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드라마 곱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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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극, 멜로를 보면 드라마가 보인다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11. 23. 09:09
주말극을 이끄는 세 커플, 삼색멜로 주말극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다. 한때 주말극이 전체적인 침체기를 겪었던 것과는 대조적인 양상. 이처럼 주말극이 격전장으로 바뀔 정도로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 것은 보수적인 시청층의 눈높이에 맞춘 드라마들이 대거 포진하면서부터다. 이제 주말극은 마치 시간을 돌려놓은 듯한 가족드라마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가족드라마가 갖는 안정적인 재미 위에 극성을 끌어올리는 멜로를 빼놓을 수 없다. 저마다 다른 멜로의 양상은 그 드라마의 성격까지 읽게 해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수상한 삼형제'의 김이상(이준혁)과 주어영(오지은)의 멜로를 일차적으로 끌어올린 장본인은 그 사이에 끼어들어 훼방을 놓는 왕재수(고세원)다. 5년 간 사귀었지만 검사가 되자 가차 없이 주어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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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의 '히어로', 왜 서민이 영웅일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11. 19. 09:40
이준기, 서민으로 돌아와 영웅이 된다 이준기는 한때 꽃미남 이미지로 소비됐다. ‘왕의 남자’에서 공길이라는 역할을 하면서 갖게 된 중성적인 이미지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것 때문에 이준기의 중성적 매력은 광고를 통해 확장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이준기가 바랐던 것도 아니고 본래 갖고 있던 색깔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것은 상품 광고가 공길이라는 인물을 그저 여장을 한 남자로만 바라보면서 생긴 이미지의 오해였다. 공길은 여장 남자라는 표피를 떼어내고 보면 거기 서 있는 것은 정확히 우리네 민초의 자화상이다. ‘개와 늑대의 시간’은 그러니까 이준기에게 덧씌워진 불편하기 짝이 없는 중성적인 꽃미남의 이미지를 떼어내는 시간이었다. 눈에 핏발이 잡힐 정도로 내면 속에 숨겨진 야수성을 끄집어내는 과정은, 이준기가 스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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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적 이평강', 신데렐라일까 평강공주일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11. 16. 08:40
설화와 다른 온달 평강 왜? 이게 사극이야 현대극이야. '천하무적 이평강'은 사극 의복을 입은 출연진들이 시건방춤을 추는 예고편으로 관심을 끌었다. 제목이 주는 뉘앙스처럼 이 드라마는 평강공주를 주인공으로 하는 사극처럼 보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웬걸? 오프닝의 전투신에서 온달(지현우)이 칼을 휘두르는 장면이 지나고 나자 갑자기 시대가 현대로 바뀌더니 마치 다시 태어난 듯한 온달과 평강(남상미)의 좌충우돌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것도 사극 속의 온달, 평강과 현대극 속의 그들은 관계가 역전되어 있다. 사극 속에서는 어딘지 지질한 온달을 장군으로 만드는 평강공주가 등장하는 설화 속의 이야기 그대로지만, 현대극에서는 온달이 리조트의 후계자이고 평강은 그 리조트에서 일하는 객실팀 직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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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극의 가족, 절망이거나 희망이거나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11. 15. 08:31
'수상한 삼형제'의 가족, '그대 웃어요'의 가족 저런 집구석에서라면 하루도 못살겠다. '수상한 삼형제'가 그리는 가족의 모습이 주는 인상이다. 직업조차 없고 이혼까지 한 장남은 여전히 정신 못 차리며 '인생 한 방'을 외치고, 그래도 장남이라고 챙기는 어머니 때문에 그 집 둘째 며느리는 거의 하녀처럼 구박당하며 죽어라 일만 한다. 그걸 아는 둘째 마음이 좋을 리가 없다. 그래도 어머니 보약이라도 하라며 돈을 챙겨주지만, 그 돈이 전부 장남에게 들어가는 게 둘째는 영 마음이 좋지 않다. 셋째는 건실하고 유쾌하게 살아가려 하지만, 새로 만난 여자가 나쁜 놈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꼴을 보게 된다. '수상한 삼형제'가 그리는 가족은 늘 이처럼 지지고 볶는다. 보는 이의 혀를 차게 만드는 그 진상에 그러나 시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