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 다양해진 '팬텀싱어3', 세 팀 모두가 승자인 이유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3>의 최종 우승팀은 유채훈, 박기훈, 최성훈, 정민성으로 꾸려진 라포엠에게 돌아갔다. 지난주 1차전에서 프로듀서 점수로는 가장 최하위에 있던 라포엠이었지만, "모든 걸 뒤집는다"고 공언했던 대로 그들은 문자투표와 온라인 시청자투표를 통해 우승팀이 됐다.

 

우승은 라포엠에게 돌아갔지만 마지막 결승에 올라온 세 팀은 모두가 승자나 다름없었다. 길병민, 김성식, 박현수, 김민석의 레떼아모르와 고영열, 존노, 김바울, 황건하의 라비던스 역시 저마다의 충분한 성취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팬텀싱어3>의 결승전이 치열했던 건 세 팀이 모두 색깔이 달랐기 때문이다. 레떼아모르팀은 '성장의 아이콘'으로 불릴 만큼 구성원들의 성장 스토리가 극적이었다. 탈락의 위기에서 기사회생해 다시 무대에 오르곤 했던 팀원들은 그 때마다 업그레이드된 기량을 보여줌으로써 프로듀서들은 물론이고 시청자들도 열광하게 만들었다.

 

아쉽게 2등에 머물렀던 라비던스팀은 '도전의 아이콘'이었다. 국악을 하는 소리꾼 고영열이 있어 명실공히 K크로스오버의 확실한 색깔을 장착한 이 팀은 '흥타령' 같은 남도민요를 크로스오버로 재해석해내는 짜릿한 도전을 보여줬다. 라비던스는 특히 고영열을 중심으로 세계 음악의 다양성을 소개한 팀이기도 하다. 마지막 무대에서는 이스라엘 노래를 가져와 그 나라를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우승을 차지한 라포엠은 모두가 성악을 베이스로 하고 있어서인지 파이널 라이브로 진행된 결승전에서조차 안정적인 무대를 보여줬다. 유채훈 특유의 편안한 목소리가 때론 강하게 몰아칠 때의 카타르시스를 주고, 불꽃 테너 박기훈의 강렬함에 안정감을 주는 정민성의 목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톡쏘는 마을 더해주는 카운터테너 최성훈이 더해져 팀 구성이 완벽해졌다.

 

레떼아모르의 성장과 라비던스 도전이 있었다면, 라포엠의 완성도가 있었다고 해야 할까. 파이널 무대의 성패는 나뉘었지만, 성패와 상관없이 그 무대는 마치 공연을 보는 듯한 다채로움이 있었다. 그리고 그건 이번 <팬텀싱어3>가 거둔 가장 큰 성취가 아닐 수 없었다.

 

세 팀의 색깔을 만들고 사실상 이끈 리더라고 할 수 있는, 유채훈, 고영열, 길병민은 이번 <팬텀싱어3>에서 확고한 자신만의 입지를 보여줬다.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실크처럼 부드러운 유채훈의 목소리가 그렇고, 거친 국악 창법으로 세계 음악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를 보여준 고영열이 그러하며, 혼자서 생존하기 위해 노래 할 때도 독보적인 베이스 바리톤이었지만 이제 인생의 팀을 만나 함께 부르게 된 묵직하고 따뜻한 길병민이 그렇다.

 

코로나19 시국이어서 더더욱 <팬텀싱어3>가 금요일 밤에 시청자들에게 준 감흥은 더 컸던 것 같다. 답답한 현실에 작은 숨통을 틔워주는 것 같은 감동적인 무대들이 매주 금요일 밤을 기다리게 했으니 말이다. 이제 금요일이 허전해서 어떻게 하냐는 목소리가 들려올 정도로 <팬텀싱어3>가 준 귀호강 시간은 꽤 오래도록 여운을 남길 것 같다.(사진:JTBC)

'삼시세끼' 어촌편에 이서진이 섞여 만든 또 다른 기대감

 

"도련님은 일어나셨나?" tvN 예능 <삼시세끼> 어촌편5에서 아침잠이 유독 많은 이서진을 도련님이라고 부르며 유해진은 특유의 농담을 던진다. 전날 늦게까지 웃고 떠드느라 잠을 설쳤지만, 워낙 부지런한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이다. 전날 몇 시에 자도 아침이면 누가 깨우지 않아도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그들. 마치 일 개미 같은 모습이다.

 

반면 "게스트가 뭘 해요?"라며 죽굴도에 손님으로 들어와 '찐 게스트'란 이런 것이다라는 걸 보여주고 있는 이서진은 마치 베짱이 같다. 유해진이 굳이 손님이 왔으니 제대로 된 어촌의 먹거리를 대접하고 싶어 바다에 나가 낚시를 하고, 차승원이 쉬지 않고 움직이며 미리미리 저녁거리들을 준비하고 있는 그 와중에도 이서진은 바다가 잘 보이는 세끼하우스의 마루 한 편에 기대 앉아 있다.

 

햇볕이 점점 그 자리를 침범해오고 살에 닿기 시작하자 금세 그늘이 진 '백숙정'으로 자리를 옮기고 또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차승원이 그런 모습이 너무나 우스운 듯 "너무 안하는 거 아냐"라고 유머 섞인 질책을 던져도 요지부동. 그래도 무언가를 하긴 해야겠는지 눈에 밟히는 설거지를 하고 가져온 미니선풍기로 축축해져 잘 붙지 않는 장작에 불을 피우려 매운 연기에 눈이 벌개진다.

 

괜스레 바다에 나가 낚시를 하고 있는 유해진이 맘에 걸려 그런 걸 뭐 하러 하냐는 식으로 툴툴대지만 막상 그렇게 잡아온 쏨뱅이로 매운탕을 끓여내자 맛나게도 잘 먹는다. 차승원의 말대로 이상하게 밉지 않은 캐릭터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지 못하는 이서진에게 "도련님 꿀물 타드려야지"하며 음료를 따라 주는 유해진의 얼굴은 그래서 싱글벙글이다. 그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또 마음 한 편으로는 이서진에게 어떤 정 같은 게 담긴 표정이다.

 

백숙을 일찌감치 펄펄 끓는 솥단지에 넣어 끓여놓은 후, 잠깐 벌어진 배드민턴 대결에서도 이서진의 캐릭터는 일관성이 있다. 한 편을 먹은 손호준은 결국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나만 힘들 줄 알았어"하며 투덜대며 웃고, 이서진은 초등학교 때 배드민턴부였다는 이야기와는 사뭇 달리 공을 칠 의욕도 잘 보이지 않는다.

 

어딘지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다. 유해진과 차승원 그리고 손호준은 그 누구보다 서로에 대한 마음들을 잘 끄집어내고 표현하는 인물들이다. 하루 종일 낚시를 하는 유해진의 고충을 차승원은 너무나 잘 이해하고, 수확 없는 날도 풍성한 저녁을 차려 내주는 차승원의 음식에 유해진은 항상 "맛있다"며 그 고마움을 드러낸다. 막내로 있지만 손호준은 두 사람을 진짜 동생처럼 끈끈하게도 따른다.

 

하지만 이런 훈훈하고 따뜻한 조합에, 물론 마음은 따뜻하지만 겉으로는 '차도남'의 이미지를 풀풀 풍기며 표현 자체를 잘 안하는 이서진이 들어가니 어딘가 그 관계에 균형이 맞은 듯한 느낌을 준다. 너무 열심히 일해서 한 끼를 차려 먹는 광경이 주는 다소 짠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소박한 풍족함 같은 게 <삼시세끼> 어촌편이 주는 정서라면, 베짱이처럼 찐 게스트의 면모를 드러내며 진짜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 하는 이서진과 이들이 툭탁대며 만들어내는 케미와 웃음들은 지금까지 어촌편에서는 잘 느끼지 못했던 톡 쏘는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그들끼리 슬쩍 꺼내놓은 이야기로, '꽃보다 중년' 어떠냐는 제안은 그래서 솔깃해진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당장은 어렵겠지만 이 시국이 지나고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이번 죽굴도에서 한 자리에 모인 '손이 차유'가 꾸려나가는 '꽃보다 중년'이 사뭇 기대된다. 이제 오십 줄에 접어든 중년들만이 느낄 수 있는 정서적 교감이 궁금하고, 무엇보다 이들의 안 어울릴 듯 어울리는 그 조합이 괜찮아서다. 만일 진짜로 이게 이뤄진다면 그 땐 아마도 이번 <삼시세끼> 어촌편이 쏘아올린 또 다른 수확으로 기록되지 않을까.(사진:tvN)

'골목식당' 백종원의 칭찬은 독이 되고 쓴소리는 약이 됐다는 건

 

백종원의 칭찬을 받았던 집은 신뢰를 저버렸고, 도리어 호된 질타를 받던 집은 더 믿음직해졌다?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여름특집으로 보여준 긴급점검의 결과는 어째서 이런 반전을 보여줬을까.

 

서산 장금이라고까지 불리며 백종원의 총애를 받았던 돼지찌개집은 기대와 달리 큰 실망을 줬다. 물론 방송이 나온 후 사장님은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과거 그 가게가 보여줬던 훈훈한 풍경과는 달라진 건 분명해보였다. SNS에 올라온 후기에 담긴 실망 섞인 손님들의 반응처럼.

 

반면 방송 당시 워낙 센 모습을 보여줬던 사장님 때문에 불안 불안했던 서산 해미읍성 골목의 돼지곱창집은 걱정과 달리 한결같이 초심을 지키는 모습으로 백종원을 웃게 만들었다. 손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음식도 변함이 없었다. 과거 방송 당시 백종원의 쓴소리를 들었던 가게가 맞나 싶을 정도로.

 

부천 롱피자집과 둔촌동 카레집 역시 방송 당시와 현재가 정반대의 상황이 되었다. 부천 롱피자집은 방송 당시 백종원의 복사기라는 칭찬까지 들으며 시키는 대로 모든 걸 지켜내려는 사장님의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그래서 계란을 활용한 새로운 피자 레시피를 알려주기까지 했지만 다시 찾아간 집은 위생도 최악이었고 사장님의 가게 관리도 소홀해졌다.

 

반면 방송 당시에는 그 누구보다 쓴 소리를 많이 들었던 둔촌동 카레집은 거의 모범답안에 가까운 가게의 성장을 보여줬다. 카레 맛은 한층 업그레이드 됐고 손님 응대나 보다 나은 음식을 제공하려는 마음에 있어서도 백종원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정릉 지짐이집 역시 방송 당시에 함께 가게를 운영하는 자매는 백종원의 호된 질책을 들었지만, 지금은 손발이 척척 맞아 돌아갈 정도로 잘 되고 있었고, 무엇보다 당시 거의 바닥이었던 위생상태의 놀라운 개선이 이뤄졌다.

 

어째서 이번 여름특집 긴급점검에서는 이런 반전들이 보여진 것일까. 거기에는 이런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 가게들을 선정한 면도 작용했겠지만, 무엇보다 칭찬과 쓴소리의 역설이 작용한 면이 있었다고 보인다. 잘 한다고 극찬을 받았던 집들은 그 후로 손님들이 몰려 장사가 잘 되는 만큼 그 초심이 흐려질 위험성도 적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쓴소리를 듣고 심지어 완벽한 솔루션을 제공했다기보다는 기본을 알려주고 알아서 업그레이드 해나가야 한다고 했던 카레집이나 지짐이집은 바로 그 점 때문에 가게가 계속 성장할 수 있었을 거라 여겨진다. 물론 저 포방터 시장에서 제주도로 이주하기까지 한 돈까스집처럼 극찬을 받고도 초심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가게가 있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을 거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긴급점검이 보여준 메시지는 방송이나 솔루션이 가게의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긴 하지만, 그것이 독이 아닌 득이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다잡는 노력이 그 어느 쪽에서든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점은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 자체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말일 수 있다. 최근 여름특집으로 마련된 긴급점검이 너무 지나친 자극적인 편집으로 비판을 받았다는 점이 그렇다. 가게들의 초심을 이야기하지만 프로그램 역시 초심을 지키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 이미 엄청난 영향력을 갖게 된 <백종원의 골목식당>에도 칭찬만큼 쓴소리가 필요한 이유다.(사진:SBS)

갑질·머슴살이 같은 자극적 단어보다 매니저 처우 현실을 봐야

 

'갑질', '머슴살이'라는 단어들은 너무나 자극적이다. 그런데 단어가 이순재라는 배우를 지목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더욱 자극적이다. 지난 29일 방영된 SBS <8시뉴스>에 이순재의 매니저로 일했다는 김모씨가 폭로한 내용이다. 그는 '머슴살이'에 비유해 평균 주 55시간 넘게 일했고 추가 수당 없이 기본급 180만원을 받았다고 했다. 회사는 4대 보험도 들어주지 않았고 근로계약서도 없었다고 했다. 이런 문제를 호소했지만 결국 돌아온 건 고용 두 달 만의 해고였다는 것.

 

이에 대해 이순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아내가 몇 차례 잘못한 것이 맞다"며 이미 전 매니저와 만나 사과를 했다고 했다. 또 매니저는 자신이 채용한 게 아니라 소속사가 채용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 조건들을 잘 몰랐고 4대 보험 문제에 대해서도 "문제가 생기면 이야기하라고 조언했다"고 했다.

 

사실 머슴살이 같은 말이 너무 자극적이라 이 사안의 핵심적인 논점들이 오히려 이런 말에 가려지는 것만 같다. 연일 매체에서 이 단어들만 전면에 내세워 보도를 하고 있어서 이 문제가 지목하는 지금까지 관행처럼 굳어져 왔던 매니저의 처우 현실에 대한 부분들은 슬쩍 밀려나 보이기 때문이다.

 

이 사안을 냉정하게 바라보면 이순재는 스스로도 인정했듯이 가족의 허드렛일까지 하게 한 부분에 대해서는 잘못한 게 분명하다. 하지만 이것은 악의적으로 의도했다기보다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그런 일들조차 관행처럼 별 문제시되지 않고 해왔던 데서 생겨난 문제라고 보인다.

 

실제로 지난 4월까지 약 1년 6개월간 이순재의 매니저로 일했다는 백씨가 올린 SNS의 글을 보면 이번 논란으로 인해 매도되고 있는 이순재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하며 이런 내용이 들어가 있다. "연로하신 두 분만 생활하시다 보니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다. 인터넷 주문은 전혀 못하셔서 필요한 물건을 주문해드리고 현금을 받았고, 무거운 물건은 제가 당연히 옮겨드렸다. 집을 오가며 분리수거를 가끔 해드린 것도 사실이지만, 전혀 노동착취라 생각하지 않았다. 젊은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들은 도와드리고 싶었다."

 

즉 이 내용 속에는 매니저라는 직무가 가진 특이한 지점이 들어가 있다. 즉 어디까지가 일의 영역이고 일 바깥의 영역인지가 애매한 지점들이 있다는 것이다. 늘 연예인과 함께 붙어 다녀야 하는 직업이고, 그러다 보니 사적인 영역까지도 수시로 드나드는 게 매니저의 직무 영역이다. 그러다 보니 어떤 건 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 있지만 어떤 건 그렇지 않은 부분까지 하게 되는 일도 있다는 것.

 

물론 잘잘못에 대한 부분은 분명히 집고 넘어가야 하겠지만, 이번 사안으로 우리가 진짜 진지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부분은 매니저라는 직업이 지금껏 별로 문제시하지 않았던 직무의 범위에 대한 문제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을 통해 가끔 매니저의 과잉된 배려가 감동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불편함을 동반하는 이유는 바로 그 직무가 매니저의 일이 맞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어서다.

 

영화 <라디오스타> 같은 작품을 통해서 우리는 스타와 매니저 사이의 관계를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마치 가족보다도 더 가족 같은 관계로 여기며, 그렇기 때문에 거의 사생활에 가까운 것들까지 모두 매니저 직무의 영역인 것처럼 당연하게 생각한 면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논란이 끄집어낸 것처럼 매니저만이 아닌 그 어떤 직업에서도 일의 영역과 사생활의 부분은 명확하게 분리되어야 한다.

 

이번 사안은 좀 더 확장해서 보면 아직도 여전히 매니저뿐만 아니라 다양한 일의 세계에 남아 있는 가족주의적인 사고방식이 이제는 변화해야 한다는 걸 말해준다. 일이라고 볼 수 없는 영역들까지 "우리가 남이냐"며 무시로 선을 넘어오는 그런 시대착오적 사고방식들이 더 이상 관행처럼 받아들여지지 않게 하는 일. 이번 논란에서 우리가 진짜 봐야하는 것들이 바로 이것이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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