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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언어 장벽과 김밥지옥에도 어쩌다 사장3’을 계속 보게 만드는 건 “근데 사장님이 와야 되요. 이거 줘야 돼요.” tvN 에서 엄마와 함께 와서 식사를 하는 한 꼬마가 그렇게 이야기하며 무언가를 꺼내든다. 자신이 직접 그려 만든 태극기다. 아이가 그걸 굳이 그려 사장님(차태현)에게 주려 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차태현이 선물이라며 볼펜을 줘서다. 그 볼펜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아이는 그걸 그려 선물로 가져온 것. 그걸 받은 차태현은 태극기에 아이의 이름인 ‘민’을 적어 굳이 그 아이가 그린 거라는 표시를 한 후 식당 벽 잘 보이는 곳에 테이프로 붙여준다. 또 함께 온 언니 서현이 꾹꾹 눌러 한글로 쓴 메모도 그 밑에 붙여 놓는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우리에게 친절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사랑한다고 말해줘’, 이 멜로에 담긴 만만찮은 문제의식 “입시 미술도 지겹고 말 많은 애들도 질색인데 여긴 뭔가 좀 다를 거 같아서...”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에서 태호(한현준)는 차진우(정우성)가 아트센터에서 농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그림수업을 하려는 이유에 대해 수업을 함께 하는 친구들에게 그렇게 말한다. 말로 소통이 되지 않아 불편할 수 있는 수업을 굳이 태호가 선택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말 많은 애들도 질색’이라는 이야기 속에는 그를 둘러싼 폭력적인 세상이 담겨 있어서다. 태호는 학교폭력을 저지르는 일진들에게 당하는 피해학생을 보다못해 선생님에게 그들과 분리해달라는 이야기를 했다가 오히려 폭력의 대상이 됐다. 불의를 그냥 넘기지 못해 나선 것이지만 그것이 자신에게 불똥이 되어 돌아온..
마음껏 사랑하세요... 로운과 조이현이 선사한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엔딩 ‘마음껏 사랑하세요.’ KBS 월화드라마 은 엔딩과 함께 그런 자막을 덧붙였다. 멋드러진 성곽 위에서 서로의 생사와 사랑을 확인한 정우(로운)와 순덕(조이현)이 서로를 꿀 떨어지는 눈으로 바라볼 때 카메라가 뒤로 쭉 빠지며 해지는 그 아름다운 전경을 담는다. 슬슬 날아다니는 눈발. 엔딩크레딧이 오르며 그간 16회를 달려오며 시청자들을 눈호강시켰던 달달하고 코믹하기도 한 명장면들이 스틸컷으로 보여진다. 그런데 거기에 흐르는 엔딩음악이 어딘가 크리스마스에 어울릴 법한 곡이다. 종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고 창밖으로는 눈발이 날릴 것 같은 느낌의 노래. 마치 현대물의 로맨틱 코미디 엔딩에서 종종 등장하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퓨..
KBS 월화드라마 ‘혼례대첩’, 웰메이드 사극의 저력 [엔터미디어=정덕현] “가슴이란 본디 무서워도 뛰고 한낱 북소리에도 뛰는 것 아닙니까?” 순덕(조이현)을 연모하는 마음 때문에 혹여나 그녀가 시어머니인 박씨부인(박지영)에게 해를 당할까 두려운 정우(로운)는 일부러 거짓말을 한다. 그의 가슴이 뛴 건 순덕에 대한 설레는 마음 때문이다. 두려움이 있다면 그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녀를 위해서일 뿐이다. KBS 월화드라마 을 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이 어느새 이와 같아졌다. 이제 마지막 회를 남기고 있는 지금, 시청자들의 가슴은 두근두근한다. 그건 여러 가지 이유 때문이다. 정우와 순덕의 애틋한 사랑을 마치 내 일인 듯 빠져들어 보는 마음이 그렇고, 이들에게 닥칠 위기의 순간을 바라보는 아슬아슬한 마음이 ..
‘유퀴즈’, 페이커의 말이 이 프로그램의 가야할 길처럼 들린 이유 “우승컵을 따겠다는 목표보다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목표가 있었고 결승 끝나고 인터뷰에서도 3대0으로 졌어도 웃는 모습으로 그만큼 경기를 즐기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말씀 드렸는데 그런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우승은 사실 뭐 팬분들이 원하는 거니까... 그런 면에서 저는 좀 기뻤죠.” 페이커(이상혁)가 tvN 에 나왔다. 3년 전에도 출연한 적이 있었지만 그 때와 지금은 상황이 또 달라졌다. 2023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챔피언십 우승. 누적 시청자가 4억명이고 마지막 결승에는 전 세계 1억명 시청자가 동시 접속을 했을 정도로 세상이 집중했던 그 경기에서 그가 이끈 T1이 우승을 차지했다. 롤을 잘 모르는 이들조차 응원전에 참여했고, 광화문광장에는..
‘이재, 곧 죽습니다’, 재난부터 학원물, 조폭누아르, 멜로까지 없는 게 없네 이 작품 신박하다. 시작은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취준생 이재(서인국)의 아픔을 다루는 사회극처럼 보이더니, 금세 저 세상이 등장하고 다짜고짜 나타난 죽음(박소담)이 그에게 12번 죽을 기회(혹은 살 기회)를 제공하고, 그래서 다른 이의 삶으로 회귀해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이 펼쳐진다. 추락하는 비행기에서 살아남으려 안간힘을 쓰는 삶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끝없는 학교폭력 앞에 죽고 싶어하는 학생의 몸에 들어가기도 하며, 보스의 돈과 여자를 훔쳐 추격을 당하는 조폭에, 돈 때문에 뺑소니범 대신 감옥에 들어간 격투기의 꿈을 가진 사내의 몸에 들어가기도 한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는 이처럼 회귀물을 죽음과 환생이라는 틀..
이 불러온 봄날의 훈풍이 계속 불려면 영화 이 1천만 관객을 넘겼다. 혹자들은 ‘영화의 봄’이 다시 오는 게 아니냐는 기대의 목소리를 내놓는다. 그리고 은근히 이 봄기운이 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눈치다. 이 무려 1천7백만 관객을 넘겼고, 역시 7백20만 관객을 동원했으니,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할 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일 게다. 여기에 이 불러온 모처럼만의 관객들이 만들어내는 봄날의 훈풍까지 불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개봉하기 전까지만 해도 극장가는 침통한 분위기였다. 엔데믹에 비대면이 풀렸지만 올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의 성적은 초라하기 이를 데 없었다. 류승완 감독의 가 5백만 관객을 넘기며 그나마 체면을 차렸을 뿐, 하정우, 주지훈 주연의 도 또 설경구 도경수..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조선도 현대도 일하는 이세영이 빛나는 이유 “박연우란 이름은 늘 내 것이 아니었소. 그래서 부러웠어요. 새 조선 사람들이 누구든 제 이름으로 사는 것이.” MBC 금토드라마 에서 박연우(이세영)가 그렇게 말할 때 불쑥 이세영이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의 성덕임이 겹쳐진다. “여기선, 내가 나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 설령 사소한 거라도 좋아. 선택이란 걸 하며 살고 싶어.” 어린 성덕임은 자신의 이름으로 서는 주체적 삶에 대한 갈망을 그렇게 표현한 바 있다. 에서 성덕임이 이산 정조(이준호)의 구애를 받으면서도 세 번이나 거절의 의사를 표한 이유는 ‘자신을 잃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자신의 주체성을 드러내며 자신을 거부하는 성덕임에 오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