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드라마 곱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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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일지매’의 책녀, 그 기능은?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1. 29. 12:41
동화(同化)를 버리고 이화(異化)를 선택한 책녀, 그 효과는? ‘돌아온 일지매’는 기존 사극과 달리 이른바 책녀라 불리는 내레이션이 극 중간에 끼여든다. 드라마에서 내레이션은 여러 기능을 갖고 있다. 등장인물의 내면적 독백을 드러내는 일인칭 시점의 내레이션은 극에 대한 몰입을 더욱 강화시키는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책녀처럼 등장인물 밖에서 극을 설명하듯 개입하는 전지적 작가 시점의 내레이션은 몰입을 통한 동화(同化)보다는 이화(異化)의 기능을 위한 것이다. 지금 ‘돌아온 일지매’의 책녀에 대해 쏟아지는 논란의 실체는 바로 이 동화와 이화의 부딪침이다. 드라마를 몰입으로 보는 시청자들에게(사실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동화를 방해하는 책녀의 틈입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책녀의 존재는 시청자들의 위치를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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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유혹’, 그 막장의 실체는?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1. 29. 07:30
‘아내의 유혹’, 과정보다는 효과에 천착하는 드라마 ‘아내의 유혹’을 막장드라마라고까지 부르는 이유가 뭘까. 막장이라면 도대체 뭐가 막장이라는 것일까. 이런 구체적인 이유를 대지 못한다면 막장드라마라는 호칭은 시청률이 지상과제가 된 작금의 드라마 시장 속에서는 발전적인 비판이 아닌 면죄부만을 제공할 뿐이다. 앞으로 막장드라마가 하나의 통속적인 장르로서 굳어져 쏟아져 나오지 않으면서도, 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은, 이 막장드라마라는 하나의 용액으로 뒤범벅되어있는 막장의 요소와 성공 포인트를 깔때기에 대고 걸러내는 것이다. ‘아내의 유혹’의 막장은 무엇이고, 또 성공 포인트는 무엇일까. ‘아내의 유혹’, 막장으로 불리는 이유는? 어찌 보면 ‘아내의 유혹’이 막장인 이유는 너무나 쉽게 찾아지는 것만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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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보며 만화 보는 재미를?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1. 28. 10:28
‘꽃남’과 ‘돌아온 일지매’, 원작만화에 가까워진 드라마 물론 원작이 만화이지만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캐릭터들 역시 순정만화에서 막 빠져나온 듯한 인물들이다. 초부유층 자제들인 F4의 일상은 무대회, 별장, 파티 같은 순정만화 속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그들은 분명 고등학생이지만, 신화고등학교가 재학생들에게 주는 파격적인 특혜로 인해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모습 따위는 발견할 수 없다. 왜? 만화 속에서 그런 이야기는 재미가 없으니까. 대신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멋진 꽃미남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비일상적인 모습들이다. F4의 리더인 구준표(이민호)와 스포츠카를 타고, 분위기 있는 꽃미남 윤지후(김현중)와 함께 말을 타고, 식사를 할 때도 하녀들의 시중을 받거나 주방장의 특별 서비스를 당연한 듯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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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남자’를 보는 양극단의 시선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1. 20. 10:28
만화를 보는 눈과 드라마를 보는 눈 부유층에서도 초부유층에 속하는 이른바 F4의 리더인 구준표(이민호)는 자신이 사랑하게된 서민 금잔디(구혜선)의 집을 찾아간다. 보통의 드라마였다면, 구준표가 제아무리 부잣집 자제라 해도 여자친구의 부모 앞에 고개를 숙여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꽃보다 남자’라는 세계 속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진다. 밥상을 앞에 두고 구준표는 높다란 의자 위에 앉아 콩자반을 들고는 “이런 걸 먹느냐”고 묻고 심지어 멸치를 보고는 ‘이건 무슨 벌레냐’고 묻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잔디의 부모는 무릎꿇고 앉아서 구준표가 반찬 중 갈치를 알아 봐준 것에 대해 감탄하고 고마워한다. 물론 이 장면이 어른들의 속물근성을 풍자하기 위한 것이라면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