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드라마 곱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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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뚫고...', 이 시트콤이 불황을 담는 방식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11. 12. 09:52
'지붕 뚫고...', 웃음을 넘어 공감까지 하이킥!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이순재는 김자옥을 위한 이벤트로 3천만 원 가까운 엄청난 비용을 쓰고는 그것을 벌충하기 위해 가족들을 모아놓고 비상시국선언을 한다. 가족들에게 생활비를 절반으로 줄이라는 것. 그러자 그 집에 얹혀사는 세경과 신애는 쫓겨나는 건 아닌가하는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세경은 스스로 월 60만원 받던 것을 깎겠다고까지 말하며 앞장서서 비용절감에 나선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이순재는 홈쇼핑으로 김자옥을 위해 고가의 코트를 선물한다. 이 때 이순재의 양심이 하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네가 저지른 일로 왜 가족들이 고생을 해야 하냐. 너 정신이 있는 거냐 없는 거냐' 이 양심의 말은 그의 행동과 비교되면서 보는 이들을 웃게 만들지만, 이 전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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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의 미실, 드라마史에 남을 캐릭터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11. 11. 09:21
미실의 죽음에서 '모래시계' 태수가 떠오르는 이유 '선덕여왕'의 미실(고현정)이 아름다운 최후를 맞았다. 이제 드라마 속에서 다시는 볼 수 없는 인물이지만, 미실이라는 캐릭터는 우리네 드라마史에 남을 족적을 남겼다. 먼저 미실이라는 캐릭터는 사극 속 여성으로서는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드라마 전체에 힘을 부여하고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힘을 지닌 캐릭터였다. '선덕여왕'의 시작이 덕만으로부터 시작하지 않고 미실로부터 시작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미실이라는 강력한 여성 카리스마를 세워두었기 때문에 그 반대급부로서 덕만(이요원)과 유신(엄태웅), 비담(김남길), 춘추(유승호) 등의 캐릭터가 세워질 수 있었다. 드라마 속에서 자결한 미실 앞에서 덕만이 하는 말, "당신이 없었다면 자신도 있을 수 없었다"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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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뚫고 하이킥’, 그 망가짐의 미학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11. 9. 09:02
이순재에서 해리까지, 망가질수록 빛나는 그들 연기자가 가장 빛나는 지점은 언제일까. 그것은 연기자 자신이 아닌 캐릭터에 몰두할 때이다. 그래서일까. 연기자들이 여지없이 망가지는 바로 그 순간, 그들이 가장 빛나게 되는 것은. ‘지붕 뚫고 하이킥’은 시트콤이 가진 특성상 연기자들의 망가짐이 빈번할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시트콤 같은 코믹 장르가 가진 웃음은 기존 이미지의 전복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혀 그러지 않을 것 같은 인물이 정반대의 행동을 했을 때, 시트콤은 드디어 큰 웃음을 주게 된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이 ‘망가짐의 미학’을 솔선수범해 보여주는 인물은 이순재다. 칠순의 나이에 손발이 오그라드는 멜로 연기에 어찌 창피함이 없었을까. 하지만 그는 김자옥을 위한 이벤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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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번 사랑해’, 그 고전적 스토리가 가진 힘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11. 9. 09:00
‘천만번 사랑해’, 심청 모티브? 신데렐라 이야기? 모성애! ‘천만번 사랑해’는 여러 가지 이야기의 모티브들이 겹쳐져 있다. 그 첫 번째 이야기의 모티브는 우리네 고전 중의 고전, ‘심청전’이다.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삼백 석에 팔려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심청이처럼, ‘천만번 사랑해’의 고은님(이수경)은 갑자기 쓰러진 아버지의 수술비를 벌기 위해, 대리모를 자청한다. 자살을 택하는 것이 비윤리적인 것이지만 그것이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이 심청이의 정당성을 만들어주는 것처럼, 대리모의 비윤리성은 아버지의 목숨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이 고은님의 정당성을 만들어준다. 결국 아버지는 살려내지만, 자신의 살을 베어낸 것 같은 대리모의 아픔은 고은님에게 천형처럼 남는다. 스스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