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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신윤복인가 지난 달 간송미술관 앞은 때아닌 관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미술관 입구에서부터 늘어선 줄은 골목을 빠져나와 대로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고적하기로 유명한 그 미술관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이유는 단 한 점의 그림 때문이었다. 신윤복의 ‘미인도’. 지금껏 다른 화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명된 적이 없는 신윤복, 게다가 조선시대의 춘화(?)로까지 오도될 정도로 흔하게 보여진(그래서 본격적인 미적 가치에 대한 조명은 덜 된) 그의 ‘단오풍정’, ‘과부탐춘’, ‘월야밀회’같은 그림이 아닌 ‘미인도’에 대한 관심은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무엇이 이 신드롬이라고까지 지칭할 수 있는 신윤복에 대한 열기를 만들었던 것일까. 그것은 한 편의 팩션에서부터 비롯됐다. 바로 ‘바람의 화원’이다. 미술관 풍경이 말해주는 신.. 더보기
대중문화 장악한 동성애, 어떻게 볼 것인가 적어도 대중문화에 있어서 동성애는 이제 더 이상 금기가 아니다. 물론 동성애 코드와 동성애 컨텐츠는 다르다. 동성애 코드는 남장여자 같은 캐릭터가 등장해 동성애 같은 상황을 연출하지만 분명히 이성애를 다룬다. ‘커피 프린스 1호점’이나 ‘바람의 화원’, ‘미인도’같은 것이 그 부류다. 반면 동성애 컨텐츠는 게이들의 문제를 천착한 ‘후회하지 않아’나 최근 개봉한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같은 것들로 이들 컨텐츠들은 진짜 동성애자들이 캐릭터로 등장한다. 동성애 코드나 동성애 컨텐츠나 불문하고 바라보면 지금 대중문화 속에서 동성애라는 소재 자체는 과거처럼 음지에 숨겨진 그 무엇이 아니다. 특히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에 이르면 동성애는 마치 공기처럼 일상적인 것으로 표현된다. 이 꽃미남 게이를 조연으로 세운.. 더보기
노희경이 사랑하는 그들, 그리고 그 세상 작가가 캐릭터를 사랑한다는 건 작가가 캐릭터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자기가 만들어낸 인물이니 작가들은 모두 자신의 캐릭터를 사랑하는 것일까. 아니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작금의 드라마들을 펼쳐놓고 보면 이 당연한 질문에 당연하게 “그렇다”고 말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을 알게 된다. 예를 들어, ‘에덴의 동쪽’의 신태환(조민기)같은 악마의 화신이나 ‘타짜’의 정말 이름에 걸맞는 욕망의 포식자, 아귀(김갑수) 같은 인물을 두고 작가가 얼마만큼 이 캐릭터를 사랑하는가를 묻는다면 어떨까. 악역, 조역 가리지 않는 사랑 이것은 굳이 이들이 악역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똑같은 악역이라도 그가 왜 그런 악을 저지르기 시작했는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면 그 역할은 살아있는 존재라기보다는 그저 목적.. 더보기
‘페퍼민트’, ‘러브레터’와 뭐가 달랐나 이하나의 이미지에 맞춰진 음악 프로그램, ‘이하나의 페퍼민트’ ‘윤도현의 러브레터’의 자리에 ‘이하나의 페퍼민트’가 들어섰다. 꽤 오랫동안 지속되어왔던 ‘윤도현의 러브레터’의 분위기에 익숙해졌었던 분들이라면 ‘이하나의 페퍼민트’가 낯설게도 느껴졌을 것이다. 가장 다르게 다가온 것은 분위기가 훨씬 차분해졌다는 점이다. ‘러브레터’가 윤도현의 록커로서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프로그램 속으로 가져와 좀더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무대를 연출했다면, ‘페퍼민트’는 이하나 특유의 엉뚱하면서도 귀엽고 또 한편으로는 차분한 이미지를 프로그램 속으로 끌어들였다. 이러한 이미지는 그대로 무대의 변화로도 연결되었다. 록커로서의 윤도현과 어울리는 ‘러브레터’의 넓은 무대는 통기타를 들고 분위기 있는 노래를 조분조분 들려줄 것만 .. 더보기
‘종합병원2’, 향수드라마로 가나 의드로 장르화 된 소재, 캐릭터 신선미 떨어뜨려 국내 의학드라마의 효시인 ‘종합병원’의 적통을 잇는다는 기대를 한데 모으고 방영된 ‘종합병원2’의 첫인상은 그다지 신선하지 않다. 14년의 공백 사이에 무수히 많은 의학드라마들이 계보를 이루어왔고, 그렇기에 이미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린 의드에 ‘종합병원2’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되었다. 하지만 그 제목이 주는 화려한 외투에 비해 첫 단추를 풀어 보인 ‘종합병원2’의 속살은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것들이었다. 의드에 이런 캐릭터 꼭 있다 ‘종합병원2’의 캐릭터들은 여러모로 ‘그레이 아나토미’의 캐릭터들을 벤치마킹한 혐의가 짙다. 주인공인 좌충우돌의 정하윤(김정은)은 메리디스 그레이를, 어딘지 어수룩하지만 인간적인 최진상(차태현)은 조지 오말리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