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하우스' 시즌2에서 이지아는 과연 예상대로 재등장 할까

 

무언가 시원한 사이다 복수극을 기대했던 시청자라면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시즌1 마지막에 고구마 만 개는 먹은 듯한 결말에 뒷목을 잡았을 법하다. 그토록 매회 매분 소리를 지르고 악다구니를 쓰며 머리채를 잡고 싸우고, 심지어 칼로 찌르고 불을 지르고 시체를 유기하는 등 별의 별 사건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악마 같던 헤라팰리스 사람들은 모두가 건재했다. 다만 그들과 대항하거나, 복수를 꿈꿨거나 혹은 약간의 양심의 가책으로 흔들렸던 이들만 무너졌다. 가난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려던 학생 민설아(조수민)가 일찌감치 죽었고, 그가 자신의 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복수를 꿈꿨던 심수련(이지아)도 주단태(엄기준)의 손에 칼을 맞았다. 

 

젊은 날 돈과 권력의 힘으로 모든 걸 앗아가 버렸던 천서진(김소연)에 대한 복수를 꿈꿨던 오윤희(유진)는 자신이 민설아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다 주단태에게 철저히 이용당하고 한때 믿고 따랐던 언니 심수련을 자신이 살했다는 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죽은 민설아에 대한 복수를 꿈꾸며 국내로 들어와 주단태를 무너뜨리려 했던 로건 리(박은석) 역시 아무 것도 이루지 못했다. 

 

결국 <펜트하우스> 시즌1은 이 드라마가 처음 시작했던 헤라팰리스의 그 풍경으로 돌아갔다. 오윤희의 공판이 있던 날, 이들은 악마 같은 미소를 지으며 파티를 즐겼다. 애초 이들에 대한 처절한 응징을 꿈꿨던 시청자들은 작가가 후려친 뒤통수에 얼얼함을 느끼며 시즌2를 봐야할지 아니면 더 이상 작가의 영악한 놀이에 휘둘리는 일을 그만둬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 

 

김순옥 작가는 마지막에 이르러 갑자기 할리우드 탈옥 범죄물을 연상시키는 너무나 작위적인 설정으로 시즌2에 대한 떡밥을 던졌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이송되던 오윤희를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로건 리가 구해내 납치하고, 심수련을 죽인 죄를 물었던 것. 오윤희는 자신이 죽이지 않았다는 걸 강변하며, 로건 리가 든 날카로운 송곳을 자신의 목에 스스로 찍었다. 

 

물론 이런 장면으로 오윤희가 사망했다고는 이제 시청자 그 누구도 믿지 않는다. 당연히 그는 죽지 않고 시즌2로 돌아와 못다한 복수극을 이어갈 것일 테니 말이다. 여기에 사망한 것으로 처리된 심수련 또한 시즌2로 돌아올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그것은 기대감이 아니라, 김순옥 월드라면 그럴 거라는 허탈감과 조롱이 섞인 시청자들의 갖가지 상상에서 나오는 것이다. 

 

<펜트하우스> 시즌1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이제 개연성 없는 이 세계에서는 작가의 의지에 따라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보여준 어떤 내용들이 그렇기 때문에 벌어질 수 있을 거라는 어떤 결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 대신 김순옥 작가가 이전에 해왔던 막장드라마들 속의 기상천외하고 작위적인 방식들을 떠올리며 시즌2를 예상한다. 

 

죽은 심수련이 다시 돌아올 것인가에 대한 갖가지 시청자들의 예상 시나리오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심수련이 아예 죽지 않았거나(그렇게 꾸며졌을 뿐), 심수련을 닮은 쌍둥이가 있거나, 심지어 점 하나 찍고 돌아올 것이라는 우스꽝스러운 예상들을 내놓는다. 

 

그래서 만일 이런 예상대로 시즌2에 심수련이 어떤 방식으로든 부활한다면 그건 <펜트하우스>라는 드라마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개연성이 없어 작가 마음대로 사건들이 벌어지고, 그 작위적인 방식으로 시청자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세계. 그 민낯을 과연 시즌2는 예상대로 드러낼 것인가. 또한 그런 민낯을 이미 다 알고 있고 심지어 시즌1의 마무리를 통해 허탈하게 확인했음에도 시청자들은 이제 김순옥이니까 가능한 무개연성의 세계를 인정하며 받아들일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사진:SBS)

'펜트하우스', 진짜 복수극은 아이들이 한다

 

"적당히 좀 하세요! 제가 잘못 살았다면 그건 다 아버지 때문이에요."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오윤희(유진)에 의해 불륜과 이혼을 청아재단 이사장인 아버지 천명수(정성모)에게 들통 나 버리고 이사장 자리는 물론이고 모든 걸 잃게 된 천서진(김소연)은 빗속에서 그렇게 항변한다. 자신과 동생을 끝없이 비교 경쟁시키고 채찍질했던 아버지 때문에 사랑에 굶주렸다는 천서진. 하지만 그런 항변을 하는 천서진을 천명수는 어디다 말대꾸냐며 뺨을 올려붙이며 결국 하지 말아야 할 말까지 한다. 너는 더 이상 내 딸이 아니라고.

 

그리고 결국 드라마는 끝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다. 유서가 든 가방을 두고 부녀가 몸 싸움을 벌이다 아버지는 쓰러져 계단 밑으로 구르고, 도와달라는 아버지의 손길을 천서진은 마치 사이코패스 같은 눈빛으로 외면하고는 유서를 빼들고 도망친다. 존속 살해는 아니지만 아버지의 죽음을 방치하는 최악의 패륜마저 등장하는 것.

 

<펜트하우스>의 이 장면은 아마도 향후 천서진이 그의 딸 하은별(최예빈)에게 겪을 미래를 예고하는 것이 아닐까. 천서진이 그의 아버지에게 겪었던 경쟁과 비교를 고스란히 딸에게 대물림한 하은별은 점점 비정상적인 인물이 되어간다. 아버지 하윤철(윤종훈)이 정신과에 데려가 검사를 해보니 하은별이 겪고 있는 건 '가면증후군'이다. 천서진으로 인해 끝없이 누군가와 비교당하고 경쟁에 내몰리게 되면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면을 쓰고 행동한다는 것.

 

천서진이 오윤희에게 저질렀던 끔찍한 범죄(트로피를 빼앗고 목을 그어 성악을 못하게 만든)는 고스란히 그들 자식들로 이어진다. 천서진의 딸 하은별은 오윤희의 딸 배로나(김현수)를 협박해 학교를 그만 두게 하려 한다. 심지어 엄마가 저지른 것처럼 배로나를 공격하려고까지 한다. 이미 누가 응징하지 않아도 천서진의 비극은 그래서 이미 예고되었다. 다른 이가 아닌 딸이 자신처럼 부모를 패륜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니.

 

<펜트하우스>의 이런 상황 설정은 김순옥 작가표 사이다 저주의 실체가 무엇인가를 잘 드러낸다. 법의 심판대 위에 올리는 그런 정도로는 이 세계 속 악당들에 대한 저주와 처벌이 너무나 약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그들이 하는 짓들은 거의 악마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순옥 작가가 가져오는 이들에 대한 저주는 저들 스스로 만든 지옥으로 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가족 복수극'의 틀이다.

 

물론 '가족 복수극'은 누군가에게 가족이 불행을 당한 것을 복수하는 오윤희나 로건리(박은석)의 복수극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끔찍한 건 저 천서진의 집안에서 벌어지는 가족끼리 죽고 죽이는 지옥도다. 돈과 권력만이 삶의 존재 근거처럼 여기는 저들이 바로 그것 때문에 서로 물어뜯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 <펜트하우스>는 이들의 자극적인 패륜을 통해 사이다를 던져 놓는다.

 

이 설정은 통쾌함을 주긴 하지만, 너무나 자극적이어서 보기 불편한 지점들을 만들어낸다. 아버지가 빗속에서 쓰러져 죽어가고 있을 때 그를 버리고 헤라팰리스로 돌아온 천서진이 아버지의 피가 묻은 손으로 광기어린 피아노를 치는 장면은 그래서 소름끼친다. 그건 다름 아닌 지옥이고 그 곳에 스스로 떨어진 악마의 형상을 재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펜트하우스>에서 진짜 복수는 아이들이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아이들이지만 어른들의 범죄를 거의 똑같이 재연하는 아이들. 그들이 끔찍한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모습에서 지독한 자극과 더불어 저들 악당들에 대한 살벌한 저주가 느껴진다. 시청자들이 지독한 범죄적 설정과 개연성 없는 막장이라 부르면서도 보게 되는 건 그 선을 넘는 자극 속에 심어 넣은 일시적인 카타르시스 때문이 아닐까.(사진:SBS)

'펜트하우스'가 개연성 없는 막장에 시청자를 중독시키는 방식

 

SBS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는 사실 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틀은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복수극이다. 김순옥 작가가 늘 해왔던 방식의 반복. 사회적 공분을 일으킬 만큼 추악한 악당들의 갖가지 행태들이 먼저 공개되고, 그렇게 당하던 이들이 저들에게 처절한 응징을 해주는 방식이 그것이다.

 

<펜트하우스>라는 제목은 이 드라마가 지목하고 있는 공분의 대상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미 JTBC 드라마 <SKY 캐슬>이 끄집어냈던 것이기도 하지만 거기에는 이른바 대한민국 0.1%의 부를 차지한 이들이 갖고 있는 천박한 선민의식과 갑질 그리고 그것을 핏줄로 이어받는 자식 교육의 문제다. 물론 <SKY 캐슬>은 그 문제의식을 가져와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만들어냈지만, <펜트하우스>는 완성도보다는 그 소재의 자극성만을 끌어왔다. 완성도? 자극과 당장의 사이다를 위해서라면 그런 건 별 중요하지도 않다 여겨지는 대본과 연출이 <펜트하우스>에서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게다가 천민자본주의의 갑질과 대물림되는 불공정한 교육의 문제에 <펜트하우스>는 '부동산'이라는 뇌관까지 더했다. 현재 한정 없이 치솟는 부동산 시장으로 인해 가뜩이나 신경이 곤두서있는 대중들은 <펜트하우스>가 꺼내놓은 부동산을 통한 일확천금의 소재에 양가적인 감정을 갖는다. 그것을 하나의 로망처럼 여기면서도, 그것이 저들 가진 자들만이 가능한 일이라는 점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갖는다.

 

드라마는 이 양가감정을 끌어와 헤라팰리스라는 국내 최고가의 부동산에 입주한 이들에 대한 분노를 끌어내고, 이들과 대적해 나가는 오윤희(유진) 같은 서민이 복수를 꿈꾸는 심수련(이지아)과 공조해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고 그래서 부동산 재개발을 통해 서민들의 피눈물을 자신들의 주머니 속 돈으로 만들어내던 악당들 주단태(엄기준), 이규진(봉태규), 하윤철(윤종훈)을 곤경에 처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통해 사이다를 던진다. 오윤희는 결국 이 부동산을 통한 복수(?)로 헤라팰리스에 입주한다.

 

드라마는 매회 공분의 대상들이 하는 악행들을 마치 불길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던져 넣는 장작처럼 제공한다. 주단태는 불륜에 불법적인 일들을 자행하고, 이규진은 이를 위해 폭력까지도 스스럼없이 쓰는 악마의 모습을 드러낸다. 헤라팰리스에 사는 아이들 역시 악마들처럼 그려진다. 오윤희의 딸 배로나(김현수)를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주석훈(김영대), 주석경(한지현), 하은별(최예빈), 유제니(진지희) 같은 아이들은 학생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악마의 모습을 드러낸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시청자들은 그래서 이들의 악다구니에 거슬리지만 자극을 받고, 공분을 일으키는 악역들에 뒷목을 잡으면서 동시에 이들과 대적해가며 조금씩 돈을 벌어 부유해지고 하나씩 복수를 해나가는 심수련과 오윤희의 공조에 빠져든다. 그래서 마치 드라마는 누구나 이야기만 들어도 속이 퍽퍽해지는 고구마 현실(부동산, 교육문제)을 끌어와 죽 나열해 보여주고 거기에 사이다 한 잔씩을 주는 방식으로 시청자들을 조금씩 그 세계에 중독시킨다.

 

이런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방식이 잘못된 건 없다. 게다가 대중들이 공분을 일으키는 특권층들의 불공평한 부동산이나 교육문제를 밑그림으로 끌어온 건, 드라마가 현실의 결핍을 가져와 판타지로 채워주는 그 기능에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막장이라고 부르며 마치 발암물질 보듯 하게 되는 건 이런 이야기의 소재나 틀거리 때문만이 아니다.

 

이 뻔한 막장의 중독이 위험한 건, 이런 고구마와 사이다가 존재한다면 드라마의 개연성이나 완성도 따위는 상관없다는 식의 접근방식에서 나온다. 도대체 저런 일이 가능할까 싶은 엉터리 개연성으로 당장의 사이다를 던져주는 건 전혀 현실성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에게는 오히려 더 큰 허탈감을 줄뿐이다. 그건 마치 당장 목이 말라 바닷물을 들이키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말이다.

 

드라마가 현실에 어떤 의미를 제시하는 건 중요한 목적 중 하나지만, 반드시 꼭 의미만을 지향할 필요는 없을 게다. 하지만 적어도 개연성 자체를 무시하고 내놓는 사이다란 오히려 현실에서 돈을 가진 자들이 마음껏 갑질 하는 삶이 당연하다는 식의 의식을 드러낼 뿐이다. 권선징악의 막장드라마들이 맨 마지막에 가서야 비로소 악당들이 무너지는 결말로 끝을 내지만, 그 과정의 대부분을 악당들의 세상으로 채워 넣음으로써 오히려 그들의 행태를 정당화하거나 당연하게 내세우는 듯한 불편함을 안기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건 일종의 공해하고, 문제의식을 드러내기보다는 세상은 본래 그렇다는 걸 정당화하는 또 다른 방식이 아닐까. 이건 드라마일뿐이야 라고 말하지만, 거기 담겨진 부동산이나 교육문제는 결코 드라마로만 치부될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 개연성 없는 이야기들은 마치 현실에 있는 부동산이나 교육문제가 가진 심각함을 너무나 단순화하는 방식으로 가려버린다. 간간히 던지는 바닷물을 사이다인양 던져주고, 그걸 마셔봐야 갈증만 더할 뿐이라는 걸 마치 알고 있다는 듯 드라마는 영악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사진:SBS)

'이태원' 안보현 빠지니 어딘지 허전한 건

 

장근원(안보현)이 빠지니 어딘지 허전하다? 아버지 장대희(유재명)로부터 철저히 버림받고 감옥에 간 장근원이 이 드라마에서 얼마나 중요한 악역이었는가가 그가 빠지자 더 절실히 느껴진다. 시청자들을 뒷목 잡게 만드는 빌런이면서도, 동시에 연민이 느껴질 정도로 적당히 당하고 무너지는 악당. 그래서 장근원은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보는 맛을 만들어준 캐릭터였다.

 

장근원이 감옥에 가자 그 자리를 대치할 악역이 좀체 보이지 않는다. 장대희가 그 역할을 해줘야 하지만 그는 궁극적인 악으로서 결코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을 보여줘야 하는 캐릭터다. 장가의 서자로 단밤에서 일했던 장근수(김동희)가 단밤을 그만두고 장가로 들어갔지만 어떤 역할을 할지 아직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가 단밤과의 대결을 벌일지 아니면 단밤과는 계속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목표인 장가를 가질 것인지 알 수 없다.

 

장근수는 아직까지 악역이라기보다는 조이서(김다미)를 짝사랑하며 그 사랑 때문에 엇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그래서 대놓고 진실게임 벌칙에 걸린 박새로이(박서준)에게 조이서를 여자로 생각한 적이 있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도무지 돌려 말할 줄 모르는 박새로이는 그런 적이 없다고 단칼 발언을 함으로써 조이서를 울린다. 장근수의 이런 역할은 박새로이와 조이서 간의 멜로를 끄집어내는 것일 뿐, 이 드라마가 가려는 ‘청춘 복수극’의 핵심 서사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드라마에 동력을 만들어내는 절대적인 악역이 뒤로 물러나고 대신 그 자리에 멜로로 인한 갈등이 등장하면서 <이태원 클라쓰>는 숨 가쁘게 달려오던 걸 잠시 멈춰 숨고르기를 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지금껏 <이태원 클라쓰>가 지속적인 힘을 갖게 됐던 건 이 드라마가 가진 ‘복수극 서사’ 때문이다.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라 박새로이라는 인물이 기성세계의 방식이 아닌 자신만의 방식(청춘의 방식)으로 하나하나 해나가는 복수극. 성공을 통한 복수는 창업 판타지와 맞물리며 이 드라마에 힘을 부여한 바 있다.

 

복수극에서 악역이 중요한 건, 사실상 악역의 그 행동들이 그 복수극이 궁극적으로 하려는 주제의식을 끄집어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장근원의 그 지질함과 비겁함은 태생으로 갖게 된 권력을 휘둘러 잘못을 저질러도 덮혀지고 승승장구하게 만드는 엇나간 사회 현실을 끄집어낸다. 장대희가 장가를 이끄는 그 수직적인 명령 구조는 상명하복으로 자행되는 폭력과 불통이라는 시대착오적 시스템을 꼬집는다.

 

이런 악역이 세워지기 때문에 그의 정반대편에 선 박새로이의 복수극은 의미를 갖는다. 그는 단순히 부모와 자신의 원수를 갚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사회현실과 맞서는 것이고, 시대착오적인 시스템과 대결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열광한다. 복수극의 짜릿한 사이다도 있지만 그것이 궁극적으로 건드리는 비판적 지점들을 공감하기 때문이다.

 

잠시 숨 돌리기를 하는 것이라 여겨지지만, 강력하고 매력적인 악역이 순간 사라진 듯한 느낌은 <이태원 클라쓰>에는 그다지 좋은 게 아니다. 시청률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태원 클라쓰>는 지난 1월 31일 첫 방송을 4.98%(닐슨코리아)로 시작한 이래 단 한 회도 빠짐없이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15%를 목전에 뒀으나 장근원이 사라진 이후 첫 방송에서 급제동이 걸렸다. 비록 소폭이지만 방송 11회 만에 처음으로 시청률이 떨어진 것.

 

이 드라마가 다시 가속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좀 더 장대희가 전면에 나서야 하고, 장근수는 확실한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야 한다. 그런 명백한 적수의 위협이 스토리를 통해 계속 전개되고 있을 때만이 간간히 양념처럼 들어간 멜로 또한 빛날 수 있다. 물론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간 장근원이라는 캐릭터가 얼마나 이 드라마에 힘을 부여했는가를 실감하게 되지만.(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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