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스타2>, 대중들의 기대 채워준 까닭

 

<K팝스타2>의 첫 무대는 약 1660만 조회수를 기록한 자타공인 유튜브 스타 제니석의 탈락이었다. 지난 시즌1의 top10이 이구동성으로 우승후보로 지목한 인물. 하지만 그녀의 노래에 대해서 박진영은 “노래로는 스킬이나 테크닉이 부족한 게 아니”지만, “자기만의 색깔? 자기 목소리로 무슨 말을 하려는 그 느낌”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K팝스타2>가 다른 오디션과 다른 점을 말했다. “노래를 못하더라도 자기만의 목소리로 뭔가를 말하려고 하는 그걸 우리가 보고 나머지는 저희가 힘을 합쳐서 노력해서 만들어가는 거거든요. 그래서 그게 다른 오디션 프로와 다른 점이에요.”

 

'K팝스타'(사진출처:SBS)

양현석 역시 제니석이 노래는 너무 잘하지만 “처음과 중간과 끝이 다 똑같다”며 기승전결이 없어 지루한 것이라고 평했다. 그리고 그 역시 제니석의 노래가 “아마도 유튜브 스타일일지는 모르겠지만 K팝스타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두 번째 나온 김우진 역시 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경력을 가졌지만 “너무 일관적으로 단순한 창법”이고 “너무 노래를 하려고 하는 꾸밈”이 있으며 심지어 “노래대회를 나가다 보니까 노래대회용 노래를 부르게 된 것 같다”는 혹평을 듣고는 탈락했다.

 

백아연과 비슷한 음색을 가진 문희원, 아델 노래를 부른 한상희, 허스키하고 소울풀한 목소리를 가진 김명주는 모두 지난 시즌 top3(박지민, 이하이, 백아연)와 비교되면서 탈락하게 되었다. 여기에 대해서 보아는 탈락의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저희가 너무 시즌1 top3와 비교해서 참가자들이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그런데 저희가 찾는 건 제2의 박지민, 이하이, 백아연이 아니에요.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고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그래서 그 색깔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그런 친구들을 찾느라 조금 많이 탈락하신 거 같아요.”

 

<K팝스타2>가 처음 보여준 것은 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여타의 오디션과 어떻게 다른가 하는 점이다. 심사위원들이 제니석이 탈락할 때 일관적으로 얘기한 것처럼 <K팝스타>는 가창력만 좋은 가수를 뽑는 오디션이 아니다. 노래는 좀 못해도 자기만의 색깔이 확실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원석을 찾는 게 <K팝스타>만의 다른 점이라는 것. 이것은 작금의 오디션 난립의 환경 속에서 <K팝스타>가 정확히 읽어낸 대중들의 감성이라고 할 수 있다. 대중들은 이제 가창력에 지쳐버렸다. 기성가수들에게도 찾아볼 수 없는 무언가 색다르고 개성적인 자신만의 목소리를 가진 이들을 찾는다는 것. 이것이 바로 대중들이 이제 오디션 프로그램에 원하는 것이라는 걸, <K팝스타2>는 정확히 읽은 것이다.

 

여기에 <K팝스타2>는 시즌1과의 선도 확실히 그어버렸다. 박지민, 이하이, 백아연으로 기억되는 시즌1. 하지만 그들과 비슷한 창법이나 스타일을 가진 참가자들은 모두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심사위원들 역시 시즌1을 경험한 후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아니 이게 애매한 게 뭐냐면 시즌1때는 그게 충격적이었고 신선했는데 시즌2때는 우리도 눈이 높아져 버리니까 어려워.” 보아가 끝없는 탈락의 연속 속에서 넋두리처럼 던진 이 말 속에는 대중정서와 맞닿는 부분이 있다. 시즌1보다 높아진 눈은 대중들도 마찬가지다. 심사위원과 대중의 눈높이가 맞춰지는 이 부분에서 시즌2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이 열린다.

 

그리고 이어서 보여준 무대들은 그 기대감이 어떻게 실제 참가자들을 통해 보여지는가 하는 점들이다. 싸이의 <챔피언>을 독특한 리듬으로 편곡해서 율동까지 섞어 부른 메롱 소녀 최예근, 박진영을 좋아한다는 감정전달이 뛰어난 감성적인 발라드의 최영수, 파워풀한 보이스에 감미로운 목소리까지 겸비한 곰돌이 푸를 닮은 소울 보컬 윤주석, 그리고 마지막으로 첫 방송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전혀 없었던 남매 천재 어쿠스틱 듀오 악동뮤지션(이수현, 이찬혁). 특히 노래가 얼마나 유쾌하고 즐거운 것인가를 알려준 악동뮤지션의 자작곡 <다리꼬지마>는 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바를 정확히 보여주었다.

 

양현석은 악동뮤지션의 노래를 빌어서 이렇게 표현했다. “정형화된 가수들을 대중들도 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말은 난립한 오디션 프로그램들 속에서 오디션 트렌드는 한 물 갔다는 통념을 깨버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물론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매력과 개성을 먼저 찾는 <K팝스타2>는 그래서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들의 새로운 기대감을 다시 채워주었다. <K팝스타2>는 확실히 달랐다.

<최후의 제국>이 대선주자들에게 건네는 말

 

도대체 무엇이 우리의 마음을 울렸을까. SBS 창사 특집 다큐멘터리 <최후의 제국>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단 몇 분도 필요하지 않았다. 남태평양 솔로몬 제도의 아주 작은 섬 아누타에서 촬영을 마치고 떠나는 제작진들을 향해 원주민들이 통곡을 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우리 주변의 누가 죽음을 맞이한다고 해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도시인들에게 그저 이별이 아쉬워 통곡하는 원주민들의 모습은 당혹스러움을 넘어 충격에 가까웠다.

 

'최후의 제국'(사진출처:SBS)

아마도 제작진도, 그 장면을 보는 시청자들과 똑같은 마음이었을 게다. 그들은 처음에는 멍해졌다가 차츰 그 통곡이 그저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그들의 진심이라는 것을 느끼면서 가슴이 뜨거워졌을 것이다. 어느새 그 울림이 닿은 제작진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고, 그 장면을 본 시청자도 마찬가지의 감동을 느끼게 되었다. 어떤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특별한 말이 오고갔던 것도 아닌 그저 진심을 담은 마음 하나만으로 그들은 뜨거운 인간애를 보여주었다.

 

<최후의 제국>. 영어 제목은 <The Last Capitalism>으로 ‘최후의 자본주의’를 뜻한다. 즉 자본주의의 위기를 다루는 이 다큐멘터리는 왜 그 멀고도 먼 외딴 섬 아누타까지 찾아갔을까. 그것은 아누타 섬이 자본주의에 의해 돈으로 모든 가치가 평가되는 세상과 정반대되는 가치를 보여주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잠시 머물다 떠나는 제작진 앞에서 펑펑 눈물을 흘리는 그들이 보여준 것은 같은 인간으로서의 깊은 공감이다.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그 공감의 가치는 서로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존의 가치로 이어지고 있었다.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는 자본주의의 세계는 아누타 섬과는 정반대의 디스토피아를 보여준다. 돈으로 가치 매겨지는 세상은 자신의 몸매 관리를 위해 대리 수유모를 사는 부자 엄마와 당장 벌이를 하기 위해 자신의 자식 대신 남의 대리 수유모가 되는 가난한 엄마를 이어주었다. 급격한 자본의 물결이 몰아닥쳐 신흥 부자계급이 생겨난 데다, 멜라민 분유 파동으로 모유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중국의 새로운 풍경이다. <최후의 제국>은 이 풍경에 대해 묻는다. 과연 돈은 모성도 대체할 수 있는 것인가 하고 말이다.

 

미국 오하이오주의 한 고등학교는 수업에 빠지지 않고 숙제를 잘 해온 학생들에게 돈을 준다. 제 아무리 청소년 범죄를 줄이고 고등학교 졸업장을 주려는 학교의 고육지책이라고는 해도 이런 교육은 결국 학생들에게 돈이 최고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될 것이다. 이 가치의 본말이 전도된 교육은 과연 이 학생들이 살아갈 세상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그 결과는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이라는 미국이 34개 OECD 국가 중 빈곤율 4위라는 충격적인 보고에서 드러난다. 다큐멘터리는 플로리다주의 모텔에서 살아가는 굶는 아이들을 조명하며 이 아이들이 왜 이런 불행에 처하게 됐는지를 꼬집는다.

 

아마도 그토록 멀리 떨어진 아누타 같은 외딴 섬까지 찾아가서야 비로소 자본이 아닌 인간을 찾아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세계의 불행을 보여주는 대목일 것이다. 1%의 부와 99%의 가난. 미국에서 월가를 점령했던 그 유명한 “우리가 99%다”라는 구호가 생각나는 지점이다. 이 전 지구적인 위기 상황을 만들어낸 자본주의의 불편한 풍경들은 우리로 하여금 경쟁과 이기심보다 중요한 공존의 가치를 떠올리게 만든다. 돈이라는 번쩍거리는 괴물에 가려 바라보지 않던 그 불편한 진실을 우리 눈앞에 들춰냄으로써 급기야 공감하게 만드는 <최후의 제국>은 그래서 그 어떤 거창한 정상들의 회의나 연설보다 더 우리를 울리는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이것은 또한 대한민국이라는 우리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양극화가 극에 달하고 있는 지금, 저 미국의 풍경이 어찌 우리와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까. 대선에 즈음하여 모든 대선 주자들이 경제민주화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것이 단순한 수사에 머무르면 안 될 것이다. <최후의 제국>은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된 가치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만들고 또 실천에 옮기게 만드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돈에 미친 세상에 던지는 다큐의 일침. 이것이 <최후의 제국>이라는 명품다큐가 보여주는 가치다.

못친소 초대에 응한 스타들의 세가지 이유

 

발상의 전환 하나만으로 충분했다. 아마도 수많은 외모 순위를 뽑는 대회와 코너들이 있었겠지만 못생긴 순위를 뽑는 ‘축제’는 없었을 게다.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스친소)>의 형식을 패러디한 ‘못생긴 친구를 소개합니다(못친소)’ 특집은 <무한도전> 특유의 역발상이 돋보였다. 세상에 외모 순위를 뽑는 형식으로 외모 지상주의를 꼬집는 기획이라니.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형제들이여! 지금까지 그 얼굴로 살아오느라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그 노고를 치하하고자 우리끼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못친소> 초대장에는 이 기획이 가진 특별함이 숨겨져 있다. "바로 그날! 당시의 외모가 얼마나 소중하고 매력적인지 빛날 수 있도록 해드릴게요.” 못생겼다는 외모적 기준을 넘어서 그들이 얼마나 매력적인 존재인가를 축제를 통해 보여주겠다는 것.

 

실제로 초대장을 받고 <못친소> 특집에 참가한 이들은 대부분 그 특별한 개성과 매력으로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장본인들이다. <무도> 멤버들은 물론이고, 김제동, 김영철, 고창석, 이적, 윤종신과 하림, 조정치의 신치림, 김범수, 김C, 데프콘, 권오중이 그들이다. 그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이 ‘하위 2%’의 축제에 초대된 것을 의아하게 여기면서 그걸 부정하고, 자신이 거기 초대된 누군가보다는 낫다는 식으로 큰 웃음을 주었다.

 

사실 ‘못생겼다’는 이유로 초대된 자리에 선뜻 응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은 일일 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이 초대에 응한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게다. 그 하나는 그들이 모두 <무도>의 멤버들과 절친이라는 사실이다. 초대장도 없이 유재석이 옵션(?)으로 초대한 김제동과 김영철은 그 관계가 얼마나 가까운가를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친근함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못친소> 특집은 하나의 설정으로 <무도> 멤버와 절친들이 모여 특별한 즐거움을 만드는 자리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이들이 모두 <무도>가 가진 특유의 풍자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 자리에 초대받은 그들은 마치 <개그콘서트> ‘여배우들’ 코너의 박지선이 말하듯 저마다 “저는 못생기지 않았습니다”라고 강하게 부정하는 것으로 웃음을 줄 수 있었던 것. 그들은 이 코너가 그 자체로 외모지상주의가 만들어내고 있는 상위 2%의 잘 생긴 사람들의 세상에 대한 풍자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걸 이해하고 있었다.

 

세 번째는 여기 초대된 이들의 자신감이다. 잘 생긴 외모는 아니어도 저마다 확실한 개성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들은 <못친소> 특집이 규정하는 ‘못생겼다’는 평가 자체를 그다지 중요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정도로 자신감이 넘친다는 것. 외모가 아닌 실력으로 정상의 위치에 까지 오른 그들이 아닌가.

 

외모 지상주의에서 낙오된(?)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그들만의 하위 2% 축제를 만든다는 것은 대단한 역발상이 아닐 수 없다. 하위 2%라고 주장하지만 어쨌든 그들은 그것 때문에 <무도>라는 누구든 출연하기를 원하는 그런 프로그램(정말 아무나 출연하기 어려운)에 나와 자신들의 매력을 뽐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 그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한 ‘외모’라는 기준이 점점 희석되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외모를 떠나서(그렇다고 그들이 결코 못생겼다는 얘긴 아니지만) 우리에게 노래와 연기와 웃음이 주는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하는 그들은 얼마나 소중한 존재들인가.

<슈스케4>, 가창력보다 개성이 중요해진 이유

 

<슈퍼스타K4(이하 슈스케4)> top3 중 탈락자는 정준영이 되었다. 이날 미션은 심사위원 미션과 자율곡 'My Favorite Song' 미션. 정준영은 이승철의 ‘잊었니’를 열창했지만 가사를 실수하는 바람에 이승철로부터 85점 최하점을 받았다. 대국민투표에서 마지막까지 박빙의 승부를 보였지만 결국 생방송 무대에서의 실수는 정준영이 탈락하게 된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슈퍼스타K4'(사진출처:Mnet)

여러모로 이번 <슈스케4>에서 정준영이란 인물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그는 예선 초반에 일찌감치 팬덤을 형성한 인물이다. 이승철이 이렇게 확실한 존재감을 가진 참가자는 처음이라고 표현한 것은 그런 이유다. 잘 생긴 외모에 오디션 자체를 무화시키는 튀는 행동은 노래 실력과는 별개로 그의 강한 개성을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스타성이라는 측면에서 정준영은 확실히 돋보이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노래실력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다. 이승철은 그의 노래에 대해 “모창가수 같다”고 혹평하기도 했고 윤미래는 “고음 부분에서 늘 불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심지어 생방송 미션에서 <그것만이 내 세상>을 부를 때 음 이탈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스타성으로 그는 탈락하지 않고 살아남았고, 그것 때문에 누리꾼들 사이에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정준영이 등장할 때마다 ‘음 이탈’에 대한 언급이 따라붙게 된 건 바로 이런 논란을 의식한 결과였다.

 

하지만 논란이 생길 정도로 커진 정준영의 팬덤은 <슈스케4>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변화와 도전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만일 생방송 무대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대국민투표가 실력 그 자체가 아니라 팬덤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 그 평가방식은 과연 옳은 것인가. 바로 이 점 때문에 이승철 심사위원은 <슈스케>의 평가방식이 이제는 조금 달라져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심사위원의 의견과 대중의 선택이 달라지는 것에 대한 불편한 심경이 거기에는 묻어난다.

 

하지만 그것이 팬덤 때문이든 아니든 결국 결정적인 선택권은 대중들에게 주어지는 것이 합당한 것일 게다. 결국 <슈스케>는 국민들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는 ‘대국민 오디션’이 아닌가. 정준영 같은 가창력은 조금 불안해도 스타성이 확실한 인물이 top3까지 올라간 데는 또한 대중들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는 달라진 시선이 느껴진다.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너무 많아진 탓에 대중들은 너도 나도 뽐내는 ‘가창력’에 그다지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이것은 <나는 가수다> 같은 엄청난 가창력의 소유자들의 무대에 더 이상 과거처럼 열정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는 대중들의 모습에서도 드러난다. 대신 대중들이 집중하는 것은 무대 위의 참가자가 얼마나 다른 개성과 매력적인 목소리를 갖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제 아무리 노래를 잘 불러도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이 부여되지 않으면 이젠 그런 가창력은 흔해져버린 탓이다.

 

이번 <슈스케4>의 top3를 보면 이들이 온전히 가창력만으로 이 지점까지 올라왔다고 말하기 어렵다. 물론 어느 정도 기본 이상을 하는 건 분명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저마다 색다른 끼와 개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딕펑스가 최종 top2에 남게 된 것은 그런 이유다. 만일 가창력에만 집중했다면 딕펑스가 가진 매력의 많은 부분을 놓치게 됐을 것이다. 딕펑스는 창의력이 넘치는 무대와 편곡의 묘미를 통해 자신들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준 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top2로 가는 길에서 탈락한 정준영은 현재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인물이다. 너무 많아진 오디션 프로그램 때문에, 언젠가부터 우리는 가창력 그 자체가 아니라, 아직 부족해도 무언가 우리를 잡아끄는 색다른 목소리와 끼와 개성을 가진 이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노래 잘 부르는 이들은 이제 넘쳐난다. 중요한 건 그 속에서 확실한 자신만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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