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입니다'가 엔딩에 담은 새로운 가족관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이하 가족입니다)>가 종영했다. 사실 가족주의 시대를 지나 이제 개인주의 시대로 들어선 지금, 가족에 대한 새로운 의미화는 중요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껏 수많은 가족드라마들이 만들어졌어도, 그저 옛 가족의 양태를 향수할 뿐, 우리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가족관을 제시한 드라마들은 많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가족입니다>는 그 흔치 않은 현재에도 지속 가능할 가족의 모습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특별한 가치를 지닌 드라마였다. <가족입니다>는 '막연히 안다 생각했던 가족'의 모습에서 시작해, 다양한 사건들을 겪으며 '사실은 잘 몰랐던 가족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고, 그 후에 그 개개인의 진면목을 이해하는 바탕 위에 새로운 가족의 모습을 제시했다.

 

드라마가 제시한 우리 시대의 가족관은 엔딩에 고스란히 담겼다. 애초 졸혼을 선언하며 엄마나 아내가 아닌 바로 자신으로 서고 싶었던 이진숙(원미경)은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해나가기 위해 홀연히 집을 떠났고 긴 여행에서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의 부재를 가족들 모두 느꼈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았고 다른 가족들도 자신의 삶을 온전히 영위하기 시작했다.

 

엄마에 대한 부채감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가족들의 삶도 충만해졌다는 건 기존의 가족주의 체계가 엄마의 희생 위에 얹어져 있었기 때문에 엄마도 또 가족들도 서로 힘겨울 수밖에 없었던 관계를 말해준다. 결국 엄마의 홀로서기는 가족들의 홀로서기와 연관되는 것이었다.

 

결혼 후 한참이 지나서야 남편이 성소수자라는 걸 알고는 이혼하게 된 맏딸 은주(추자현)는 1년이 지나 소록도에서 일하고 있는 전 남편 윤태형(김태훈)을 찾아갔고 두 사람은 서로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서로의 짐을 지고 가는 친구가 되겠다던 그 다짐을 이룬 것. 이혼이 결혼만큼 많아지고 있는 요즘, 그 후 한때 부부로 지냈던 이들이 어떻게 지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여기에는 담겨있다. 헤어졌어도 친구처럼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은주의 출생의 비밀도 이 드라마는 그간 그토록 많았던 가족드라마 속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보통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갑자기 끈끈한 핏줄의식이 발동하는 가족주의적이고 혈연주의적인 풍경 따위는 없었다. 은주는 친아버지를 만나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기억해달라는 말 한 마디를 쿨하게 남긴 채 돌아섰고, 친아버지 역시 핏줄 따위보다는 함께 산 시간이 가족에는 더 중요하다며 은주와의 거리를 두었다. 핏줄에 집착하는 가족주의가 아닌, 타인이어도 같이 살아가는 이가 바로 가족이라는 걸 은주의 남다른 출생의 비밀 이야기가 건네고 있었다.

 

중간에 끼어 이리 저리 눈치를 보는 게 습관이 된 둘째 은희(한예리)는 타인에게는 "사랑한다"고 그토록 말하면서도 진짜 사랑하는 이에게는 꺼내놓지 못했던 그 말을 이제 찬혁(김지석)에게 하기 시작했다. 늘 자신을 낮추고 양보하는 입장에만 있던 그가 이런 변화를 갖게 된 것은 남다른 남자친구 찬혁 덕분이었다. 찬혁은 은희네 가족을 때론 은희보다도 더 속속들이 이해하려 애쓰는 인물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결혼해 가족을 이루겠다면 적어도 찬혁처럼 그 가족까지 신경 쓰고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걸 이 인물은 말해주고 있다.

 

생계 때문에 제대로 공부도 하지 못했던 상식(정진영)은 그 열등감을 드디어 이겨냈다. 대학가요제 음악들을 챙겨 들으며 그 다른 세계를 동경했고 그 세계와는 너무나 다른 자신을 스스로 괴롭혔던 그였다. 하지만 그를 열등감에서 벗어나게 해준 건 아내 진숙과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서였다. 그 많은 것들이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걸 알게 된 상식은 점점 22살 사랑꾼의 모습을 찾아갔고 홀로 세상 밖으로 나간 아내를 위해 화상으로나마 대학가요제의 노래를 불러 주었다.

 

'우리는 (완벽하진 않지만) 행복한 가족입니다'라는 엔딩 문구는 우리가 이제 개개인으로 서서 자신만의 온전한 삶을 영위하면서도 충분히 서로를 들여다봐주는 가족이 가능하다는 걸 말해준다. 그간 가족에 매몰되어 없는 것처럼 여겨졌고 그래서 아는 건 별로 없던 가족 구성원이 아니라, 이제 조금씩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아가려는 자세만으로(그래도 완벽하진 않겠지만)도 충분하다는 것. 무릇 우리 시대의 가족드라마라면 이 정도의 문제의식과 거기에 대한 처방전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가족입니다>는 간만에 보는 공감 가는 가족드라마였다.(사진:tvN)

'가족입니다'의 재발견, 돌멩이 아닌 꽃, 나무였던 가족

 

"나는 엄마랑 언니 집 나가서 없는 며칠 동안 매일 밤 울었는데 언니는 들꽃 살랑살랑거리며 들어왔잖아."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이하 가족입니다)>에서 은희(한예리)는 언니 은주(추자현)와 다투며 어린 시절 서운했던 마음을 꺼내놓는다. 하지만 은주의 기억은 다르다. "살랑살랑? 기억이라는 게 참 이기적이야. 자기 자신밖에 몰라. 돌멩이를 들었는지 들꽃을 들었는지 나는 기억도 안나. 그 때 나는 춥고 배고팠어. 근데 너는 새옷 입고 예쁜 머리띠하고 아버지가 해주는 밥 먹고 있더라."

 

은희와 은주는 가족이지만 서로를 잘 모른다. 아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모른다. 은희는 자신만 놔두고 언니랑 엄마가 나갔다는 사실만 서운해하고, 은주는 그 날 엄마가 자신을 데리고 죽으려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모두 이들의 오해이고 착각이었다. 가족이라 더 잘 알아보려 하지도 않고 그렇게 믿어버린 것들은 돌멩이를 심지어 들꽃으로 바꿔 놓는다.

 

아마도 이런 가족에 대한 왜곡된 기억은 이 드라마 속 아버지 상식(정진영)에 대한 것이 가장 크지 않았을까. 고압적이고 가부장적인 모습으로만 기억되던 그는 가족들에게 '돌멩이' 같은 존재였다. 강하지만 절대 깨지지 않는 고집스런 사람.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그 단단함 때문에 상처를 주는 사람.

 

하지만 그 단단한 돌멩이 같다 가족들이 여기고, 그래서 스스로도 돌멩이라고 생각했던 상식은 사실은 야간에 산을 오르다 피어 있는 들꽃 하나를 오래도록 지켜볼 정도로 감성적인 사람이었다. 산행에서 머리를 다쳐 22살 사랑꾼으로 돌아갔을 때 그래서 가족들은 모두 뜨악해했다. 그 단단하게만 보였던 돌멩이가 여리디 여린 들꽃 같은 모습을 드러냈으니 말이다.

 

<가족입니다>는 가족이기 때문에 다 알고 있다 여기던 아빠, 엄마, 언니, 동생들이 어떤 사건을 계기로 해서 사실은 잘 몰랐던 가족의 실체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다. 이들은 엄마가 결혼 전 은주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은주는 상식이 자신의 친 아버지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혼해 함께 살았던 남편이 성소수자였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 은주는 스스로 단단한 돌멩이라 여겼던 자신이 무너져 내리는 걸 느낀다. 심지어 아무 문제가 없다 여겼던 막내 지우(신재하)마저 가족을 벗어나고 싶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상식과 진숙(원미경)은 큰 상처를 입는다.

 

뇌종양 수술을 받으러 들어가며 상식은 자신이 '돌멩이' 같은 사람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진숙을 안심시킨다. 그리고 수술을 받고 갑작스레 상태가 안 좋아진 상식을 안타까워하며 진숙은 애원하듯 말한다. "당신은 돌멩이 같은 사람이잖아. 이 정도로 쓰러지면 안되잖아."

 

하지만 과연 상식은 돌멩이 같은 사람이었을까. 어쩌면 돌멩이처럼 살아야 했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가족들을 위해서 그렇게 살아왔고, 그래서 가족들은 그가 돌멩이처럼 단단하길 원했으며 그래서 그 스스로도 자신을 돌멩이라 여기며 살았던 건 아니었을까.

 

그런데 <가족입니다>가 상식의 들꽃 같은 여리디 여린 정 많은 속내를 들여다봤던 것처럼 세상 그 어떤 사람도 돌멩이처럼 살고 싶은 사람도 또 돌멩이가 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다만 가족이면서도 알고 있다 치부하며 쌓아둔 오해와 착각과 무관심이 그를 '돌멩이 같은 사람'으로 보게 만들었을 게다.

 

상식이 트럭 안에서 매일 일기처럼 써왔던 글들 속에서 그의 여리디 여린 감성과 자신에 대한 사랑을 보게 된 진숙은 그가 결코 돌멩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그는 상식에게 22살 시절 수줍게 도시락에 넣어주던 사랑이 담긴 메모의 글을 다시 쓴다. '김상식씨 돌멩이는 이리저리 구르다 깨지고 모날 수 있으니 나무해요. 우리 초록이 무성한 시절은 지났으니 같이 아름답게 단풍져 봐요.'

 

우리는 얼마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안다 치부하며 꽃이었고 나무였던 그들을 돌멩이처럼 바라보며 살았던 걸까. <가족입니다>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이렇게 툭 던지는 돌멩이 하나가 시청자들의 가슴에 잔잔하지만 점점 커지는 파문을 남긴다. "가족이 뭘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꾸만 하게 만들며.(사진:tvN)

 

'우아한 친구들', 뻔한 복수극에 불륜 치정극으로 가는 걸까

 

"진짜 힘든 건 지금부터"라는 주강산(이태환)의 의미심장한 말은 곧바로 범죄로 이어졌다. 바에서 주강산이 건넨 술을 마신 남정해(송윤아)가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 깨어 보니 그는 침대에서 옷이 벗겨진 채 누워 있었고 화장실에서 씻고 나온 주강산은 상의를 드러낸 모습으로 "깼냐"고 물었다.

 

JTBC 금토드라마 <우아한 친구들>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바로 이 지점부터 시작됐다. 남정해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주강산에 의해 그의 가정이 파탄 위기에 내몰리는 것. 아마도 대학시절 죽은 교수와 관련이 있을 법한 이 인물은 본격적인 복수를 시작한 모양새다. 그렇게 성폭력을 당한 남정해에게 주강산은 계속 만나자고 문자를 보냈고, 병원까지 찾아와 큰 소리로 "사랑한다"며 "사귀자"고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 날 밤 옷이 벗겨진 채 침대에 누워 있는 남정해의 사진으로 그를 협박하고 그가 무시하자 이제는 남정해의 남편 안궁철(유준상)에게 그 사진을 보냈다. 주강산의 목적이 바로 이 남정해와 안궁철 부부를 파경으로 만들려는 것이라는 걸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순간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설정은 납득이 안 되는 면이 있다. 마치 이 시퀀스는 남정해가 부적절한 관계를 한 것처럼 묘사되어 있다. 게다가 3회의 부제 역시 '부적절한 관계'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남정해가 당한 건 부적절한 관계가 아니라 성범죄다. 술에 무언가를 타서 마시게 하고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벌어진 범죄.

 

그러니 안궁철(유준상)처럼 아내에 대한 전적인 신뢰를 보이는 남편에게 남정해가 굳이 숨길 이유가 있었을까 싶다. 그대로 바로 경찰에 신고를 하면 간단하게 끝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게다가 남정해는 정신과 의사다. 누구보다 성폭력으로 인해 피해자들이 겪는 상처와 거기에 대해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잘 알 것 같은 인물이다. 그런데도 어째서 다소 무모하게 보이는 주강산이라는 인물이 놓은 허술한 덫에 빠져드는 걸까.

 

<우아한 친구들>에서 안궁철은 갑자기 돌연사한 친구 천만식(김원해)과 아내 남정해가 부적절한 관계였다고 의심하는 만식의 아내 명숙(김지영)의 이야기에도 아내를 찾아가 그 상황을 그대로 털어놓을 정도로 아내를 믿는 인물이었다. 물론 그건 사실이 아니었고 남정해가 우울증을 가진 천만식과 함께 봉사를 다녔던 것에 대한 오해라는 게 밝혀졌다. 하지만 이런 신뢰를 보인 안궁철 역시 사진 한 장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아마도 부부간의 신뢰가 이런 위기 상황을 맞아 얼마나 허약한 것인가를 드러내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남정해가 주강산의 유혹에 진짜로 사랑하게 되는 그런 부적절한 관계가 아니라 그저 어느 날 벌어진 성범죄를 이렇게 숨기고 덮으려 한다는 사실은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이런 덫에 남정해가 빠져드는 설정은 작위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갈등을 만들어내기 위한 의도된 설정 같은 느낌.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가 마치 커다란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이를 숨기고 오히려 가해자의 덫에 점점 빠져 들어가는 이야기는 그래서 답답함과 불편함을 안긴다. 그건 마치 성범죄 역시 그저 범죄이고 그러니 경찰에 신고해 법적인 대가를 치르게 하면 되는 것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를 부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자극적인 전개가 시청률은 가져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래서는 공감 가는 드라마가 되기는 어렵지 않을까.(사진:JTBC)

'모범형사' 정의의 사도 아닌 형사들이 각성한다는 건

 

"전요 우리가 발톱의 때만도 못한 놈들이라는 거 인정 못해요. 우리가 불합리한 걸 자꾸 넘어가주니까 그것들이 우리를 자꾸 그런 식으로 취급하는 거라고요. 우리는요 세상은 못바꿔도 최소한 한 사람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JTBC 월화드라마 <모범형사>에서 강력2팀 막내 심동욱(김명준)은 우봉식(조희봉) 팀장에게 그렇게 항변한다.

 

우봉식은 자꾸만 현실을 이야기한다. 술이나 마시고 잊어버리자고 한다. 같이 술자리에 온 변지웅(김지훈)과 지만구(정순원)는 옆 테이블의 여자들을 힐끔거리며 농담을 해댄다. 그런 그들의 태도가 막내 심동욱은 영 맘에 들지 않는다. 술집을 나간 심동욱을 따라 나와 우봉식은 신세한탄에 가까운 변명을 늘어놓는다.

 

"야 나라고 불합리한 거 모르겠냐? 만구도 지웅이도 마찬가지고 아는데 그냥 견디는 거지. 난 처음에 경찰이라는 데가 정의의 용사들이 떼거리로다 몰려 있는 데인 줄만 알았어. 사람 사는 데 다 똑같더라고. 비열한 놈들도 있고, 지 출세하는데 남 이용해먹는 놈도 있고, 무조건 지 윗선만 챙기는 놈도 있고, 강도창이처럼 미련한 놈도 있고. 우린 경찰이니까 그러면 안돼. 그런 건 없어. 경찰이라고 너무 큰 잣대를 들이밀지 마라, 우리도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니까."

 

우봉식의 이런 토로는 사실 공감 가는 면이 더러 있지만 그것이 옳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물론 경찰 또한 평범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쥐고 있는 건 누군가의 생명이기도 하다. 진실을 덮어버리거나 정의를 외면하면 엉뚱한 사람이 살인자가 되어 사형당할 수도 있고, 진짜 살인자는 버젓이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를 수도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선택하는 일들은 결코 평범할 수 없다.

 

<모범형사>의 우봉식이 현실에 무릎 꿇고 술로 애써 죄책감을 지우며 버텨내는 형사의 모습이라면 그가 '미련한 놈'이라고 부르는 강도창(손현주)은 적어도 '쪽팔린 건 아는' 형사다. 그래서 그 역시 진급을 앞두고 있는 마당에 과거 자신이 검거해 윗선의 압력으로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살인자를 만들어버린 이대철(조재윤)이 진범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이 들면서 마음이 흔들린다.

 

게다가 지금껏 그다지 강력2팀에는 신경도 쓰지 않던 인천 서부경찰서 문상범(손종학) 서장이 회식자리를 열고 강도창에게는 대놓고 그 사건을 파지 말라고 하며 진급을 미끼로 회유하고 휴가까지 보내자 앞에서는 그러겠다 하면서도 더더욱 찜찜해진다. 무언가 이대철 사건에 연루된 비리의 냄새가 풍기기 때문이다.

 

<모범형사>가 여타의 형사물과 다른 지점은 다름 아닌 강력2팀이나 강도창 같은 형사가 대단한 정의의 사도가 아니라 똑같이 일상을 버텨내며 살아가고 때론 실수를 저지르며, 자신의 진급을 위해 타인의 불행에 눈 감기도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그 부분이 지금껏 형사물에서 무언가 다른 존재로 그려지던 형사들을 봐온 시청자들에게는 답답하고 보기 불편한 지점이긴 하지만, 그런 현실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강도창이 조금씩 각성하는 모습에 더더욱 몰입되는 면이 있다.

 

예고편에 슬쩍 나온 것이지만 "범인을 잡는 게 아니야. 죽을 놈 목숨 구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강도창의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건 이 전혀 모범적이지 않은 평범하디 평범한 형사들이 그래도 각성할 수밖에 없는 어떤 순간이다. 누군가의 목숨이 달렸다는 것. 그래서 자신의 현실만을 선택하기에는 마음이 너무나 무거워지고 그래서 미련한 선택(?)을 하기도 한다는 것. 그 현실과 어긋나는 선택의 지점에서 <모범형사>는 더 실감나는 카타르시스를 주고 있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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