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무를 보면 KBS가 보인다

 

하나도 놀랍지 않다. 전현무가 KBS에 사의를 표명하고 프리선언을 한다는 기사가 나왔고, KBS측이 아직은 모른다며 그걸 부인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생긴다고 해도 전혀 놀랍게 여겨지지 않는다. 그간 전현무가 KBS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었던가를 떠올려보라. 제아무리 직원이라도 또 당사자가 원한다고 하더라도 이리 저리 프로그램에 투입되어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다른 MC들이 몇 백만 원의 출연료를 받아갈 때 자신은 달랑 몇 만 원을 받는 상황에 흔들리지 않을 이가 있을까.

 

 

'불후의 명곡2'(사진출처:KBS)

물론 돈 문제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그것은 전현무가 아나운서에서부터 시작해 토크쇼 게스트, 버라이어티쇼, 음악 프로그램, 퀴즈쇼, 라디오까지 전방위적으로 투입되는 과정이 적절하다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매니지먼트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전현무는 급격하게 소비된 측면이 없지 않다. 매니저가 없는 전현무 입장에서 그것을 해줄 수 있는 곳은 KBS 뿐이다. 과연 KBS가 전현무라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인물을 제대로 관리했을까.

 

만일 제대로 된 매니지먼트라면 <생생정보통> 같은 교양프로그램 하나 정도는 유지하고 있어야 했다. 그래야 최후의 보루처럼 아나운서라는 이미지를 버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라디오나 퀴즈쇼 같이 너무 많은 프로그램에 투입되기 보다는 한두 개의 굵직한 프로그램에서 존재감을 높이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또 <남자의 자격>이나 <불후의 명곡2>에 투입되는 과정처럼 그저 들어가라 해서 들어가야 하는 땜빵용 캐스팅은 피해야 마땅하다.

 

전현무는 <남자의 자격>에서 김성민과 이정진이 빠져나가면서 들어오게 되었고, <불후의 명곡2>에서는 김구라를 대체하는 자리에 들어오는 가시방석에 그것도 녹화시작 단 몇 시간 전에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이런 방식의 프로그램 투입은 전현무가 아닌 그 누구에게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전현무는 애매한 정체성의 혼란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아나운서라는 직함은 갖고 있으나 아나운서로서의 역할은 없는 그를 아나운서실이 반길 리 없고, 그렇다고 예능인들이 KBS 직원인 그를 같은 입장에서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전현무의 고심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물론 현재 전현무가 초반과 달리 비호감과 호감의 가운데서 줄타기를 하게 된 것은 스스로 프로그램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기댈 데가 없다 보니 함께 하는 모습을 보기가 어려웠고 그럼에도 자기 분량을 채우려다보니 이기적으로 비춰진 면이 있다. 이것은 애초에 예능을 바랐던 전현무가 그만큼 준비는 덜 되어 있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 부분은 그가 프리 선언을 한다고 해도 불안감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결국 어떤 프로그램을 하더라도 구성원들과 함께 풀어가야 하는데, 아직까지 전현무에게서 그런 모습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전현무가 가진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KBS의 인력관리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SBS가 개국했을 때나 최근 종편이 개국했을 때 KBS에서 유독 인력의 유출이 많았다는 것은 직원 개개인에 맞춰진 인력 운용이 아니라, 전체 시스템 속에서 부속물처럼 움직이게 되어 있는 KBS의 인력 운용 체제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인력이 빠져나가도 언제든 그곳을 다른 인력으로 채우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생각은 KBS의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엿보인다. <1박2일>의 시즌2를 맡게 된 최재형 PD나 <남자의 자격2>를 맡게 된 정희섭 PD는 그런 점에서 보면 의도치 않은 피해자일 수도 있다.

 

전현무가 프리 선언을 하건, 아니면 KBS에 잔류하건 그건 결국 본인의 선택이다. 또 프리 선언의 성패 또한 본인의 몫이다. 잘 될 수도 있고 잘 못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현재 전현무가 처한 상황이 KBS라는 조직이 그에게 일정부분 부여한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전현무가 프리 선언을 한다고 해도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다. 조직이 직원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데 직원이 어떻게 그 조직에 끝까지 남아있겠는가.

인간과 괴물의 대결, <추적자>

 

“내 옆에는 사람들이 있어 물론 네 옆에도 사람들이 있겠지. 총리 자리면 신념도 버리는 대법관도 있고 돈이면 뭐든지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은 다르다. 법을 지키기 위해서 가족의 손에 수갑을 채우는 검사,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 형부와 맞서는 기자, 사고를 당하고 자기 목숨이 위험한데도 나를 걱정해주는 형사. 강동윤. 이게 사람이다. 이게. 내가 아는 사람이다.”

 

'추적자'(사진출처:SBS)

딸이 죽고 아내가 죽고 탈옥을 하고 경찰에 쫓기며 밀항을 하려는 사람, 백홍석(손현주)은 강동윤(김상중)에게 “넌 참 불쌍한 놈”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백홍석이 사는 세상과 강동윤이 사는 세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것은 <추적자>가 보여주는 두 개의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사람이 사는 나라와 괴물들이 사는 나라. <추적자>는 결국 이 두 나라의 대결처럼 그려진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가 인간 백홍석에게 주는 시련은 참혹하다. 법정에 선 백홍석의 변론을 맡은 최정우(류승수)가 사건을 하나 하나 플래시백으로 되짚는 과정은 그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참상을 드러낸다. 딸이 사고를 당하고 그 딸이 깨어나길 간절히 바랐지만 결국 30억이라는 돈에 사주당한 친구에 의해 죽음을 맞게 되는 현실, 범인을 잡겠다는 딸과의 약속을 지켜내지만 그렇게 잡은 범인을 경찰이 놔주는 현실이 그렇다.

 

위증과 조작된 증언을 서슴지 않는 법정, 탄원서조차 거부하는 학교, 친구들이 모아온 탄원서조차 채택하지 않는 법정, 그리고 조작되는 현실에 죽음을 맞이한 아내, 오로지 진실을 밝히기만을 원했지만 진실은 오히려 덮여지는 현실, 그를 도와주기는커녕 회유하려는 변호사, 피해자를 비아냥대는 검사, 힘 있는 자의 목소리만 듣는 언론, 결국 억울하게 죽은 딸이 원조교제에 마약을 하는 딸로 만들어지는 현실... 이것이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백홍석과 그 주변인물들이 사람이 사는 나라의 표징으로서 하나의 유사가족을 형성한다면, 강동윤과 그 주변인물들은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파편화된 가족을 보여준다. 백홍석이 말한 것처럼 그는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대신 마치 아버지나 형님 같은 황반장(강신일)이 있고 여동생 같은 조형사(박효주)와 막내 같은 박용식(조재윤)이 있다. 마치 동료처럼 도와주는 검사 최정우가 있고, 심지어 자신의 가족의 틀을 넘어서 정의를 지키려는 기자 서지원(고준희)이 있다. 그들은 사적인 이익이 아닌 인간애와 정의를 위해 백홍석을 돕고 나선다.

 

반면 강동윤은 버젓한 가족을 갖고 있지만 이것을 가족이라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다. 장인 서회장(박근형)은 자신의 권력과 이득을 위해서는 심지어 딸도 버릴 수 있는 인물이다. 이것은 백홍석과 대비를 이룬다. 서회장의 딸인 서지수(김성령)는 아버지를 버리고 남편 강동윤을 선택한다. 강동윤의 비서인 야심가 신혜라(장신영)는 자신의 야심을 실현시키기 위해 서회장과 강동윤 사이에서 저울질을 한다. 서회장의 아들인 서영욱(전노민)은 강동윤에게 복수하기 위해 동생 서지수와 맞선다. 이건 가족이 아니다. 한 사람의 생명보다 권력욕이 우선인 삶, 괴물들의 삶이다.

 

법정에서 백홍석의 무죄를 주장하는 최정우에게 당사자인 백홍석은 그저 “열심히 살았을 뿐”이라고 말한다. 죄가 뭔지도 모르지만 “거기에 맞는 벌을 받겠다”고 한다. 이 모든 일들이 “죄는 지었으되 벌은 안 받으려다가 생긴 일”이라는 그의 진술은 이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추악한 얼굴을 끄집어내 보인다. 가해자는 자신이 도리어 피해자라고 거짓을 말하고, 피해자는 자신이 가해자가 맞다며 진실을 말한다.

 

우리가 <추적자>를 보며 강동윤의 거짓에 분노를 보내고, 백홍석에게 깊은 동정을 하게 되면서도 그것이 보여주는 지독하고도 리얼한 현실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안타깝게도 우리가 그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 발을 딛고 있다는 얘기는 아닐까. 막판 대선에서 투표장으로 달려온 유권자들이 판세를 뒤집을 때 느꼈던 그 카타르시스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이 드라마 같지 않은 드라마가 우리에게 전하는 진중한 메시지일 테니.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서 우리는 괴물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인간을 선택할 것인가.

<남격>, 위기를 기회로 삼다

 

“이경규! 한물갔어... 라고 김준호가 말하는 것 들었다!” <남자의 자격(이하 남격)>에 나온 용감한 녀석들의 박성광은 대놓고 이경규를 디스하는 것으로 용감함을 보여줬다. 그들은 기존 멤버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그간의 문제들을 꼬집었다. 용감한 녀석들의 양선일은 윤형빈을 “무존재감 1위”라고 했고, 신보라는 김태원보다 “박칼린 포에버”를 외쳤다. 정태호는 김국진에게 “<라디오 스타>와 <남격> 중 어느 프로가 더 중요하냐”는 곤란한 질문을 던졌고, 이윤석은 해도 방송에 안 나간다며 아예 아이템을 짜오지도 않는 용감함(?)을 보여줬다.

 

'남자의 자격2'(사진출처:KBS)

<남격>이 시즌2로 재시작을 알리며 한 작업은 시즌1의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내 폭로하는 것이었다. 아예 미션을 ‘남자, 너의 용감함을 보여줘’로 세워두고 그간 용기가 없어서 못했던 말들을 허심탄회하게 말하는 시간으로 <남격>은 시즌2를 열었다. 이윤석은 기다렸다는 듯 담아 뒀던 얘기를 쏟아냈다. “이경규. 재미없는 말 하지마. 몸으로 웃기려고 하지마. 언제 가냐는 말 하지마. 너 강의 하지마. 너 결혼하지 마. 아무것도 하지말래. 회식할 땐 하고 싶은 대로 다해. 촬영할 땐 하지 마. 제발 하지 말라는 말 좀 하지마.” 이경규가 “미쳤다”며 정색을 하고 나서자, 이윤석은 “나도 이제 절벽”이라며 “나이 50인데 지나치게 혈기가 왕성”한 이경규에게 “제발. 담배를 다시 피워.”라며 독설을 날렸다.

 

비판에는 제작진이라고 예외가 없었다. 새롭게 시즌2를 만들면서 캐스팅에서 불거져 나온 수많은 잡음에 대해 마음고생이 심했던 윤형빈은 정희섭 PD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정희섭 PD! 윤형빈 퇴출. 다시 기사 났어. 잔류 가능성. 다시 기사 났어. 검토 중, 다시 기사 났어. 긍정적. 다시 기사 났어. 잔류 왜? 기사 나는 동안 나 가만있었어. 내가 당신 장난감인가! 내 신변에 뭔일 생기면 그거 다 정희섭 PD 탓인 줄 알아.” 그간 점잖은 모습으로 일관하던 김국진도 “첫 아이템이 디스”라며 “그런데 재밌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런 자기비판의 시간 속에서 이경규는 자신이 “제일 먼저 반성해야 되겠다”고 말했다. 윤형빈은 이제 “물고 뜯고 봐주지 않겠다”며 각오를 다졌고, 그런 그에게 새 멤버로 투입된 뉴비덩(새로운 비주얼 덩어리) 주상욱은 “진작에 그렇게 했어야지. 왜 이런 계기를 통해서만 그러느냐.”며 “앞으로 지켜볼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경규는 마지막으로 “날로 먹는 거 안 하겠다. 뚜껑 없는 곳에서 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남격>의 쇄신을 다짐했다.

 

주상욱의 말처럼 진작에 그렇게 했어야 했다. <남격>은 좋은 기획과 아이템에도 불구하고 수직적인 체계에 가로막혀 몇몇은 병풍이 되어버렸고 몇몇은 날로 먹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땀이 보이지 않고 말만 들리니 진정성도 점점 사라져 갔다. 귀여운 중년들이 노회한 중년처럼 여겨지기 시작하면서 <남격>의 매력은 사라졌던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보면 <남격>의 시즌2 선언은 여타의 시즌2 프로그램과는 사뭇 다른 인상을 준다. 그저 몇몇 멤버들이 나가게 됐거나 제작진이 바뀌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시즌2가 아니라 시즌1의 문제점을 수정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한 구조조정에 가깝기 때문이다.

 

새롭게 투입된 김준호와 주상욱은 끊임없이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김준호는 특유의 개그로 좌중을 웃게 만들었고, 주상욱은 “너무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우려 심기일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 마디로 젊은 피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나선 것. 특히 이경규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할 말을 하는 이들의 모습은 그간 <남격>을 어둡게 만들었던 수직적인 분위기를 깨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물론 입으로 한 다짐 몇 마디로 <남격>이 보여준 그간의 많은 문제점들이 단번에 일소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다짐을 매번 되새기면서 늘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실질적인 첫 아이템으로 택한 ‘청춘여행’은 적절하다 여겨진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시내버스로만 가는 이 대장정은 무려 스물 한 번이나 시내버스를 갈아타고 18시간을 달려야 하는 고행. 그 노력의 땀이 진심을 보여주길.

 

무엇보다 <남격>이 살아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용감한 녀석들이 출연해 보여주었던 바로 그 ‘용감한’ 모습들이 유지되는 것이다. 이윤석은 자신이 잘못 보좌해 이경규가 나쁜 이미지를 갖게 됐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경규를 살리는 길은 그를 형님으로 세우고 깎듯이 대접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친구처럼 허물없이 대했을 때 이경규도 자신도 살아날 수 있고, 그것이 또 <남격>을 살릴 수 있다. <남격> 시즌2의 성패는 바로 이 수평적인 분위기와 거기서 발생하는 진정성 있는 미션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용감한 녀석들의 노래처럼, 한숨대신 함성으로, 걱정대신 열정으로, 포기대신 죽기 살기로 달리는 새로운 <남격>을 기대한다.

국카스텐과 소향, 어떤 가능성을 보여줬나

 

역시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새로운 가수였다. <나는 가수다2(이하 나가수2)>가 초반 부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가수들이 새롭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새롭게 투입되었던 백두산, 박미경, 이은미, 정인, 이수영, 박상민은 이미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가수들이다. 백두산의 김도균은 <탑밴드>의 심사위원이고 유현상은 각종 예능을 통해 대중들에게 익숙한 인물이다. 이은미는 <위대한 탄생2>의 멘토였고, 이수영과 박상민, 박미경 역시 그다지 새롭다고는 할 수 없는 기성가수들이었다. 거의 유일하게 정인이 그간 방송에 많이 보이지 않은 얼굴이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가수다2'(사진출처:MBC)

여기에 시즌1에서 아쉬웠던 가수들이 합류했다. 김건모, 김연우, 이영현, 박완규, 정엽, JK김동욱이 그들이다. 물론 이들의 합류는 시즌1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나가수2>의 가수들이 변화하지 않은 듯한 인상을 만들었다. <나가수>라는 무대가 가진 특성 중 하나는 그간 평가절하 되거나 방송이 조명하지 않았던 절정의 가창력을 가진 가수들의 재조명에 있다. 그런데 이미 알려진 가수들이 무대에 서게 되면서 그 감흥이 반감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마치 기성가수들이 벌이는 듯한 대결에 <나가수>의 팬들이 고개를 돌린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재발견이 핵심인 <나가수>에서 이미 알려진 가수들은 제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다시 발견되기가 힘들었다. 그것은 ‘확인’이었으니까.

 

기성가수들을 세운 후, <나가수2>가 중점을 들였던 것은 형식적인 변화다. 즉 생방송을 시도한다거나, 청중평가단과 재택평가단이 함께 하는 투표 방식, 연말 ‘올해의 가수전’을 향해 매달 ‘그달의 가수’를 뽑는 방식. 하지만 이 형식 실험들은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특히 생방송은 가수들의 음악적인 기량까지 제대로 보일 수 없는 장애로 등장하면서 결국 녹화방송으로 전환되었고, 문자투표도 폐지되었다. 올해의 가수전을 향해 그 달의 가수를 ‘탈락’시키는 방식에서도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것은 <나가수2>의 가장 큰 틀이기 때문에 바꿀 수 없는 상황이다.

 

<나가수2>가 이처럼 형식에 몰두하게 된 것은 시즌1에서의 수많은 논란과 잡음 때문이었다. 이른바 ‘재도전 논란’은 경연 형식의 공정성에 대한 대중들의 마음을 얘기해주었고, ‘막귀 논란’ 역시 투표 시스템에 대한 대중들의 불만을 드러내주었다. 이밖에 스포일러의 문제도 골칫거리로 부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했던 논란은 그 무대에 서는 가수에 대한 ‘캐스팅 논란’이었다. 특히 옥주현과 적우에 대한 캐스팅 논란은 그 논란 자체가 얼마나 신빙성이 있었는가를 떠나서 그 무대에 어떤 가수가 서느냐에 대한 대중들의 지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나가수2>가 형식에 몰두하면서 그다지 새롭게 여겨지지 않는 기성가수들을 무대에 세운 방식은 효과적이지 못했다. 결국 <나가수>라는 무대가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그 무대를 통해 놀라운 가수가 재발견되는 그 순간에 있기 때문이다. 혹자들은 잦은 형식 변화가 가수들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하지만, 기실 그것보다 더 힘든 것은 가수들이 열심히 준비해온 무대가 그만큼 조명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임재범처럼 엄청난 가창력의 소유자지만 방송에 거의 나오지 않았던 인물을 찾기 힘들었으며, 그저 발라드만 부르는 것으로 알았지만 사실은 엄청난 끼를 숨기고 있었던 이소라 같은 가수가 안보였던 게 문제였다. 박정현이나 김범수 같은 얼굴 없던 가수들이 얼굴을 찾는 드라마틱한 무대가 없었던 것.

 

하지만 변화는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초반 가수들의 세팅이 효과적이지 못했지만 교체 선수들(?)이 선전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국카스텐과 소향이다. 이들이 첫 무대에 올라 모두 기라성 같은 기성가수들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대중들은 <나가수>라는 무대에서 드라마틱한 반전을 꿈꾸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간 조명되지 않았던 인디음악이 국카스텐에 의해 수면 위로 올라왔고, CCM의 디바로서 그 가스펠적인 감성을 대중적으로 선보이는 소향이 부각되었다. 지금껏 방송에서 보지 못했던 무대들이 국카스텐과 소향에 의해 보여졌던 것. 그것도 낯선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과의 조합을 통해 이루어진 이들의 음악은 그 반향도 클 수밖에 없었다. 국카스텐이 첫 무대에 불러 1위를 차지했던 ‘한잔의 추억’은 중장년층들에게는 이런 멋진 곡이 예전에도 있었다는 자부심을 부여했고, 젊은 층들에게는 이 곡을 이렇게 멋들어지게 부르는 젊은 밴드가 있다는 자랑거리를 만들었다. 이 낯설음과 익숙함, 중장년세대와 젊은 세대의 접점이 바로 <나가수>의 매력인 셈이다. 이것은 소향이 휘트니 휴스턴의 ‘I have nothing’을 부를 때도 마찬가지의 화학작용을 일으켰다.

 

결국 음악이고 결국 가수의 재발견이다. 바로 이 점이야 말로 이 절정의 가수들을 경연이라는 무대에 올릴 수 있는 가장 큰 명분이다. 연말까지 계속 경연을 이어가야 하는 <나가수2>는 아직 보여줘야 할 무대가 많이 남았다. 형식도 중요하지만 캐스팅에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그간 방송이 보여주지 못했던 가수들을 장르 불문하고 이 무대를 통해 대중들과 공감하게 할 때 <나가수2>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아직 반등의 기회는 남았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