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블로거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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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를 보며 다윈을 떠올린 이유옛글들/블로거의 시선 2009. 5. 1. 10:35
간략하게 리뷰를 쓰고 나니 미진함이 남네요.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늘 그렇지만 '박쥐'는 그만큼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개봉 첫날 '박쥐'를 보러 극장에 갔는데 조조에는 본래 거의 관객이 없던 여타의 영화들과 달리, '박쥐'는 꽤 많은 관객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보는 이들에 따라 다 보러온 관점이 다를 것입니다. 혹자는 박찬욱이라는 이름 석자에 끌려 왔을 수도 있고, 해외에서 주목하는 '박쥐'라는 작품 자체에 대한 호기심일 수도 있으며, '박쥐'가 홍보된 성적인 이미지에 끌려서일 수도 있고 어쩌면 송강호의 성기노출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박찬욱이 가진 힘이라는 것만은 부정할 수가 없더군요. 박찬욱은 늘 틀에 박혀있는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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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주 사적인 영상추모제를 다녀와서옛글들/블로거의 시선 2009. 4. 29. 01:07
친구가 저 세상으로 간지 얼마가 지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채 1년이 안됐을 겁니다만, 정확하게 몇 달이 지났는지 알 수 없는 건 아직도 그 친구가 그렇게 갑자기 떠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친구의 누님은 친구의 생일을 맞아 영상추모제를 한다고 저희 친구들을 불렀습니다. 영상추모제. 참 낯선 이름입니다. 사실 추모제라는 거창한 이름은 보통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너무 거대하게 느껴졌습니다. 장소는 명동성당 꼬스트홀. 저녁 7시에 친구들과 함께 그 홀에 들어서니 몇 백 명은 앉아도 좋을 자리는 텅 비어 있었습니다. 가족들 여섯 명과 우리 친구들 네 명을 합쳐 달랑 10명이 그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그 영상추모제라는 것이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었죠. 아마도 빔 프로젝트를 노트북에 연결해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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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급공무원', 불황에 웃음만으로 충분한 영화옛글들/블로거의 시선 2009. 4. 28. 12:46
'7급공무원'은 꽤 괜찮은 코미디입니다. 지금껏 국내 코미디들이 로맨틱 코미디거나 조폭 코미디가 주종을 이뤘다면 '7급공무원'은 액션 스파이물을 패러디한 코미디물이죠. 뭐 외국영화에서 찾아보면 그다지 새로운 건 아닙니다. '트루 라이즈'나 '미스터&미세스 스미스' 같은 영화들은 이미 액션과 코믹이 어떻게 버무려지는가를 잘 보여주었죠. 이들 영화들은 굳이 코믹을 붙이지 않더라도 액션 영화로서 충분히 인정될 만한 액션과 스케일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7급공무원'은 다르죠. 아마도 이 영화를 액션영화로 인지시켰다가는 흥행에 실패할 확율은 99%였을 겁니다. '7급공무원'은 제목에서 포지셔닝한대로 분명한 코미디 영화입니다. 그러니 조금 조악한 액션 신이나 리얼리티에서 동떨어진 상황은 웃음을 준다는 목적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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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문', 액션만큼 뭉클한 견자단의 얼굴옛글들/블로거의 시선 2009. 4. 24. 12:04
'엽문'은 꽤 많은 홍콩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입니다.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단연 이소룡의 '정무문'같은 영화일 것입니다. '엽문'이 보여준 1:10의 대결은 '정무문'에서의 이소룡이 보여준 그것을 떠올리게 합니다. 영춘권의 대가 엽문은 바로 이소룡의 사부이기도 하죠. 물론 엽문의 영춘권과 이소룡의 무술스타일은 비슷하면서도 좀 다른 면이 있습니다. 불필요한 동작을 없앤 엄청나게 빠른 속도의 순간적인 공격과 방어는 같지만, 이소룡의 절권도가 상당히 호전적이고 공격적이라면 엽문의 영춘권은 마치 선을 하는 것 같은 정중동이 매력적이지요. '엽문'이 가진 스토리 라인은 그러나 대단할 것이 없습니다. 순수한 무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던 그가 일제의 침략 앞에서 영웅으로 나서는 대단히 민족주의적인 이야기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