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마케팅, '불편한 진실'도 팝니다

사진=부러진 화살

요즘 영화관에 가면 영화 보기 전에 10분에서 심지어 20분 가까이 광고를 봐야한다. 작년 사회적인 공분을 불러일으킨 '도가니'나 올해 또 제2의 '도가니' 현상을 예고한다는 '부러진 화살' 같은 어딘지 광고와는 어울리지 않는 작품도 여지없이 광고를 봐야 볼 수 있다. '작품'과 '상품'은 언제부턴가 이렇게 친밀한 관계가 되었다.

'부러진 화살'을 보기 전에 흘러나온 휴대폰 광고 중 개그맨 황현희가 하는 광고는 이 작품과 상품의 친밀한 관계를 잘 보여준다. 최신 LTE폰을 소개하는 이 광고는 황현희가 '개그콘서트'에서 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을 패러디한다. 황현희가 LTE폰을 놓고 "과연 품질은 어디 있다는 걸까요?"하고 묻고 "모든 시에서 다 되지 않는 LTE가 되는 것처럼 얘기하는 이 불편한 진실"이라고 말한다. 결국 그가 광고하는 LTE폰만이 전국 모든 시에서 터지는 유일한 LTE라는 얘기다.

황현희가 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은 본래 르뽀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개그. 무언가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그 진지한 형식은 그대로 개그의 소재로 패러디된다. 그리고 그 코너는 또 한 휴대폰 광고에 패러디된다. 원본인 르뽀 프로그램의 진지함은 몇 번의 복제 패러디를 반복하면서 원본과는 전혀 다른 상품으로 전화된다. 그것이 심지어 '불편한 진실' 같은 소재라도 말이다. 요즘 광고는 이처럼 주의를 끌 수 있는 것이면 뭐든 삼켜버리는 괴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부러진 화살' 논란을 보면서 이것이 저 '불편한 진실'마저 흥행이 된다면 꿀꺽 삼켜버리는 괴물을 떠올리는 건 지나친 비약일까. 사실 이 영화를 둘러싼 김명호 교수의 주장과 사법부의 주장 중 어느 것이 진실일까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지만 이 글이 하려는 얘기와는 거리가 멀다. '부러진 화살'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 그간 사법부에 쌓인 불신에 대한 공분이라는 정확한 분석 또한 이 글에서는 논외다. 더 중요한 건 그것이 불편한 진실이건 아니건 세상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이슈가 된다면 뭐든 삼키기 시작한 영화의 본격화된 이슈 마케팅이다.

'도가니'의 성공은 대중들이 갖고 있는 정서에 불을 지름으로써 그것이 상품 마케팅으로 전화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이 '불편한 진실'은 어느 순간에는 '보는 것'이 인권이라는 놀라운 등식까지 만들어냈다. 이 말은 거꾸로 하면 '안보면 인권을 외면하는 행위'가 되는 것처럼 조장된다. 물론 많은 이들이 '도가니' 같은 작품을 통해 바뀌어진 현실에 박수를 친다. 실로 박수 받을 일이다. 영화가 현실을 바꿀 수 있다면 그만큼 좋은 게 있을까. 하지만 동시에 그 뒤에서 작동하는 상품 마케팅 논리를 놓쳐서도 안 된다. '도가니'는 상품으로서도 작품으로서도 성공적인 작품이지만 이렇게 이슈로서 성공을 맛본 자본은 또 다른 이슈를 상품을 위해 만들어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상품 마케팅 논리는 때로는 필요하다면 없는 '불편한 진실'도 만들어내는 괴물이다.

물론 '부러진 화살'이 없는 '불편한 진실'을 만들어낸 작품이란 얘기는 아니다. 어쨌든 대중들이 생각하는 사법부란 영화에서 그려지듯이 어딘지 고압적이고 권력적이며 서민들의 이야기 따위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로 자리해있기 때문이다. 그것뿐인가. 사법부 권력의 보이지 않는 이면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거래들마저 있을 것이라는 음모론마저 대중들에게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다. 대중정서가 이럴진대, '부러진 화살'이 조금 편파적으로 사법부를 그렸다고 해서 거기에 뭐라 할 대중들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통쾌함을 느꼈을 지도. 즉 진실 자체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이러한 대중정서에 자리한 사법부에 대한 그간의 이미지다. 영화가 '불편한 진실'을 상업화하는 부분은 바로 이러한 대중정서를 건드리는 지점에서 폭발력을 갖게 된다.

하지만 '부러진 화살'의 통쾌함을 느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작동되고 있는 상품 마케팅의 놀라운 힘을 경험하는 것은 또한 씁쓸한 일이다. 장애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행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내용의 법 제정을 이끌어낸 건 수많은 관련 사회단체가 아니라 영화 한 편의 힘에 의해서다. 지금 감히 사법부와 한 판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다름 아닌 영화 한 편의 힘이다. 그런데 이것은 과연 작품의 힘일까, 아니면 상품의 힘일까.

이슈가 넘쳐나는 세상, 거의 매일 새로운 이슈가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서 이제는 뭐든 이슈화되지 않으면 대중들의 주목을 끌지 못하고 사장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제 '불편한 진실'을 통한 이슈화조차 또 하나의 상품 마케팅 방식으로 자리하고 있다. 만일 이것이 작품으로 승화되지 못하고 상품의 지배하에 놓이게 된다면 문제는 심각해질 수 있다. 자칫 상품 논리에 의해 진실마저 사고파는 그런 세상이라면, '진실'은 사라지고 '불편함'만 가득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질문해보자. '부러진 화살'은 작품인가, 상품인가.


'남극'의 딜레마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남극의 눈물'(사진출처:MBC)

'남극의 눈물' 김진만 PD는 이 '눈물' 다큐멘터리를 찍어 오면서 늘 갖게 되는 딜레마가 있다고 했다. 이 지구의 눈물을 포착하고 증언하기 위해 문명 저 편의 세계로 카메라를 갖고 들어가지만, 어쩌면 그것 자체가 파괴적인 행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남극의 눈물' 세 번째 이야기의 말미에 내레이션을 통해 들어간 질문, 즉 "우리는 친구인가 아니면 침입자인가"라는 그 물음은 바로 이 김진만 PD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남극의 눈물' 3편 '펭귄행성과 침입자들'은 먼저 이 남극을 자신들의 행성으로 장악할 수 있었던 다양한 펭귄들의 생태를 보여주었다. 그 펭귄들이 생존할 수 있었던 키워드는 두 가지. 즉 '협동과 배려'다. 자이언트 패트롤 같은 육식성 천적들이 새끼 펭귄을 공격하면 그것이 제 새끼가 아니라도 어른 펭귄들이 나서서 방어하고 보호해주는 모습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그들의 지혜로운 생존능력을 보면서, 잠깐 우리 사회의 가족 이기주의가 떠올랐다면 과장일까. 이들의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가족의 테두리를 뛰어넘는 모성애와 부성애는 '내 일 아니면 지나치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떠올리게 한다.

인간 사회 속에서의 우리들이 그러할진대 타 생물들에 대한 인간의 이기주의가 오죽할까. 2편에서 나왔던 고래잡이와 물개 잡이로 학살당한 수백만 남극의 종족들은 그래서 우리를 다시 되돌아보게 만든다. 혹등고래의 그 아름다운 노래가 처절한 절규로 들리는 건 그 때문일 게다. 물론 포경이 국제협약으로 금지되는 등 환경에 대한 경각심은 높아졌지만 그렇다고 이 침탈이 끝난 것은 아니다. 펭귄행성에 들어온 침입자들, 즉 인간의 파괴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한쪽은 얼어가고 다른 한쪽은 녹아가는 남극의 상황은 먹이를 찾아 바다로 떠나야 하는 펭귄들에게는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의 확산은 펭귄들의 알 수 없는 죽음을 초래하고, 오지의 땅이 갖는 그 신비로움을 관광하기 위해, 혹은 그 국가적인 이익을 위해 들어온 사람들은 때 아닌 남극에 쥐들을 들끓게 만들었다. 쥐는 생태계를 교란할뿐더러 그 자체로 세균을 전파한다는 데서 치명적이다.

김진만 PD는 2003년에 29세라는 아까운 나이로 세상을 떠난 고 전재규 대원을 얘기하면서 그 고민스러운 딜레마를 꺼내놓았다. 세종기지에서 세상을 떠난 전재규 대원 때문에 이슈가 많이 됐고, 그 덕에 '아라온'이라는 쇄빙선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국익을 위해 사명감을 갖고 목숨 걸고 일을 하고 있는 그 대원들을 보면서 환경 파괴 운운하기도 어렵다는 얘기였다. 알다시피 특정 국가의 땅이 아닌 남극은 각국의 영토권 확보를 위한 전진기지가 되어 있다.

'남극의 눈물'은 물론 이 딜레마에 대한 해답을 내놓지 않았고, 또 그럴 수도 없었다. 이것은 결국 국가의 차원을 넘어서서 지구별에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될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다큐멘터리가 굳이 카메라를 들고 남극까지 들어가 그 눈물을 포착해내는 것은 답을 전하기 위함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기 위함이다. 우리는 친구인가, 아니면 침입자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우리가 찾아내야 한다.


'부탁해요 캡틴', 억지와 우연의 남발

'부탁해요 캡틴'(사진출처:SBS)

이런 관계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부탁해요 캡틴'의 김윤성(지진희)과 한다진(구혜선)은 같은 비행기를 타는 기장과 부조종사다. 그런데 이 둘의 관계는 너무나 우연적이다. 한다진의 아버지가 기장이었을 때 김윤성이 부조종사로 비행기를 탔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연은 이게 다가 아니다. 마침 한다진의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그녀의 어머니가 임신한 무거운 몸을 이끌고 탄 비행기가 하필이면 한다진의 아버지와 김윤성이 조종하는 비행기였고, 하필이면 그 날 또 처음으로 조종관을 잡은 김윤성이 실수를 저질러 비행기가 몹시 흔들리게 된다. 그런데 또 마침 그 때 한다진의 어머니가 화장실에 있다가 배를 부딪쳐 하혈을 하게 되고 그래서 비행기에서 아이를 낳고는 죽게 된다.

이 정도면 작품에서 '신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마치 신이 이들을 하나의 체스판 말처럼 이리저리 옮겨놓고 엮어놓는 듯한 과도한 설정이 너무 노골적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게다가 이 비행기에는 스튜어디스가 되어 (마침) 첫 비행을 하는 최지원(유선)이 타고 있었는데 하혈하며 쓰러진 한다진의 어머니의 죽음이, 당황해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그녀의 책임처럼 되어 있다. 첫 비행을 하는 스튜어디스에게 이런 중차대한 일의 책임을 묻게 한다는 것이 과연 현실적인 설정일까. 그런데 또 이 최지원은 당시 김윤성의 애인이었다. 이 사고로 인한 충격으로 헤어지게 되지만. 결국 이 비행기에는 이 드라마의 주요인물들이 모두 타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그들은 또 세월이 흐른 뒤 모두 같은 항공사에서 만난다. 한 명은 기장으로 한 명은 부조종사로 또 한 명은 스튜어디스로. 제 아무리 드라마가 현실이 아니라고는 해도 이런 관계는 너무나 작위적이다. 이러한 억지와 우연의 남발은 이 드라마 곳곳에서 보여진다. 타워관제사인 강동수(이천희)와 한다진이 처음 만나 서로 부딪치는 장면 역시 어색하기 이를 데 없는 설정으로 이뤄져 있다. 비행기의 착륙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환자 때문에 착륙을 서두르는 한다진과 비행장 사정으로 이를 허락하지 않는 강동수의 대립이 지나치게 과장되게 만들어지고, 마침 누군가 커피를 엎질러 관제탑 시스템이 마비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까지 일어난다. 누가 봐도 강동수와 한다진의 관계를 만들어내려는 억지 설정이다.

이밖에도 김윤성과 윙스에어 부사장인 홍인태(최일화) 그리고 그의 딸인 같은 회사 상무이사 홍미주(클라라)의 관계 역시 너무 우연적이다. 김윤성은 어린 시절 홍인태에게 입양되어 홍미주와 함께 자랐는데, 어느 날 벌어진 화재에서 홍미주를 구해냈지만 그 사건 때문에 홍인태에게 파양 당한다. 그런 중차대한 사건을 겪은 인물들이 다름 아닌 윙스에어란 회사에서 한 자리에 만나 서로 대립관계를 갖게 된 것. 이 정도면 이건 우연이 아니라 '신의 장난'인 셈이다.

도대체 왜 이런 억지스러운 우연의 남발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걸까. 당연한 일이지만 어떻게든 관계를 엮어내려는 작가의 의도가 과잉되어 있기 때문이다. 초심자들이나 할 법한 개연성 없는 상황과 관계 엮기는 결국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을 조종되는 인형처럼 수동적으로 만들어버린다. 입양된 아들을 찾아가는 승객을 도와주는 한다진과 김윤성의 에피소드는 그 자체로도 현실성을 찾기가 어렵지만, 그것이 결국 김윤성의 파양의 기억과 연결고리를 맺으려는 의도라는 게 너무나 드러나는 스토리 설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연기력 논란을 겪고 있는 구혜선의 문제는 이러한 억지스러운 스토리에 의해 몰입되지 않는 캐릭터의 문제가 반 이상을 차지한다고도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항공드라마는 그 소재만 두고 보면 대단히 매력적으로 보인다. 즉 공항, 비행기, 기내, 그리고 해외의 풍광들까지 항공드라마는 스펙터클의 유혹이 곳곳에 드리워져 있다. 사고 장면 하나만 제대로 그려내도 항공드라마는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볼거리가 제공된다. 하지만 제아무리 스펙터클이 시청자의 눈을 유혹한다고 해도 결국 드라마는 디테일한 사건들과 공감 가는 캐릭터들이 관계를 이뤄가며 만들어가는 것일 수밖에 없다. 드라마의 클리쉐에 이력이 난 시청자들이라면 "이게 뭐냐-"고 말할 법한 드라마, '부탁해요 캡틴'. 제발 제대로 된 드라마를 볼 수 있기를 부탁한다.


'빛과 그림자'와 역사 속 실제인물

'빛과 그림자'(사진출처:MBC)

'이 드라마는 특정인물이나 사건과 관련이 없으며 당시 시대상을 배경으로 창작되었습니다.' 드라마를 보다보면 시작 전에 이런 자막을 내보내는 경우가 있다. '빛과 그림자'도 그런 드라마 중 하나다. 특정 시대를 다루기 때문에 그 시대의 인물들이 드라마 속 인물과 겹쳐져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이런 자막을 내보내도 드라마 속 인물들이 역사 속 실제 인물을 떠올리게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그래서 자막을 굳이 붙이는 것이겠지만. 어쨌든 '빛과 그림자' 같은 시대극은 이 가상의 캐릭터와 실제인물을 맞춰보는 재미 역시 쏠쏠한 드라마임에 틀림없다.

'빛과 그림자'는 현대사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했던(물론 실제로는 암울한 역사였지만) 박정희 군부독재 시절을 다루고 있다. 워낙 드라마틱했기 때문에 이 시절을 다룬 드라마가 꽤 있었지만 '빛과 그림자'는 이 시절을 영화사, 가요사 같은 대중문화사의 눈으로 바라봄으로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드라마에 전면으로 '각하'가 등장하진 않지만 '각하'의 존재감은 이 드라마의 기본전제가 된다. 장철환(전광렬)이나 김부장(김병기)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드라마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근거는 바로 이 '각하'에 대한 충성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특정인물과 상관없는 가상의 인물'이지만 서로 못 잡아먹어 으르렁대는 장철환과 김부장에서 차지철과 김재규를 떠올리게 되는 건 그런 이유다. 그만큼 당대의 권력자들인데다 그 팽팽한 대립이 결국 궁정동의 총성으로까지 이어진 시대의 인물들이 아닌가. 각하를 두고 벌어지는 비서실과 중정의 대립은 그래서 이 드라마의 기본 얼개가 되어 있다. 그 밑으로 장철환의 비호를 받는 조명국(이종원)이 있고, 김부장이 밀어주는 빅토리아 클럽의 손미진(이휘향)이 있으며, 또 조명국 밑으로 세븐스타쇼단의 노상택(안길강)과 빛나라쇼단의 강기태(안재욱)가 서 있다. 위로는 정치권력의 대립이 있고 그 밑으로 딴따라로 비하되던 쇼단 연예인들의 대결이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이 차지철과 김재규를 떠올리게 하는 그림은 많은 이들에게 궁정동에서 벌어진 '그 때 그 사람'의 실제 사건을 예감하게 만든다. 과연 누가 누군가에게 총을 쏠 것인가와 그 자리에 누가 있을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이다. 알다시피 당시 자리에 각하와 이들 권력자들, 그리고 연예인들이 함께 있는 이 그림은 다분히 정치와 연예계를 엮어 그 시대를 풀어내려는 '빛과 그림자'의 풍경이 가진 뉘앙스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특정 사건과 관련 없다'고 주장하는 드라마는 전혀 다른 결말을 향해 갈 수도 있을 테지만 말이다.

시대극이 당대의 현실과 무관한 허구로만 치닫는다면 그것은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니 당대를 드러낼 수 있는 사건들과 인물들은 어떤 식으로든 이 드라마 속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다만 똑같이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재구성되고 재해석될 뿐이다. 하지만 다른 이름으로 인물이 만들어지고 사건이 재해석된다고 해서 너무 실제와 멀어져서도 안 된다. 따라서 어디선가 실제로 본 듯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세창이 연기하는 느끼남 최성원이나 당대 전국구 주먹으로 나오는 조태수(김뢰하)를 보며 당대의 누군가를 떠올리게 되는 건 그 때문일 게다. 물론 이 드라마는 아예 실제 인물을 오마주로 활용하기도 한다. 박준규가 연기하고 있는 마도로스박이다. 이 인물은 실제 당대 최고 액션배우였던 박준규의 아버지 박노식을 오마주한 캐릭터다.

'이 드라마는 특정인물이나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드라마의 문구를 볼 때마다 거꾸로 자꾸만 그 특정인물과 사건을 떠올리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당대를 살아온 이들의 호기심일 것이다. 그래서 '빛과 그림자'는 암울했던 시대의 정치와 딴따라가 대결하는 그 스토리도 재미있지만, 이 드라마 속 인물들이 과연 실제 역사에서 누구와 닮았는가를 찾아내는 것도 쏠쏠한 드라마다. 저 인물은 도대체 실제 누구를 모델로 한 것일까. 이것은 하나의 놀이(?)이지만 그 놀이가 갖는 역사성은 지금 현재와도 연결고리를 갖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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