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굶기의 해학 vs ‘패떴’, 요리의 해학

‘1박2일’이 1주년을 맞아 초심을 되찾기 위해 떠난 충북 영동. 차를 타고 떠나는 출연진들은 시작부터 투덜대기 시작한다. 늘 먹을 것을 안주는 것에 대한 불만토로. 작년에 노홍철이 팬 사인회를 열어 먹을 것을 구걸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이승기가 그 미션에 나섰다. 산더미처럼 쌓이는 음식을 차안에 가만히 앉아 갈취(?)하는 다른 팀원들의 모습은 특유의 구질구질한 모습을 연출하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었다.

늘 부족한 ‘1박2일’의 밥상, 그 굶기의 해학
충북 영동에 도착한 후, 저녁거리를 찾아 빈 통을 들고 마을을 돌아다니는 장면도 작년과 똑같이 연출되었다. 작년 기꺼이 밥통을 열어 밥을 내주고, 냉장고를 열어 김치를 내주시던 그 집들을 방문한 ‘1박2일’팀은 은지원과 MC몽, 이수근이 벌인 깜짝 쇼로 고마운 분들을 폭소로 쓰러지게 했다. 그렇게 가가호호 얻어온 밥과 반찬을 한데 넣고 비빈 후, 그들은 역시 1년 전과 똑같이 ‘티스푼으로 밥 떠먹기’게임을 했다. 작은 스푼으로 보다 많은 밥을 퍼먹기 위해 목숨을 거는(?) 그네들의 모습은 유아적이지만 본래 현실에서 조금은 붕 뜰 수 있는 여행이라는 아이템과 잘 맞물려 무리 없는 웃음을 선사했다.

잠자리를 두고 벌이는 복불복 게임 역시 ‘먹는 게임’이다. 매운 불닭 양념을 찍은 고기를 먹고 참지 못하면 평상 위에서 백만 모기떼들에게 뜯겨 자야할 상황. 게임은 불꽃을 튀길 수밖에 없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하는 미션 또한 “자급자족으로 아침을 해결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초심을 되찾기 위해 떠난 ‘1박2일’의 중심 아이템은 ‘먹는 문제’라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자는 문제가 큰 아이템이지만 이것은 겨울이 되어야 힘을 발하는 것. 역시 여름의 아이템은 먹거리가 중심을 이룬다.

주목해야할 것은 ‘1박2일’이 먹는 문제를 웃음의 코드로 가져오는 방식이다. ‘1박2일’은 잘 나간다는 연예인들을 굶기는 방식으로 웃음을 유도한다. 일주일을 굶으면 전봇대도 떡볶이로 보이는 법. 배고픈 이들은 먹기 위해 사생결단의 게임을 벌이며, 먹기 위해 치사해지기도 하는 행동을 보인다. 때로는 먹기 위해 구걸하는 불쌍한 모습을 연출해 웃음을 주기도 한다. 먹는 것을 마음껏 제공받는 순간에는 어김없이 복불복 게임이 그 즐길 틈을 막아선다. 먹거리에 대한 ‘1박2일’의 태도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여행 버라이어티가 주는 재미는 부족함, 굶기의 해학에 있다.

풍족한 ‘패밀리가 떴다’의 밥상, 요리의 해학
반면 ‘패밀리가 떴다’의 저녁상은 ‘1박2일’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패밀리가 떴다’ 역시, 물고기를 잡거나, 야채를 준비하거나, 요리를 하는 등 그 아이템의 중심에 서는 것은 먹거리이다. 하지만 그 먹거리는 부족함보다는 풍족함을 더욱 강조한다. 물고기를 잡는 것은 물론 저녁 밥상을 위해 해야만 하는 일이지만 그들에게 그 일은 그다지 절실하지 않다. 장어를 잡기 위해 돌무더기를 쌓아놓고 그들은 그 자리를 떠나 게임에 몰두한다. 그리고 돌아와 많이 잡히면 좋고, 적게 잡히면 아쉬운 정도이다.

하룻밤을 묵을 집에 돌아와 저녁상을 차릴 때 고민이 되는 것은 적은 식재료가 아니라 그 재료를 어떻게 요리하느냐의 문제다. 그들에게는 이미 집을 봐달라고 떠나면서 그들에게 남겨준 풍족한 재료들이 집 주변에 널려 있다. 토종닭이나 숭어 같은 좋은 식재료가 제공되지만 달콤 살벌한 박예진이 그걸 요리하지 않으면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상황이나, 미식연구가 윤종신이 패밀리의 맛좋은 저녁을 위한다면서 라면 스프나 통조림에 집착하는 상황에서 ‘1박2일’의 부족함이 갖는 해학은 없다. 오히려 그 즐거운 상황 자체가 웃음의 포인트가 된다.

여행의 먹거리에 있어서 ‘1박2일’이 그 먹느냐 굶느냐는 것 자체에 더 집중한다면, ‘패밀리가 떴다’는 맛있게 먹느냐 맛없게 먹느냐에 더 집중한다. 그리고 이 점은 두 여행 버라이어티의 성격을 규정하기도 한다. ‘1박2일’이 여행이라는 야생의 상황에 좀더 치열한 상황이 주는 웃음을 추구한다면 ‘패밀리가 떴다’는 여행이 주는 아기자기함에서 웃음을 찾는다. 두 여행 버라이어티는 여행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1박2일’에게 여행은 굶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짓이든 해야하는 ‘야생’이지만, ‘패밀리가 떴다’의 여행은 부족함도 즐거움이 되는 ‘단합대회’의 성격이 짙다. 프로그램의 이미지에 있어서 ‘1박2일’이 리얼의 느낌을 강조한다면, ‘패밀리가 떴다’는 어떤 로망을 준다.

여행이란 실로 바로 이런 현실과 환타지가 뒤범벅된 것이 아닐까. 떠나기 전의 막연한 기대감이나 여행지에서의 아늑함은 환타지가 되지만, 또한 그 여행에서 만나는 의외의 상황은 현실이 되기도 한다. 지금 ‘1박2일’이 독점(?)하던 여행 버라이어티에 ‘패밀리가 떴다’가 뛰어들어 그 영역을 나눠 갖게 된 것은 바로 이 여행이 가진 두 밥상 중 ‘1박2일’이 갖지 못한 밥상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여행 버라이어티의 성격을 규정짓는 이 서로 다른 두 밥상 사이에서 시청자들의 숟가락은 어디로 향할까. 밥맛이야 그 때 그 때 달라지는 것이니 어느 한쪽의 쏠림을 예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 두 밥상이 한동안 주말의 예능을 평정하리라는 건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유재석과 강호동의 남자 전진, 예능의 조커가 된 이유

지금 예능 프로그램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예는 전진이 아닐까. 물론 과거에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만능 체육맨으로 종횡무진하던 전진이었다. 하지만 지금 전진에게 쏠리는 예능의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주목할 점은 그가 국내 최고 예능MC인 유재석과 강호동의 프로그램을 오가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하하가 빠진 ‘무한도전’의 공석으로 ‘굴러 들어온’ 전진은 빠르게 ‘박힌 돌’들 사이에서 적응해가고 있으며, ‘야심만만-예능선수촌’에서는 고정MC를 맡아 특유의 진지 모드로 남다른 예능감을 자랑하고 있다. 한편 객원MC로 출연한 ‘패밀리가 떴다’에서는 특유의 만능 체육맨으로서 김계모(김수로)와 맞대결을 벌이고, 순위 게임에서는 ‘아무 것도 모르고 온 놈’설정으로 웃음을 주었다. 도대체 전진이 가진 그 무엇이 이 종횡무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일까.

메인과 게스트 사이, 객원의 자리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있어서 아무리 훌륭한 시스템과 캐릭터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오랜 시간 동안 반복되어 노출되다보면 지겨워지기 마련. 하지만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무한도전’은 새로운 캐릭터를 투입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지 않았다. 대신 쇼들이 무한소비로 피곤해진 캐릭터를 다시 세우는 방식은 새로운 캐릭터성격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무한도전’의 박명수가 거성에서 아버지로 또 ‘하찮은’으로 캐릭터 이름을 바꾸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성격은 그대로인데 껍데기만 바꾸는 식으로 본질적인 해결은 돼지 못한다. 결국 진짜 문제의 해결은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가 출연했을 때 가능해진다. 하하가 군입대로 빠지고 나자 ‘무한도전’의 캐릭터들은 더 힘겨운 상황에 놓였다. 캐릭터는 다양한 관계 속에 놓여져 있기 때문에 그 하나의 공석은 하나에서 끝나지 않는다. 제 7의 멤버, 즉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얘기가 거론되었지만 반대 또한 만만찮은 상황. 그 자리는 누구나 선망하는 자리이면서도 동시에 위험천만한 자리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뒤늦게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진출한 전진은 그 자리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전진은 고정도 아니고 게스트도 아닌 중간 지점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했다. ‘무한도전’에서는 전스틴과 잔진으로, ‘패밀리가 떴다’에서는 게임마왕을 긴장시키는 젊은 피로, ‘야심만만2’에서는 MC몽과 함께 업다운 브라더스로 등장한 그는 ‘객원’의 위치에 서서(그것이 고정이든 게스트든) 프로그램에 새로운 힘을 불어 넣어주면서 독자적인 캐릭터로 급부상했다.

전진이 가진 진지함 속의 허술함
그러나 새로운 캐릭터를 가진 게스트가 프로그램에 새로운 활력을 넣어주기는커녕 기존 고정 출연자들의 관계 속으로 들어가지 조차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유일하게 게스트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는 ‘패밀리가 떴다’가 가진 딜레마이기도 하다. 캐릭터 간에 확실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고정MC들 사이에서 게스트는 때때로 꿔다 논 보리자루가 되기도 한다. 중간에 출연했던 G-드래곤이나 신성록 같은 게스트는 열심히는 했지만 패밀리 속으로 완전히 침투하지는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하지만 전진은 출연하자마자 바로 패밀리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김계모와는 묘한 경쟁관계로, 여성 출연자들과는 묘한 애증관계로 자신의 캐릭터를 구축한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그가 가진 객원의 이미지가 그만큼 독자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프로그램에 투입되기 이전부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캐릭터가 대중들에게 인지되어 있었고, 그것은 지금 현재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는 보기 드는 독자적인 캐릭터였다.

전진은 그 예명처럼 앞으로만 나갈 것 같은 직선적인 캐릭터를 갖고 있다. 그것은 모든 엉뚱한 상황 속에서도 늘 진지하며, 누군가를 바라보면 거의 다른 쪽에는 눈을 돌리지 않을 정도로 집착하고, 장난처럼 하는 게임에서도 거의 이겨야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스포츠맨처럼 과도한 열정을 보인다.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가진 느슨한 상황(희화화된) 속에서 거의 유일하게 진지함을 유지하는 전진은 늘 깨지고 무너지는 캐릭터들이 이제 조금 물리는 시점에서 신선하게 다가온다. 늘 도전하지만 지기만 하는 캐릭터도 우습지만, 늘 이기려고 집착하는 캐릭터도 우스운 법이다.

전진이 지금 예능 프로그램의 조커 같은 느낌을 주는 이유는 현재 그가 조금은 지쳐있는 쇼에 활력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거꾸로 지금 현재 예능 프로그램 속의 캐릭터들이 거의 대부분 무너지고 깨지는 희화화된 캐릭터들로 넘쳐난다는 것을 반증한다. 전진은 그 속에서 오히려 거꾸로 진지하게 자신의 캐릭터를 구축함으로써, 그것이 유재석이든 강호동이든 또 그것이 어느 방송사이든 어느 곳에 투입돼도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조커 캐릭터가 된다. 늘 쇼의 밖에 존재하지만 어떤 쇼에든 적용 가능한 조커. 지금 전진의 전성기는 이 자신만의 캐릭터와 현재 피곤해진 예능 환경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1박2일’의 스포츠, ‘패떴’의 심리게임

야생버라이어티쇼 ‘1박2일’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은 건 무엇일까. ‘1박2일’만의 독특한 캐릭터와 야생의 체험, 그리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의외성 같은 것들과 함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게임일 것이다. 잠자리와 먹거리를 두고 펼쳐지는 복불복 게임의 처절함(?)은 ‘1박2일’에 야생의 느낌을 부각시켰다.

이것은 새롭게 시작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패밀리가 떴다’에서도 마찬가지다. 유재석은 매번 집착적으로 게임을 하자고 제안하며, 마치 프로그램은 실내에서 하던 게임쇼 ‘X맨’의 야외 버전처럼 각종 게임으로 구성된다. 현장의 지형지물을 활용한 게임들이 등장하고, ‘X맨’에서의 ‘당연하지’게임 같은 심리 게임 ‘사랑해 게임’과 ‘진실게임’이 자리를 잡는다.

그만큼 게임은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중요한 요소이며, 때론 그 쇼의 성격을 말해주기도 한다.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가 모두 1박의 체험을 카메라에 포착하고 있지만 그 성격은 다르다. 그리고 이것은 서로 다른 게임의 성격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1박2일’, 스포츠 같은 남성적인 게임
‘1박2일’의 메인 게임인 복불복 게임은 남성적이다. 조금은 무식하고 조금은 무리한 점이 없잖아 있지만 그런 사소한 것에 때론 목숨을 거는 남성들의 아이 같은 모습이 그 속에는 숨겨져 있다. 이것은 여행이라는 형식과 만나면서 폭발력을 갖는다. 일상에서 벗어난 그 자유로움 속에서 치기 어린 내기 게임이 시작된다.

게임 종목을 보면 그것이 스포츠에 닿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호동을 메인 MC로 하고 있기에 중심에 서 있는 게임은 씨름이며, 해병대원들과 벌인 씨름처럼 때론 장난스럽게 시작한 게임이 대회의 성격으로 커지기도 한다. 물론 쿵쿵따 같은 전형적인 안방형 게임들이 등장하지만 ‘1박2일’만의 백미는 탁구나 배드민턴, 닭싸움, 달리기, 래프팅, 번지점프 같은 스포츠다.

이것은 스포츠가 야생이 갖는 장점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 경관 속에서 벌어지는 스포츠 게임은 그 자체로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한 이것은 남성들로만 구성된 ‘1박2일’ 팀의 성격과도 잘 부합한다. 이러한 남성적인 게임은 그 자체로 박진감 넘치는 재미를 선사하면서도 우정이나 형제애 같은 ‘1박2일’만의 관계 구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패밀리가 떴다’, 아기자기한 여성적인 심리 게임
게임에 있어서 ‘1박2일’이 남성적이라면 ‘패밀리가 떴다’는 여성적이다. ‘1박2일’이 갖는 게임의 힘은 복불복 같은 강력한 벌칙에서 비롯되지만, ‘패밀리가 떴다’의 게임이 가진 힘은 그 게임 자체가 주는 심리적인 타격(?)에서 비롯된다. ‘1박2일’의 게임이 외형적이라면 ‘패밀리가 떴다’의 게임은 내면적이다.

이것은 이미 ‘X맨’을 통해 게임과 심리를 연결시켰던 장혁재 PD가 ‘패밀리가 떴다’를 연출을 맡으면서부터 예고되었던 것이다. ‘패밀리가 떴다’가 ‘X맨’의 야외버전 같은 기획으로 탄생되었다면 바로 이 게임과 심리의 연결고리를 위해 여성 출연자의 합류는 어쩌면 필수적인 것이 되었을 것이다.

‘사랑해 게임’과 ‘진실게임’이 갖는 직접적인 관계 간의 미묘하고 알콩달콩한 심리 게임은 물론이고, 현장에서 즉석에 벌어지는 릴레이 게임 같은 것들 또한 편가르기에서부터 이 심리 게임은 계속된다. 이것은 잠자기 전에 치르는 순위게임에서 하루의 게임을 통한 관계를 재정립하고 정리한다. 심리 게임을 통해 인물들 간의 관계가 촘촘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 ‘패밀리가 떴다’에서 유난히 많은 관계 설정들(예를 들면 덤앤 더머나 천데렐라-계모관계 같은)은 이 심리 게임에 능한 장혁재 PD의 장기라 볼 수 있다.

쇼가 게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게임이 쇼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만큼 게임은 현재의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그 성격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인지 때로는 역전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구석구석의 아름다운 곳을 조명하겠다거나, 바쁜 일과에 여행 한 번 떠나지 못한 어르신들을 여행 보내고 집을 보겠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게임에만 몰두하는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쇼가 재미를 추구하는 한 부정하기 힘든 것은 그 쇼의 외피가 무엇이든 그 중심은 늘 게임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을 보면 그 쇼를 알 수 있다.

올림픽방송 지원하는 예능의 고육지책

올림픽 시즌에 예능 프로그램도 예외일 수는 없었나. 예능 삼국지를 방불케 하던 주말 밤 예능 프로그램들의 경쟁은 시들해졌고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도 높아졌다. 올림픽 방송에 밀려 결방되기도 하고, 방송이 된다해도 올림픽 특집으로 본래의 특성이 사라져버리니 열렬한 지지층들의 반발을 사게 된 것이다.

‘무한도전’은 올림픽 특집으로 무한도전식의 ‘이색올림픽’을 보여주었다. 종목은 지압판 멀리뛰기, 상대방의 상의를 벗기는 유도경기, 100m 복불복 달리기, 땅 짚고 헤엄치기, 역기 들어 엉덩이에 낀 젓가락 부러뜨리기 같은 기상천외한 것이었다. 몸 개그가 프로그램의 컨셉트였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긴장감 넘치는 올림픽 경기가 치러지고 있는 상황에 우스꽝스런 이색올림픽의 면면이 유치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상황은 ‘1박2일’도 마찬가지. 지난주에 있어 2회 연속으로 1박은 하지 않고 운동에 열중한 ‘1박2일’은 심지어 ‘초심을 잃었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지난주 여자 대표팀과의 축구경기는 슛돌이 성인버전이라는 얘길 들었으며, 이번 주 배드민턴, 양궁, 탁구 경기가 나가자 ‘무한도전’을 보는 것 같다며 “여행은 언제 가냐”는 비판을 받았다. 한편 같은 시간대인 SBS의 ‘패밀리가 떴다(일요일)’와 ‘스타킹(토요일)’은 올림픽 특집방송을 하지 않고 본래 하던 식으로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올림픽 시즌에 이들 주말 예능 프로그램들의 성적표를 보면 ‘일요일이 좋다’가 21.6%(AGB 닐슨)로 수위를 차지한데 비해 ‘해피선데이’는 17.6%를 차지했고, ‘스타킹’이 13.8%를 차지한 반면 ‘무한도전’은 13.6%를 기록했다. 시청률도 떨어지고 프로그램 이미지도 떨어뜨리는 예능의 올림픽 특집은 단순하게 비교해도 남는 장사가 아니다. 게다가 이러한 올림픽 특집을 위해 특별 게스트를 모시는 일도 그대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보다 쉽지 않다. 그렇다면 모든 게 불리하고 힘든 상황에서 왜 예능 프로그램은 올림픽 특집을 하는 것일까.

이유는 올림픽 방송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지난 주 ‘1박2일’은 여자축구대표와의 축구경기를 하면서 이어지는 ‘한국 대 이탈리아’의 축구경기를 KBS와 함께 하자는 식의 멘트를 집어넣었다. 이어진 방송 3사의 축구경기 중계 경쟁에서 KBS는 15.8%로 수위를 차지했다. 한편 ‘무한도전’멤버들이 해설자로 나선 MBC‘여자 핸드볼 한국 대 헝가리전’은 17.1%로 시청률에서 압승을 차지했다. 올림픽 방송을 지원하기 위해서 대표 예능 프로그램들은 원하든 원치 않든 올림픽 특집을 해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의 올림픽 특집은 방송사의 올림픽 방송을 위한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예능 프로그램은 억울할 뿐일까. 해석에 따라 상황은 거꾸로 역전되기도 한다. ‘무한도전’의 이색올림픽이 비판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무한도전’의 핸드볼 중계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색올림픽이 ‘무한도전’의 올림픽 방송을 위한 일방적인 지원사격이었다면, 핸드볼 중계는 올림픽 방송과 ‘무한도전’ 양자가 비교적 적절히 시너지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지금 올림픽 시즌을 맞이해 예능 프로그램들은 어쩔 수 없이 올림픽 특집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이것을 가지고 초심 운운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 그들도 방송국이 명운을 걸고 하는 올림픽 방송에서 열외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상황 속에서도 좀 남다른 대처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국가적인 스포츠 행사가 벌어지면 통상적으로 나오는 거의 똑같은 포맷의 특집 구성은 분명 비판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