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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전성기 ‘1박2일’ 보는 듯, ‘신서유기6’의 익숙한 재미들

사실 어디선가 봤던 익숙한 재미들이다. 갑자기 시즌을 뛰어넘어 시즌6라 명명하고 시작한 <신서유기6>는 어찌 보면 그걸 노린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건 이 게임 예능이 가져온 게임들이 이미 KBS <1박2일> 시절이나 그 프로그램이 그 때 게임 소재를 가져오곤 했던 <가족오락관>의 그것들이기 때문이다. 

‘고요 속의 외침’은 사실 그토록 많이 반복된 게임이지만 항상 어느 정도의 웃음을 담보했다. 귀에 커다란 헤드폰을 끼우고 시끄러운 음악을 들으며 상대방에게 단어를 설명해 맞추는 게임. 시청자들은 뻔히 보이는 답이지만, 게임을 하는 당사자들은 엉뚱한 설명에 답변을 이어가기 마련이다. 어찌 보면 바보스러워 보이는 그 말과 행동들은 늘 예측 불가한 것들을 끄집어내 포복절도의 웃음을 만든다.

일본 홋카이도 후라노의 어느 숙소에서 용돈을 놓고 벌어진 이 게임에서 단연 큰 웃음을 준 건 희한한 설명 방식을 보여준 안재현과 설명을 하다 결국 화를 낸 블락비 피오다. 안재현은 홍길동을 “여기 뿅, 저기 뿅. 우리나라 영웅”이라고 설명해 강호동을 황당하게 만드는 것으로 웃음을 줬고, 피오는 처음 ‘인물퀴즈’를 하며 부담감에 맞히지 못했던 ‘도날드 트럼프’가 다시 문제로 나오자 “내가 틀린 거!”를 외쳐 갑자기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는가 하면, 절친인 송민호가 문제를 틀리자 진심으로 화를 내는 모습으로 큰 웃음을 줬다. 

다음 날 아침 기상미션도 복고풍(?) 게임으로 진행됐다. 전날 단체미션이라는 말만 듣고 은지원이 “줄넘기 아냐?”라고 얘기하고 실제로 그 미션이 단체줄넘기라는 게 나오는 장면은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익숙한 재미들을 추구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어찌 보면 너무 많이 봤던 장면들이라 뻔하고 식상해보이지만 이번 게임에서도 역시 도드라진 건 피오 같은 새로운 캐릭터가 보여주는 재미였다. 의외로 몸 쓰는 게임을 잘하는 안재현과 달리 들어가기만 하면 실수를 하는 피오의 모습은 하나의 캐릭터로서 웃음을 주었다.

후라노의 여러 곳을 다니며 주어진 게임을 하는 방식도 <1박2일>에서 그토록 많이 봤던 것들이다. 세 대의 차로 나뉘어 한국인 기사분, 일본인 기사분, 그리고 제작진이 각각 운전하는 차를 선택해 미션을 수행하는 이 게임도 새로울 건 없었다. 그토록 많이 했던 아메리카노 복불복이 반복됐고, 그림 제목 맞히기 같은 간단한 퀴즈 게임이 이어졌다. 그리고 항상 <1박2일>이 바닷가 같은 곳에 가면 하던 코끼리코 게임도 재현되었다. 그런데 그 흔한 코끼리코 게임이지만 이를 수행하는 송민호와 피오의 모습이나, 안재현이 보여주는 의외의 몸 개그 같은 요소들이 여전한 재미를 주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번 일본 후라노에서 보여준 <신서유기6>의 게임들은 마치 <1박2일>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익숙한 재미들이고, 어찌 보면 새로울 것 없는 웃음들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웃음에 기꺼이 빠져드는 건 왜일까. 너무 많은 의미 과잉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그게 잘못된 건 아니지만, 그런 예능 프로그램들을 오래도록 보다보면 때론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싶은 마음도 생기는 법이니까. 물론 보는 이에 따라서는 예능으로서 새로움에 대한 갈증은 아쉬움으로 남겠지만.(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자리만 채운 주말 드라마와 예능, 방법이 없는 걸까

한 때 일요일 밤 예능 프로그램들은 시청자들을 여지없이 TV앞으로 끌어들였다. KBS <1박2일>이 잘 나가던 시절에는 무려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SBS <패밀리가 떴다>도 30%에 근접하는 시청률을 냈고, MBC <나는 가수다>도 20%가 넘는 시청률을 냈다. KBS <개그콘서트>는 30%가 넘는 시청률을 내며 일요일 밤 아쉬운 주말을 보내는 시청자들을 웃음 폭탄으로 달래주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일요일 밤 프로그램들을 들여다보면 그저 틀어놓곤 있지만 그만한 즐거움을 주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이미 많은 시청층이 본방사수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10% 미만으로 시청률이 떨어졌고, 게다가 그만한 화제도 나오지 않는다는 건 프로그램들이 전반적으로 하향평준화되었다는 걸 말해준다.

KBS의 경우, 그래도 상대적으로 본방 시청층이 많이 남아있는 채널이지만, 그 채널을 채우는 프로그램들은 너무 오래되어 새로운 즐거움을 주기에는 힘에 벅찬 느낌이다. <1박2일>은 이제 찾아보는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그나마 주말 밤에 틀어놓기에 편안해서 보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개그콘서트>다. 5%대까지 뚝 떨어진 이 프로그램은 맨 앞부분에 ‘봉숭아학당’을 먼저 선보이는 변화(?)를 보여줬지만, 웃음의 포인트를 찾아내기 어려워 그저 향수와 추억에 더 기대는 것 같은 인상마저 주고 있다. 개그 프로그램이 웃음을 주지 못한다는 건 그 존재 자체가 의심된다는 이야기다.

SBS <런닝맨>이나 MBC <복면가왕> 역시 어느 정도의 시청층을 확보하고는 있지만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내지는 못해 전성기가 지나간 프로그램이 되어버렸다. 새로 채워진 SBS <집사부일체>는 그래도 우리 시대의 사부를 찾아간다는 콘셉트가 참신한 편이지만, MBC <궁민남편>은 갈수록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일요일 밤에 예능으로 출사표를 던진 tvN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말사용설명서>는 한가락씩 한다는 김숙, 라미란, 장윤주, 이세영 등이 출연해 “어머 이건 해야 해”라는 슬로건처럼 하고픈 무언가를 시도하는 걸 보여준다고 했지만 그다지 ‘해야 할 것 같지 않은’ 너무 흔하고 익숙한 이야기들만 보여주었다. 한 때 유행했던 캐릭터쇼를 반복하는 느낌이다. 시청률은 1%대로 떨어진 지 오래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주말드라마도 이렇다 할 도드라진 작품을 발견하기가 어려워졌다. tvN <미스터 션샤인>이 끝난 후 방영되고 있는 <나인룸>은 tvN 드라마라기보다는 자극적인 사건들을 연달아 배치해 보여주는 전형적인 MBC나 SBS 주말드라마 같은 느낌을 준다. 빠른 사건 전개와 극단적인 상황을 연결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려고 안간힘을 쓰긴 하지만, 어딘지 자극에만 집중한 듯 정신없어 보이는 면이 있다.

주말드라마의 마지막 보루라고 얘기하는 KBS 주말드라마도 최근 방영되고 있는 <하나뿐인 내편>을 보다보면 시간이 퇴행하고 있는 듯한 드라마의 이야기에 실망하게 된다. 전형적인 신파 구조에 ‘출생의 비밀’을 더해 놓은 이 드라마는 그래서 이제 KBS 주말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주 시청층인 장년 세대들의 향수를 채우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 같은 아쉬움을 갖게 만든다.

한때는 주말이 가장 볼거리가 많았던 방송 시간대였지만 어쩌다 보니 지금의 주말 프로그램들은 너무나 뻔해지고 식상해졌다. 어떤 면으로 보면 앞으로 나가는 게 아니라 과거 잘 나갔던 시절을 애써 붙들고 회고하는 듯 보인다. 워낙 TV 본방 시청층이 점점 줄어들다 보니, 남아있는 시청층들만을 겨냥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프로그램의 콘셉트도 옛 방식으로 퇴행하고 있다. 물론 모든 프로그램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주말에 오히려 볼 게 없어졌다는 시청자들의 볼멘소리가 공감 가는 대목이다.(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1박2일’, 먼저 떠난 김주혁이 우리에게 남긴 선물들

‘제2회 최고의 가을밥상’ 특집으로 마련된 KBS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은 알고 보니 ‘영원한 구탱이형’ 故 김주혁을 위한 1주기 특집이었다. 김주혁이 특히 낙지와 돼지갈비를 좋아했다는 걸 알고 있는 멤버들은 그 날 ‘최고의 가을밥상’ 특집을 하면서도 어느 정도는 눈치를 챘다고 했다. 음식을 만들고 먹으면서 저마다 김주혁을 떠올렸으니 말이다. 

한 바닷가 카페에 마련된 ‘특별한 사진전’에서 멤버들은 사진 속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환하게 웃고 있는 김주혁의 모습을 보며 먹먹해졌다. 그리고 들려오는 생전 김주혁의 육성. “잘 지내고 있냐 동생들”이라는 그 목소리에 울컥해졌다. 아마도 <1박2일>을 떠나고 나서 보내온 육성이었을 그 목소리가 이렇게 고인이 된 1주기에서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줄 그 누가 알았을까.

<1박2일>에 처음 김주혁이 출연했던 그 시절부터 마지막 촬영까지 회고하고 추억하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시청자들이 모두 기억하는 그 모습들이 새록새록 다시금 떠올랐다. 집에 급습해 잠자는 김주혁을 깨우며 장난치던 모습과, 그렇게 떠난 첫 번째 여행에서 서먹해했던 모습, 그리고 그 유명했던 어느 시골에서 벌어진 인지도 대결에서 단 한 사람도 알아보지 못해 당했던 굴욕의 순간들... 그러면서 조금씩 <1박2일>이 익숙해지고, 멤버들과 형 동생 사이로 끈끈해지는 그 과정들이 다시 눈시울을 젖게 만들었다.

그는 김준호가 그리 웃기지도 않다 여겼던 이주일, 서영춘 선생님의 성대모사에도 자지러지듯 웃어주었고, 늘 의지했던 동생 데프콘에게 잘 해주라며 <1박2일>을 떠나서도 챙겨주려 했으며, <1박2일>의 선배격인 김종민의 아버지 빈소에 가서는 맏형답게 동생 자랑을 늘어놓기도 했다. 나이 차이가 가장 많이 나는 막내 정준영과도 점점 스스럼없이 어울리던 형 같은 사람이었고, 배우로서도 큰 선배인 그는 유작을 통해서도 차태현을 극장에서 펑펑 울게 만든 사람이었다.

김주혁이 ‘아름다운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해주는 대목은 매일 함께 동고동락해온 멤버들은 물론이고 <1박2일>을 하며 인연을 맺게 된 어느 시골의 어머니나 이제 갓 대학에 들어가게 된 후배와도 그저 지나치는 관계가 아닌 늘 기억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어느 시골에서 인연을 맺은 어머니와 사진관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을 때 그 어머니가 “아들”이라고 말하는 모습이 진심이라는 게 느껴지고, 함께 출연했던 후배가 대학에 들어갔을 때 직접 전화까지 걸어 축하해줬다는 김주혁에게서 그 마음이 느껴진다. 삶이 힘들고 짧으며 어느 순간 갑자기 꺼지는 것일지라도 아름답게 기억되는 건 바로 이런 따뜻한 마음이 그 후에도 계속 남아 전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1박2일>을 마지막으로 촬영하고 떠날 때, 늘 함께 했던 카메라맨이 눈물을 보이는 걸 보고는 결국 눈시울을 붉히는 김주혁에게서 ‘아름다운 사람의 온기’를 새삼 느끼게 된다. 영화 <독전>에서 그 독한 악역을 소화해냈지만, 그 속에서도 특유의 김주혁의 면모들을 발견해내는 친구에게서 삶이 짧고 그렇게 끝나는 것이라 슬플지라도 누군가 진가를 기억해줄 때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김주혁이 처음 <1박2일>에 출연해서 하차하기까지의 짧다면 짧은 그 과정은 그래서 어느 한 사람의 생을 압축해 놓은 것처럼 보인다. 어느 날 세상에 나오게 되어 어색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고, 그 따뜻한 온기들 속에서 웃고 울고 즐거워했던 시간들을 살아간다. 그러다 결국은 누구나 끝을 맞이하게 되지만, 그것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지나보면 누구나 한 순간처럼 느껴져 더더욱 아름답게 기억되는 삶이 아니던가. 먼저 간 김주혁은 마치 ‘1박2일’처럼 짧지만 영원히 기억되는 삶의 아름다움을 보여줬다.(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방송만 타면 망가지는 일상, 무엇이 문제일까

이른바 ‘투어리즘 포비아’가 <효리네 민박>에도 닥쳤다.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가 살던 제주도 집에 관광객들이 몰려와 심각한 사생활 침해를 일으켜 어쩔 수 없이 그 집을 JTBC가 매입했다는 것이다. 

JTBC의 이런 조치는 이효리 이상순 부부를 위해서도 또 방송 콘텐츠를 위해서도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보인다. 제아무리 연예인이라고 해도 사생활은 보호받아 마땅하다. 그러니 이제 사적인 공간으로 살 수 없는 그 곳을 떠날 수 있게 해주는 것 또한 당연하다. 게다가 JTBC 측이 밝힌 것처럼 제3자의 부지 매입은 자칫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될 경우, <효리네 민박>이라는 콘텐츠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 

방송이 일상으로 들어오게 된 이른바 ‘관찰 카메라’ 시대에 이제 일상은 방송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지금은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생각해보면 이건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과거 현장이란 방송의 중요한 소재이자 원천이었다. 어떤 현장을 잡느냐가 방송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리 주목되지 않았던 곳도 방송이 포착해 놓으면 이른바 ‘관광명소’가 되어버리는 형국이 되었다. 

그래서 이번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효리네 민박>을 찍었던 그들의 제주도 집을 떠나게 된 상황은 일상으로 침투해 들어오는 방송의 힘이 어느 정도까지인가를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처럼 보인다. 물론 <효리네 민박>의 경우에는 도가 지나친 면이 있다. 일부 몰지각한 관광객들은 그 곳이 사람 사는 곳이라는 걸 거의 망각한 채 문을 두드리고 심지어 무단 침입까지 했다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고 해도 방송의 영향력은 이미 일상을 바꾸고 있다. 최근 북촌 한옥마을과 혜화동 이화 벽화마을에 벌어지고 있는 주민과 관광객 사이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본래 유명한 곳이긴 하지만 이 곳에 이토록 많은 관광객들이 줄을 잇게 된 건 방송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1박2일>을 포함한 무수한 여행 예능 프로그램들이 그 곳을 다녀간 후 국내는 물론 해외의 관광객들까지 그 곳을 찾고 있다. 심지어 관광버스가 관광객들을 단체로 내려놓는 진풍경도 연출된다. 이러니 주민들의 일상은 파괴될 수밖에 없다. 문을 열어 놓고 이웃과 교류하며 살던 주민들은 이제 마구 집안 마당으로 들어오는 관광객들 때문에 문을 꼭꼭 닫아 걸고 있다. 그 곳에서 장사를 하는 이들과 주민 간에도 갈등이 생기는 건 당연지사다. 혜화동 이화 벽화마을은 주민들에 의해 벽화가 지워지고 있어 더 이상 벽화마을이라 불리기 어렵게 됐다. 역시 몰려드는 관광객들 때문에 심지어 공황장애를 겪는다는 주민들이니 그런 극단적인 선택이 당연히 이해가 된다.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제주도 집을 떠나게 된 상황은 너무나 아이러니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 집이 주목된 건 <효리네 민박>이 그만큼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라. <효리네 민박>이 보여준 건 도시를 떠나 조용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일상이 아니었던가. 그것이 시청자들에게 큰 위로와 힐링이 되어주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이유로 화제가 된 그 집이 이제는 그들의 편안했던 일상을 파괴하게 되었다는 게 아닌가. 

사실 이런 일은 이미 방송가에서 흔히 벌어지고 있던 일들이다. 이를테면 <삼시세끼> 같은 프로그램이 정선의 그 집을 유명하게 만들고 나서 관광객들이 줄을 이어 나중에는 방송에도 적지 않은 지장이 생긴 사례 같은 것이다. 방송이 특정한 유적지나 관광지를 찾아가기보다는 누군가의 일상으로 들어가 그 내밀한 묘미들을 관찰하게 된 건, 이제 대중들도 그런 시끌벅적한 관광지보다 그 곳 사람들이 사는 모습에 더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일상을 보여주고 나면 그 곳은 다시 관광지가 되어버리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관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해도, 관광객들이 그 곳이 관광지가 아닌 일상의 삶의 공간이라는 걸 안다면 조심하고 주의해야 하는 게 예의다. 특히 효리네처럼 그 일상이 소중하게 다가왔다면 그 일상을 지켜줄 수 있는 마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타인의 일상을 찾아가기보다는 그런 삶을 내 일상 속에서도 작게나마 시도해보는 게 더 좋은 선택이 아닐까 싶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리얼 버라이어티 그 후, 언리얼과 탐험 예능

도대체 이 낯선 예능 프로그램들은 뭘까. 지상파 예능들 속에서 유난히 두드러지는 두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MBC <두니아>와 KBS <거기가 어딘데>다. 이게 과연 지상파 예능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이 두 프로그램은 도전적이고 실험적이다. 물론 그 낯설음 때문에 지상파 시청률로는 낮은 3%대(닐슨 코리아)를 유지하고 있지만, 화제성과 반응은 뜨겁다. 그 도전이 현재 지상파 예능프로그램들이 처한 위기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대안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건 <두니아>와 <거기가 어딘데>의 연출자들이 각각 리얼 버라이어티 시절을 풍미한 MBC <무한도전>과 KBS <1박2일>에서 잔뼈가 굵은 PD들이라는 점이다. <두니아>의 박진경, 이재석 PD는 우리에게 <마이 리틀 텔레비전>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그 유전자의 뿌리는 <무한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인물들이다. <거기가 어딘데>의 유호진 PD는 <1박2일>을 맡아 제2의 전성기를 이끈 스타 PD이기도 하다.

이들을 뿌리를 들여다보면 지금 이들이 실험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의 도전이 남다르게 느껴진다. <두니아>는 아예 대놓고 ‘언리얼 버라이어티’라고 새로운 프로그램 형식을 기치로 내걸었다. 그건 마치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대가 지나가고 있는 현재, 새로운 대안으로서 ‘언리얼’의 세계를 제안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우리가 게임의 세계로 익숙한 ‘가상현실’ 세계다. 게임의 공간 같은 두니아라는 ‘언리얼’ 세계를 던져놓았기 때문에(그 곳은 그래서 공룡이 출몰하는 곳이다) 출연자들은 가상과 현실 사이의 애매한 지대에 놓이게 된다. 일정 부분은 대본을 통한 가상 연기를 보여주지만 다른 부분은 진짜 이 낯선 섬에서의 생존과정을 담아낸다. 그래서 한강변을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유노윤호가 순간 두니아라는 섬으로 워프하면서 그 곳에서는 별 쓸모없어 보이는 자전거가 그와 같이 정글에 떨어지는 장면이 나오지만, 라면을 끓여먹기 위해 그 자전거의 바퀴를 불 위에 올려놓고 조리판처럼 쓰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리얼리티를 추구하던 예능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가상과 현실이 뒤섞인 새로운 경험들이 두니아라는 세계에서는 가능해진다.

<거기가 어딘데>를 통해 유호진 PD가 하필이면 오만의 아라비아 사막을 찾아가게 된 건 그 곳이 아직까지 예능 프로그램이 가지 않은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1박2일>이 국내여행을 소재로 하고 있어 시도하지 못했던 해외여행을 꿈꾸고 있었지만, 몇 년이 지난 사이에 너무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해외 곳곳을 찾아갔다고 했다. 그래서 아무도 가지 않은 사막 탐험을 시도하게 됐다는 것.

사막이라는 낯선 공간을 선택한다는 건 다만 새로운 풍경을 보여준다는 뜻만은 아니다. 그것은 그 텅 빈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예능 프로그램이니만큼 새로운 예능 문법을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거기가 어딘데>는 독특한 자막과 편집을 통해 웃음은 물론이고 의미까지도 잡아내는 색다른 예능의 방식을 끌어낸다. 이것은 <두니아>가 언리얼이라는 가상현실 공간을 사용하기 때문에 게임적인 편집과 자막을 쓰게 되는 것과 같은 이유다.

<두니아>와 <거기가 어딘데>는 물론 지상파로서는 성공했다 말하기 어려운 성적을 내고 있지만, 그 시도가 포스트 <무한도전>과 <1박2일>을 꿈꾸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도전으로 다가온다. 당장의 시청률보다는 이제는 지나가버린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 그 후를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거기가 어딘데??’, 사막이어서 가능한 새로운 묘미들

<1박2일> 시절부터 그랬지만 유호진 PD에게 일이 의외로 커지게 되는 건 애초부터 기획된 결과만은 아니다. 사막 탐험 예능이라는 KBS의 새 프로그램 <거기가 어딘데??>도 마찬가지다. “왜 하필 사막이냐?”는 필자의 질문에 유호진 PD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1박2일> 시절부터 해외로 나가면 어떤 걸 해볼까 고민해왔었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 해외여행을 담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너무 많아져 더 이상 새로운 걸 찾기가 어렵게 됐다고 했다. “결국 새로운 건 아무도 가지 않은 곳”을 찾아가는 것일 수밖에 없었다. 사막이 떠올랐고, 막연하지만 분명 무언가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다녀온 답사여행에서 확신을 가졌다고 했다. 

사막. 아무 것도 없는 곳이다. 그러니 과거의 예능 프로그램이라면 피해야할 곳 1순위에 올랐을 공간이 어쩌면 사막이다. 하지만 사람의 발길이 아예 닿지 않는 곳이라는 점이 오히려 유호진 PD의 마음을 끌었다. 거기에 오롯이 인물들을 투입하고 그들이 마치 빈 도화지에 써나가는 그 행적의 기록들을 담아내는 건 ‘새로운 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 여겼던 것이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이 주어야할 재미 부분을 아무 것도 없는 그 곳에서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하는 걱정은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첫 방송분을 들여다보니, 그게 기우였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 출연진들이 가진 저마다의 개성만으로도 빵빵 터지는 예능의 본분을 다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발대식에서 다들 “어쩌다 낚였다”며 그 자리에 모인 지진희, 차태현, 조세호, 배정남은, 심지어 사막 탐험을 설명하기 위해 탐험가 남영호 대장이 등장하자, “어쩌다 보니 남영호 대장까지 등장한다”며 슬슬 사막 탐험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대장을 맡게 된 지진희는 처음에는 과도한 의욕을 보이다가 조금씩 드는 불안감을 느끼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고, 차태현과 조세호는 어쩌다 이런 일까지 하게 됐는가를 후회하고 걱정하는 모습으로 또 배정남은 그 와중에 별 생각없이 자신의 역할로 주어진 먹을거리 담당에 충실한 모습으로 웃음을 주었다. 

물론 그 웃음은 이제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방영될 사막을 횡단하는 과정에서 쉽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생고생이 주는 힘겨움과 웃음의 양면은 의외로 희비극을 넘나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어쩐지 짠하지만 그래서 웃음이 터져 나오는 희비극적 요소는 다름 아닌 우리네 삶을 닮아있는 ‘사막을 걷는 행위’에서 이미 시작된 것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걷는 행위’는 우리가 도시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어떤 감흥을 이끌어낼 거라는 기대를 갖게 만든다. 도시에서는 늘 보던 일몰 하나도 사막을 배경으로 떨어질 때 전혀 다른 감흥이 생겨나는 것. 또 음식 하나를 먹는 일이나, 물 한 모금을 마시는 일, 또 하염없이 걷고 또 걷는 그 일 자체가 문득 그저 눈앞에 닥친 일들에 바삐 살아가던 우리에게 삶이란 무엇인가 같은 진중한 질문을 던지게 하지는 않을까. 

유호진 PD가 그 선택의 이유로 말한 것처럼,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전혀 알 수 없는 빈 도화지 같은 공간이 바로 사막이다. 그리고 그 사막은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이미 주어져 있는 것일 수 있다. 어디로 걸을 것이며 그 빈 곳에 무엇을 그려 넣을 것인지는 우리 스스로에게 달려있다. <거기가 어딘데??>라고 묻지만, 결국 우리는 그 곳을 향해 걷는다. 그것은 생존의 길처럼 여겨지지만, 때론 그 길은 남다른 삶의 의미들을 만나게 되는 ‘실존의 길’이 되기도 하니.(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반려견 문화 들여다 보게 한 '나 혼자', 전현무의 눈물


전현무가 눈물을 흘렸다. 그런 모습을 잘 보이지 않던 그다. 그가 눈물을 흘린 이유는 자신의 가족이자 남매나 다름없이 함께 살아온 반려견 또또 때문이다. 이제 17살이 된 또또는 사람으로 치면 이제 노년의 황혼을 바라보는 나이.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움직이지도 못하는 또또를 데리고 전현무는 동물병원에서 받은 종합검사에서 또또가 신부전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콩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계속 살이 빠진다는 것.

또또에게 절실한 건 물이었다. 하지만 물을 직접 섭취하기도 어려운 또또의 건강상태 때문에 수액을 직접 놔줘야 하는 상황. 의사에게 수액 놓는 방법을 배운 전현무는 그 방법을 집에 알려줘 또또가 매일 수액을 맞을 수 있게 했다. 또 움직이지 못하는 또또를 위해 전현무는 전용 휠체어를 맞춰주기도 했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전현문가 또또를 데리고 평소 좋아했던 산책길을 함께 나설 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OST가 깔리는 등 웃음의 포인트를 담아내기도 했지만, 그 장면에서 시청자들이 느낀 건 웃음보다는 아픔이었다. 한 때 그 곳을 같이 산책하기도 했을 또또가 이제는 전현무의 가슴에 안겨 마치 추억을 회고하는 듯한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가장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 건 전현무가 눈물을 흘리며 한 마지막 인터뷰 장면이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함께 하지 못했던 걸 반성하는 전현무는 “하늘나라에 가면 또 만날 것 같다”며 “또또가 떠나는 날이 언제가 되더라도 내가 갈 테니까 잘 있으라고 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사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제 ‘반려견’은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게 됐다. <1박2일> 시절에 우리가 봐왔던 상근이나 <삼시세끼>에 등장해 사랑을 받은 산체를 비롯해 최근에는 아예 반려견과 그 가족을 소재로 담은 프로그램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어서다. 이미 반려견 인구가 천만시대를 넘어선 지금, 그 현실을 민감하게 반영하기 마련인 예능 프로그램이 반려견의 자리를 이제 마련하는 건 당연한 일일 게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상 우리는 거기 등장한 반려견들의 귀여움과 예쁜 짓을 주로 봐왔을 뿐, 그 후의 사정들을 본 적이 별로 없다. <1박2일>에 나왔던 상근이는 지난 2014년 죽었지만 그 이야기를 우리는 뉴스 단신을 통해서 잠깐 마주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건 어쩌면 우리가 반려견을 바라보는 시각일 수 있다. 즉 귀엽고 예쁘고, 그래서 함께 지낼 즐거운 시간들만을 떠올린다는 것. 하지만 반려견과 함께 살아간다는 건 그 예쁘던 시절만큼 나이가 들어가면서 겪게 되는 아픔도 함께 나눠야 하는 일이다.

<나 혼자 산다>가 소개한 전현무의 반려견 또또의 이야기가 특별했던 건, 지금껏 예능 프로그램에서 잘 담지 않았던 반려견의 노년을 담고 있어서다. 아마도 제대로 반려견의 한 평생을 함께 한 사람이라면 폭풍 공감했을 이야기. 늘 받은 것만 많고 해준 건 별로 없었다는 전현무의 후회와 눈물 섞인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해질 수밖에 없었을 게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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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섭 할머니 같은 분들을 위해서라면, ‘1박2일’ 존재이유

벌칙이 다소 심심했던 본 미션을 빛냈다? 팀을 나눠 했던 2번국도 맛집 여행은 사실 새로울 것 없는 KBS 예능 <1박2일>의 단골 소재 중 하나였다. 과거에 했던 해장국 로드 같은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소재. 이건 어쩌면 지금 현재 <1박2일>이 서 있는 위치를 정확히 말해주는 것일 게다. 주말 저녁이면 어김없이 방영되는 한바탕 왁자한 여행기의 연속. 

하지만 미션의 끝에 벌칙으로 만들어진 제주도의 조동섭 할머니에게 광양불고기를 선물하러 가는 길은 이 특별할 것 없는(또 특별한 걸 요구하지도 않는) <1박2일>의 진가를 발견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제주도에서 벌어진 민심투어에서 <1박2일>의 애청자임을 자청했던 조동섭 할머니. <1박2일>만 챙겨보며 출연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론해 애정을 드러냈던 할머니를 찾아가는 길은 벌칙으로 수행됐지만 의외의 감동을 선사했다.

이름과 사진만으로 제주도에서 조동섭 할머니를 찾는 일은 결코 쉬울 수가 없었다. 처음 할머니를 만났던 한림오일장을 찾았지만 휴일이라 텅 비어 있었고, 인근 동네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경로당과 이장님의 도움을 얻어 겨우겨우 길을 찾아가던 중, 우연히 할머니의 딸을 만나게 된 건 천운이었다.

그래서 결국 도착한 조동섭 할머니의 집. 할머니는 배달자로 찾아간 김준호와 김종민의 이름을 부르며 반가워했다. 그리고 함께 오지 못한 다른 출연자들을 아쉬워하는 얘기로 깨알같은 웃음도 선사했다. 인상적인 건 이들을 반가워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마치 자식 같은 살가움으로 느껴졌다는 점이다. 오지 못한 다른 출연자들의 영상편지를 휴대전화를 통해 볼 때 뽀뽀를 해대는 할머니에게서는 이들이 얼마나 할머니의 삶에 중요한가를 새삼 느끼게 해줬다. 

사실 <1박2일>은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것이 없다. 여전히 이들은 여행을 떠나고 복불복 게임을 하며 야외취침을 한다. 하지만 그들이 지나온 시간들은 <1박2일>을 과거처럼 뜨거운(?) 프로그램으로 남지 못하게 만들었다. MBC <무한도전>이 종영을 선언하고 있는 지금, 이른바 리얼 버라이어티 시절의 풍경을 여전히 <1박2일>이 지켜내고 있는 건 아마도 KBS라는 방송사의 위치가 한 몫을 차지할 것이다. 공영방송으로서 우리네 지역 곳곳의 아름다움과 먹거리, 놀거리를 찾아주는 일은 시대가 변해도 지속적으로 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에게 방송은 TV에서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고, 그래서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형식은 조금은 구닥다리가 되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시청률도 떨어지고(물론 과거만큼은 아니어도 여전히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지만) 화제성도 그리 크지 않다. 그런데 그렇다고 이 프로그램의 존재 가치 또한 점점 사라지고 있는 걸까. 

조동섭 할머니의 등장은 그렇지 않다는 걸 이야기해준다. 어느 시골 집 아무도 없는 집안에서 혼자 저녁이라도 챙겨 드시며 그 빈 공간의 허전함을 채워줬던 게 다름 아닌 <1박2일>이었기 때문이다. 몸이 불편해 마을 어귀에 나가는 것조차 유모차의 힘을 빌려야 하는 할머니에게 전국 각지로 구경시켜 준 고마운 존재가 <1박2일>이었다는 것. 물론 시청률이나 화제성에는 그 수치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분들일 수 있지만 전국 각지에는 아마도 이런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소박해도 이런 분들이 있어 <1박2일>은 그 존재가치가 충분하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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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의 혹한기 캠프, 그 ‘변함없음’이 갖는 빛과 그림자

KBS 예능 <1박2일>에게 사계 중 최고의 호기는 겨울이고, 최고의 아이템은 ‘혹한기 캠프’가 아닐까. 물론 여러 효자 아이템들이 많았지만, 배고픔과 추위를 ‘혹한기 적응’이라는 명분으로 대놓고 끄집어내, 복불복 게임을 하는 ‘혹한기 캠프’는 웃음과 자극 면에서 따라올 아이템이 별로 없다. 그래서일까. 이번 강원도 인제 연가리에서 펼쳐진 ‘동계 야생 캠프’도 제목만 살짝 다를 뿐, 변함없는 ‘혹한기 캠프’의 재미를 보여줬다. 

아무 것도 없는 산 속에 땅을 파고 나무와 비닐로 얼기설기 하룻밤 지낼 캠프를 짓는 모습은 그 과정 자체가 큰 웃음을 줬다. 그럴 듯한 계획을 내세우고, 그래도 군대에서의 경험이 있다는 윤시윤이 등장해 뭔가 남다른 신뢰를 주다가도 금세 무너져버리는 캠프 앞에서 점점 바보 같아지는 멤버들의 모습은 그 허무함과 황당함 때문에 웃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과정은 말 그대로 야생이다. 실제로 짓는 것이고 잠자리 복불복에서 지게 되면 그들이 들어가 하룻밤을 자야 한다. 그래서 웃음을 위한 상황들이 벌어지지만 그건 리얼이다. 필사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캠프를 짓지만 번번이 무너지는 과정들이 반복되면서 ‘동계 야생 캠프’만의 생 리얼 웃음의 묘미가 되살아났다. 

잠시 베이스캠프인 산장으로 내려와 뜨끈뜨끈한 아랫목에서 곯아떨어져버리는 멤버들의 모습 또한 안쓰러움과 동시에 웃음이 묻어난다. 그리고 그것은 웃음만큼 강한 자극을 만들어낸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뜨끈한 아랫목의 대비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그들이 지은 캠프에서 하룻밤과 이 뜨끈한 아랫목에서의 하룻밤을 놓고 벌이는 잠자리 복불복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포대자루를 갖고 눈썰매를 타고 내려오다 표시된 지점에 정확히 안착하는 게임은 동계올림픽과 맞물려 스켈레톤과 컬링을 붙여 놓은 듯한 묘미를 선사한다. 멤버들과 스태프들이 벌이는 아이스크림 빨리 먹기 대결과 맨발로 양말을 집고 물에 적셔 빨랫줄에 거는 이른바 ‘플라잉 삭스’ 게임은 웃음과 함께 그 차가운 냉기가 주는 촉각적인 자극을 더해준다. 

그리고 결국 복불복에서 진 멤버들이 다시 산을 올라 그들이 지어놓은 비닐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그 추운 곳에서 어떻게 하룻밤을 보낼까 걱정이지만, 의외로 따뜻한 비닐하우스 안에서 코까지 골며 잘 자고 일어난 그들은 마침 내리는 눈으로 절경을 이룬 연가리의 풍광 속에서 마무리를 짓는다. 

겨울이면 찾아오는 <1박2일>의 이른바 혹한기 캠프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찾아와 큰 웃음을 줬다. 하지만 이런 광경들이 그리 새로운 건 아니다. 이미 이전에 했던 혹한기 캠프에서 박스를 이용해 집을 짓고 하룻밤을 보낸 적도 있었고, 계곡의 얼음물을 깨고 입수를 한 적도 있었으며, 갖가지 ‘동계올림픽(?)’을 흉내 낸 복불복게임을 한 바 있다. 물론 멤버들과 스텝 간의 대결도 빼놓을 수 없다. 

<1박2일>은 그래서 ‘변함없는’ 웃음을 주었지만, 바로 그 ‘변함없다’는 점이 주는 장수프로그램의 딜레마 또한 분명 존재한다. 보는 관점에 따라 ‘변함없는’ 재미가 ‘즐겁다’는 시각과 ‘이제는 달라질 때’라는 시각으로 갈리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변함없는 모습으로 동시에 조금은 다른 면들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건 <1박2일>이 앞으로도 계속 풀어내야 할 숙제가 되고 있다. 특히 요즘처럼 여행 소재 예능 프로그램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 시대에.(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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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본질에 충실하면 장소는 문제 안 돼

10주년 글로벌 특집으로 꾸며진 것이지만 사실 KBS 예능 <1박2일>이 해외로 나간다는 건 여러모로 민감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그건 <1박2일>이라는 프로그램의 본질과 멀어진다는 걸 뜻하기 때문이다. 쿠바 같은 곳을 가려면 일단 가는 데만도 짧게 잡아 1박2일이 걸린다. 그러니 프로그램이 애초에 갖고 있던 콘셉트인 ‘하룻밤’의 틀을 스스로 깨는 일이 된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민감해지는 건 그 곳이 해외라는 사실이다. <1박2일>은 지금껏 국내의 곳곳을 찾아가 그 곳의 이야기나 숨겨진 여행지로서의 가치 같은 걸 재미있게 보여준다는 것이 중요한 프로그램의 본질이었다. 그래서 가끔 있었던 해외 특집, 이를테면 백두산을 간다든지 하얼빈을 가는 등의 특집들은 늘 민감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요즘처럼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해외로 나가는 걸 일상사로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보면, 여행의 새로운 트렌드들을 계속해서 제시해왔던 <1박2일>이 국내만을 고집한다는 건 어딘지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을 준다. 제 아무리 <1박2일>이 국내여행을 모토로 한다고 했어도 거기에만 머무는 것이 스스로의 한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10주년 글로벌 특집을 보니, 이제 <1박2일>도 너무 그 본연의 틀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해외를 나가더라도 그만한 분명한 목적과 명분이 있다면 국내에만 머무는 것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행보가 될 수 있다는 걸 이번 글로벌 특집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두 팀으로 나뉘어 카자흐스탄과 쿠바로 향한 <1박2일>은 물론 특유의 예능적인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그들이 거기에 간 이유를 명백히 드러냈다. 카자흐스탄에 사는 고려인 한인 후손들이 그 불모의 땅에서 어떻게 살아오며 지금껏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는 걸 확인시켜주는 것만으로도 이 해외 특집은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황무지나 다름없는 그곳을 직접 수로를 파 물을 대고 농사를 지어 ‘농사의 신’이라 불리기까지 했다는 고려인들. 거기서 만난 세 자매와 갖가지 게임을 하며 행복한 한 때를 보내는 건 <1박2일>이 가진 토속적인 정서와 잘 맞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쿠바에서 만난 한인 후손들과의 만남에서도 똑같이 보여졌다. 우리에게 ‘애니깽’으로 잘 알려진 그 곳에 초기 정착했던 한인들의 힘겨웠던 삶이 고스란히 포착되었고, 그 힘겨운 삶 속에서도 조국의 독립을 위해 먹을 걸 줄여가며 독립자금을 모아 상해임시정부로 보냈던 그 숭고한 삶이 재조명되었다.

무엇보다 우리를 감동하게 만든 건 이들이 여러 세대를 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네 삶과 문화를 여전히 지켜나가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것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건 음식이었다. 카자흐스탄이나 쿠바나 이역만리에서 살아온 그들이지만 그들이 대접을 위해 내놓은 음식들은 출연자들이 감탄할 만큼 우리네 입맛 그대로였다. 

카자흐스탄과 쿠바 양 측에서 울려 퍼진 아리랑 합창이 한 화면에 채워지는 장면은 시간과 공간을 훌쩍 뛰어넘어 아리랑이라는 노래 한 곡으로 이어지는 뿌리를 실감하게 했다. 누구를 만나 기쁠 때나 또 헤어지게 되는 이별의 순간에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아리랑. 그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그래서 해외특집이라고 해도 <1박2일>이 가진 한국적인 색깔을 더 강렬하게 드러내는 대목이었다. 

물론 <1박2일>은 국내의 숨은 여행지들을 찾아내 소개한다는 그 기본적인 명분을 저버릴 수 없을 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해가는 여행 트렌드와 방송 트렌드 속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시도가 절실해 보인다. 이번 해외 특집은 그래서 <1박2일>이 스스로의 껍질을 벗어내더라도 그 본질에 충실하면 해외라고 해도 괜찮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가끔씩이라도 해외에서 살아가는 동포들의 삶을 따라가 보는 특집은 그래서 앞으로도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사진: K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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