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또 울고..'트롯신2' 출연자들의 눈물이 노래에 담겨질 때

울고 또 울고... SBS 예능 <트롯신이 떴다2> '라스트 찬스'는 유독 눈물이 넘쳐난다. 과거 남다른 인연이 있던 임지안이 무대에 올라서자 김연자는 솟구치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결국 테이블에 얼굴을 묻고 거의 통곡하듯이 눈물을 쏟아냈다. 그의 그런 모습을 본 임지안 역시 눈물을 참아내지 못했다. 그들 사이에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안 좋은 일'이 있었다는 김연자의 말에서 무명 트로트가수로 살아가는 이들의 신산한 삶의 무게가 느껴졌다.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르고 임지안이 부른 노래는 김용임의 '훨훨훨'.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네. 버려라 훨훨 벗어 버려라 훨훨- 사랑도 미움도 버려라 벗어라 훨훨훨-' 절절한 노래 가사가 임지안과 김연자가 쏟아낸 눈물과 어우러져 가슴에 콕콕 박힌다. 무언가 인생의 쓴 맛을 제대로 느껴본 이들이 더 이상 말로 표현할 수 없어 '훨훨훨'이라는 말로 그걸 떨쳐내려는 것만 같았다.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이른바 눈물을 쏟아내는 일에 대해 시청자들은 이제 '사연 팔이 좀 그만 하라'는 비판적 시선을 던지곤 한다. 하지만 <트롯신이 떴다2>는 예외적이다. 그것은 여기 무대에 오른 이들이 보여주는 눈물이 '사연 팔이'가 아니라 진짜기 때문이다.

 

가수가 된지 20년이나 되어 지금은 50대지만 여전히 무명인 홍원빈은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서는 일이 커다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는 "대중이 모르는 가수로 만족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 싶었다"며 이렇게 나오게 된 데는 "옆에서 응원해주는 가족이 있어서"라고 했다.

 

얼굴이 못생겼다는 이유로 수없이 오디션에서 탈락해 가수 뒤에서 코러스만 했다는 풍금은 이미자의 '아씨'를 정통 트로트의 맛을 고스란히 살려 담백하게 불러냄으로써 모두를 감동시켰다. 지역가수라는 꼬리표가 붙어 그 이상을 시도하지 못했던 한봄은 '내장산'을 구성지게 불러 모두의 찬사를 받았다.

 

아픈 홀어머니를 부양하기 위해 특전사에 들어갔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군을 나와 트로트로 전향한 박군이나, 작곡가 김정호의 아들로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인정을 이 무대를 통해 받은 김태욱 같은 인물들이 트로트를 부를 때 끌어내지는 감정은 그 사연과 어우러져 커다란 시너지를 만든다.

 

물론 이건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지금껏 무대에 오르기 전 출연자의 사연을 더함으로써 무대에 감정을 더해왔던 방식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것이 인위적으로 연출된 것인가 아니면 진짜인가의 차이다. 무명의 트로트가수라는 이 프로그램이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려는 지대는 그 자체로 사연에 진심의 무게를 더하고 있다. 그동안 소외되었던 이들을 지지하고픈 마음이 들게 하는 것. 그것이 어쩌면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사진:SBS)

‘유퀴즈’, 이토록 의젓한 20학번 새내기들이라니

 

tvN 예능 <유 퀴즈 온더 블럭>에 나온 이준서는 함안에서 이제 갓 올라온 대학 신입생이었다. 학창시절 수학여행 정도로만 와봤다는 서울살이가 낯설어 보이는 준서는 스무 살 다운 밝은 모습이었다. 고등학교 배치고사에서 전교 124등으로 성적이 수직 하강했다가 1학기 때 전교 20위권에 들고 2학기 때 10위권 그리고 2학년 이후에는 전교 1등을 한 성적표에 유재석이 놀라움을 표했지만 준서는 별거 아니라는 듯 자신의 성격을 이야기했다.

 

청개구리 스타일이라는 거였다. 공부를 하라고 하면 안 하고 또 주위에서 포기하면 자극 받아서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라는 것. 그래서 처음 성적이 뚝 떨어졌을 때부터 스스로 열심히 했다는 거였다. 학원은 안 다녔냐는 유재석의 질문에도 그저 담담히 학원비가 요즘 비싸서 그렇게 비싼 돈을 내고 다니느니 혼자서 하는 게 낫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준서의 속내는 더 깊은 곳에 있었다. 다닐 수 있었으면 학원을 다니고는 싶었다는 것. 다만 그럴 형편이 안됐다는 것이었다. 엄마는 “해도 괜찮다”고 했지만 준서는 엄마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결코 그럴 수 없었다는 거였다. 이른 나이에 자신을 낳고 자신 같은 청춘을 누리지 못했다는 엄마. 약국 종업원, 간호조무사, 마트 계산원 같은 일을 하시는 엄마였다. “엄마 월급이 얼마나 된다고 그 상당 부분을 학원비로 쓴다는 게 말이 안되는 거 같아서 나 혼자 살 수 있겠지 하면서 혼자서 하는 편이었죠.”

 

아들이 엄마에 대한 미안함을 갖고 있는 만큼, 엄마 역시 아들에 대한 미안함을 갖고 있었다. “철이 빨리 들고 조금 생각이 많아요. 안 해도 될 생각들도 많이 하는 편이기도 했고.. 미안하죠.” 이제 대학 새내기가 되어 떨어져 지내야 하는 엄마와 아들이지만 그렇게 서로에 대한 마음은 단단히 묶여 있었다. 준서는 엄마가 보낸 손 편지를 보고는 결국 꾹꾹 눌러뒀던 눈물을 흘렸다. “저는 이런 삶을 누리는데 엄마는 그러지 못했으니까. 엄마는 20대 때 그러지 못했잖아요. 보따리 싸매고 저 업고 다니고 남들 공부하고 꿈 키울 때.. 계속 참았는데 너무 가슴 아파요.”

 

<유 퀴즈 온더 블럭>이 50회를 맞아 기획한 건 2020년에 새내기 대학생이 되어 서울로 올라온 학생들의 이야기였다. 스무 살이라고 하면 아직 어리다고만 여겨질지 모르지만, 여기 출연한 학생들은 의외로 의젓한 속내들을 보여줌으로써 유재석과 조세호 그리고 시청자들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제주에서 올라온 대학 새내기 김민주 역시 첫 서울살이에 들뜬 모습이었다. 코로나19 때문에 동기모임도 취소되고 수업도 온라인으로 들어 교수님 얼굴이 보고 싶다는 민주는 한강에 나가 치맥하는 소박한 꿈에도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계속 제주에서 자라 바다가 지겹고 서울의 차소리가 신기하다는 민주지만 그 역시 자신이 떠나와 부모님 옆에 남을 커다란 빈자리가 마음에 쓰인다고 했다.

 

민주 역시 엄마가 쓴 손 편지 내용을 들으며 눈물을 훔쳤다. 어린 시절 아빠가 사고로 입원했을 때 “대견스럽게 혼자 버스 타고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한 시간씩 등하교를” 했던 민주였다. 그 때 엄마의 마음은 너무나 무거웠던 모양이었다. “엄마는 터미널에서 너를 버스 태워 보내놓고 아빠가 있는 병원으로 오면서 매일 울곤 했었지...” 아빠는 몇 차례 뇌출혈로 쓰러져 일상생활하는 것도 힘들어졌다고 했다. 민주는 자신이 서울로 떠나온 것도 잘 인지하지 못하시는 아빠지만 아주 가끔 진심을 들려줄 때 기쁘다고 했다.

 

스무 살이지만 더없이 속이 꽉 찬 청춘들이었다. 장수에서 서울대학교에 합격한 이윤수는 그 어려운 길을 뚫었음에도 너무나 겸손하고 소탈한 모습이었다. 별거 아니라는 듯 스스로 공부했고 동생들 공부까지 챙겼다고 했지만 거의 완벽에 가깝게 꼼꼼하게 해놓은 노트는 유재석과 조세호는 물론이고 제작진도 놀라게 만들었다. 학비 때문에 국립대와 재수 안하기가 자신의 목표였다는 윤수는 그걸 이뤄 너무 좋다고 했다. 동생이 둘이나 돼서 학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거였다.

 

완도군 노화읍에서 대학 새내기가 되어 서울로 올라온 박서현은 그가 자란 노화도의 자연 풍광처럼 순수하고 맑은 청춘이었다. 연예인 보는 게 처음이라 너무 신기하다는 서현은 방송에 나왔던 맛집을 탐방한 것도, 지하철을 타는 것도 모든 게 즐거운 얼굴이었다. 아빠와의 밤낚시 이야기를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흥분해가며 말하는 그 모습에서 그 밝은 에너지가 느껴졌다.

 

2020년에 새내기 대학생이 된 네 친구들의 이야기를 전해준 <유 퀴즈 온 더 블록>은 기존 퀴즈 방식이 아닌 ‘장학퀴즈’ 방식으로 네 친구들에게 장학금을 건 퀴즈를 냈다. 퀴즈를 푸는 과정에서도 이 청춘들이 얼마나 타인을 배려하는지가 느껴졌다. 모두가 골고루 장학금을 가져가길 원했고, 그 바람이 먹혀들었는지 실제로 네 친구들은 모두 장학금을 나눠 가져갈 수 있었다.(사진:tvN)

‘개훌륭’, 강형욱이 반려견 영정사진을 통해 보여준 것

 

강형욱은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간 도무지 불가능해 보였던 일들도 벌어지게 만들었던 ‘마법’의 주인공은 거기 없었다. ‘개통령’이라는 수식어도 무색해졌다. 자신의 반려견 앞에서 강형욱 역시 눈물 흘리는 보호자였다.

 

KBS <개는 훌륭하다>가 ‘행복하개 프로젝트’로 보여준 건 떠나보내기 전 기억을 남기기 위해 찍는 사진이었다. 그런데 그 영정사진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강형욱의 반려견 다올이었다. 당뇨에 혈액암까지 와서 길게는 1년 짧게는 3개월 시한 판정을 받은 다올이.

 

강형욱의 사무실을 찾은 이경규와 이유비는 같은 방에 누워 있는 다올이를 보고 반색했다. 하지만 SNS에 올라온 사진으로 봤던 모습과는 달리 다올이는 겉보기에도 힘이 없어 보였다. 일어나 같이 나가자는 말에도 그저 서 있는 다올이를 결국 강형욱은 안고 밖으로 나왔다.

 

농담 삼아 ‘착한 여자친구’ 같이 늘 옆에 있다는 다올이는 “너무 착해서 바보 같은 친구”라고 했다. 아파도 참고 기다리곤 했다는 것. 그것이 강형욱의 마음을 더욱 짠하게 만들었을 거였다. 이경규가 조심스레 영정사진을 제안하자 강형욱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결국 “사진 찍기 싫어요”라며 눈물을 터트렸다.

 

그 마음이 온전히 이경규와 이유비에도 전해졌다. 여러 차례 반려견의 죽음을 경험했던 이경규는 그걸 처음 경험하는 강형욱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 안쓰러워했고, 이유비는 강형욱보다 더 펑펑 눈물을 쏟아냈다. 그런데 그런 강형욱의 마음을 다올이가 알고 있었던 걸까. 힘겹게 발밑에 엎드려 있던 다올이는 일어나 울고 있는 강형욱 앞에 앉아 그를 올려다봤다. 그 장면은 마치 강형욱과 다올이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누가 항상 옆에 같이 지내던 반려견이 언젠가 갑자기 떠날 거라는 걸 준비할 수 있을까. 강형욱 역시 “보낼 준비를 진지하게 하지 않았다”며 “내 마음대로 될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스로가 너무 “이기적”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늘 함께 있던 다올이가 없을 일상이 그는 두렵다고 했다.

 

그는 문제견들의 행동을 교정하면서 견주들에게 “어떤 보호자로 기억되고 싶냐”고 묻곤 했다. 그 때 그가 스스로 말했던 답은 “당신이 내 보호자여서 행복했다”는 그런 기억으로 남는 보호자였다. 하지만 그렇게 말했던 강형욱도 자신의 반려견 앞에서는 후회가 남는 모양이었다. “너무 기다리지 않게 했던 보호자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그 말은 아마도 반려견과 함께 하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을 게다. 우리가 아마도 반려견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기다려”일 것이니 말이다. “제가 생각해보니까 강아지들한테 기다리란 말을 너무 많이 했어요.”

 

<개는 훌륭하다>가 강형욱의 반려견 다올이의 영정사진을 통해 보여준 건 지금 항상 옆에 있지만 언젠가 떠날 반려견을 어떻게 보내줘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사진을 찍고 애써 기억에 남기려는 그 마음과 더불어, 그 때가 아니라도 평상시 반려견에게 자신이 어떤 보호자로 기억될까를 생각하는 마음이 그것이다.(사진:KBS)

‘더블캐스팅’ 김지훈의 ‘귀환’, 무엇이 우리 마음을 울렸을까

 

노래를 듣던 멘토들도 자신의 역할을 잠시 잊고 눈물을 흘렸다. 절절하지만 담담하게 불러내는 노래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아마도 시청자들 역시 똑같은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단 몇 분 동안 흘러나오는 노래지만, 그 노래 가사 하나 하나가 저마다의 머릿속에 있는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을 끄집어냈을 테니 말이다.

 

tvN <더블캐스팅> 톱12가 선보인 ‘한국 창작 뮤지컬’ 미션에 26살 김지훈이 고른 곡은 <귀환>의 ‘내가 술래가 되면’이라는 곡이었다. 이 뮤지컬은 6.25 전쟁 전사자 유해발굴을 주제로 한 것으로, ‘내가 술래가 되면’이라는 곡은 참전용사 승호가 퇴직 후 전사한 친구들의 유해를 찾아 산을 헤매는 내용을 담았다.

 

26살 김지훈에게는 결코 쉬운 선곡이 아니었다. 이 노래를 부르는 극 중 인물은 60대기 때문에 그 감성을 20대인 김지훈이 담아낼 수 있을까에 멘토들도 우려 섞인 질문을 던졌다. “그냥 노래로 할 건가요? 아니면 나이 배역으로 할 건가요?” 이지나 멘토의 이런 질문에 김지훈은 “승호라는 인물도 그리움을 갖고 있지만” 자신도 그리움이 있다며 그 감정을 담아 소년시절의 승호로 돌아가 부르려고 한다고 했다.

 

유해를 찾아다니는 승호의 심경을 어린 시절 자주 술래가 되어 친구들을 찾아다녔던 기억을 통해 전하는 노래였다. 그 가사는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있던 그리움의 정조를 끄집어내기에 충분했다. “단풍나무 그늘 아래 여긴가, 산등성이 돌탑 뒤에 여긴가, 휘파람이 들리는 곳 여긴가, 다 어디 숨었니? 해 떨어지는데- 종이접어 비행기를 날리고, 작은 신발 구겨 신고 웃었지, 책갈피에 그림 한 장 품고서, 다 어디 숨었니? 해 떨어지는데-” 웬만한 강심장이라고 해도 무너질 수밖에 없는 가사와 정조였다.

 

이런 가사와 정조를 김지훈은 26살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담담하면서도 애절함을 담아 고스란히 관객을 향해 전하고 있었다. 노래 실력을 보여주려는 것보다도 그 그리움의 감정을 노래를 통해 전하려는 마음이 느껴졌다. 멘토들은 그 마음을 온전히 느꼈을 게다. 마이클 리와 차지연의 눈이 붉어졌고, 특히 죽음 저 편에 가 있는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히 전하는 대목에서 엄기준은 눈물을 뚝 떨어뜨렸다.

 

“어딘가 살아있다면, 그래서 여기 없다면, 나에게 소식 전해줘. 나 여기 있을 게. 밤 깊어가는 데, 혹시나 길을 잃어서, 잠든 채 숨어 있다면, 이제는 나타나 줘. 집에 가야지. 밤 깊어가는 데.”

 

아마도 <더블캐스팅>이라는 프로그램의 존재 가치를 가장 잘 드러낸 무대가 아니었나 싶다. 뮤지컬 오디션이 다른 건 그저 노래 실력을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노래를 통해 그 극이 가진 인물의 감정을 전하는 연기에 있었다. 우리가 뮤지컬 가수라 부르지 않고 ‘뮤지컬 배우’라 부르는 건 그런 의미였다. 김지훈의 무대가 감동적이었던 건 그 짧은 순간에 뮤지컬이 가진 힘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노래를 부를 때 어떤 감정이었냐고 묻는 엄기준에게 김지훈은 “사무쳤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엄기준은 노래를 듣다 “세월호랑 겹치면서 눈물이 흘렀다”고 했다. 마이클 리는 그 노래를 들으며 자신의 아버지와 아들들을 떠올렸다고 했다. 노래 한 곡에 세대를 훌쩍 뛰어넘어 저마다 가진 그리움을 떠올리게 하는 힘. 그것이 뮤지컬이 가진 힘이 아닐까.(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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