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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무한도전'은 TV를 어떻게 바꿔놓았나 '웃으면 복이 와요'가 무대와 세트에 세워진 카메라가 포착하던 정통 코미디 시대를 상징한다면, '무한도전'은 일상 속으로 들어온 카메라가 잡아내는 리얼 버라이어티쇼라는 새로운 시대를 상징한다 할 것이다. 따라서 2005년 3월 부활을 꿈꾸며 새롭게 편제되었다가 6개 월여만에 조용히 사라져간 '웃으면 복이 와요'와, 그 즈음인 2005년 4월에 불쑥 등장한 '무모한 도전'이란 외계인의 등장은 이 변화해가는 시대를 징후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실 포크레인과 인간의 삽이 대결을 벌이고, 정준하가 '뜨거운 가락국수 빨리 먹기'로 달인의 경지에 오르는 이런 형식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것은 일찍이 정보를 얻기 위해 각종 실험을 감행하는 다큐멘..
예능 장기 결방이 남긴 후유증들 천안함 사태로 인해 예능 프로그램이 거의 한 달째 결방되었다. 26일부터 29일까지 장례식이 치러질 예정이어서, 파업 중인 MBC를 제외하고 KBS나 SBS는 이번 주말부터 예능 프로그램을 정상적으로 방영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꽃다운 나이에 산화한 우리네 젊은이들의 죽음을 애도하지 않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애도하는 마음을 예능 프로그램의 결방과 연결시키는 것에는 문제가 존재한다. 먼저 예능 프로그램의 웃음이 애도하는 마음 자체를 해칠 만큼 무의미하고 몰가치한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힘겨운 현실에 예능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웃음은 그 자체로 공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억압을 웃음이라는 긍정적인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웃음 속에..
'스펀지', '자체발광', '사이펀', '미지수' '~는 □다'라는 형태로 KBS의 '스펀지'는 정보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이 그 □속에 채워질 때, 카메라는 놀라는 표정의 출연진들을 담아낸다. '이제 놀랄만한 사실을 알게 될 테니 준비하시라'는 예고편인 셈. 그렇게 밝혀진 정보에 출연진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을 때, 카메라는 친절하게도 그 정보의 진위를 파악해준다. 그걸 위해서 카메라는 현장 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직접 황당한 실험을 하기도 한다. 때론 고속카메라 같은 영상장비가 우리의 시선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놀라운 광경을 통해 정보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이것은 그 무겁고 가벼움에 상관없이 정보가 가치가 된 시대에 '스펀지'라는 프로그램이 그 호기심을 해..
달라지는 방송환경, 아나운서도 달라져야 한다 뉴스의 시그널송과 함께 등장한 앵커. 앵커로서의 권위는커녕 심지어 싼티마저 나보이는데, 거기에 부응이라도 하듯 한 바퀴 턴을 하고는 오프닝 멘트를 던진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가장 궁금한 건강정보를 깔끔하게 정리해서 5분간 전해드리는 비타5분의 전현무 앵커입니다. 뉴스 못해본 아나운서가 전해드리는 알짜배기 건강뉴스 비타5분 건강뉴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트레이드마크처럼 되어버린 동작, 몸을 날려 데스크 위에 털썩 앉는데 이건 또 웬 일? 거짓말처럼 데스크가 반 토막으로 부서져 버린다. 100% 실제상황. 그러나 뉴스 프로그램이라면 엄청난 방송사고일 이 상황은 오히려 의외의 즐거움을 주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비타민'이라는 예능 프로..
재주는 '무도'가 넘었지만... 이제 곧 밴쿠버에서 동계 올림픽이 시작됩니다. 이번 동계 올림픽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습니다. 거기에는 아마도 동계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에 대한 관심 때문일 것입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연아 선수겠죠. 그녀의 금번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에서의 금메달 도전은 국민적인 관심사를 넘어 세계적인 관심사가 된 지 오래입니다. 그녀는 물론 경기장에서의 매력적인 연기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그녀의 인간적인 매력은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이 전파되었습니다. 그녀가 국민여동생으로서 누구에게나 지지받는 존재가 된 것은 이 경기장 안에서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와 경기장 밖에서의 옆집 동생 같은 수수한 얼굴이 균형있게 비추어졌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턴가 예능 ..
'천하무적 야구단', 야구는 예능과 어떻게 만났나 찰떡궁합이다. 각본 없는 드라마인 스포츠와, 역시 각본 없는 웃음을 주는 예능이 잘 어울린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야구와 예능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천하무적 야구단'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 아마도 어디서부터 해야할 지 난감했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달려라 슛돌이'의 축구와 '천하무적 야구단'의 야구는 확실히 다르다. 축구는 공을 상대방 골에 넣으면 되는 비교적 간단한(?) 룰을 갖고 있지만, 야구는 책으로 공부해야 할 정도로 룰이 복잡하니까. 예능 프로그램이 일부 야구팬들만을 대상으로 할 수는 없는 노릇. '천하무적 야구단'은 복잡한 룰을 전혀 야구를 접해보지 못한 일반인들까지 대상으로 보여주면서,..
'자체발광'의 궁금증, 꼭 쓸모 있어야 돼? 도대체 이런 실험과 도전은 왜 하는 것일까. 지금 TV에서는 '자체발광'이라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요상한 도전이 펼쳐지고 있다.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시도된 것은 오리 배를 타고 완도에서 제주도까지, 즉 바다를 건너는 도전. 이 도전이 시작된 것은 한 신입사원이 던진 질문 때문이었다. 무동력으로 태평양을 건넌 25세 미국 청년들의 이야기를 접한 그는 "자가 동력만으로 바다를 건널 수 있을까?"하는 궁금증을 가지게 된 것. 결국 이 호기심 때문에 그는 죽을 고생을 해가며 오래 배의 페달을 밟아야 했다. 결과는? 오리 배의 처참한 침몰로 끝이 났다. '자체발광'은 파일럿에 이어 본격적인 실험과 도전에 돌입했다. "화장 어디까지 가능할까'하는 의문 때문에 실험자들은 ..
가수와 예능의 밀월관계, 그 시너지 효과 ‘브라운 아이드 걸스’가 무대 위에서 부채로 목 언저리를 톡톡 두드리며 'Sign'을 부를 때, 우리는 두 예능 프로그램을 떠올린다. 그 하나는 가인이 조권과 부부로 출연하는 ‘우리 결혼했어요’이고 또 하나는 나르샤가 유치리라는 시골에서 다른 아이돌들과 정착해가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 ‘청춘불패’다. 만일 걸 그룹이나 아이돌 혹은 아예 가요에 대해 관심이 없었지만 예능에 관심이 있던 분들이라면 이즈음에서 다시 한 번 무대를 올려다봤을 지도 모른다. 거기에는 단순히 노래 부르는 ‘브라운 아이드 걸스’가 있는 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이 전해주는 많은 스토리들을 통해서 충분히 그 캐릭터가 그려진 존재들이 서 있기 때문이다. 가요 위에 덧붙여지는 이러한 캐릭터와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