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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신혼일기' 구혜선·안재현, 이기적이거나 이타적이거나구혜선은 요리가 서툴다. 칼질도 능숙하지 못해 묵 하나를 써는 것도 들쭉날쭉하다. 게다가 손이 크다. 재료든 양념이든 듬뿍듬뿍 넣는다. 그리고 요리의 순서라는 것도 별로 없다. 돼지고기와 김치를 볶는데 한꺼번에 프라이팬이 넣고 그냥 볶는다. 심지어 국수를 삼는데도 끓지도 않은 물에 면을 넣어 비쭉 튀어나온 면에 마치 성화처럼 불을 붙인다. tvN 예능 프로그램 가 그간 구혜선의 요리를 그리 많이 보여주지 않은 이유는 그렇게 ‘실험적’으로 만들어진 요리가 실패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일 게다. 그런데 이건 요리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는 것일 뿐이다. 구혜선은 요리를 마치 그녀가 집안에서 혼자 있을 때면 이것저것 쉬지 않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그런 작업처럼 ..
'해투', 무려 15년간 살아남은 장수 예능의 아이러니KBS 예능 프로그램 가 15주년을 맞았다. 그래서 이를 기념한 특집으로 과거 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코너들을 다시금 재연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전현무와 조세호가 출연한 지난 방송에서는 학창시절의 친구들을 찾는 콘셉트였던 ‘프렌즈’를 내보냄으로써 시청자들에게 괜찮은 반응을 얻었다. 조세호의 경우 과거 힘들었던 시절 자신을 보살펴준 은사님을 만나 눈물을 보이는 장면이 시청자들에게는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프렌즈’라는 과거 코너의 콘셉트가 그러했던 것처럼, 연예인들이 과거 동창들과 만나 그 때의 이야기를 나누는 그 훈훈한 광경은 지금 현재 다시 봐도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다. 추억과 회고가 있고, 따뜻한 학창시절의 풋풋했던 이야기 그리고 간간이 터..
‘김과장’부터 ‘도봉순’까지 드라마에 깔린 사이다 정서드라마 제작자들은 드라마의 성패는 그 누구도 모른다고 말하곤 한다. 사실이다. 애초의 기획한대로 대중들이 받아들여주는 드라마도 있지만, 기획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석되어 난항을 거듭하는 드라마도 있다. 예를 들어 이제 종영한 같은 드라마는 결국 용두사미가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최악의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기 이전에 방영되었다면 더 주목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태 이후, 같은 현실의 정서를 반영하기 어려운 장르물을 시청자들로서는 왜 봐야하는가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은 KBS에서 새로 시작해 방영되고 있는 월화드라마 도 마찬가지다. 믿었던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되고 의외의 미스터리한 사건 속으로 빠져들면서 그간 잊고 살았던..
‘김과장’, 남궁민의 사이다 복수 시원하긴 한데 남는 찜찜함흑자이면서도 엉뚱한 곳으로 돈을 빼돌리는 바람에 직원들과 알바생들에게 지급해야할 임금을 지불하지 않는 뻔뻔함. KBS 수목드라마 이 그려내고 있는 TQ리테일 에피소드들은 사실 그래서는 안되겠지만 씁쓸하게도 리얼함이 있다. 대기업들은 심지어 비자금을 챙기기 위해 혹은 경영자의 지배를 공고히 하기 위해 흑자 나는 곳도 적자로 돌리고, 임금체불까지 하는 경우가 때론 실제로 벌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김과장(남궁민)이 나서서 임금체불에 대한 소송을 걸고 있는 점장들을 설득하지만 이에 맞서는 사측 대표인 서율(준호) 이사의 대응이 만만찮다. 그는 점장들을 협박해 결국은 사측이 제안하는 방안들을 수용하게 만든다. 제 아무리 김과장이 이리 뛰고..
‘한끼줍쇼’, 훈훈한 밥 한 끼가 주는 온기의 놀라운 힘어둑해져가는 골목길. 집집마다 불이 켜지고 저마다의 밥 냄새가 그 길로 스며든다. 어린 시절 골목에서 놀던 아이들은 그 밥 냄새와 함께 들려오는 어머니의 부르는 소리에 아쉬운 놀이를 파장내고 집으로 달려가기도 했었다. 하루의 고단함을 어깨 가득 짊어진 채 집으로 돌아가는 직장인들이나 학생들 역시 그 밥 냄새가 주는 알 수 없는 푸근함에 이끌릴 것이다. JTBC 예능 가 굳이 숟가락 하나씩 들고 다시금 골목을 전전하게 된 까닭이다. 사실 첫 회가 방영되고 는 오래 지속되지 못할 거라는 이야기들이 공공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같은 세상에 그 누가 선뜻 낯선 이들, 그것도 카메라를 들고 들어오는 이들을 반갑게 맞아줄 것이며, 나아가 밥 한 끼를 챙겨..
'집밥3' 백종원, 주머니 사정 어려운 사람에게 주는 팁‘마트가기 무서운 물가’라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 주부들의 고민은 저렴한 식재료로 어떻게 하면 괜찮은 집밥을 만들어 먹을까가 아닐까. tvN 이 시즌3로 돌아와 계속해서 강조하는 있는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부담스런 재료가 아니라, 값싼 재료로 의외의 풍성하고 그럴싸한 일품요리들이 가능하다는 것. 두 번의 시즌을 거쳐 이제 본격적으로 ‘응용편’에 들어온 가 주는 행복감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첫 번째 소재로 가져왔던 김치로 이전 시즌에서 이미 보여줬던 ‘김치볶음밥’에 베이컨을 더한 색다른 레시피가 소개되고, 그 기본적인 김치볶음밥의 재료들에 밥 대신 우동을 넣어 또 다른 레시피가 탄생하는 과정은 한 가지 기본을 갖고 여러 가지 음식으로 응용할 수 ..
홍길동 별명을 발판이로 설정한 '역적' 작가 노림수“저들이 대감을 하루도 빠짐없이 손가락질하고 대감의 살을 씹어 먹겠다 독설을 뱉었사온대 대감께서는 어찌 저들이 다치는 것을 겁내십니까?” 사관 김일손의 사초에서 조의제문을 찾아낸 길현(심희섭)은 이제 조정에 피바람이 불 것이라고 안타까워하는 노사신(안석환)에게 그렇게 묻는다. 그러자 노사신은 길현에게 이렇게 말한다. “몰라 묻는가? 그래 그간 나랏일은 살피지 못하고 그저 전하와 힘겨루기만 하려했던 저들이 어리석고 우매했지. 허나 저들을 단속하여 지혜로운 길로 이끄는 편이 옳았어. 만약 저 어리석은 자들이나마 없어져 이 나라의 언로가 막힌다면 그 땐 이 나라 조선은 어디로 가겠는가.”MBC 월화드라마 이 다루고 있는 건 실제 역사에 기록되어 있는 무오사화다..
‘역적’, 이토록 흥미로운 홍길동의 재해석이라니난세는 영웅을 원하는 걸까. 1998년에 방영됐던 SBS 드라마 은 당시 IMF 외환위기라는 시국과 맞물리며 대중들의 열광을 이끌어냈던 바 있다. 그렇다면 2017년 현재 홍길동을 재해석한 MBC 월화드라마 은 이 시국의 어떤 지점들을 겨냥하고 있을까. 은 홍길동이라는 인물을 다루면서도 그 이름을 제목에 넣지 않았다. 대신 ‘역적’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을 달게 된 건 이 드라마가 홍길동을 소재로 가져왔지만 그 이야기는 우리가 알던 ‘홍길동전’과는 다를 거라는 걸 말해준다. 실제로 은 홍길동(윤균상)을 서자 출신의 적서차별을 겪는 인물로 그리지 않고 아모개(김상중)라는 순수 노비 혈통의 아들로 탄생시켰다. 게다가 도술을 부리는 홍길동이 아닌 애기장수 설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