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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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동쪽’, 왜 대사가 문제가 될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8. 10. 1. 11:36
80년대 드라마 식의 어법과 운명적 장면의 어색함 ‘에덴의 동쪽’은 시청률면에서 말 그대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첫 회에 10%대를 가볍게 넘겼고 6회에 20%를 넘기고 나서 현재 12회에 이르러 27%(AGB 닐슨)로 30%대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시청률과 함께 점점 이 드라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 진원지는 다름 아닌 ‘대사’다. 어째서 이 나연숙이라는 베테랑 작가의 작품을 두고 때아닌 대사 논란이 불거지는 걸까. 오랜 세월 동안 만나지 못했던 형제가 만나는 장면에서 동생 동욱(연정훈)은 형 동철(송승헌)에게 연거푸 “형 맞아!”하고 소리친다. 어두컴컴한 그 장면에서 절절한 동욱의 외침과 “동욱아, 형이야!”하고 답하는 동철의 대사는 그 상황 자체로 보면 극적이고 가슴 절절한 장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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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똥 덩어리들의 클래식 반란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8. 10. 1. 08:40
클래식은 서민들과 어떻게 만났나 ‘아마데우스’, ‘파리넬리’, ‘피아노’, ‘홀란드 오퍼스’, ‘불멸의 연인’, ‘레드 바이얼린’, ‘샤인’... 클래식을 소재로 한 영화는 많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클래식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왜 거의 없는 걸까. 분명하지는 않지만 추정하자면 아마도 드라마라는 좀 더 대중적인 장르에 클래식이라는 고급스러운(?) 소재가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다 느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거의 유일무이한 본격적인 클래식 소재 드라마였던 ‘노다메 칸타빌레’를 통해 우리는 알게 되었다. 클래식은 충분히 대중들이 즐길 수 있는 소재가 된다는 것을. 우리네 드라마 지형도에서 클래식을 다룬 ‘베토벤 바이러스’가 등장한 배경에 ‘노다메 칸타빌레’의 영향력을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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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 손과 손모가지의 상관관계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8. 9. 30. 16:38
‘타짜’, 아귀의 손아귀가 말해주는 것 선정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겠지만 ‘타짜’에서 손모가지를 걸고 행해지는 도박은 이 드라마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보통의 도박이라면 돈만 잃고 나오면 될 일을 어째서 손모가지까지 걸게 되는 것일까. 여기에는 ‘타짜’가 말하는 이른바 ‘구라(도박판에서 상대방을 속이는 것)’의 세계가 끼여든다. 즉 ‘구라를 친 것이 발각이 되면’ 그 자리에서 손모가지를 잘라버린다는 것이다. 손모가지 자른다고 욕망이 끝날까 도박에 판돈 이외에 신체를 건다는 이 설정은 확실히 자극적이다. 이미 상영되어 대성공을 거둔 영화 ‘타짜’에서 아귀라는 캐릭터를 연기한 김윤석이 순식간에 스타덤에 오른 이유에는 그 섬뜩한 캐릭터가 한 몫을 차지했다. 아귀는 상대방의 돈만을 목적으로 도박을 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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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드라마... “아버지는 죽었다”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8. 9. 29. 10:32
드라마, 아버지 부재의 시대를 말하다 아버지는 죽었다.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말한 것처럼. ‘엄마가 뿔났다’에서 엄마가 뿔을 내는 동안, 아버지 나일석(백일섭)은 늘 그 엄마 주변을 빙빙 돌며 눈치를 보거나 혼자 씩 웃고 있거나 가족 대소사에서 한 걸음 뒤편에 서 있었다. 그러면서 엄마가 내는 뿔을 거의 다 받아주었다. 심지어 ‘1년 간의 휴가’를 달라고 했을 때, 아버지는 자신이 나서서 엄마가 살 전셋집을 구하러 다닐 정도였다. ‘엄뿔’이 보여준 아버지의 존재감 이 가족드라마에서, 그것도 가족의 변화형태를 가장 잘 포착한다는 주말 저녁 드라마가 보여주는 아버지의 모습은 과거의 권위를 잃어버린 지 오래다. 주말 드라마의 주 시청층이 중장년 여성이란 점이 영향을 끼친 결과이겠지만, ‘엄마가 뿔났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