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5157)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4945)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Total13,416,707
Today153
Yesterday379

'개훌륭', 식구라면 사랑과 함께 규칙도 알려줘야

 

“어머니 얘 몇 살까지 살았으면 좋겠어요?” 강형욱의 질문에 어머니는 15년, 16년은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강형욱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이러면 못 살아요. 이러면 한 3년이면 끝나요. 이렇게 키우면.” 어머니는 충격에 빠진 얼굴이었다. 하지만 강형욱은 불편한 사실을 그대로 전했다. “진짜라니까요? 몸 보면은 당뇨 심하게 온 게...”

 

KBS <개는 훌륭하다>가 이번 주 찾아간 곳은 초 예민 반려견 독도네 집. 어려서부터 거의 ‘식구’로 키웠다는 어머니는 독도를 가족이라 말했다. 그 말에는 진심이 담겼다. 강형욱이 독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목줄을 맨 채 몇 시간 동안 씨름을 하는 동안에도 어머니와 아버지의 얼굴 가득 안쓰러운 표정과 근심이 가득했던 건 독도를 진짜 가족으로 여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사랑을 받고 있는 독도의 상태는 어땠을까. 그냥 보기에도 심각해 보였다. 살이 너무 쪄서 걷는 것 자체가 불편해 보였고 다리가 꺾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통제가 불가능한 독도의 예민한 반응들이었다. 한없이 애교를 부리다가도 갑자기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대고 물기도 하는 상황. 애착관계 역시 들쑥날쑥했다. 딸에게 한없이 애착을 보였다가 이빨을 드러낸 후에는 아버지에게 애착을 보이는 등 제 멋대로였다.

 

놀라운 건 보통의 반려견들이 목줄을 가져와 산책하자 하면 꼬리를 흔드는 것과 달리 독도는 이빨을 드러내며 거부한다는 사실이었다. 목줄조차 매지 못하는 상황이니 산책은 불가능했다. 산책도 하지 않고 집안에서 어머니 아버지가 주는 음식만을 받아먹고 있으니 살이 찔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놀랍게도 어머니와 아버지는 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먹는 음식을 몰래 독도의 입에 넣어주었다.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사갖고 오자 익숙한 듯 자신도 달라며 식탁 옆에 와 앉아 있는 독도에게 딸은 “절대 안돼”라고 말했지만 어머니와 아버지는 번갈아가며 몰래 감자튀김을 먹였다. 그러면서 딸이 “냉정하다”고 말했다.

 

사료가 아닌 사람이 먹는 음식을 먹여 몸 상태가 안 좋은 데다 살까지 찐 상태라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강형욱은 그 상태를 사람에 비유해서 설명했다. 보통의 사람이 부딪치면 그냥 지나가지만, 아픈 사람이 부딪치면 어떻겠냐 되물었다. 당연히 반응은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

 

더 큰 문제는 오래도록 이렇게 뭐든 원하는 건 해주고 원치 않는 일은 안했던 습관들이 누적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솔루션을 위해 투입된 강형욱조차 그 습관을 바꾸는 데 힘겨워했다. 매면 푸는 것을 반복하며 목줄을 매는 것조차 거부하는 독도에게 계속 목줄을 매는 연습을 시키고 싫지만 해야 하는 일들을 알려줬다. 급기야 극렬한 반항에 잇몸이 터져 피까지 나오는 상황. 딸은 놀랐지만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자신들이 독도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자책감 때문이었다.

 

결국 강형욱의 도움으로 딸이 독도에게 목줄을 매는 것을 성공시켰고, 강형욱은 그렇게 지켜야 할 것들을 독도에게 하나하나 알려주는 훈련을 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더 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독도와 지내기 위해서는 그저 ‘식구’라는 마음으로 다 해줘서는 안 된다는 걸 강형욱은 이야기해줬다.

 

<개는 훌륭하다>라는 프로그램의 제목에는 숨겨진 뉘앙스가 담겨있다. 그 말은 어떤 개든 훌륭하다는 뜻이지만, 그럼에도 난폭하거나 물기도 하는 개에게는 함께 지내는 반려인들의 문제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독도네 집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그 반려인들이 반려견에 대한 애정이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식구처럼 생각하고 가족처럼 지내려 하는 반려인들이 더 많다. 하지만 그 애정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야 하는 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강형욱은 그걸 알려주고 어떤 애정방식은 잘못됐다는 걸 교정해줌으로써 반려인과 반려견이 행복한 동거를 할 수 있게 해준다. <개는 훌륭하다>라는 프로그램이 반려동물 가족들에게 주는 중요한 가치다.(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VIP', 진짜 소중한 걸 잃어버린 이상윤

 

“한 순간의 감정으로 한 세상을 잃었어. 네가 뭘 잃었는지 몰라?” SBS 월화드라마 <VIP>에서 박성준(이상윤)의 엄마 한숙영(정애리)은 그렇게 말한다. 아들이 부사장의 딸 하유리(표예진)와 부적절한 관계라는 걸 털어놓자, 한숙영은 그런 일이 아들에게 또 벌어졌다는 사실에 놀란다. 자신 역시 내연녀로서 아들을 낳고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런 한 때의 엇나간 욕망이 어떤 불행한 결과를 만드는가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박성준은 과연 하유리를 사랑했던 것일까. 그것이 허망한 신기루이자 자기연민이었다는 건 아내 나정선(장나라)이 행사 도중 사고로 다쳤을 때 단박에 드러난다. 나정선이 쓰러지자 그는 마치 세상이 무너진 듯 놀라 행사도 뒤로 한 채 하유리의 시선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그를 병원으로 옮겼고, 꼬박 나정선을 지켰다. 그는 순간 알았을 게다. 자신의 마음이 어디로 기울어지고 있는지를.

 

하유리 역시 조금씩 흔들린다. 박성준과의 부적절한 만남이 점점 힘겨워지고 그가 여전히 나정선에 마음이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을 그 사고를 통해 확인하고 더더욱 흔들린다. 게다가 행사 중 VIP 중 한 남자가 자신에게 접근하는 걸 굳이 거부하지 않는다. 과연 박성준의 이런 행동과 하유리의 이런 흔들림이 말해주는 건 뭘까. 이들은 사랑하기는 한 것일까. 어쩌면 자기연민에 빠져 그걸 사랑이라 착각한 건 아니었을까.

 

<VIP>는 이러한 진정한 사랑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동시에 일의 세계에서의 진정한 성공 또한 묻는다. 박성준은 하재웅 부사장(박성근)의 내연녀들과 차명계좌를 관리하면서 그 인맥으로 이사 자리까지 오르지만 그것은 과연 진정한 성공이었을까. 정상적인 방법으로 노력에 의해 얻어진 것이라기보다는 사내 정치와 인맥을 통해 갖게 된 자리. 그것 역시 그의 허망한 욕망에 불과했던 게 아니었을까.

 

이런 사랑과 성공에 대해 던지는 질문에 대한 해답은 의외로 평범하지만 저마다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는 이들을 통해 제시된다. 부모덕에 명품으로 치장하며 살아왔지만 사업이 망한 후 명품들을 모두 처분하고 옥탑방으로 이사 오게 된 이현아(이청아)는 그런 자신을 한 걸음 뒤에서 이해하고 응원하는 차진호(정준원)를 만나 진짜 사랑을 하게 된다. 그는 과거 성공에 목말라하다 배도일(장혁진)에게 성추행당할 뻔한 일을 겪지만, 이를 폭로하고 새 삶을 선택한다.

 

육아 때문에 번번이 휴직을 하다 만년사원이 된 송미나(곽선영)는 어떻게든 승진하기 위해 배도일의 엇나간 요구를 들어주었지만 그건 오히려 그를 더 힘겨운 늪으로 빠뜨린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상황을 알게 된 남편 이병훈(이재원)은 아내를 위해 진짜 남편 역할을 함으로써 관계는 회복된다. 성공은 아니지만 그들은 사랑으로 행복해진다.

 

VIP라는 수직적 세계에서 저 꼭대기로 올라가려는 그 욕망이 저들의 삶을 뿌리째 쥐고 있지만 저들은 그것이 사랑이자 성공이라고 착각한다. 보통의 샐러리맨들도 그 세계로 올라가려 안간힘을 쓰고, 그렇게 되면 막연한 사랑이나 성공까지 손에 거머쥘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 허망한 욕망에 휘둘리고 있는 박성준은 오히려 그것 때문에 자신의 진짜 소중한 ‘세상’을 잃어버린다.

 

“네가 처음 정선이 데리고 왔을 때 참 다행이다 싶었어. 정선이가 바르고 고운 아이라 그렇긴 했지만 그것만이 아니었어. 그 애가 너의 세상이 되어준 것 같아 그래서 그랬어. 이 아이라면 네가 나처럼 허공에 뜬 삶이 아니라 땅에 제대로 뿌리박고 살 수 있겠다 싶어서 그게 참 좋았어.” 한숙영의 이 말은 박성준이 하고 있는 사랑이니 성공이니 하는 것들이 그저 허망한 신기루라는 걸 잘 말해준다. 저 멀리 있는 VIP라는 막연한 신기루를 향하는 삶. 정적 가까이 있는 진짜 VIP는 못 보는 바보 같은 삶.(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초콜릿’ 하지원의 생일과 윤계상의 기일에 담긴 뜻

 

“엄마 제사는 늘 민성이가 준비해줬는데, 이젠 민성이가 없어. 그냥 우리끼리 한 잔 해. 엄마 좋아하는 새우깡 안주 해서. 좀 답답할 거 같아서 야외로 나왔는데 괜찮지?” 이강(윤계상)은 엄마의 기일에 어느 다리 위에 앉아 소주를 따라놓는다. 무덤조차 하다못해 납골묘조차 남기지 않은 거성재단 사람들 때문에 이강은 엄마의 기일에 찾아갈 곳이 없다. 그나마 친구였던 민성(유태오)이 늘 제사를 챙겨줬지만, 그 역시 저 세상으로 먼저 가버렸다. 사랑했던 사람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홀로 덩그러니 남아 술잔을 채우는 그 마음은 쓸쓸하기 이를 데 없다.

 

그를 발견한 문차영(하지원)이 조심스럽게 다가오자 이강은 일 끝났으면 술 한 잔 같이 하자고 한다. 술잔이 놓인 쪽에 문차영이 앉으려 하자 이강은 “여긴 우리 엄마자리”라며 반대쪽 옆에 앉으라 한다. 몸도 안 좋은데 오늘은 물을 마시라며 물을 따라준 이강은 문차영에게 생일 축하한다며 “다신 아프지 말아요. 특히 생일엔.”이라 말한다. 카메라는 이들이 나란히 앉아 있는 뒷모습을 보여준다. 왼편에는 생일을 맞은 문차영이, 오른쪽에는 기일을 맞은 윤계상이 그리고 그 오른 쪽에는 엄마의 술잔이 놓여있다.

 

이 한 장면에는 JTBC 금토드라마 <초콜릿>이 하려는 이야기가 압축적으로 담겨있다. 문차영의 생일과 이강이 맞은 기일이 같은 건, 그들이 같은 날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삼풍백화점 붕괴로 이강의 어머니는 그 날 사망했고, 생일을 맞아 그 곳에서 엄마를 기다리다 사고를 당한 문차영은 이강의 어머니가 준 초콜릿 하나로 기적처럼 살아남았다. 그 날은 이강에게도 문차영에게도 상처로 남은 날이다. 가장 축복받아야 할 생일날 맞은 비극으로 문차영은 그 날만 되면 그 때의 상처와 고통이 떠오르고, 기일이지만 찾아갈 무덤조차 없어 이강은 아무 곳에서나 소주잔을 채운다.

 

그런데 모두 같은 날 상처 입은 두 사람은 바로 그 상처 때문에 타인의 상처를 그냥 두고 보지 못한다. 이강은 의사로서 어떻게든 생명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거성재단 사람들은 어떻게든 그를 사지로 내몰기 위해 별별 방법을 다 동원한다. 결국 손을 떨게 된 이강은 지방의 호스피스 병동으로 좌천되어 내려온다. 문차영은 요리사가 되어 자신의 요리를 통해 아픈 사람들을 위로해주려 애쓴다. 자식에게 짜장면집에서 버려져 매번 그 곳을 찾아가는 할아버지에게 번번이 짜장면을 사주고, 자식까지 버리고 재가해 불행하게 살아가는 엄마에게 생일이라며 편지에 선물을 전하려 하는 호스피스 병동의 아이를 보듬어준다. 그들은 아프고 상처 입었지만, 그래서 타인의 아픔과 상처를 외면하지 못한다.

 

그건 그 상처 입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자식에게 버려져 매번 짜장면집을 찾아갔던 할아버지는 죽으면서도 자식을 걱정한다. 자기는 너무 행복하게 잘 지냈다며 죄책감 같은 것 같지 말고 살라고 한다. 엄마에게 버림받은 아이는 그 엄마의 생일을 챙기기 위해 그 먼 거리를 찾아간다. 그리고 손으로 꾹꾹 눌러 사랑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전한다. 정작 아이는 얼마 살 날이 남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다.

 

아픈 이들이 상처 입은 이들은 위로한다는 건 그들이 그 고통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타인의 고통을 내 일처럼 여기는 그들은 그래서 그 고통 앞에서 지나치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을 돕고 그것으로 자신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이강의 사람을 고치는 의사로서의 삶도 문차영의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로서의 삶도 그런 의미를 갖는다. 결국 누구나 죽음을 맞는다는 사실 앞에 우리 모두는 상처를 마주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갖고 살아간다. 사랑이란 결국 그런 상처들을 서로 보듬어야 살아갈 수 있는 우리네 운명 같은 것이 아닐까.

 

이강과 문차영은 그렇게 나란히 앉아 같은 곳을 바라본다. 술을 나누고 마음을 나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그 두 사람을 엮어주는 이강의 엄마가 받아놓은 빈 잔이 놓여 있다. 이 그림이 우리의 마음을 이상하게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가슴 한 구석에 잔잔한 파문 같은 걸 만드는 건 그 한 장면에 우리네 삶의 비의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죽음, 상처, 사랑, 위로 같은.(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사는 게 벌 같았지만... ‘동백꽃’ 이정은이 준 큰 위로

 

“못해준 밥이나 실컷 해먹이면서 내가 너를 다독이려고 갔는데 니가 나를 품더라. 내가 네 옆에서 참 따뜻했다. 이제야 이런 이야기를 네가 다 하는 이유는 용서받자고가 아니라 알려주고 싶어서야. 동백아 너를 사랑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어. 버림받은 일곱 살로 남아 있지 마. 허기지지 말고 불안해 말고 훨훨 살어. 훨훨. 7년 3개월이 아니라 지난 34년 내내 엄마는 너를 하루도 빠짐없이 사랑했어.”

 

KBS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정숙(이정은)이 딸 동백(공효진)에게 손으로 꾹꾹 눌러 쓴 편지에는 그렇게 쓰여 있었다. 일곱 살 딸을 버리고 간 그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무너졌을까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 편지에 담긴 정숙의 삶은 불행과 불운의 연속이었다. 술 취하면 폭력적인 남편을 버티다 동백까지 다치게 되자 집을 나온 정숙은 갈 곳이 없었고, 룸살롱 쪽방에서 딸과 함께 지냈지만 그 곳은 어린 딸이 지낼 데가 아니었다. 그 어린 아이가 “오빠” 소리를 배우고 따라했으니.

 

술집 언니들 식모 노릇하며 살았는데 그 곳도 쉽지 않았다. 자꾸 뛰쳐나와 갈 곳도 없는 모녀는 은행을 전전했고 공짜로 주는 박카스를 지겹도록 마셨다. 끝없이 배 고프다는 아이 옆에서 엄마는 결국 절망했다. 자기가 아이를 데리고 있다가는 아이마저 죽일 것 같았던 것. 결국 엄마는 딸을 살리기 위해 버려야겠다 결심했다. 하지만 그렇게 보육원으로 보낸 후에도 정숙은 계속 딸이 어떻게 지내는가를 살폈고 알고 보니 입양 후 파양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 이유가 새 엄마가 아이의 그늘에서 술집에서 지냈던 걸 감지했기 때문이었다.

 

다시 찾은 딸이 진짜 술집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엄마는 마음이 아팠지만, 동백이 밝게 웃고 있는 걸 보면서 엄마는 안심했다. 그렇게 긴 세월을 지나 정숙은 동백의 앞에 서게 됐던 거였다. 함께 지낸 세월이 고작 7년 3개월이라며 신장 이식을 받지 않겠다 버티는 정숙에게 ‘7년 3개월짜리 엄마’라고 부른 동백은 그 기간이 짧았어도 행복했다고 말했다. 동백은 아마도 그 나머지 엄마가 자신과 떨어져 지냈던 34년간이 못내 아프고 화가 났었을 게다.

 

하지만 엄마의 삶은 딸보다 더 아팠다. 그에게도 7년 3개월만이 유일한 삶의 행복이었으니 말이다. 그는 그 시간이 마치 “적금 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엄마는 이번 생이 너무 힘들었어. 정말 너무 피곤했어. 사는 게 꼭 벌 받는 것 같았는데 너랑 야 3개월을 더 살아보니까 아 이 7년 3개월을 위해서 내가 여태 살았구나 싶더라. 독살 맞은 세월도 다 퉁 되더라.” 세상에, 사는 게 벌 받는 것 같았다니.

 

엄마에게 버려져 고아에 미혼모로 살아오며 갖가지 편견 속에서 힘겨웠던 동백의 이야기는 이제 그 딸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지독한 가난과 그 후로 내내 불행한 삶을 살아왔던 엄마 정숙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동백꽃 필 무렵>이 정숙의 이야기로 시청자들에게 하려는 메시지는 뭘까. 도대체 이 정숙의 가슴 아픈 사연의 무엇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이토록 후벼 파는 것일까.

 

“이번 생은 글렀어”라고 흔히들 말하는 우리들은 때때로 나의 불운이 태생에서부터 결정됐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건 성장의 사다리가 끊겨버린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지만, 그런 문제가 야기하는 불행과 비극을 우리는 개인이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그래서 그 현실이 너무 어려워 때론 삶을 비관한다. 사랑받지 못했다는 생각에 위축되고 좀체 제대로 날개를 펴지도 못한다. 그래서 미워지기까지 한다. 심지어 사는 게 벌 받는 것 같다는 생각까지.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동백꽃 필 무렵>의 정숙은 온 몸으로 보여준다. 누구나 저마다 사랑받지 않은 존재는 없고, 그리움의 대상이 되지 않은 존재는 없다고 이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그건 엄마와 자식 간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먼저 떠나버린 향미(손담비)도, 심지어 연쇄살인범조차도 그를 안타까워하고 걱정하는 누군가는 있을 테니 말이다. <동백꽃 필 무렵>이 주는 큰 위로는 바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떤 존재의 꽃을 피워내는 빛이 늘 어딘가에서 비춰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건네고 있어서다.(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유퀴즈’, 유재석도 한 수 배운 춘천의 재밌고 먹먹한 입담꾼들

 

사랑에 대해 제대로 한 수 배웠다.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찾아간 춘천에서 유재석과 조세호가 우연히 만난 부부는 무려 21년 간을 함께 세차를 해왔다고 했다. 매일 같이 얼굴을 보고 있으니 어찌 다툼이 없을까. 웃으며 맨날 싸운다고 털어놓는 아내의 말에 남편은 “부부는 아침에 헤어졌다 저녁에 봐야 제일 좋아요”라고 덧붙인다. 하지만 그렇게 말해도 “아침에도 싸웠다”는 남편의 말에 “금방 풀려요”라고 말하는 아내의 말에 따뜻함이 느껴진다.

 

춘천에서 세차장을 운영하는 윤연기(59), 이순자(58) 부부. 보통 여름에 더 세차가 많을 것 같지만 오히려 겨울에 세차가 제일 많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날이 추우면 셀프세차 하시는 분들도 스스로 세차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추우니까 손 발 시린 게 제일 힘들다”는 부부의 말에 성수기인 겨울을 맞는 반가움과 힘겨움이 동시에 묻어난다.

 

하루 종일 함께 있어 매일 다툰다는 부부에게 “혼자 하고 싶을 때가 있지 않냐”고 묻는 유재석의 질문에 아내는 냉큼 그럴 때가 있다고 답한다. 하지만 남편의 얼굴은 사뭇 다르다. 그는 진지하게 “전 혼자 하고 싶을 때는 없어요. 매일 옆에 달고 있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그 사랑이 묻어나는 말에 유재석의 광대는 승천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부부의 사랑이야기는 의외였다. 연애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단 세 번 만나 결혼했다는 것. 남편은 “꼭 사랑만 해야 사는 거 아니다”라고 말했고 아내 역시 그 말에 동조했다. 그건 아마도 사랑이 아니라는 뜻이 아니라 시쳇말로 젊은 날 청춘들이 뜨겁게 사랑하다 결혼하는 그런 사랑의 의미는 아니라는 뜻일 게다. “총각 때 삶의 회의를 많이 느꼈다”며 아내를 그 삶에서 건져준 사람이라는 남편과 “진실하고 열심히 사니까. 착하고 오로지 아이와 가정을 위해 사니까”라고 말하는 아내의 목소리에는 이미 사랑이 가득했다.

 

그런데 “다시 태어나도 결혼하겠냐”는 통상적인 유재석의 질문에 의외로 이 부부가 살아왔던 결코 쉽지 않았던 삶과 애틋한 두 사람의 사랑이 전해진다. 단박에 “안한다”고 말하는 아내와 “저는 합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남편. 왜 안한다고 했냐 묻는 질문에 아내는 “다시는 태어나고 싶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대신 아내는 꽃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했다. 잠시 잠깐이라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꽃으로.

 

남편에게 재차 다시 태어나고 싶냐고 묻자, 남편 역시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며 이렇게 말한다. “이 세상에 오고 싶지 않아요. 너무 힘들어요.” 부부가 살아왔던 삶이 얼마나 힘겨웠을까가 그 얘기에 묻어났다. 아내는 조심스럽게 남편이 어렸을 때 겪은 아픈 기억을 꺼냈다. 어머니가 재가를 하셔서 일찍 헤어졌다는 것. 그래서 요맘때 시월만 되면 우울하다고.

 

“초등학교 1학낸 땐가 2학년 절 보러 오셨었어요, 고향으로. 그 때 가시면서 거기 계시는 주소를 알려주고 가셨어요. 그 주소를 잊어버리지 않고 머리에 기억을 했다가 나중에 그 주소를 찾아갔었어요. 어머니가 재가를 하셔서 거기서 다시 살고 계시니까, 같이 융화를 못해요. 남편 분께서 아무래도 어머니하고 계속 트러블 있고 그래 가지고 제가 그냥 두 분이 나 때문에 싸우시지 말고 내가 가면은 두 분 행복하게 사시라고 울면서 떠나왔어요 강릉에서. 밤에 눈물을 흘리고 찾아가서 눈물을 흘리고 나온 데가 강릉이에요.”

 

그 어린 마음이 얼마나 찢어졌을까 절절히 느껴지는 대목이었지만 남편분의 말에 담긴 존칭에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지금도 여전하고 그것이 미움보다 더 크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그 아픔보다 ‘어머니의 밥’을 기억했다.

 

“열여섯 살 때. 한 6개월 정도 어머니의 밥을 먹어봤어요. 밥이 참 맛있어요. 진짜. 맛있어요. 눈물을 흘리면서도 먹는 밥이 되게 맛있더라고요. 처음 해주시는 밥이.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 같아요. 먹을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고. 혹시라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 어머니의 자식을 태어나서 진짜 부모 자식의 정다운 정을 느끼면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어리광도 피워보고 효도도 해보고 싶고 여러 가지 해보고 싶은 게 많았는데 솔직히 지금도 될 수만 있다면...”

 

그 말을 들으며 옆에서 눈물을 흘리는 아내를 보니 이 부부가 얼마나 서로를 위하고 있는지가 느껴졌다. 사랑해야 사는 게 아니라고 했지만 이들은 그 어떤 것보다 큰 사랑을 하고 있었다. 어머니에게 해보지 못한 어리광을 아내에게 한다는 남편과 그것 때문에 싸우기도 한다며 웃는 아내. 사랑을 못 느껴봐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사랑을 줘야 하는지 몰라 힘들었다는 남편이지만 “우리 가족은 모두 행복하다”는 아내에게서 그 사랑이 얼마나 큰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춘천에 유독 사랑꾼들이 많은 것인지 <유퀴즈 온 더 블럭>이 찾은 어느 빵집에서의 사연 역시 사랑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서울에서 수공예 일을 하다 건물주의 일방적인 통보로 쫓겨나 춘천으로 오게 됐다는 권성기씨와 그 아내 권진미씨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시종일관 웃으며 밝은 모습을 보여준 권성기씨지만 그 사연 속에서 어찌 힘겨운 시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 도중 외곽에서 카페 한다는 아내에게서 걸려온 전화. 마침 퀴즈 맞혀 100만원 받으면 어떻게 할거냐고 유재석이 묻자, “결혼 10주년인데 아내에게 주고 싶다”고 남편이 말했던 참이었다. 그 말을 유재석이 아내에게 전하자 갑자기 말을 잊지 못하고 눈물 흘리는 아내. “너무 고마워서”라고 말하지만 거기에는 단지 그 10주년과 100만원에 대한 고마움만이 담긴 게 아니었다.

 

“일이 많이 힘들었는데 남편이 옆에서 다 도와주고 이해해주고 그래서 여기까지 버티고 올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자기 거는 하나도 안하고 저한테만 다 주기만 하니까. 그게 너무 고맙고 미안하고 그러네요.”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듣던 유재석의 눈이 촉촉해졌다. 아마도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을 게다.

 

낙엽이 익어가는 가을에 춘천을 찾은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청춘(靑春)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아마도 춘천이란 지명에서 청춘이 떠올랐기 때문이었을 게다. 하지만 이번 편이 보여준 건 ‘사랑’이었다. 그런데 그 사랑이 남달랐던 건 그 열렬하고 달달한 사랑이 아니라 이제 겨울을 앞둔 스산한 그 힘겨움들 앞에서 오히려 더 빛나는 사랑이었다. 스산한 가을에 찾아갔지만 거기서 느껴진 따뜻한 봄의 풍경들. 오늘도 사랑에 대해 한 수 배웠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유퀴즈’ 존경스런 만학도 노부부, 한글날 의미 되새겼다

 

이런 분들의 삶이 진정 존경받아 마땅한 게 아닐까.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한글날 특집으로 특별히 찾아간 문해학교에서 만난 만학도 노부부의 얼굴은 그 누구보다 행복감에 가득 차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그 먼 거리를 걷고 지하철을 타고 온 길이었다. 나이 들어 운신이 쉽진 않지만 손을 꼭 잡고 함께 걸어가는 노부부의 얼굴은 밝았다. 그들은 그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하러 가는 것이 그토록 행복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몸이 불편한 아내 대신 남편이 짊어진 가방의 무게는 두 배였다. 유재석과 조세호가 들어보고는 놀랄 정도로 무거운 그 짐은 남편은 아침마다 메고 그 공부길을 나섰을 게다. 늦은 나이에 그토록 공부를 하는 것이 행복할 수 있었던 건, 그간 한글을 몰라 겪었던 어려움과 설움이 겹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은행을 가서도 스스로 적지 못하고 “적어 달라”고 부탁해야 했고, 음식점에 가서도 메뉴판을 읽지 못해 중국집이나 한식집 같은 데만 가끔 갔을 뿐이라고 했다. 롯데리아와 맥도날드를 읽지 못해서 롯데리아 가서 맥도날드 달라 했다는 이야기는 웃음을 줬지만 마음 한 구석을 짠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내가 조심스럽게 꺼낸 어린 시절의 서울 식모살이 이야기는 글을 몰라 더더욱 아플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동태머리를 넣고 밥과 끓여 놓은 사람이 먹기 힘든 걸 먹으며 식모살이를 했다는 어르신은 겨울에는 꽁꽁 언 밥을 끓이지도 않고 입에 넘기며 난방도 되지 않는 방에서 밤을 지새웠다고 하셨다. 그 힘겨움을 편지로 써서 가족에게 보내고 싶었지만 글을 몰라 쓰지도 못했다는 것. 3년 동안 손이 퉁퉁 부울 정도로 고생을 한 끝에 결국 수소문해 찾아온 오빠 덕분에 어르신은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했다.

 

힘겨운 삶이었지만 어르신의 삶에 그래도 볕이 들었던 건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면서였다. 경제적 능력이 없어 망설이는 남편에게 다가가 적극적으로 구애했다는 어르신은 결국 결혼해 성실하게 살았다고 했다. ‘우리 신랑’이라고 부른다는 그 목소리에서 여전히 아내의 남편 사랑이 느껴졌다. 남편은 아내 덕분에 지금껏 이렇게 살아간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힘겨운 삶만큼 두 사람의 사랑은 각별했다.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왔던 그 따뜻함 때문에 꽁꽁 얼었던 삶이 조금씩 녹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식모살이 시절 주인 부부가 싸우면 뾰족 구두로 발목을 밟아 발이 부어올랐다는 어르신의 글을 읽으며 유재석도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영상편지로라도 한 마디 하라고 하는데 어르신의 하는 말씀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아줌마, 어느 곳에 계실지는 모르지만 지금 내 얼굴을 보면 아줌마는 알지도 몰라요. 그러나 그 때 아주머니가 나한테 행했던 것은 아실 겁니다. 아줌마, 편안한 마음으로 잘하고 사십시오. 우리도 잘하고 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그 아픈 고통의 시간들이 기억에서 선명할 텐데도 어르신은 나쁜 말 한 마디 보태지 않았다. 한글을 제 아무리 알고 공부를 많이 하면 뭘 할까. 이 어르신만큼 따뜻하고 긍휼한 마음이 없다면 그 말과 글은 가시가 돋쳐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만 하지 않을까. 어르신이야 말로 그 말과 글이 가진 의미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공통질문으로 노부부에게 가장 좋아하는 단어를 알려달라는 요구에 남편은 서슴없이 아내의 이름 ‘박묘순’을 꺼냈다. “항상 나를 옆에서 이렇게 살아가도록 해주니까 좋은 일만 있고 지금까지 어려서부터 이 세상을 버텨온 게 다 이 사람 때문에 산 거 거든요.” 남편이 아내의 이름을 좋아하는 단어로 꼽은 이유였다.

 

아내는 ‘사랑하는 우리 신랑 너무너무 사랑해요 행복하게 삽시다’라고 쓰셨다. 그러면서 어르신은 “정말 사랑하거든요”라고 부연해 말씀하셨다. 그 모습에 그 광경을 찍고 있던 제작진도 눈물을 터트렸다. 그건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감동의 눈물이었다. 노부부의 쉽지 않았던 힘겨운 삶이 거기서 느껴졌고, 그러면서도 그 삶을 버텨내왔던 두 사람의 남다른 사랑이 전해졌다. 그건 위대하고 존경스럽기까지 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이 노부부의 이야기가 특별하게 다가온 건 한글날 특집을 맞아 그 이야기를 담은 말과 글들이 한글을 더욱 빛나게 했기 때문이다. 그 따뜻한 마음들이 이렇게 전해질 수 있었던 건 결국 우리가 가진 말과 글이 있어서가 아닌가. <유 퀴즈 온 더 블럭> 한글날 특집은 한글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분들을 찾아가 우리가 일상적으로 별 생각 없이 쓰는 한글의 의미를 되새겼다. 한글이 더더욱 의미 있어지는 건 만학도 노부부처럼 그걸 쓰는 이들의 마음이 더해져서라는 것 또한. 이런 존경스런 분들이 있어 한글이 더 아름다워지는 것일 게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검블유’, 임수정의 공정한 일과 멜로가 말하는 건

 

“그 이혼 선언한 며느리가 그럽디다. 포털을 조작하면 논란만 야기시킬 뿐 얻을게 아무 것도 없는 시대라구요. 맞는 말이죠?” tvN 수목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하 검블유)>에서 KU그룹 장회장(예수정)은 대통령을 독대한 자리에서 그렇게 말한다. 필요하면 실검을 삭제할 수 있다는 조항을 관철시키려던 담합이 무위로 돌아가게 되면서 만들어진 대통령과 장회장 사이의 긴장감이다.

 

물론 장회장은 포털 조작을 허용해주고 대신 얻어갈 것을 얻어가려 했지만 그걸 막은 건 바로의 배타미(임수정)와 유니콘의 송가경(전혜진)이었다. 배타미는 그 안건에 사인하려던 걸 저지했고 결국 대표직으로 돌아온 민홍주(권해효)에 의해 포털 조작 의도는 무산되었다. 또 본사의 힘을 얻어 유니콘의 대표자리에 오르게 된 송가경 역시 이 포털 조작에 반기를 들었다.

 

<검블유>는 제목에 담겨 있듯이 포털업체의 ‘검색’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액면을 들여다보면 능동적인 여성들의 일과 사랑이 진짜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중반을 넘어오며 점점 분량이 많아지는 건 역시 멜로 라인이다. 그래서 <검블유> 역시 결국은 멜로인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게다.

 

하지만 <검블유>의 멜로가 다르게 느껴지는 건 포털 조작을 하려는 권력자들의 움직임에 맞서는 배타미와 송가경의 이야기를 통해서 드러나는 ‘공정한 경쟁’에 대한 부분이다. 배타미와 송가경은 한 때 같은 회사의 선후배로 지냈지만 지금은 경쟁업체에서 치열한 1위 다툼을 벌이는 경쟁자다. 그래서 때론 공정한 경쟁의 선을 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털업체 전체의 존폐를 좌우하는 사안 앞에서 똑같은 입장이 된다.

 

이런 지점은 <검블유>가 다루는 일과 사랑 모두에서 드러나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배타미가 처음 바로로 왔을 때 팀원으로 일하게 된 차현(이다희)이 사사건건 반기를 들고 나서지만 그것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의견’으로 수렴해내는 쿨한 모습이 그렇다. 또 배타미와 송가경이 서로 각을 세우고 으르렁대면서도 어떤 지점에서는 마치 애증을 가진 애인들처럼 서로를 생각하는 부분이 드러날 때도 그렇다.

 

그리고 이것은 <검블유>가 다루는 멜로에서도 똑같이 드러난다. 배타미와 박모건(장기용)은 그 나이 차와 결혼에 대한 다른 생각 때문에 갈등을 겪지만, 이들은 그렇다고 서로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그들은 ‘공정하게’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사랑을 한다. 결국 이별을 통보하는 박모건에 있어서도 그것이 그가 표현하는 ‘사랑’이라는 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런 부분이 더 극명하게 드러나는 건 송가경과 결국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어주는 오진우(지승현)의 관계다. 그들은 처음부터 계속 이별하는 중이었지만, 그것이 또한 서로를 사랑하는 방식이었다. 법정을 나오며 송가경이 “그동안 함께 불행해줘서 고마웠다”고 밝히는 대목은 그래서 흥미롭다. 이 드라마는 결혼을 사랑의 끝점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대신 공정하게 서로가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선택해주는 것, 그것을 사랑이라 보고 있는 것.

 

<검블유>가 멜로드라마의 외피를 가지면서도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이 ‘공정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다. 일에 있어서 치열하게 대결하더라도 최소한 공정한 경쟁을 유지하고, 권력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불공정한 일들에 대항하는 것처럼, 사랑 같은 사적인 관계 속에서도 자신의 입장만을 고집하기보다 공정하게 타인의 입장을 들여다보는 것. <검블유>는 이 지점을 제대로 집어내고 있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봄밤’ 집착하는 김준한, 이걸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정인이 아버님 퇴임 후에 무슨 자리 주실 거예요? 시원하게 한 자리 해주세요.” MBC 월화드라마 <봄밤>에서 권기석(김준한)은 아버지 권영국(김창완)에게 그렇게 요구한다. 이미 유지호(정해인)에게 마음이 기운 이정인(한지민)을 되돌리기 위해 치졸하게도 정인 아버지의 퇴임 후 자리를 마치 거래하듯 내세우기 위함이다.

 

그러자 아버지 권영국은 그런 아들의 상황을 꼬집듯 되묻는다. “왜 니 능력으로는 여자를 못잡겠어?” 그 말투에서 그 역시 아들과 다를 바 없는 인물이라는 게 드러난다. 여자를 잡니 마니 하는 말이나, 그것을 ‘능력’이라 말하는 태도가 그렇다. 이들은 남녀가 만나 사랑하는 것도 마치 사냥감이라도 포획하듯 말하고 있다. 언제든 능력만 있으면 여자는 잡을 수 있다는 듯이.

 

이에 권기석은 대놓고 속내를 드러낸다. “뭐 좀 부정한 방법을 써서라도 이기기만 하면 되죠. 아버지 특기잖아요.” 그가 그렇게 속내를 드러내는 이유는 아버지나 자신이나 다 마찬가지 인간이라는 걸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어서다. 그들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부정한 방법’까지 동원한다. 심지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도 그렇다. 그렇게 하는 짓거리를 그들은 ‘사랑’이라 부른다.

 

하지만 이 게임처럼, 마치 사냥하듯 능력에 따라 사람을 잡고 못 잡는 문제로 치부하는 이들은 그것이 어렵게 된 걸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건 제 능력이 딸린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니까. 그래서 상대방이 보통이 아닌 사냥감인 양 말한다. “만나보고 인정하셨죠? 맞아. 정인이 걔 쉽게 잡히는 애 아니에요. 이정인이니까 내가 이런 꼴 보이고 있는 거지 제가 딴 놈들에 비해서 이렇게 처지거나 그런 놈 아니에요. 저 그래서 더 못 놓겠어요. 억울하게 모자란 놈 될 순 없잖아요.”

 

그런데 아들의 그런 자기변명과 토로에 아버지 권영국은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자신에게 ‘부정한 방법’ 운운하며 말한 아들의 말이 더 거슬린다. 그는 아들과의 대화에서도 그걸 들어주기보다는 이기려고 한다. 그래서 엉뚱하게도 “내가 부정한 방법으로 세상을 살았다고 생각하냐?”고 되묻는다.

 

하지만 아들은 더 이상 아닌 척 하지 말자며 자신 또한 아버지처럼 살 거라고 말한다. “엄마 닮아서 싫으셨죠? 나 진짜 이제 아버지처럼 살게요. 정인이 아버지 밀어주세요. 나머진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는 이제 이정인을 얻기 위해 주변인들을 동원하고 흔들려고 한다. 그는 이정인이 유지호 부자와 함께 있는 사진을 의도적으로 이태학(송승환)에게 보낸다.

 

<봄밤>은 점점 그 달달한 멜로의 이야기가 아니라, 찌질하고 속물적인 남자들의 폭력적인 집착을 그리고 있다. 첫째 딸 이서인(임성언)이 남편 남시훈(이무생)에게 부부강간에 상습적인 폭행을 당했다는 걸 알면서도 “참으며 살라”는 아버지 이태학의 속물근성이 그렇고, 그런 짓을 저지르고도 이서인이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오히려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용하려는 남시훈의 폭력성이 그렇다. 여기에 결코 질 수 없다는 승부욕을 사랑이라 착각하며 집착하는 권기석과 그 아버지 권영국의 치졸함이 더해진다.

 

도대체 이들은 사랑을 뭐라 생각하는 걸까. 마음대로 위계와 돈, 권력에 의해 언제든 포획할 수 있는 사냥 정도로 생각하는 걸까.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부정한 방법’까지 서슴지 않고 쓰는 이들의 행태는 그래서 단지 사적 관계의 차원을 넘어서 갑질 하는 가진 자들의 오만이 느껴진다. 이걸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또 그런 집착으로 이들이 얻어가는 건 도대체 뭘까. 설마 성취욕?(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검블유’, 당당 솔직해 멋진 삶과 위선적 삶의 대립

 

tvN 수목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하 검블유)>에서 배타미(임수정)는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멜로드라마 속 여자 주인공과는 사뭇 다르다. 물론 그는 결국 젊고 잘생긴데다 타인에 대한 넉넉한 배려심을 가진 박모건(장기용)에게 끌린다. 나이 차가 많이 난다며 밀어냈지만 정작 전화가 오지 않자 온통 신경은 그에게 쏠린다. 급기야 전화를 해보지만 연결이 안 되고, 회사까지 찾아가 그가 낚시를 하러 갔다는 얘기에 주문진까지 차를 몰고 간다.

 

어찌 보면 이런 이야기 설정은 멜로드라마에서 낯선 풍경은 아니다. 밀어내지만 끌리고 그래서 결국 사랑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 하지만 이상하게도 <검블유>의 배타미가 하는 이 뻔해 보이는 사랑이야기는 전혀 뻔해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렸기에 그가 하는 말들이나 행동들이 특별하고, 나아가 멋있게 느껴질까.

 

그것은 배타미라는 인물의 당당하고 솔직한 캐릭터에서 비롯된다. TV토론회에서 제기됐던 후보의 불륜설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서 사라진 일로, 어쩔 수 없이 청문회에 나간 배타미는 그러나 오히려 자신을 궁지에 모는 국회의원의 미성년 성매매의 증거를 내놓음으로써 상황을 반전시킨다. 결국 이 일로 회사에서 억울하게 해고당하지만, 그는 다시 경쟁사로 들어가며 오히려 선전포고를 한다.

 

배타미는 자신이 완전무결한 사람이라 주장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온전히 정의만을 부르짖는 그런 순진함을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경쟁사로 와 TF 팀장을 맡게 된 그에게 사사건건 반대 입장을 내는 차현(이다희)을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합리적이고 쿨하다. 자신에게 반대 입장을 직설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한 연예인의 스폰서 루머에 갑자기 자신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게 되자 이 당당하고 거칠 것 없어 보이는 배타미도 두려워진다. 회사는 이것이 사실무근이라는 공식자료를 내놓지만 그렇다고 그런 일을 저지른 배후를 찾아 배타미의 무고함을 드러낼 권리를 주지는 않는다. 그것은 결국 검색어 조작이 됐다는 회사의 부실함을 드러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배타미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해커 출신의 팀원이 검색어를 조작한 업체를 찾아내고 거기서 배후가 그 연예인의 실제 스폰서인 송가경(전혜진)의 남편 오진우(지승현)라는 걸 밝혀낸 것. 하지만 오진우의 태도는 전혀 사과가 담겨져 있지 않다. 거액의 돈을 위자료로 건네며 “돈만이 위로가 된다”고 말한 것. 하지만 순순히 돈을 받아나온 배타미는 차현을 불러 함께 오진우의 차를 박살낸다. 그리고 송가경과 오진우에게 그 받은 돈을 다시 건네주며 “크게 보상했다”고 일갈한다.

 

배타미의 일에 있어서의 이런 당당한 캐릭터는 사랑에 있어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항상 솔직하게 자신의 입장을 표현하고 끌려 다니지 않으며 주도적으로 행동한다. 그런데 이런 사랑에 있어서 당당함이 가능한 건 박모건이라는 멋진 남성 캐릭터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배타미가 마치 스폰서인양 검색어에 오르내리고 대중들에게 질타를 받을 때, 조용히 다가와 함께 비를 맞아 주는 박모건의 모습은 그가 어떤 방식으로 사랑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비가 오는데 우산도 챙기지 못했다며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이 같이 비를 맞아주는 거라는 말은 그 어떤 말보다 배타미에게 위로가 된다.

 

<검블유>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뻔한 멜로의 틀을 쉽게 따라가지 않는다. 보통 기자들이 몰려들어 집으로도 돌아가지 못하는 여자주인공을 남자주인공이 차에 태우고 “어디든 데려다 주겠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무수한 멜로드라마들은 그 곳을 남녀가 도피하듯 떠나는 장면을 연출하곤 한다. 하지만 배타미는 그 순간에 회사로 돌아가겠다고 말하고 박모건은 그를 회사까지 바래다준다. 일과 사랑을 담는 멜로드라마가 어느 하나를 도피하듯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하는 일을 지지해주는 것까지 사랑으로 담아내는 방식을 이 드라마는 취하고 있다.

 

이러니 일에 있어서도 사랑에 있어서도 당당하고 솔직하며 또 언제든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성장할 기회를 열어두고 있는 배타미라는 캐릭터가 뭇 여성들의 워너비가 될 수밖에 없다. 오랜만에 보는 속 시원한 일터에서의 이야기에 달달한 멜로가 제대로 얹어졌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이 드라마는 이 시대가 원하는 워너비 여성상을 그려내고 있다. 일에서도 사랑에서도 모두 멋진.(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바람이 분다’, 알츠하이머 감우성이 전하는 사랑이란

 

JTBC 월화드라마 <바람이 분다>가 제대로 탄력이 붙었다. 이건 시청률의 등락을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2회에 4%(닐슨 코리아)까지 올랐던 시청률이 3회에서 3%로 곤두박질친 건 무리한 ‘분장 콘셉트’가 들어가면서부터였다. 하지만 그 상황이 지나가고 이제 알츠하이머란 사실을 숨긴 채 이혼한 권도훈(감우성)이 아내 이수진(김하늘) 모르게 모든 걸 정리하고 떠나는 과정들을 담아내며 시청률을 조금씩 반등했다.

 

그리고 떠나버린 권도훈이 알츠하이머라는 사실을 이수진이 알아채는 과정이 담긴 7회와 8회 시청률은 각각 4.7%, 5.2%로 반등했다. 결국 초반의 부진을 완전히 털어버린 상황이다. 사실 이런 흐름은 최근의 드라마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너무 많은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라, 초반 몇 회를 보고 계속 볼지 말지를 결정하는 게 이제 달라진 드라마 시청패턴이 됐기 때문이다. 초반의 엇나간 설정이 가져온 부진과 어찌 보면 흔하다 할 수 있는 불치병과 사랑이라는 소재를 가져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람이 분다>가 이런 반등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가장 큰 힘은 결국 감우성과 김하늘의 몰입감을 극대화해준 연기력을 꼽을 수밖에 없다. 특히 감우성의 알츠하이머 연기는 너무 자연스러워 그 절절함과 안타까움을 오히려 배가시켜준다. 애써 담담한 얼굴을 하고 있어 그 뒤에 숨겨진 아픈 마음이 더 느껴지고, 아무렇지 않은 듯 수진 앞에 서서 이야기하며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 오히려 그 사랑의 깊이를 느끼게 만든다. ‘멜로 장인’이라는 호칭이 왜 만들어졌는가가 실감나는 연기다.

 

권도훈이 알츠하이머였다는 사실을 이수진이 알게 되는 그 장면에서도 이런 감우성과 김하늘의 연기는 빛난다. ‘늘근도둑 이야기’ 연극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이수진을 만난 권도훈은 그를 유정으로 착각해 “많이 기다렸어요 유정씨”라고 말한다. 잠시 기억이 오락가락했던 상황이었지만 금세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가를 깨달은 권도훈은 도망치듯 그 자리를 피하려 한다. 그 순간 김하늘의 놀라는 얼굴은 특별한 대사 없이도 많은 이야기를 담아낸다. 그것은 모든 숨겨진 사실을 알게 됐다는 의미이고 그 사실이 주는 안타까움과 절망감, 아픔 같은 것들이 그 표정 안에 담겨진다.

 

그 사실을 알고 결국 이수진이 권도훈을 찾아가지만 그를 보고도 못 알아보고 지나치는 장면은 권도훈의 얼굴이 너무 해맑아서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이수진의 얼굴이 너무 안타까워서 더 절절하게 느껴진다. 그 장면은 그리고 과연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기억의 관점에서 생각하게 만든다.

 

‘사랑은 기억하는 것’이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그것은 기억하는 사람의 관점이 아니라 기억해주는 사람의 관점을 담은 이아기가 아닐까 싶다. 권도훈은 이수진을 사랑했던 그 기억을 가진 채 망각 속으로 빠져 들어갔고, 이수진은 그런 기억조차 갖지 못할 뻔 했다. 권도훈이 사랑하는 이수진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아파도 알게 된 권도훈의 사랑을 이수진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 아픈 사랑 또한 같이 해내며 기억하는 일.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니냐고 <바람이 분다>는 말하고 있는 듯하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