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쉬는 '바퀴 달린 집', 코로나 시국의 로망을 자극하다

 

이 정도면 먹방의 끝판왕이 아닐까. tvN 예능 <바퀴 달린 집>에서 고창을 찾은 성동일, 김희원, 여진구 그리고 게스트 이성경은 먹방의 끝을 보여줬다. 고창하면 떠오르는 장어구이는 물론이고 성동일이 지인으로부터 공수해온 홍어에 3년 묵은 묵은지 그리고 잘 삶은 돼지수육을 더한 홍어삼합 그리고 바로 바퀴 달린 집 앞 갯벌에서 캐온 동죽을 넣어 끓인 시원한 라면까지. 끝없이 먹으며 "맛있다"는 감탄사를 내놓는 광경이 이어졌다.

 

마침 방송이 방영된 16일은 초복이라 부쩍 더워진 날씨에 기력 보충이 절실한 시청자들도 적지 않았을 게다. 그런 분들에게 <바퀴 달린 집>의 고창편은 보기 힘들 정도로 꽉 채운 보신음식들의 향연이 아니었을까.

 

고창을 가기 전날 머물렀던 담양의 대나무숲에서도 놀라운 먹거리들이 시청자들의 식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죽통에 넣어 불을 피워 익혀낸 삼겹살은 그 비주얼만으로도 침샘을 자극했다. 삼겹살로 배를 채운 후 이어지는 비빔국수, 잔치국수, 콩국수는 또 어떻고.

 

그러고 보면 <바퀴 달린 집>은 강원도 고성, 제주도, 담양, 고창의 아름다운 풍광이 있는 자연을 앞마당에 둔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힐링을 주었지만, 그 앞마당에서 펼쳐지는 먹방 또한 큰 몫을 차지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고성에서는 새벽 어부들이 갓 잡아온 대문어를 사다 숙회 파티를 벌인 바 있고 제주도에서는 어마어마하게 큰 제주 대왕갈치구이에 부위별로 두툼하게 썰어 공수된 제주도 흑돼지 구이의 만찬이 벌어졌었다.

 

사실 먹방이라고 하면 한때 방송 트렌드가 될 정도로 많이 쏟아져 나오며 조금은 식상해진 면이 있는 방송 형식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먹방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고 시청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그것은 코로나 시국을 맞아 먹방 2.0이라고 불러도 좋을 색다른 콘셉트를 장착한 먹방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언택트의 개념이 들어간 프라이빗, 휴식이 더해졌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삼시세끼> 어촌편 시즌5와 <바퀴 달린 집>이다. <삼시세끼>는 코로나 시국에 어딘가로 떠나기가 어려운 시청자들에게 죽굴도라는 그 자체가 언택트인 공간에서의 즐거운 시간들을 선사했다. 그러면서 텃밭에서 키운 야채들과 직접 잡은 물고기 같은 식재료들로 음식을 해먹는 과정들을 보여줬다.

 

<바퀴 달린 집>은 트레일러라는 언택트 개념을 가진 집을 동원해 전국 각지의 자연 속으로 들어가 그들만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역시 먹방이었다. 그 곳에서 나는 특산물들을 가져와 해먹는 만찬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런 프라이빗한 공간을 찾아 먹고 쉬는 개념은 코로나 시국에는 더할 나위 없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집 생활을 주로 하며 갇혀 있다는 느낌 대신 휴식을 취하고,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을 해먹는 즐거움이 그 무엇보다 소중해진 시국이기 때문이다. 방송의 여운을 느끼며 집에서 비슷한 음식을 가족들과 챙겨 먹고픈 마음이 들 정도로.(사진:tvN)

'놀면 뭐하니', 그룹 활동에서 팀원이 실수를 저질렀을 때

 

 다소 들뜬 기분 탓이었을 게다. 린다G(이효리)라는 부캐로 제주 소길댁으로 살며 꾹꾹 눌러왔던 흥이 한꺼번에 빵 터지며 천하의 이효리도 실수를 저질렀다. 소녀시대 윤아와 함께 노래방에 간 걸 라이브 방송으로 공개했다가 일부 네티즌들의 시국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며 비판을 받았던 것. 이효리는 그 댓글을 발견하고는 곧바로 노래방을 퇴실했고 이후에 공식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사실 굉장한 잘못이라기보다는 좀 더 세심하게 생각하지 못한데서 생긴 실수였다.

 

이효리의 린다G 놀이(?)는 지금 MBC 예능 <놀면 뭐하니?>가 시도하고 있는 여름 시즌을 겨냥한 혼성 댄스 그룹의 핵심이다. 물론 '깡' 신드롬의 비가 막내로 합류해 싹쓰리라는 팀이 더 완성도 높게 탄생했지만, 누가 뭐래도 이번 프로젝트의 중심은 린다G가 세우고 있다. 이들이 신보로 내놓을 '다시 여기 바닷가'라는 곡의 가사를 쓴 린다G는 예전의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담은 바 있다. 그 정서는 싹쓰리라는 팀이 가진 중요한 색깔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놀면 뭐하니?> 프로젝트 와중에 이런 실수를 저지르고 풀이 죽어 있는 이효리의 거듭된 사과와 그를 다독이고 위로하는 유재석, 비의 모습은 오히려 팀 결속력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비의 사무실에서 만난 이효리는 평소와는 달리 차분한 모습이었다. 그런 이효리에게 유재석과 비는 괜스레 농담을 걸며 분위기를 바꾸려 노력했다.

 

유재석은 놀리듯 "얼굴이 많이 상했는데"라며 그간의 이효리의 마음 고생을 슬쩍 꺼내놓았고, 비는 "굉장히 청순한 이미진데"라고 그걸 거들었다. 그러면서 유재석은 "데뷔하기 전에 다들 조심 좀 할게"라며 그런 실수가 또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걸 분명히 했다. 이효리는 "이제 린다 안할래"라며 부캐 놀이에 자신이 깊이 빠져들었다는 걸 시인했다.

 

"누나가 굉장히 강한 사람이잖아 아까 여기 앞에서 봤거든 너무 풀 죽어 있는거야. 나도 모르게 손을 이렇게 잡아줬어. 누나 괜찮아. 눈물이 여기까지 맺혀갖고..." 비가 그렇게 이야기해주자 유재석도 "린다도 사람"이라며 "우리 다 똑같은 인간"이라고 이효리를 위로했다. 이효리는 미안한 감정에 진짜로 눈물을 보였다. 팀에 누를 끼쳐서 되겠냐며 하차해 제주도 내려가야 겠다는 이야기까지 꺼내는 이효리에게 유재석은 또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농담을 던졌다. "너 없어지면 나랑 (비룡이) 지금 두리쥬와 해야 돼."

 

그 농담에 웃음이 터지지만 또 미안함을 느끼는 이효리에게 유재석이 던지는 위로의 한 마디가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든다. "아 이게 또 사람이 인생 살다보면 나한테도 그렇고 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이야." 지금껏 단 한 번도 큰 실수를 하지 않으며 살아온 유재석이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비 또한 "이쯤 되면 여기서 꼴 보기 싫다고 누나가 말해줘야 하는데"라며 이효리가 린다G의 그 가시가 있는 장미 캐릭터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하지만 농담을 주고 받아도 이효리는 실제로 "좀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사실 팀 활동은 한 사람의 실수나 잘못이 다른 팀원들에게도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유재석의 말대로 누구나 살다보면 실수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중요한 건 그 다음이다. 마음을 다잡고 그런 실수를 또 다시 저지르지 않는 것. 이때 팀원들의 위로는 함께 하는 팀이 왜 혼자보다 나은가를 증명해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효리의 거듭된 사과와 유재석, 비의 진심어린 따뜻한 위로가 오히려 팀 결속을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있듯이.(사진:MBC)

 

'맛남의 광장'이 꺼낸 못난이 특산물들, 유통의 개선이 필요해

 

도대체 누가 이렇게 멀쩡한 특산물에 '못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걸까. SBS <맛남의 광장>이 찾아간 여주는 우리에게는 쌀 산지로 주로 알려진 곳이다. 그런데 쌀만큼 많이 나는 것이 가지였다. 전국 가지의 4분의 1 물량이 여주에서 난다는 것.

 

그런데 그 곳을 찾은 백종원과 김희철도 또 시청자들도 놀라게 한 사실이 있었다. 그것은 누가 봐도 잘 자란 커다란 가지가 '못난이'로 불리고 있었다는 거였다. 다소 아담해 보이는 가지가 상품이 된 까닭은 규격화된 포장박스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전국적으로 규격화된 박스에 들어가는 작은 가지만이 상품성이 있다는 사실에 백종원은 말이 안된다며 마트에 갈 때마다 불만이 그렇게 작은 가지들만 있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상품이었다는 것.

 

가지를 생산하는 젊은 사장님은 '못난이 가지'가 상처나고 휘어진 것이나 기준보다 작거나 기준보다 큰 것이라고 했다. 물론 맛의 차이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가격은 두 배 가량 차이가 났다. 상품이라고 불리는 작은 가치가 하나 당 현재 가격으로 300원 정도인 반면, 잘 자라 덩치가 큰 '못난이 가지'는 150원에서 100원이라고 했다.

 

백종원은 잘 키워서 잘 자란 상품이 못난이 소리를 듣고 있으니 속상하다는 속내를 털어 놓았다. 사장님은 날씨가 좋아서 더 빨리 자라거나 일손이 부족해 미처 수확하지 못해 더 자란 가지들 때문에 '못난이'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너무나 황당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백종원은 중국에서는 가지가 더 커서 다양한 요리를 해먹을 때 더 좋다고 했다. 게다가 마트에 가서 가지를 사려고 할 때 너무 작아서 지금이 제철이 아닌가 하고 지나치기도 했다는 것.

 

김희철은 "감자도 예뻐야 돼 가지도 예뻐야 돼..." 라며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을 꺼내놓았다. 사실 <맛남의 광장>을 보면서 시청자들도 알게 된 사실이었을 게다. 너무 잘 자란 특산물들이 오히려 못난이 취급을 받고 있었다는 것을.

 

이렇게 된 건 유통 과정에서 생겨난 일들이었다. 마트에서 잘 진열된 것들만 상품으로 보다보니 감자도, 고구마도 가지도 모두 예뻐 보이는 것이 상품이 되고, 그래서 그것들만 팔려나가면서 그렇지 못한 것들이 '못난이 취급'을 받고 있었던 것.

 

강원도 못난이 감자와 해남 대왕고구마가 이렇게 못난이 취급을 받으며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맛남의 광장>이 알려주고 유통까지 연결해줬던 건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중요한 가치가 된 바 있다. 그렇게 소개된 못난이들(?)은 소비자들이 순식간에 몰려 완판 되는 '예쁜이들'이 되지 않았던가.

 

결국 유통과정에서 '못난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멀쩡한 특산물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건 농민들은 물론이고 소비자들에게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유통을 바꾸는 것도 결국은 소비자다. 그 정보를 올바로 알고 '못난이'들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그런 문화가 생겨난다면 유통도 변화할 테니 말이다. 좀 못생겼다고 심지어 너무 잘 자랐다고 천대받고 버려지는 특산물들이 있다니. 소비자들의 힘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사진:SBS)

'반도', 좀더 쿨한 강동원이었다면 어땠을까

 

<부산행> 그 후 4년. 바로 이 문구만으로도 연상호 감독의 <반도>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이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K좀비라는 지칭이 나올 정도로 '한국형 좀비'에 대한 관심이 커진데다, <#살아있다> 같은 올 여름을 겨냥한 좀비물이 이미 등장했던 터라, <반도>에 거는 기대감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결과는 어땠을까. 뚜껑을 연 <반도>에 대한 반응은 호불호가 확연히 갈린다. 별 생각 없이 여름 블록버스터로서 액션을 즐기고 싶은 관객이라면 좀비 떼들과 두 시간 가까이 사투를 벌이는 그 시간에 푹 빠져들 수 있다. 공포와 스릴러와 액션이 잘 버무려진 작품인데다, 무엇보다 이러한 좀비 아포칼립스 장르의 배경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 공간이 할애되고 있다는 사실은 흥미로울 수 있다.

 

<반도>에서 압권은 자동차를 타고 벌이는 액션 신이다. 마치 차가 날아서 이단 옆차기를 하는 것 같은 실감을 주는 자동차 액션은 마치 <매드맥스>의 장면들을 연상케 한다. 특히 좀비떼들보다 더 무시무시한 인간성을 상실한 631부대원들이 특수 개조된 차량을 몰고 도주하는 정석(강동원) 일행을 추격하고 또 따돌리는 액션은 우리도 이런 액션이 가능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눈을 즐겁게 해준다.

 

게다가 폐허가 된 인천항이나 오목교의 살풍경 같은 공간들을 종말론적인 분위기로 그려내는 대목이나, 무엇보다 마치 하나의 행위예술을 보는 것만 같은 좀비 떼들의 소름끼치는 동작들과 마치 그림처럼 묘하게 뒤섞인 모습은 대단히 독특하다. 만일 <부산행>에 이어 <반도>까지 K좀비라는 표현을 쓸 수 있다면 어쩌면 그 지분의 상당 부분은 좀비 역할을 한 배우들에게 돌아가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하지만 이 좋은 액션과 연출에도 불구하고 <반도>가 남기는 가장 큰 아쉬움은 너무 평이한 인물을 신파적 구도 속에서 보여줌으로써 오히려 매력을 떨어뜨렸다는 점이다. 주인공인 정석이 바로 그렇다. 그는 좀비 천지가 된 한국에서 배를 타고 홍콩으로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누나와 조카를 잃는 아픔을 겪는다. 바로 이 지점이 정석의 캐릭터를 다소 신파적으로 만든 이유다.

 

그를 이러한 트라우마를 가진 존재로 세웠기 때문에 다시 되돌아간 반도에서 만난 민정(이정현)의 가족과 벌이는 에피소드들이 다소 감정과잉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래서 정석의 캐릭터는 액션을 보여주기보다는 이러한 아픈 감정을 얹는 역할이 더 많이 부여되어 있다. 대신 액션은 대부분 정석이 반도에서 만난 민정(이정현)과 그 가족들인 준이(이레), 유진(이예원)이 맡는다.

 

그래서인지 액션을 맡은 민정과 준이, 유진은 더 매력적으로 그려지는 반면, 정석의 매력은 잘 보이지 않는다. 특히 민정의 가족 중 첫째 딸 준이는 이 영화에서 가장 압권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 액션을 맡고 있어서인지 가장 돋보이는 인물이다.

 

주인공인 정석보다 서브에 가까운 준이가 더 주목되는 아이러니한 결과는 이 영화가 가진 성과와 한계를 분명히 드러낸다. 액션은 좋은데 감정 과잉은 어딘지 한계를 남긴다는 것. 트라우마 때문에 시종일관 인상 쓰고 있는 주인공보다 좀 더 껄렁하거나 쿨한 주인공이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사진:영화 '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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