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옛글들/드라마 곱씹기

'런 온', 임시완·신세경 매력 충분한데 유일하게 남는 아쉬움은 '런 온', 대사 좋고 연기 좋은데 멜로로 귀결되는 건 JTBC 수목드라마 의 가장 큰 강점은 '대사'가 아닐까. 김은숙 작가의 보조작가로 활약해왔던 박시현 작가가 쓴 게 확실하다 여겨지는 의 대사에는 '말 맛'이 있다. 이를 테면 육상부 대표팀에서 상습적인 폭행 사실을 폭로하고 달리기를 그만두겠다 선언한 김우식(이정하)을 만난 오미주(신세경)가 기선겸(임시완)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는 대목이 그렇다. "우식씨가 하는 말은 이렇게 다 알아 듣겠는데 도대체 왜일까요? 두 시간짜리 외국어 번역보다 그 사람이 하는 우리 말 한 마디가 훨씬 더 어렵고 해석이 안 될 때가 많아요." 통번역이 일인 오미주는 자신과 기선겸과의 관계를 번역에 빗대 그렇게 표현한다. 어딘지 너무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 같아서 소통이.. 더보기
'낮과 밤' 사이다와 고구마 시대, 애매한 경계인 남궁민의 가치 '낮과 밤'의 단순 선악, 사이다·고구마를 넘는 이야기의 매력 권선징악 따위는 없다. 애초 선악의 구분이라는 게 애매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니까. tvN 월화드라마 에서 28년 전 하얀밤 마을의 참사를 일으킨 인물이 어린 도정우(남궁민)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는 당시 음식물에 약을 탔고, 그 약으로 인해 집단 히스테리를 일으킨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그런데 바로 그런 참사를 일으킨 도정우는(그것도 어린아이였다) 과연 괴물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가 그런 일을 벌인 건, 하얀밤 마을에서 은밀하게 벌어졌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체실험 때문이었다. 인간의 능력을 한계치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약물을 실험했던 그들에 의해 무수히 많은 아이들이 희생됐다. 도정우는 그 실험으로 인해 .. 더보기
'펜트하우스'가 남긴 것, 결국 변한 건 없었다? '펜트하우스' 시즌2에서 이지아는 과연 예상대로 재등장 할까 무언가 시원한 사이다 복수극을 기대했던 시청자라면 SBS 드라마 의 시즌1 마지막에 고구마 만 개는 먹은 듯한 결말에 뒷목을 잡았을 법하다. 그토록 매회 매분 소리를 지르고 악다구니를 쓰며 머리채를 잡고 싸우고, 심지어 칼로 찌르고 불을 지르고 시체를 유기하는 등 별의 별 사건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악마 같던 헤라팰리스 사람들은 모두가 건재했다. 다만 그들과 대항하거나, 복수를 꿈꿨거나 혹은 약간의 양심의 가책으로 흔들렸던 이들만 무너졌다. 가난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려던 학생 민설아(조수민)가 일찌감치 죽었고, 그가 자신의 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복수를 꿈꿨던 심수련(이지아)도 주단태(엄기준)의.. 더보기
괴물 잡다 괴물 될라, '경소문' 조병규 성장통 통해 본 진짜 정의 '경이로운 소문', 정의 구현이 사적 복수가 되지 않으려면 "하늘의 힘을 가진 자가 살인충동을 느끼는 건 악귀나 다름없어." 소문(조병규)의 카운터 자격을 박탈하면서 그의 저승파트너인 위겐(문숙)은 그렇게 말한다. 악귀가 들어간 이들을 제압해 저승으로 보내는 역할을 위임받는 카운터들. 그들은 보통 인간들이 가질 수 없는 힘을 갖지만 거기에도 지켜야할 룰이 존재한다는 걸 위겐은 알려준다. 부모를 죽이고 그 영혼을 제 몸 속에 7년간이나 가둔 채 계속해서 살인을 이어가는 지청신(이홍내) 앞에서 그는 이성을 잃었고, 자신은 물론이고 절친들인 임주연(이지원)과 김웅민(김은수)을 괴롭히고 심지어 생명의 위협까지 가하는 신명휘(최광일) 시장의 아들이자 일진 신혁우(정원창)와 그 일당들 앞에서 그는 살의까지 품었다... 더보기
'며느라기', 요즘도 이런 집이 있느냐고요? 어디나 있습니다 '며느라기', 제발 시대착오적인 드라마였으면 좋겠지만 카카오TV 드라마 에서 손녀딸 아이 백일잔치에서 며느리가 식사를 하는 동안 아들 무구일(조완기)이 아이를 보는 모습을 본 시어머니 박기동(문희경)은 입이 삐죽 나온다. 그래서 못마땅한 얼굴로 보다 못해 자신이 아이를 볼 테니 아들보고 식사를 하라고 한다. 며느리 정혜린(백은혜)이 그 말의 의미를 알아듣고 빨리 먹고 아이를 보겠다고 하고 아들도 나서서 자신이 아이를 잘 본다고 말하자 박기동은 아예 대놓고 며느리 들으라는 듯 이렇게 말한다. "애는 엄마가 봐야지?" ㅍ 가 보여주는 백일잔치 풍경은 아마도 아이가 있는 이들에게는 익숙할 게다. 아이가 생기면 가족모임이 있을 때마다 누구나 한 명은 아이를 돌보느라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 생긴다. 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