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드라마 곱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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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매는 왜 여성의 얼굴을 하고 있을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2. 11. 09:31
‘돌아온 일지매’, 그 모성 부재의 세계 ‘돌아온 일지매’에서 심마니의 딸로 살아가던 달이(윤진서)는 우연히 만나게 된 일지매(정일우)에게 대뜸 이렇게 말한다. “자식. 너 예쁘게 생겼다. 계집애 같애... 일지매. 무슨 이름이 계집애 같애... 눈썹이랑 코, 입 모두 여자 애 같애.” 그녀의 아찔한 도발에 일지매는 진짜 계집애(?)처럼 답한다. “놔라. 부끄럽다. 멋쩍다.” 그런데 다음 시퀀스로 일지매는 아예 달이의 옷을 입고는 마을로 내려가 닭을 훔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여장한 일지매는 어찌 보면 이 사극에서 생뚱맞아 보인다. 왜 굳이 여장까지 해 보일까. 재미있어서? 일지매가 본래 꽃미남의 원조라서? 고우영 원작의 ‘일지매’를 보면 그 얼굴은 고우영 화백이 즐겨 그리던 여성 캐릭터의 얼굴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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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남’의 연출, 왜 만화적 상상력이 안보일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2. 4. 07:38
부재한 만화적 상상력, 사회극으로 연출된 ‘꽃남’ 고교생이 함께 호텔에 들어가고 바에서 술을 마시고 나이트 클럽에서 춤을 춘다. 단지 서민이라는 이유로 계란과 밀가루 세례를 받고, 사생활이 찍혀 공개되는 등 자극적인 왕따 문화가 그려진다. 돈 앞에 지나치게 고개를 숙이는 금전만능주의를 그려 서민들의 삶을 왜곡한다. ‘꽃보다 남자’에 쏟아진 논란들은 그 끝을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도대체 왜 그럴까. 원작만화가 그렇다면 끝? 가장 큰 이유는 연출력 부재에서 비롯된다. ‘꽃보다 남자’의 스토리는 대부분 일본 원작만화에서 그려진 그대로다. 하지만 같은 스토리라도 만화 속에서와 드라마 속에서는 전혀 느낌이 다르게 그려진다. 금잔디(구혜선)네 집의 아이 같은 어른과 어른 같은 아이 설정은 만화에서라면 당연히 가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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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준표와 강마에, 그 정반대의 판타지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2. 3. 10:31
현실을 잊고픈 판타지 vs 현실 속에서도 꿈꾸게 하는 판타지 지금 캐릭터로 가장 화제를 누리고 있는 것은 단연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이민호)다. 이 캐릭터를 통해 이민호는 ‘벼락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여성들은 자기 여자친구를 위해 백화점을 통째로 빌려 옷을 사주고, 전용비행기를 태워 뉴칼레도니아까지 날아가 주말을 보내며, 그러면서도 여자친구의 서민적 삶(?)까지 끌어 안아주는 이 만화 속에서 막 나온 듯한 꽃미남 캐릭터에 빠져들고 있다. 구준표에 대한 반응, 왜 여성과 남성이 다를까 이상한 것은 이 구준표라는 캐릭터에 대한 남녀 간의 반응이 상반된다는 점이다. 여성들이 열광하는 반면, 남성들은 그다지 이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여기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여성들을 꿈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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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숙이, 경숙아버지’, 가난한 드라마가 전한 정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1. 30. 07:19
불황 속에 더욱 빛난 ‘경숙이, 경숙아버지’ ‘경숙이, 경숙아버지’에는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이해되기가 어려운 인물들의 관계들이 등장한다. 경숙아버지인 조재수(정보석)와 악연으로 얽힌 박남식(정성화)은 경숙(심은경)의 집에서 기거하며 경숙모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결국 둘 사이에 아이까지 갖게 된다. 가난보다는 그 속에 피어나는 정에 주목하다 그런데 이 상황을 알게된 경숙아버지는 화를 내기는커녕 쾌재를 부르며 아예 집밖으로 나와 이화자(채민희)와 함께 지낸다. 후에는 이 네 사람이 한 집에서 나란히 살기까지 하는데, 경숙이는 아버지가 둘인 이 상황 속에서 자기만 생각하는 아버지보다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는 남식을 더 따르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은 경숙이네 가족들 모두의 정서이기도 하다. 친아버지보다 타인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