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의 유재석과 대비되는 연예인 관찰카메라의 문제들

이른바 관찰카메라가 예능의 트렌드라고 한다. 그래서 가끔 상상해본다. 유재석이 관찰카메라에 출연한다면 어떨까. 그럴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유재석 스스로도 관찰카메라에는 일절 모습을 내비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또 아내 나경은이 유재석과 함께 방송에 나오는 경우도 거의 보지 못했다. 유재석 개인의 선택이겠지만, 그는 관찰카메라 앞에는 서지 않으려 한다. 

그것은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의 주인공이었던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는 그 캐릭터쇼 시대를 이끈 주역이다. ‘유느님’은 그의 캐릭터이고 우리는 유재석을 보며 이제 당연히 그 캐릭터를 본다. 거의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적재적소의 진행 능력을 보이고, 도저히 예능이라고 보기 어려울 도전들도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 결국은 수행해낸다. 

하지만 무엇보다 대중들을 감탄하게 만드는 건 방송 외적으로도 귀감이 되는 그의 행보다. 방송을 통해서도 슬쩍 슬쩍 보이지만 소소한 것까지 챙기는 배려가 행동에 묻어나고, 가끔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미담은 일회적인 게 아니라 지속적이라는 점에서 우리를 놀라게 한다. <무한도전>을 통해 구축된 그의 캐릭터는 제 아무리 관찰카메라 시대로 바뀌었다 해도 여전히 그대로이고, 또 대중들도 그 캐릭터를 원한다. 

tvN에 첫 출연하며 시도하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그런 점에서 보면 유재석이 이 관찰카메라 시대에 어디까지를 허용하고 어디까지를 지켜나가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는 캐릭터를 버리지 않았다. 그래서 길거리라고 해도 조세호와 합을 맞춰 캐릭터쇼를 구사한다. 조세호를 구박하기도 하고, 말 많은 그의 캐릭터를 만들어내기도 하면서 예능적인 재미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관찰카메라 시대의 변화들을 전혀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그가 스튜디오가 아니라 대중들이 있는 길거리로 나서고, 연예인들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담겠다고 선언한 건, 관찰카메라 시대의 변화들을 그 역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유재석은 자신의 예능적인 캐릭터를 유지하고 길거리로 나서지만, 거기서 벌어지는 일들은 관찰카메라 시대의 리얼한 해프닝과 사연들을 담아낸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주인공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쇼 시대에 주인공이란 그 캐릭터를 구사해 웃음을 주는 MC들이었다. 그래서 이른바 ‘스타 MC’들이 탄생했다. 유재석도 그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관찰카메라 시대의 주인공은 그들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다. 오래도록 한 자리를 지키고 있던 열쇠가게 노점을 하는 아저씨나 대학가에서 오래도록 장사를 해 모르는 학생과 교수가 없을 정도라는 슈퍼 아주머니가 그 주인공들이다. 유재석과 조세호는 물론 이동 간에 캐릭터쇼적인 재미를 만들고, 또 프로그램의 형식이 퀴즈쇼로 되어 있어 일종의 진행을 하게 만들지만,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라는 프로그램의 진짜 주인공들은 바로 그 보통의 시민들이다. 

여기서 거꾸로 관찰카메라 형식을 갖고는 있지만 캐릭터쇼 시대에 머물러 연예인들에 집중하는 프로그램들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른바 ‘연예인 관찰카메라’들은 최근 은근히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그만큼 시청자들의 불만도 많아지고 있다. 그런 ‘연예인 관찰카메라’들은 그럴 듯한 명분을 갖고 시작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결국 연예인 홍보 프로그램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시청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는 건 바로 그 지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통해 보여지는 유재석의 행보가 눈에 띈다. 한때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시대가 만들어냈던 이른바 스타 MC들은 이 관찰카메라 시대에 어떤 변화들을 추구하고 있을까. 혹 관찰카메라라는 형식 속으로 들어와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의 자기 중심적 프로그램을 계속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건 시대에 역행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유재석이 관찰카메라를 하는 건 보고 싶지 않다. 물론 그럴 일도 없겠지만.(사진:tvN)

‘라이프’, 이러니 적폐청산이 어려울 수밖에

“이원장이 왜 그렇게 죽었냐구? 그걸 밝혀달라구? 그래. 이상엽이. 네가 보고를 해? 원장님한테? 환자가 죽었다니까 원장님이. 덮자 그러셨다구? 내 두 눈 똑바로 보고 다시 얘기해봐. 나 원장님께 보고했다? 김정희. 너. 네 환자 죽었을 때 어떻게 했어? 누가 네 대신 유족 찾아가서 흠씬 두들겨 맞았지? 어떻게 그 와중에 코빼기 한 번 안 비칠 수 있었냐? 서지웅이. 너 요새도 여자환자 만져? 간호사한테 문자 계속 보내? 네 와이프가 원장님께 울고불고 매달려서 너 겨우 안 잘린 거 너 알고 있어? 야 장민기. 누가 네 가족부터 이식수술 해주래? 원장님이 영원히 모를 줄 알았냐? 이 중에 이보훈이 피 안 빨아먹은 인간 어딨는데? 주경문이. 넌 혼자 고고한 척 관심 없는 척 하면서 원장이 챙겨주는 건 잘도 받아먹더라. 네가 정말 자리에 욕심이 없어? 이보훈한테 왜 심근경색이 왔을까? 너, 너, 니들 모두 니들이 갉아먹었잖아? 늙어가는 심장 한 웅큼씩 한 웅큼씩 니들이 필요할 때마다 떼 갔잖아. 근데 뭘 물어?!”

마치 연극의 한 대목을 보는 것만 같은 JTBC 월화드라마 <라이프>의 이 장면에서 김태상 전 부원장(문성근)은 거기 앉아 있는 의사들 하나하나를 지목하며 그 과실들을 끄집어낸다. 마치 공개 재판이라도 하듯 이보훈(천호진) 원장이 김태상 전 부원장의 집에서 죽은 일에 대해 예진우(이동욱)가 추궁하지만, 그는 원장의 죽음에 모두가 유죄라는 사실을 끄집어낸다. 그들은 과연 몰랐을까. 자신들에게도 저마다의 죄가 있다는 것을.

결코 떳떳한 인물이 아니지만 김태상 전 부원장의 말은 아프게도 틀린 게 없다. 그래서 그 아픈 일침 앞에 그 누구도 뭐라 반박하지 못한다. 한참을 듣다 못한 예진우가 그에게 묻는다. “스스로에게 하실 말씀은 없습니까? 대리수술도 그래서 하신 건가요? 다른 분들과 형평성을 맞추려고?” 타인의 죄를 끄집어내지만 그렇다고 그의 죄가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걸 명백히 한 것이다. 적어도 이 자리에서 죄가 없는 이들은 없다. 모두가 잘못을 저질렀다. 그리고 그 잘못을 떠안아준 건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이보훈 원장이었다.

상국대학병원이라는 특정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지만, 이 장면은 확장해서 보면 우리네 국가와 정치, 사회에 산적해 있는 문제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고 보면 이보훈 원장이 김태상 부원장의 집 옥상에서 떨어져 죽은 그 장면은 우리네 정치사의 안타까운 죽음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그 문제의 원인을 김태상 같은 인물이 단독으로 저지른 일인 양 단죄하는 일 역시 우리가 정치사에서 흔히 봐왔던 일들이다.

잘못된 행위를 한 그들을 ‘적폐’라 부르고 그것을 ‘청산’하려 하는 일은 당연하고 정당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진정 적폐가 모두 사라지게 될까. <라이프>가 김태상 부원장의 아픈 일침을 통해 하려는 이야기는 좀 다르다. 그 적폐는 김태상 부원장 같은 외부의 적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도 그 시스템 속에서 저마다의 ‘적폐’에 일조한 면이 있다. 그것까지 끄집어내고 ‘청산’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진정한 적폐청산이 가능하다는 것.

<라이프>가 다루는 인물들이 때론 인간다워 보이면서도 때론 같은 사람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타인을 아프게 만드는 냉정한 결정을 내리는 사람으로 그려지는 건 작가가 가진 인간관을 담고 있다. 우리는 모두 완벽하지 않다. 공과 과를 모두 함께 갖고 있다. 적폐는 바깥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안에 ‘적폐’ 또한 청산하지 않는 한 잘못된 일은 또 다시 반복되기 마련이다.

이것은 어째서 적폐청산이 어려운가를 잘 보여준다. 그것은 외부의 적폐를 제거하는 일만이 아니라 내 안의 적폐 역시 끄집어내 깨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병원을 공간으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다루는 드라마가 이런 우리 사회가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의 근원까지 건드리고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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