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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일지매’, 영웅보다는 인간을 그리다 영웅보다 인간을 선택한 ‘돌아온 일지매’ ‘홍길동전’이나 ‘전우치전’ 같은 우리네 고전들의 영웅들을 보면 그 대결의 대상이 왕이거나, 체제 자체가 되는 과감성이 엿보인다. 탐관오리들을 징벌하고, 적서차별에 대항하고, 왕마저 탄복시키는 그 영웅들은 심지어 자신만의 나라를 세우기까지 한다. 당대 서민들의 억압된 정서를 속 시원히 풀어주는 그 이야기들이 얼마나 힘이 되었을 지 짐작해보는 건 어렵지 않다. 이준기가 분했던 ‘일지매’는 바로 이 계보를 잇고 있다. 하지만 ‘돌아온 일지매’에서 일지매는 이런 영웅들과는 색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물론 탐관오리로서 김자점(박근형)을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고 그의 재물을 빼앗아 민초들에게 나눠주고, 그가 내통하는 청국의 침략을 막기 위해 은밀히 화포를 제작하기까지 하지만 .. 더보기
'내조' 허태준, '꽃남' 구준표와 다른 이유 '꽃보다 남자'가 종영하는 그 시점에 주목을 받은 것이 '내조의 여왕'의 구준표, 허태준(윤상현) 퀸즈푸드 사장입니다. 아마도 '꽃남' 종영에 즈음하여 그 아쉬움이 '내조'로 이어졌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불황의 시대에 화려함과 풍요 속에 살아가는 이 두 캐릭터는 실로 판타지적인 매력을 발산합니다. 무엇보다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 기저에는 이들이 가진 힘(재력, 능력)이 가장 큰 힘을 작용하고 있을 것입니다. 현실에서는 도무지 얻기 힘든 것들을 드라마 속에서나마 뭐든 척척 해주는 이 캐릭터들은 수퍼히어로의 또다른 이름으로도 보입니다. 자본주의 시장 속에서 근근히 먹고 사는 서민들에게 수백 억, 수천 억이라는 재산은 실제적인 수치가 아닌 추상적인 어떤 것으로 보일 때가 많습니다. 뭐든 돈만 있으면.. 더보기
‘남자의 자격’, 중년의 도전엔 특별한 것이 있다 ‘남자의 자격’, 도전 버라이어티의 새 진화 보여줄까 주말 예능 프로그램을 장악해버린 이른바 버라이어티쇼들의 키워드를 나열해보면, 도전, 여행, 결혼(혹은 연애 감정) 정도가 되지 않을까. ‘무한도전’은 도전과 여행의 아이템을 리얼 버라이어티란 형식으로 처음 시도했던 프로그램이고, ‘1박2일’은 이것을 계승해 독자적인 여행 특화 버라이어티로 자리잡았다. ‘우리 결혼했어요’와 ‘골드미스가 간다’가 결혼이라는 아이템을 바탕에 깐 프로그램들이라면, ‘패밀리가 떴다’는 여행에 결혼은 아니지만 연애 감정을 접목했다. 새롭게 시작한 ‘남자의 자격’이 주목되는 것은 이 모든 아이템들이 적절하게 포진되어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남자들의 도전(매 번 달라지는 과제)이 있고, 함께 외지에서 보내는 하룻밤이 있으며, 결혼.. 더보기
집 나가면 개고생? 이 광고가 불편한 이유 도전과 체험까지 개고생으로 만드는 상술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이런 자막과 멘트가 흘러나왔을 때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의 눈과 귀를 의심해봤을 것이다. ‘개고생’이라는 말이 주는 특유의 어감 때문이다(물론 이 단어는 표준어다. 하지만 어감은 여전히 비하하는 의미가 들어있다). 이 불쾌한 단어는 듣는 이들로 하여금 마치 자신이 욕이라도 들은 것 같은 감정을 갖게 한다. 티저광고로서 아무런 설명이 없기 때문에, 이 단어는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라는 맥락 속에 들어가면 엉뚱하게도 마치 모든 샐러리맨들에게 하는 말처럼 들린다. 순간 샐러리맨들은 개고생하러 집 나가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바탕에 깔리는 ‘아내의 유혹’의 한 장면. 은재(장서희)의 치밀한 복수로 거리로 내몰린 정교빈(변우민)이 쓰레기통에 숨어 .. 더보기
‘아내의 유혹’, 그 막장의 본색 저녁 시간 그저 무심코 채널을 돌리다 ‘아내의 유혹’의 낚시질 영상에 걸려든 적이 있다. 그 장면에서 누군가는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그 누군가의 눈빛은 정상인의 것이 아니었다. 매번 챙겨보는 드라마가 아닌지라(이걸 왜 챙겨봐야 하는 지도 모르겠지만), 그 상황의 내용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내용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상황의 풍경이 전하는 ‘이거 뭔가 벌어졌구나’하는 느낌이다. 때마침 흘러나오는 긴박한 효과음은 그 느낌이 맞았다는 것을 새삼 확인시켜주면서 그 벌어진 뭔가에 시선을 돌리게 만든다. 하지만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대부분 드는 생각은 ‘왜 내가 이걸 보고 있지’하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길을 가다가 우연히 사람들이 모여 웅성대는 것을 보고는 호기심에 이끌리는 것과 같다. 누군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