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자신감 돋보인 자연스럽고 경쾌해진 음악

 

또 다시 BTS다. 신곡 ‘버터(Butter)’가 발표된 후, 제목처럼 이 곡은 전 세계인들의 마음속으로 녹아들고 있다. 각종 기록들을 이미 갈아치우고 있는 ‘버터’는 이제 BTS가 굳이 ‘월드스타’ 같은 수식어를 쓰지 않아도 전 세계인에 스며든 팝스타가 됐다는 걸 보여준다.

방탄소년단

BTS 신곡 ‘버터’가 만들어내고 있는 글로벌 신드롬

방탄소년단의 신곡 ‘버터(Butter)’가 발표되자마자 전 세계인들을 녹이고 있다.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발표된 지 겨우 나흘 만에 2억 뷰를 넘어섰고, 방탄소년단의 곡이 나오면 늘 잇따라 등장하는 리액션 영상들도 쏟아졌다.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를 보며 감탄하고 엄지를 치켜 올리는 등 외국인들의 리액션 영상은 이제 일상적인 풍경처럼 되어 있다. 특히 노래마다 들어가 있는 시그니처 춤동작을 따라하거나, 다양한 장르로 노래를 재해석해서 부르는 커버 영상은 갈수록 많아지고 다양해진다. 이번에도 신곡 ‘버터’를 포크, R&B 등등 다양한 버전으로 커버하는 노래들이 벌써부터 쏟아져 나오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방탄소년단의 이런 놀라운 인기는 굉장히 이례적인 현상처럼 여겨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놀랍지 않은 ‘당연한 반응’으로 다가온다. 마치 미국의 아리아나 그란데나 저스틴 비버,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우리가 ‘팝스타’라 부르는 그런 아티스트들의 행보와 다를 바가 없다. 앨범을 내면 나오는 팬덤의 반응이 당연한 팝스타. 이를 입증하는 건 이 신곡이 지난 24일 개최된 ‘2021 빌보드 뮤직어워드’에서 최초로 공개됐다는 사실이다. 흔히 가수들의 신곡 발표가 쇼케이스가 음악방송에서 선보이는 걸 떠올려보면, 방탄소년단의 이런 행보는 그들의 곡이 누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날 빌보드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은 톱 듀오 클럽, 톱송 세일즈 아티스트, 톱 셀링 송, 톱 소셜 아티스트 등 4개 부문을 수상했다. 이 수상기록에서 주목해야 할 건 톱송 세일즈 아티스트와 톱 셀링 송 부문에서의 수상이다. 이건 지난 발표곡이었던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거둔 성과로, 통산 세 차례나 ‘빌보드 핫100’ 차트 1위에 올랐고, 종전 한국가수 최장기록이었던 31주 연속 진입의 ‘강남스타일’을 넘어선 32주 연속 차트인이라는 대기록의 결과다. 또한 이 곡은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에서도 통산 18번째 정상을 차지, 해당 차트가 생긴 이래 사상 최다 1위 기록을 세웠다. ‘버터’는 이러한 기록을 세운 ‘다이너마이트’보다 11시간 빨리 뮤직비디오 조회 수 2억 뷰를 돌파함으로써 더욱 거세진 글로벌 신드롬을 예고하고 있다.

 

‘다이너마이트’ 이후 달라진 행보, ‘버터’의 여유로움

아마도 ‘다이너마이트’가 만들어낸 성과들에 의한 자신감 때문이었을까. ‘버터’는 훨씬 ‘팝스타’ 같은 여유로움과 자연스러움 그리고 경쾌함이 묻어나는 곡이다. 사실 ‘다이너마이트’는 방탄소년단의 첫 영어가사 곡으로 보다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물론 우리말 가사로도 외국인 팬들이 따라 부를 정도의 팬덤이 구축된 상황이었지만, 여기에 영어가사 곡은 보다 쉽게 전 세계 팝팬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해준 것. 그리고 그 결과는 방탄소년단이 일부 SNS 팬덤이나 마니아들에 소비되는 아티스트가 아니라, 말 그대로 글로벌 팝스타로서의 강력한 팬덤을 소유한 아티스트라는 걸 입증해줬다. 

 

이런 변화는 ‘다이너마이트’에 이어 ‘버터’로까지 이어지는 방탄소년단 음악의 변화에서도 느껴진다. 이들 곡들은 그간 ‘피, 땀, 눈물’이나 ‘아이돌’ 같은 곡들에 담긴 다소 묵직한 ‘존재에 대한 고민’이나 ‘나다움’에 대한 강조 같은 메시지들을 굳이 강조하지 않고 있다. 대신 이 경쾌한 곡들은 방탄소년단이라는 청춘들이 마땅히 보일만한 자신감과 젊음을 경쾌한 음악에 담아 전하고 있다. 누구나 들으면 좋아할만한 보편적이면서도 훨씬 대중적인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더 이상 음악에 메시지를 담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 그 경쾌함 자체에 메시지가 담겨 있어서 나타난 결과다.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 ‘청춘’의 대변자로서 그들이 처한 현실들을 공감해주고 위로해주는 곡으로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이 저변을 보다 보편적인 팬으로까지 넓히고 있다. 음악의 경쾌함은 사실 ‘다이너마이트’ 때도 강조된 것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힘겨워하는 시기에 ‘힘을 내자’는 의미가 담긴 데서 나온 것이다. 실제로 해외의 팬들 반응을 보면 여전히 방탄소년단이 자신들을 “구해줬다”는 표현들이 나온다. 힘겨운 현실(청춘의 현실이든, 코로나 시국이든)에서 방탄소년단의 노래는 ‘어깨를 토닥이며’ 나약해지지 말라고 전하는 듯하고 ‘이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경쾌함에는 앞서도 말했듯이 이제는 누구나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팝스타가 된 방탄소년단의 달라진 위상이 한 몫을 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편안해진 노래에서는 한결 어깨에 힘을 빼고도 자신들이 전하고픈 메시지를 노래와 춤을 통해 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BTS며들다, 버터처럼

‘버터’는 나오자마자 멜론, 지니, 플로, 벅스 등 국내 음원차트는 물론이고,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호주 등 101개국 아이튠즈 ‘톱 송’ 차트 1위에 올랐다. 영국 트렌드 차트 1위로 올라섰고,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플랫폼 역사상 일일 최다 글로벌 스트리밍수를 갈아치웠다. 일본 오리콘 차트 주간 스트리밍 랭킹과 주간 디지털 싱글 랭킹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특히 발매 후 3일 동안 재생수 1천660만7천136회를 기록한 ‘주간 스트리밍 수’는 오리콘 사상 최다였다. 미국 뉴욕타임스스퀘어의 광고판에는 아마존뮤직이 청취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광고로 ‘버터’의 홍보영상이 세워졌다. 미국의 대중적인 호응과 직결되어 있는 라디오도 ‘버터’는 빠른 속도로 녹아들어가고 있다. 빌보드 ‘팝 에어플레이(POP AIRPLAY)’ 최신 차트에서 26위를 기록한 것. 일주일도 아닌 단 사흘 만에 세운 이 기록은 지난해 ‘다이너마이트’가 이 차트에서 처음 기록한 30위보다 높은 기록이다. 

 

최근 들어 ‘윤며들다(윤여정에 스며들다)’ 같은 ‘스며들다’를 활용한 신조어들이 인기의 척도로서 등장하고 있다. 이제는 K콘텐츠가 글로벌하게 스며들고 있는 상황에 ‘버터’는 전 세계인들에게 ‘BTS며드는’ 경험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SNS를 타고 전 세계로 확산되어온 방탄소년단은 단 몇 년 사이 버터처럼 전 세계인에게 녹아들었다. 그리고 이제는 누구나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는 팝스타로서 자리하게 됐다. ‘다이너마이트’에 이은 ‘버터’는 그들의 달라진 위상을 잘 보여주는 곡이다.(글:시사저널, 사진:하이브)

‘대박부동산’이 은유하는 부동산 공화국의 현실

 

부동산이 현재 우리네 대중들에게 초미의 관심사라는 건 최근 나온 드라마들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시즌2까지를 마친 SBS <펜트하우스>는 강남의 초고층 주상복합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룬 드라마로, 그 밑그림에는 부동산과 교육(이것도 부동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의 현실이 깔려 있다. 종영한 JTBC <괴물>이나 tvN <빈센조>에서도 부동산은 드라마의 중요한 밑그림이다. 한 작은 시골마을에서 벌어진 일련의 실종과 살인사건을 다룬 <괴물>에는 ‘재개발’이라는 이슈가 진짜 괴물의 얼굴을 숨기고 있고, <빈센조> 역시 금가프라자라는 상가 건물을 재개발하려는 건설업체와 이를 막으려는 입주자들의 대결로부터 시작하는 드라마다. 또 최근 방영되고 있는 tvN <마인>은 효원그룹이라는 재벌가의 대저택을 부감으로 보여주며 시작하는데, 그것 역시 대저택이라는 부동산을 중요한 배경으로 삼고 있다. ‘내 것’을 뜻하는 <마인>이라는 제목이 담고 있듯이, 대저택은 그 자체로 자본주의에서의 위계를 드러내는 부동산의 위력을 상징한다. 

대박부동산

KBS 수목드라마 <대박부동산>은 바로 이러한 최근 대중들의 관심사를 제대로 겨냥한 시의성 높은 작품이다. ‘귀신 들린 집’ 전문 부동산이라는 기막힌 설정을 가져온 이 드라마는, 원귀가 떠나지 않고 출몰해 집값이 뚝 떨어진 건물이나 집을 대상으로 중개업을 하는 ‘대박부동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박부동산의 퇴마사 홍지아(장나라)는 영매인 오인범(정용화)과 함께 집에 붙은 귀신을 퇴치하고 제 값에 부동산 매매를 해준다. 언제 한 푼 두 푼 벌어서 집 장만 하느냐며 아예 집 갖는 걸 포기한 채 사기를 쳐 살아가는 오인범은 홍지아와 일하면서 집과 얽힌 한 맺힌 사연들을 접하게 되고, 그저 일로써 퇴마만 하려는 홍지아를 설득해 그들의 원한을 풀어주는 데 앞장선다. 

 

설정은 ‘퇴마’를 하는 오컬트 장르에 공포가 더해진 B급 코미디처럼 가볍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우리네 부동산 현실이 들여다보이는 결코 가볍지 않은 사례들을 담고 있다. 임신한 딸을 위해 엘리베이터 있는 집을 사려다가 분양 사기를 당해 집도 돈도 다 날려버린 후 결국 화병으로 사망한 어머니, 기껏 고생해 대박을 냈지만 집주인에게 쫓겨나 이에 항의하다 실랑이 끝에 사망한 세입자, 임대아파트 사람들을 차별하며 철조망까지 설치해 놓은 것 때문에 이를 넘다 떨어져 사망한 아이, 안전이 확보되어 있지 않아 범행을 당할 위기에 처한 혼자 사는 여성을 도와주다 오히려 사망하게 된 이웃집 여성... 이들은 원한 때문에 그 곳을 떠나지 못하고 귀신이 되어 사람들을 공격한다. 

 

영매인 오인범은 이 귀신을 자신의 몸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고, 홍지아는 그 귀신의 이름을 적어 넣은 비수로 오인범의 가슴을 찔러 귀신을 저 세상으로 보낸다. 그 순간 오인범은 귀신이 원한을 갖게 된 사연을 빙의된 상태에서 알게 된다. 그래서 미제로 남은 사건을 해결하기도 한다. 이런 설정은 어딘가 KBS <전설의 고향>의 원귀 한 풀어주는 사또 이야기를 닮았다. 처음에는 공포로 시작하지만, 차츰 원귀의 사연이 진짜 이야기가 되는 구조의 이야기 설정이다. 그 사연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있으면 우리네 부동산을 둘러싼 현실이 보인다. 드라마는 퇴마 같은 형식을 취해 사실은 이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LH 사태가 일파만파의 파장으로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젊은 세대들이 영혼까지 끌어모아 어떻게든 집을 마련하려는 부동산 현실 속에서 <대박부동산>이 그려내는 원혼들은 그래서 마치 내 집이 없어 여기저기 부유하며 살아야 하는 서민들의 모습을 은유한다. 그들은 더 가진 자들에 의해 길거리로 나앉았다가 결국은 삶의 바깥으로까지 밀려난다. 그래서 복수하듯 그 자리에 머물며 끝내 얻지 못한 그 집을 떠나지 못하고 거기 들어오는 이들을 가로막는다. 이 얼마나 슬픈 원혼들의 출몰인가. 그나마 그 원혼들의 한을 풀어주고 있는 대박부동산마저 도학건설 도학성 회장(안길강)이 재개발을 위해 몰아내려 하는 이야기는 그래서 팽팽한 대결구도를 만든다. 이마저도 허용하지 않는 부동산 공화국의 참담한 현실이 그 대결구도 속에서 그려지기 때문이다. (글:PD저널, 사진:KBS)

‘강철부대’가 끄집어낸 두 가지 키워드, ‘함께’, ‘끝까지’

 

<가짜사나이> 가학성 논란 이후 군대를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은 일종의 선입견이 생겼다.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피, 땀, 눈물의 진정성이 보기 불편해진 것. 하지만 최근 방영되고 있는 채널A, SKY <강철부대>는 다르다. 무엇이 선입견을 깨고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한 걸까.

'강철부대'

<강철부대>, 가학성 논란 없었던 까닭

채널A, SKY <강철부대>는 그다지 좋은 기대감을 갖고 시작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지난해 유튜브 콘텐츠 <가짜사나이>가 만들었던 엄청난 화제성과 동시에 쏟아진 가학성 논란들이 선입견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훨씬 커진 스케일과 연예인까지 참여하는 출연진으로 돌아온 <가짜사나이> 시즌2는 혹독한 훈련 과정과 더불어 조교들의 조롱 섞인 말들까지 갖가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조교들의 사생활 논란까지 끄집어내져 대중들의 뭇매를 맞기 시작하면서 방송은 중단되었다. 이러니 <강철부대>에 선입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또 ‘군대 리얼리티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이런 선입견은 첫 방송이 나가면서 일거에 사라져버렸다. 콘셉트 자체가 달랐다. <가짜사나이>는 일반인들의 훈련이 콘셉트지만, <강철부대>는 특수부대를 전역한 이들이 자신이 몸담았던 부대의 명예를 걸고 한바탕 대결을 벌이는 콘셉트였다. 이러니 ‘훈련 과정’ 따위는 존재할 수 없었고 당연히 가학적인 장면들은 희석되었다. 물론 군 부대원들끼리의 대결 자체가 혹독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첫 날부터 살얼음이 언 흙탕물 속에서 맨 몸으로 부딪치는 참호격투를 하고, 곧이어 달리기, 포복, 40킬로 타이어 들고 뛰기 그리고 10미터 외줄타기를 연달아 하는 각개전투로 대결을 벌였다. 그런데 그 날의 미션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조난상황이 연출된 어두컴컴해진 밤바다를 수영해 더미를 구출해오는 미션까지 치러졌다. ‘강철체력’이 아니면 불가능해 보이는 하루의 미션이었지만 출연자들 역시 보통은 아니었다. 황충원 같은 괴력을 보여주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박준우 같은 오랜 군 경력에서 나오는 놀라운 전략으로 도저히 이길 수 없어 보이는 미션을 승리로 이끄는 인물도 있었다. 즉 미션은 <가짜사나이>처럼 혹독한 것들이 적지 않았지만, 이를 수행하는 이들이 모두 베테랑들이었기 때문에 가학적인 느낌은 전혀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들이 소속됐던 특수부대를 대표한다는 명예는 이들의 미션 대결을 훨씬 더 자발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박갈량, 황장군... 여성들도 환호하는 사기 캐릭터들의 향연

흥미로운 건 이 군대 서바이벌에 환호하는 이들 중에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그것은 두 가지 요인에서 기인된다. 하나는 여기 출연하는 인물들이 박갈량, 황장군으로 불릴 정도로 분명한 저마다의 캐릭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박갈량으로 불리게 된 박준우(박군)는 거구에 괴력을 가진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왜소한 체격의 소유자였지만, 매 미션마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전략이 주효함으로써 승리로 이끌어내는 인물이었다. 박준우라는 캐릭터는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물론 트로트 가수 박군으로 활동하며 남다른 삶의 질곡이 잘 알려져 이미 여성 팬덤들이 적지 않았던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지만, 전략을 쓰는 그의 존재는 군 경험이 없는 여성들 또한 몰입하게 만든 이유가 됐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 조사 결과 <강철부대>는 비드라마 부문 TV화제성 1위를 차지했고, 박준우는 출연자 화제성 1위를 기록했다. 

 

남다른 피지컬로 두 사람이 여러 차례 해머로 내려쳐야 겨우 열리는 문을, 혼자 한 방에 열어버리는 진풍경을 만든 황충원은 ‘황장군’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고, 미션마다 엄청난 근성을 보여주지만 마치 아이돌 같은 준수한 외모로 등장부터 화제가 됐던 육준서도 이미 팬덤이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젊은 팀원들로 구성된 SDT 팀의 날쌘돌이 강준이나, 참호에서 벌어진 타이어 격투에서 박준우와의 명대결을 펼친 UDT 팀의 이종격투기 선수 김상욱 등등 <강철부대>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매 미션마다 쏟아냈다.

 

흥미로운 건 이 캐릭터들이 벌이는 ‘대테러 침투작전’이나 ‘야간연합작전’은 마치 게임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는 점이다. 레인보우식스나 배틀그라운드 같은 일인칭 슈팅 게임(FPS)을 해본 게임 유저라면 마치 그 ‘실사판’을 보는 것 같은 것. 이런 게임적 요소들은 <강철부대>의 팬층이 훨씬 폭넓어지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다. 

 

‘함께 끝까지 간다’는 메시지에 담긴 울림

<강철부대>가 특히 큰 울림을 남긴 미션들은 ‘탈락팀’이 결정되는 데스매치에서였다. 250킬로 타이어를 네 사람이 계속 뒤집어가며 300미터를 이동하는 첫 번째 데스매치는 그 어느 팀도 해내지 못할 거라 여겨졌지만, 놀랍게도 모든 팀이 완주를 했다. 물론 이미 탈락팀으로 결정되어버린 상황 속에서도 해병대 수색대팀은 중도 포기를 선택하지 않았다. 끝까지 하는 모습에 다른 경쟁 팀들마저 박수를 보냈다. 

 

두 번째 데스매치로 치러진 40킬로 산악행군 미션은 한편의 영화 같은 울림을 줘 스튜디오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연거푸 데스매치를 두 번씩이나 치르게 된 SDT 팀이 그 영화 같은 미션의 주인공이었다. 시작 전부터 정상적인 몸 상태와 체력이 아니었던 한 대원을 다른 팀원들이 끝까지 함께 도와주고 밀어주면서 완주하는 광경은 커다란 감동을 선사했다. 

 

이들 데스매치들이 큰 감동을 선사한 건 거기 담긴 메시지 때문이었다. ‘함께’ 그리고 ‘끝까지’ 한다는 그 메시지는 무한 경쟁의 현실을 살아가는 대중들에게도 주는 울림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승리만이 목적이 아니라, 더뎌도 다함께 함으로써 끝까지 가는 것. 그래서 패배해도 모두의 박수를 받는 광경은 마치 한 편의 우화처럼 시청자들의 마음을 건드렸다.

 

군대 소재 프로그램은 어딘지 불편하다? <강철부대>는 같은 소재라고 해도 어떻게 접근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좋은 예가 되었다. 다소 자극적일 수 있는 미션과 대결을 벌여도 결국 중요한 건 납득될만한 이유가 담겨져야 한다는 걸 이 사례는 보여주고 있다. (글:시사저널, 사진:채널A)

'모래시계'에서 '오월의 청춘까지', 5.18 민주화운동의 의미, 확장

 

1995년 1월부터 2월까지 밤거리는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특히 밤 9시50분부터 한 시간 동안은 거리가 텅텅 빌 정도였다. 당시 대중들의 시선은 한 TV드라마에 쏠려 있었다. <모래시계> 신드롬이었다. ‘귀가시계’라고 불릴 만큼 큰 인기를 끌었던 <모래시계>는 최고시청률 65.7%를 기록했을 정도로 세간의 화제가 되었고, 그 해의 백상예술대상은 TV부문 대상을 비롯해 작품상, 연출상, 남자 최우수연기상, 극본상, 남자 신인연기상을 모두 <모래시계>에 안겼다. 

 

드라마 '모래시계'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그간 TV에서는 거의 금기시 되다시피 했던 광주 민주화운동의 실제 영상들이 드라마 속 장면으로 시청자들에게 전해졌다는 점이었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당시의 끔찍했던 장면들이 알려지긴 했지만, 당시만 해도 많은 대중들은 <모래시계> 속에 담긴 광주의 처참한 장면들이 드라마가 아닌 실제 영상이라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된 건 1980년 당시 TV뉴스가 했던 보도들을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는 1980년 5월27일 자 KBS 9시 뉴스는 앵커의 이런 멘트로 시작한다. “광주사태는 발생 10일 만에 진압돼서 평정되어가고 있습니다. 광주시민을 돕기 위한 생활필수품 공급을 비롯한 각종 구호작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북한 괴뢰는 여전히 광주사태에 대한 선동에 광분하고 있습니다...” 그 뉴스는 민주화 운동에 나선 시민들을 폭도로 부르고 이들이 북한의 사주를 받은 것인 양 날조하면서 계엄군이 마치 이들로부터 위협에 시달리는 평범한 시민들을 구원한 이들로 둔갑시키고 있다. 당시의 국내 언론이 얼마나 독재정권의 통제 하에 있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일부 언론인들이 정부에 반하는 기사를 쓰기도 했지만 이들은 대부분 해고되거나 좌천되는 일을 겪었다. 이러니 광주 민주화운동은 그 진실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80년 광주 당시의 생생한 영상들이 남을 수 있었던 건 한 외신기자 덕분이었다. 북부독일방송 도쿄지국 소속 기자였던 위르겐 힌츠페터와 헤닝 루모어가 서울에서 한 택시운전사와 함께 광주로 잠입해 들어가 현장을 취재한 영상이다. 힌츠페터는 5월19일 광주에 잠입해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을 생생히 카메라에 담았고 그 필름을 과자 통에 숨겨 독일 본사로 보냈다. 이 영상이 북부독일방송 뉴스 프로그램에 방송되면서 전 세계에 광주의 실상이 알려지게 되었다. 힌츠페터는 이후에도 또 다시 광주에 잠입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했고 이 영상은 향후 광주의 참상을 고발하는데 중대한 힘을 발휘했다. 

 

1995년 <모래시계>가 당시 광주 민주화운동의 장면들을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었던 건 1993년 첫 번째 문민정부로 김영삼 정권이 들어서면서 달라진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 김영삼 정권은 1995년 역사 바로 세우기의 일환으로 전두환과 노태우 전직 두 대통령을 반란죄, 횡령, 살인죄로 체포하고 사형을 구형했다. 1997년 4월17일 사법부는 전두환에게 내란과 내란 목적 살인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국가가 당시까지만 해도 ‘광주 사태’라는 잘못된 표현으로 지칭되던 5.18민주화운동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이었다. 당시 대법원 판결문에는 ‘광주시민들의 시위는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한 방위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제 광주 민주화운동은 영화의 공공연한 소재로 다뤄질 수 있게 됐다. 1996년 장선우 감독이 <꽃잎>으로 5월 광주의 아픔을 담았고, 이후에도 <화려한 휴가(2007)>, <26년(2012)>, <택시운전사(2017)> 같은 작품들이 대중들의 지지와 환호를 받았다. 특히 전 세계에 광주의 실상을 알렸던 힌츠페터의 이야기를 담은 <택시운전사>는 천만 관객을 훌쩍 넘기는 상업적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이제 5.18 광주는 더 이상 문화콘텐츠 속에서도 금기시될 소재가 아니었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들이 일어나면서 최근에는 드라마들도 80년대 민주화운동이나 5.18광주를 소재로 담을 정도로 당대의 진실은 익숙한 일이 되었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KBS <오월의 청춘> 같은 드라마는 80년 5월 광주를 배경으로 청춘들이 마주하게 된 설렘과 아픔을 담아내고 있다. 

 

드라마 '오월의 청춘'

이처럼 이제는 우리에게 익숙해진 5.18민주화운동이 최근 미얀마에서 군부 구데타에 의해 벌어지고 있는 비극을 통해 다시금 그 의미가 재조명되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미얀마 시민들이 ‘군부 쿠데타 후 인상이 좋아진 나라’로 89%가 한국을 꼽았고, 그 이유로 5.18민주화운동을 들었다고 한 것. 즉 우리가 겪은 5.18민주화운동이 군인들의 군홧발에 짓밟히고 있는 미얀마 시민들에게는 하나의 희망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신군부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구속하고 저항하는 광주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했던 광경에서, 미얀마 시민들은 미얀마 군부가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을 구속하고 시민들을 학살하는 장면을 떠올린다. 미얀마 시민들은 그래서 <택시운전사>를 보라고 권하는 이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미얀마 시민들이 5.18민주화운동을 하나의 희망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이야기는 그저 뿌듯한 일로만 다가오진 않는다. 그것은 <택시운전사>의 주인공이었던 힌츠페터 같은 외신기자의 노력으로 전 세계에 광주의 실상이 알려진 것처럼, 우리는 과연 미얀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주화 운동’을 얼마나 제대로 조명하고 알리고 있는가 하는 반성이 앞서기 때문이다. 물론 적지 않은 양의 미얀마 관련 보도가 나오곤 있지만, 그 실상을 알 수 있는 분석보도보다 본질을 흐리는 자극적인 장면이나 기사들이 많았다는 게 미디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980년 광주는 지금 2021년 미얀마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미얀마 시민들은 80년 광주의 참상이 그 후 민주화 운동을 거치며 그 진실이 알려지게 된 그 과정들에서 희망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는 힌츠페터 같은 외신기자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만들어진 국제적인 연대가 존재했다. 이제 우리도 미얀마 시민들의 힌츠페터가 되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건 또한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이어가는 일이기도 하다.(글:이데일리, 사진:SBS,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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