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일에 다시 부는 K콘텐츠 바람

 

올해 초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수상은 전 세계에 K콘텐츠의 위상을 한층 높여주었다. 특히 미국 시장은 BTS를 통해 K팝의 저변이 생기고 있는 상황이고, 최근에는 걸 그룹 블랙핑크로 그 관심의 폭이 넓혀지고 있다. 블랙핑크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신곡 'How You Like That'은 스포티파이 글로벌 톱50 차트에서 전체 2위를 차지했다. 또한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 수도 최단 시간 만에 1억 건을 넘겨 K팝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기생충>과 함께 동시에 화제가 된 K콘텐츠는 넷플릭스를 통해 그 저변을 폭발시켰다. 마침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김은희 작가의 <킹덤> 시즌2는 '조선시대 좀비물'이라는 차별성으로 전 세계 좀비 장르 마니아들을 열광시켰다. 우리네 사극이 갖는 독특한 시공간적 이미지들이 좀비라는 장르와 어우러지며 <킹덤>은 K좀비에 대한 관심까지 끌어올렸다. 이미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으로 주목받았던 한국형 좀비에 대한 관심은 이제 오는 15일 개봉 예정인 <반도>로 이어지고 있다. <반도>는 <부산행> 4년 이후의 상황을 그린 좀비 영화다.

 

<기생충>은 수출규제로 인해 냉각되어버린 한일 관계 속에서도 일본 내에 K콘텐츠의 불씨를 불길로 다시 피워낸 작품이 됐다. 아카데미상 수상 소식과 함께 관심이 폭증한 <기생충>은 이러한 갈등상황에도 불구하고 일본 극장 매출 40억을 훌쩍 넘겨 한국영화 최대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생충>으로 다시 일본에서 피워진 K콘텐츠의 불길은 역시 넷플릭스를 타고 K드라마로 옮겨 붙었다. 마침 방영된 <사랑의 불시착>과 <이태원 클라쓰>가 그 주인공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문화 소비를 하는 이들이 급증하면서 넷플릭스를 타고 들어간 K드라마가 일본 내 한류를 다시 일으키고 있는 것.

 

<사랑의 불시착>의 현빈은 과거 <겨울연가>의 배용준을 연상케할 정도의 일본 언론과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사랑의 불시착>이 이토록 일본에서 큰 히트를 하게 된 건 북한에 대해 유독 큰 일본인들의 관심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긴장 국면으로 들어가면서 더더욱 관심사가 된 북한을 소재로 가져와 화해 무드가 담긴 판타지 로맨스로 다뤘다는 점이 일본인들에게도 크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그 바통을 이어받은 <이태원 클라쓰>의 넷플릭스를 통한 인기는 원작 웹툰에 대한 관심 또한 증폭시켰다. 일본판으로 선보인 <롯폰기 클라쓰>는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누적 열람자 수가 400% 가까이 급증했다.

 

여기에 최근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 문제로 내렸던 한한령 해제를 공식화하면서 K콘텐츠의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 역시 커지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의 전지현이나, <태양의 후예>의 송중기처럼 중국 내에 강력한 팬덤을 가진 한류배우들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특히 전지현과 김은희 작가 그리고 이응복 감독이 함께 만들고 있는 <지리산>은 벌써부터 남다른 관심을 받고 있다.

 

물론 <기생충>의 영향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지만, 이러한 최근 일어나고 있는 K콘텐츠에 대한 글로벌한 관심은 이전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K콘텐츠들의 노력들이 쌓여서 만들어진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국제 정세에 민감해 때론 아예 막혀버린 것처럼 보이던 그 길을 이제는 K콘텐츠가 그 힘으로 뚫고 나가는 모양새다. 그 열풍이 심상찮다.(사진:tvN)

'사이코지만'의 잔혹동화, 김수현과 서예지가 맞서는 푸른수염은

 

"그 앤 날 살려줬는데 난 도망쳤어." 강태(김수현)는 어린 시절 자신을 구해줬던 문영(서예지)의 이야기를 마치 다른 사람 이야기하듯 문영에게 말했다. 그런데 사실 그렇게 얘기할 때 강태는 이미 문영이 어린 날 자신을 구해줬던 그 아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건 문영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그 때의 그 아이가 자신이라 말하진 않았지만 강태가 그걸 기억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강태는 어째서 첫 재회부터 문영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했고, 문영 역시 강태가 기억해주길 바라면서도 굳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을까. 이것은 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그려내는 특별한 멜로의 구도다. 디즈니 동화에나 나올 법한 숲속의 성(?)이 문영의 집으로 등장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위험에 처한 공주를 구하러 달려오는 왕자 따위는 없다. 그건 동화책 속에나 등장하는 이야기이니.

 

문영이 곱게 자란 공주가 아닌 것처럼, 강태 또한 왕자가 아니다. 이들은 어린 시절 거의 아동학대에 해당할 정도의 깊은 상처를 입었고, 그 상처는 가슴 한켠에 여전히 비수처럼 꽂혀 있다. 발달장애 자폐를 가진 형 상태(오정세)에 대한 엄마의 비뚤어진 애정은 강태를 마치 형을 지켜주기 위해 태어난 존재처럼 대하게 했고 그건 강태를 아프게 했다.

 

엄마가 태권도 도장을 다니게 해준 것도 강태를 위해서가 아니라 형을 지켜주기 위해서 해준 것이었다. 늘 형을 향해 누워있는 엄마의 등을 애써 껴안으며 흘리는 강태의 눈물에는 자기 존재를 봐달라는 소리 없는 절규가 담겨 있었다. "난 형을 지켜주는 사람이 아냐. 난 형 게 아니라고! 난 내 거야! 문강태는 문강태 거라고! 형 같은 거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그래서 그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말에 진저리친다. 고문영이 자신도 강태가 필요하다고 말했을 때 그는 형과 엄마를 떠올렸을 게다. 그는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그냥 그 자신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어쩌면 엄마에 의해 '필요한 사람'으로서 살아오며 누군가의 도움을 외면하지 못하는 착한 강태는 얼어붙은 강의 얼음이 깨져 빠져버린 형을 외면하지 못한다. 그가 대신 물속에 뛰어들어 형을 구해내지만 도망가 버린 형 때문에 자신은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멀리서 그 광경을 보던 문영이 스티로폼 같은 부표를 던져 강태를 구해주었고, 그래서 강태는 꽃다발을 들고 문영이 사는 그 숲속의 집을 찾아가지만 그는 매몰차게 강태를 밀어낸다. 꽃다발을 밟아버리고 꺼지라고 한다. 그런데 문영이 그렇게 매몰차게 강태를 대한 건 불행의 기운이 가득한 그 집으로부터 강태를 밀어내기 위함이었다.

 

문영이 '푸른 수염'을 가진 백작에 대한 이야기는 자신이 어린 시절 겪은 부모의 불행을 담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 저택에 들여 모든 걸 주었지만 단 하나 지하실 방에 들어가지 말라고 당부했고, 그 방에는 그걸 어긴 여인들의 잘려진 목이 전시되어 있었다는 잔혹한 이야기. 그 푸른 수염의 이야기는 어딘지 문영을 아이가 아닌 자신의 작품이나 되는 것처럼 대하던 정신이 이상해진 엄마와 어쩌면 그 엄마를 죽였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아빠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강태도 문영도 그래서 누군가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강태는 '필요한 사람'으로 살아오며 누군가를 사랑할 여력조차 버거운 상황이고, 문영은 자신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마저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강태를 밀어내는 상황이다. 부모들의 엇나간 애정으로 인해 깊은 트라우마를 갖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조차 힘든 강태와 문영. 그래서 이들의 사랑은 대단한 무언가를 쟁취하거나 성취하는 그런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이 원하는 건 그저 평범한 사랑일 뿐이니.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그래서 그 제목에 담겨 있는 것처럼, 이미 상처받고 저 낮은 곳으로 추락한 이들이(사이코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사랑할 수 있다(괜찮아)는 걸 확인하는 드라마다. 유명한 동화작가로 성공한 인물로서 누구 앞에서도 마녀처럼 맞서고 있는 문영이 잠자리에서 수시로 나타나는 엄마의 환영으로 신음하고, "엄마가 경고했지? 널 구하러 온 왕자도 죽일 거라고."라고 말하는 환영 앞에 오열하는 모습은 그래서 가슴 저릿한 장면으로 다가온다. 그가 강태에게 "꺼져"라고 말했던 진짜 이유가 거기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런 문영을 발견하고 달려온 강태에게 문영은 애써 "도망가, 당장 꺼지라고!"라고 외친다. 하지만 강태는 이제 문영의 그 말이 담긴 진짜 의미를 알아차린다. 입으로는 꺼지라고 외치면서 더 강렬하게 강태를 붙잡고 있는 손이 그걸 말해준 것. "그래. 안 갈게." 상처로 인해 정상적일 수 없는 자신 때문에 밀어내는 마음을 애써 이겨내며 강태를 붙들고 있는 문영과, 더 이상 '지켜주는 사람'이 되는 그 버거움을 애써 이겨내며 문영을 꼭 껴안고 있는 강태의 사랑은 그래서 서로를 향하는 것이면서 자신을 극복해가는 과정처럼 그려진다.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특별해지는 건 이들의 사랑이 대단한 걸 성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그 지점 때문이다. 부모 세대들에 의해 평범한 사랑조차 쉽지 않은 우리네 청춘들의 현실을 마치 잔혹동화라는 틀을 통해 은유하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또한 적어도 이들이 사랑할 수 있기를 시청자들도 간절히 바라게 되는 이유 중 하나일 게다.(사진:tvN)

'놀면 뭐하니'가 깨워낸 비의 매력, 구박받을수록 빛난다?

 

애초 '깡' 신드롬이 일어난 것도 비가 유튜브 댓글로 올라온 비판들을 선선히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비는 싹쓰리 멤버들인 유두래곤(유재석)과 린다G(이효리)의 구박 속에서 더더욱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수발러'로 싹쓰리 멤버들과 함께 하며 이들을 돕는 광희까지 그 구박에 가세할 정도다.

 

누가 봐도 호흡도 잘 맞고 또 함께 하는 것 자체를 좋은 추억으로 여기는 모습이 역력하지만, 싹쓰리에서 유두래곤과 린다G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꼴 보기 싫다"는 말이다. 데뷔에 앞서 커버곡 '여름 안에서' 뮤직비디오를 찍는 와중에 카메라가 돌자 상큼하고 귀여운 표정과 동작을 하는 린다G를 보면서 유두래곤이 질색을 하고, 비룡(비)의 대놓고 하는 꾸러기 표정에 "꼴 보기 싫어"라고 말하는 그들이다.

 

사실 춤에 있어서는 비룡을 따라갈 사람이 없다. 혼자 브레이크다운 춤을 소화해내기도 하고 솔로를 주로 했던 습관 때문에 무대를 독차지할 정도로 시원시원한 동작을 선보인다. 또 카메라 앞에서는 천연덕스럽게 입술을 깨무는 꾸러기 표정을 짓는 귀여운 막내에서부터, 지팡이를 들고 스웨그 넘치는 동작들을 선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너무 튀는 모습들은 자칫 과한 느낌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순간 여지없이 유두래곤과 린다G의 지적과 질색이 이어진다. 그러면 비룡은 다소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막내로서의 자리로 돌아간다. 물론 "섭섭해"라는 이제는 '섭섭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가 된 유행어를 툭 던짐으로서 그저 당하지만은 않는 막내의 소심한 항변을 하지만.

 

그리고 이 대열에는 수발러 광희까지 합류한다. 비룡이 전화번호 줬는데 왜 전화안하냐고 하자 광희는 왜 집착하냐며 그렇게 치덕거리면 "매력 없다"고 일갈한다. 결국 이런 광희의 면모는 수발러의 위치를 슬쩍 슬쩍 넘어서게 함으로써 그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부각시키는 면이 있다. 결국 이런 걸 받아주는 비룡의 존재가 유두래곤과 린다G는 물론이고 광희 캐릭터까지 잡아주고 있다는 것.

 

요트를 타고 뮤직비디오를 찍으면서 비룡은 자꾸만 사진을 찍자고 한다. 그는 이렇게 유두래곤과 린다G와 함께 하는 시간이 훗날 너무나 좋은 추억이 될 거라고 말한다. 이동하는 차안에서도 비룡이 10년 후에 자신은 더 이상 '꾸러기 표정'을 지을 수 없을 거라 말하자, 유두래곤과 린다G는 한 목소리로 "왜 못하냐"며 그 때도 꾸러기 표정을 지으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늙은 꾸러기' 일명 '늙꾸'라는 새 캐릭터가 탄생한다.

 

"누나 나는 내가 다른 사람 보는 것 같다. 재석이 형이랑 누나가 있으니까 내가 앙탈을 부릴 수가 있잖아. 다른데 가면 내가 중심을 잡아야 되니까 이런저런 이야기 못하는데..." 요트 위에 누워 비룡이 툭 던지는 이 한 마디에 그가 얼마나 <놀면 뭐하니?>의 이 싹쓰리 프로젝트에 기분 좋게 임하고 있는가가 느껴진다.

 

이것은 다른 이도 아니고 유두래곤과 린다G가 하는 애정 어린 구박(?) 속에서 비룡이 더욱 빛나는 이유다. 그의 말대로 그 속에서 앙탈을 부리기도 하는 막내의 꾸러기 표정이 살아나고 있는 것. 싹쓰리에서의 비룡의 존재감은 다름 아닌 유두래곤과 린다G가 있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사진:MBC)

'개콘' 종영 아쉬움보다 '장르만 코미디' 신설이 반가운 이유

 

"나는 스물다섯 살에 들어와서 지금 서른넷이니까 거의 10년 있었네." JTBC <장르만 코미디>의 '장르만 연예인'이란 코너에서 서태훈은 KBS <개그콘서트>를 했던 시간들을 반추했다. 2,30대를 <개그콘서트>와 함께 해온 그에게 이 프로그램의 폐지가 주는 허전함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었다.

 

그렇게 10년을 <개그콘서트>에 몸담았다면 어느 정도 유명해지거나 인기가 있을 법도 한데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서른에 <개그콘서트>를 시작해 이제 마흔이 된 임우일은 여전히 대중들에게는 이름조차 낯선 개그맨이다. KBS 앞 개그맨들이 단골로 드나드는 편의점 사장님은 그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 그래도 그 동안 먹여주고 한 고마움이 있어 KBS를 향해 절을 올리는 임우일에게 짠내 나는 웃음이 묻어난다.

 

임우일 집에 모여 앉은 실직 개그맨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현실감 100%다. 물론 천상 개그맨들이라 자신들의 짠한 현실조차 웃음으로 바꿔 놓지만 소소한 방송 스케줄 몇 개밖에 없는 이들은 스티커 사진기 부업을 하고, 대리운전, 배달알바를 하며 생계를 버텨내고 있었다.

 

이런 현실에 처한 개그맨들은 JTBC에서 전화가 왔다는 김기리의 얘기에 이목이 집중된다. 새 프로그램을 한다는 것. 실직 개그맨들의 의욕이 불타오른다. 이런 현실 앞에서 뭘 못할까. 웃음을 주기 위해 이들이 앞으로 어떤 도전을 할지 더욱 기대되는 건, 그들의 현실에 대한 공감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장르만 코미디>의 한 코너인 '장르만 연예인'은 아마도 이 프로그램이 존재해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를 리얼리티와 콩트를 섞어 전하려 했을 게다. 무려 21년이나 지속되어온 <개그콘서트>의 종영으로 가장 걱정되는 건 KBS도 아니고 프로그램 제작진도 아니다. 그보다는 박봉이어도 매주 그 무대에 서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고 연기를 했던 개그맨들이다. 그래서 <개그콘서트> 종영 소식이 들렸을 때 그 아쉬움보다 <장르만 코미디>라는 새로운 코미디 프로그램이 신설된다는 소식의 반가움이 더 컸다.

 

<장르만 코미디>는 제목에 담겨 있는 것처럼 개그맨들이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지만, 다양한 장르 이를테면 '끝보소(끝까지 보면 소름 돋는 이야기)' 같은 스릴러나 2312년에서 타임리프한 아이돌의 이야기를 다룬 '억G&조G'같은 SF(?), 일자리를 잃은 개그맨들의 이야기를 다룬 '장르만 연예인' 같은 휴먼다큐(?), '찰리의 콘텐츠 거래소' 같은 다소 전형적인 콩트 코미디, 그리고 <부부의 세계>를 패러디한 '쀼의 세계'의 명작드라마 같은 다양한 장르들이 시도됐다.

 

지금껏 공개코미디 중심으로만 되어 있던 코미디와는 달리 코미디의 영역을 확장시킨 것이 <장르만 코미디>가 가진 괜찮은 덕목이다. 물론 첫 방송이니 아직은 조금 낯설 수 있지만, 오만석이 코미디 연기에 도전하는 '끝보소'는 그 반전의 이야기가 주는 묘미가 느껴지고, 억G&조G'는 벌써부터 '뼈 is bone'의 '뼈뼈뼈뼈뼈-'가 중독성 있게 귓가에 맴돈다. '장르만 연예인'의 일자리 잃었던 개그맨들이 어떤 변화와 성장을 보여줄 지가 기대되고, '찰리의 콘텐츠 거래소'에서는 마술과 기예를 섞은 코미디를 보여주는 나일준과 '짤'을 부르는 이현정의 "나야"가 큰 웃음을 줬다. 또 본격 드라마 패러디를 가져온 '쀼의 세계'도 어떤 전개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장르만 코미디>는 이제 공개코미디가 아닌 다른 코미디를 실험한다는 것과 무엇보다 개그맨들이 그 실험에 동참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보인다. 물론 어떻게 하면 공개코미디와는 다른 장르의 색깔이 묻어난 색다른 웃음의 질감을 전할 수 있을까가 숙제로 남아 있지만 그래도 첫 스타트는 잘 끊었다고 생각된다. 모쪼록 코미디의 새로운 장을 열어 더 많은 개그맨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될 수 있기를.(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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