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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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중원|이 매력적인 시공간의 가능성과 한계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0. 2. 22. 10:21
'제중원'이라는 시공간은 기막힌 구석이 있다. 먼저 시간적으로는 근대의 시작을 알리는 구한말이다. 이것은 장르적으로는 사극의 시간이다. 여기에 '제중원'은 조선 최초의 근대식 병원이라는 공간을 세웠다. 장르적으로는 의학드라마의 공간이다. 즉 '제중원'은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는 시간을 제중원이라는 근대문명이 들어오는 공간 속으로 포획함으로써, 장르적으로는 사극과 의학드라마의 하이브리드를 가능하게 만들어낸다. 이것은 두 차원의 볼거리를 하나로 결합해낸다. 조선이라는 시기에 처음으로 우뚝 세워지는 근대적인 병원공간인 제중원은 그 자체로 신기한 볼거리이면서, 동시에 사극이라는 장르적 공간 속으로 현대적인 의미의 의학이 침투해 들어가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 안에는 갓 쓰고 가마를 타고 거리를 활보하는 조선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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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중원', 봉합술이 돋보이는 메디컬 사극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0. 1. 5. 00:51
'제중원'은 어떻게 백정-중인-사대부를 엮었나 "살을 째고 꿰매고 하는 일이 우리 하는 일하고 도찐 개찐이지." SBS 월화드라마 '제중원'에서 백정인 황정(박용우)의 동료는 양의의 시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지나가듯 던져지는 대사지만 이 대사는 이 드라마의 절묘한 봉합술을 잘 드러내준다. 백정이 하는 일이나 의원이 하는 일이나 비슷하다는 것. 물론 그것이 어떻게 비슷할 수 있을까마는, 어쨌든 칼질에도 능하고, 바느질에도 능한 황정은 의원으로서의 자질(?)을 어느 정도 갖춘 셈이다. 여기에 칼질을 하는 대상에 대한 긍휼한 마음까지 갖추었으니, 소를 대하는 마음이 그럴 진대 사람을 대하는 마음은 오죽할까. 후에 의원으로 성장할 황정이 백정이었다는 설정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잘 어울리는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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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중원’, 사극의 확장? 의드의 진화?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0. 1. 4. 10:49
'제중원', 사극과 의학드라마 그 흥미로운 봉합 ‘제중원’은 사극의 확장일까, 의학드라마의 진화일까. 시간의 축으로 잘라 보면 ‘제중원’은 사극이 아직까지는 밟지 않은 미지의 시간, 구한말을 다루고 있고, 공간의 축으로 잘라 내면 최초의 근대식 병원인 제중원을 담고 있다. 시간적으로는 사극이면서 공간적으로는 의학드라마의 연장인 셈이다. 시간의 축이 주는 사극이라는 장르는 현대극이 할 수 없는 극적 구성을 가능하게 한다. 구한말이라는 시간은 신분제가 무너지고 서구문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시기. 그 시간 위에 신분의 틀에서 이제 벗어나 마주보기 시작한 두 인물, 즉 황정(박용우)과 도양(연정훈)이 서양의학이라는 새로운 서구문명을 축으로 대결선상에 서게 된다. 황정이 백정의 아들이라는 점은 소 잡던 손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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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과 아벨’, 병원 밖에서 의드를 그리다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3. 5. 07:56
‘카인과 아벨’, 의드의 경계를 넓히다 의학드라마가 힘을 발하는 이유는 도시 속에서 그 병원이라는 공간이 주는 특별한 의미 때문이다. 야생의 도전을 인공의 안락함으로 변모시킨 도시적 삶 속에서, 생과 사의 문제가 가장 치열하게 드러나는 공간이 바로 병원이다. 과거 야생에서 삶을 도전 받았던 삶과 달리, 도시인들의 삶은 병원에서 시작해 병원에서 끝난다 해도 이제는 그다지 틀린 얘기가 아닌 시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학드라마라고 하면 병원이라는 공간에 포획되는 것이 당연할까.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이는 이 질문은 그러나 ‘카인과 아벨’을 만나면 한갓 고정관념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카인과 아벨’은 병원 밖에서도 의드의 묘미를 느끼게 해주는 드라마다. 이초인(소지섭)의 전공이 응급의학과라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