눈에 보이지 않게 '합법을 위장해' 법망을 빠져나가며 약자들의 삶과 터전을 몰아낸다는 점에서 더더욱 잔인하다. 이들이 하는 방식은 실로 교묘하다.

 

우상의 사주를 받은 앤트 재무관리는 사람이 없는 건물 부분을 헐어서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겁을 주고 그래서 세입자가 도망을 치면 건물을 한방에 철거해버리는 방법을 쓴다. 물론 위법은 우상이 모두 커버한다. 그리고 그 우상 뒤에는 바벨건설이 그 뒤에는 검사 같은 법 권력자들이 카르텔로 형성되어 있다는 것.

 

<빈센조>는 그래서 괜히 겉멋에 마피아라는 소재를 더해 놓은 게 아니다. 거기에는 우리네 부조리한 현실의 권력 카르텔에 대한 강렬한 풍자가 자리해 있다. 그래서 그 풍자 속에 등장하는 빈센조라는 인물이 서민들을 위해 싸우는 그 과정은 더더욱 시원해진다. 간만에 느끼는 제대로 된 풍자 블랙코미디의 맛이다.(사진:tvN)

'결사곡'이 불륜을 다루는 방식, 15세로 괜찮을까

 

지난 20일 방영된 TV조선 주말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의 시청률은 7.6%(닐슨 코리아)로 뚝 떨어졌다. 이날 새로 시작한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가 첫 회부터 7.6%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것과 관련 있어 보일 듯싶지만, 사실 그렇지는 않다. <빈센조>의 전작이었던 <철인왕후>가 무려 17%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할 때도 <결혼작사 이혼작곡>의 시청률은 9%대까지 치솟았던 전적이 있어서다.

 

즉 같은 시간대에 새로 편성된 드라마 때문이 아니라면, <결혼작사 이혼작곡>의 시청률 하락은 그 내적인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사실 불륜을 저지르는 세 남편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8회까지 그 상대가 누구인지조차 밝히지 않고 흘러왔던 이 드라마는 조금은 지지부진한 느낌을 주는 면이 있었다. 결국 그런 떡밥들로 시청자들을 끌고 간다는 인상이 짙었다.

 

그래서였을까. 9회부터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갑자기 시간을 이전으로 되돌려 여기 등장하는 세 남편들이 어떻게 불륜을 저지르게 되었는가를 아주 자세하게 그리기 시작했다. 신유신(이태곤)은 해외출장을 다녀오는 비행기 안에서 교포인 아미(송지인)를 만나 차츰 가까워졌고, 판사현(성훈)은 헬스클럽에서 보게 된 송원(이민영)의 몸매를 훑으며 그에게 이끌렸다. 박해륜(전노민)은 학교에 강사로 초빙된 뮤지컬 배우 남가빈(임혜영)과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함께 먹으며 친밀한 관계를 시작했다.

 

지금껏 불륜을 소재로 다루는 이 드라마의 시선은 아내들에 맞춰져 있었다. 판사현이 외도를 하고 심지어 아이까지 갖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의 아내 부혜령(이가령)은 이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피까지 토해내기도 했고, 남편의 이혼 요구의 이유가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사실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된 이시은(전수경)은 애끓는 눈물을 쏟아냈다. 아직까지 남편의 불륜 사실을 모르지만, 외도를 저지른 아버지를 만나지도 못하게 했고 결국 아버지가 사고로 죽게 되자 엄마를 원망하게 된 사피영(박주미)은 이제 남편의 불륜 앞에서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걸 예감케 했다.

 

하지만 9회부터 이 드라마는 시선을 불륜에 빠져드는 남편들로 바꿔 놓았다. 그래서 기내에서 만나 가까워진 아미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돌아가는 신유신이 그와 선을 넘는 키스를 하는 상상을 하고,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는 송원의 몸을 훑는 판사현의 음흉한 시선을 보여준다. 또한 교수실을 찾아온 남가빈에게 설렘을 느끼는 박해륜 또한.

 

물론 드러난 장면들에는 키스신(그것도 상상의) 정도의 수위를 보여주고 있어 그 선정성이 15세 이상 관람에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불륜을 판타지화하고 미화하는 연출이 보여주는 주제의식의 선정성은 결코 15세 이상 관람이 가능할까 싶은 점이 있다. 마치 이런 불륜자들의 시선을 따라가는 연출은 범죄 장면에서 범죄인의 시선으로 그 장면을 연출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그러니 그 선정성이 작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잠시 주춤했던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불륜자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그 자극을 다시금 높여가고 있다. 19금 설정이라면야 이러한 선정성도 어느 정도는 용인될 수 있을게다. 하지만 15세 설정으로 불륜 미화 판타지를 그려가는 건 어딘지 지나친 면이 있다. 우리에게 선정성과 자극의 문제는 주로 섹스와 폭력이라는 소재에 한정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주제의식의 선정성 또한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다. 과연 <결혼작사 이혼작곡>의 선정성은 15세가 봐도 괜찮을까.(사진: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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