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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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바이러스’, 그들이 바로 우리였네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8. 11. 13. 01:56
서민들의 자화상 그려낸 ‘베토벤 바이러스’ ‘베토벤 바이러스’는 클래식이라는 우리네 드라마와는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소재를 다룬 드라마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 이유는 무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그것은 그 속에서 타인의 얼굴이 아닌 우리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어딘지 우리와는 다를 것만 같은 클래식이란 소재였지만 ‘베토벤 바이러스’는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 서민들의 자화상을 그 속에 담고 있었다. 정희연, 우리 시대 주부의 자화상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늘 뒷전이고 오로지 가족들이 우선인 삶을 살다가 뒤늦게 첼리스트로서의 꿈을 찾아낸 정희연(송옥숙)은 바로 우리네 주부들의 초상이다. 가족들 속에서는 늘 밥 차려라, 수험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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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동쪽’, 원수를 사랑하라? 왜?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8. 11. 11. 01:25
환타지 시대극 ‘에덴의 동쪽’, 역사왜곡보다 위험하다 ‘에덴의 동쪽’의 기획의도에는 아무런 시대극에 대한 표지가 나타나질 않는다. 거기에는 대신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마음과 사랑, 심지어 영혼(정말?)까지를 되찾는 휴머니즘의 이야기라는 애매모호한 문구들이 들어가 있다. 물론 드라마가 어떤 현실에 부재한 것을 채워 넣으려는 욕망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 환타지가 어떤 시대를 그릴 때는 신중해져야 한다. 드라마로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재해석은 무한히 열려 있어야 하지만, 그 재해석이 시대정신 자체까지 변형시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이 드라마는 60년대 사북 탄광촌에서부터 시작된 두 가족의 애증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그 역사는 탄광업주인 신태환(조민기)과 노조위원장인 이기철(이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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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의 한민관, 황현희 주목되는 이유옛글들/명랑TV 2008. 11. 10. 01:38
그들을 보면 세상이 보인다 개그가 공감을 바탕으로 한다면 거기에는 반드시 세상의 모습이 들어있기 마련. 지금 ‘개그콘서트’가 담고 있는 세상은 어떨까. 어려운 경기? 한민관이 주목받는 이유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전체적으로 경기 침체에 따른 힘겨움을 바탕에 깔고 있다는 점이다. ‘대포동 예술극단’은 북한의 상황을 보여주면서 거꾸로 남한 상황을 패러디 하는 코너. ‘파리의 연인’을 패러디한 ‘공복의 연인’에서 박지선이 꼬르륵하는 소리를 내자, 남자친구로 등장하는 비쩍 마른 한민관이 “배고프면 배고프다 왜 말을 못하네?”하고 호통을 친다. 그러자 박지선이 한민관의 얼굴을 가리키며 하는 말. “어떻게 말을 합니까? 이따구 얼굴 앞에서.” 왜 북한 상황을 굳이 설정하는가 하는데는 많은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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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귀라는 좋은 패 쥔 ‘타짜’, 판세 바꿀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8. 11. 10. 01:35
짝귀, 드라마 ‘타짜’가 가진 선악구도를 깰 수 있을까 ‘타짜’에 새롭게 투여된 짝귀(조상구)는 드라마에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을까. 그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짝귀가 적어도 지금까지 들고있던 ‘타짜’의 패 중 가장 좋은 패라는 것은 분명하다. 먼저 드라마 ‘타짜’가 지금까지 들었던 나쁜 패들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 진원지는 분명한 선악구도다. 본래 ‘타짜’ 원작이 가진 가장 큰 힘은 선악구도를 뛰어넘는 인간욕망의 집합체로 도박을 그렸다는 점이다. 이 작품의 제목이 ‘도박’이 아니고 ‘타짜(도박판에서 기술로 남을 속이는 자)’인 것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선도 없고 악도 없는 그 상황을 영화는 잘 그려냈다. 주인공인 고니 못지 않게 아귀와 정 마담 같은 욕망의 화신들이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