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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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표류기', 김씨가 김씨에게 손내미는 영화옛글들/블로거의 시선 2009. 5. 15. 16:27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에서 김서방은 수없이 많은 불특정 다수를 말한다. '김씨표류기'의 김씨는 그런 의미다. 그 김씨는 밤섬에 표류하게 된 남자 김씨(정재영)이기도 하고, 자신의 방 속에 스스로를 고립한 채 표류하고 있는 여자 김씨(정려원)이기도 하며, 그 밖에 도시라는 정글의 바다 위에 각자 저마다의 섬을 갖고 표류해 살아가는 우리네 현대인들이기도 하다. 따라서 표류라는 말 또한 의미를 달리한다. 흔히 생각하듯 여기서의 표류는 바다 한 가운데 고립되는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도심 한 가운데서도 표류할 수 있고, 집 한 칸에서도 표류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함유하는 의미로서의 표류란 '문명화된 공간으로부터의 이탈'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남자 김씨나 여자 김씨 모두 도시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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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바보', 구동백의 사랑법이 시사하는 것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5. 15. 09:24
절망적인 미래, '그바보'가 전하는 현재의 긍정 "전 지금 벼랑 끝에 서 있어요." 톱스타 한지수(김아중)의 말대로 그녀는 벼랑 끝에 서 있다. 톱스타와 정치인의 스캔들을 피하기 위해 진짜 연인인 김강모(주상욱) 대신 구동백(황정민)과 가짜 결혼을 해야 하는 그녀. 그녀가 현재를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것은 김강모가 해준 미래에 대한 약속뿐이다. 하지만 이것은 그녀의 착각이다. 미래는 늘 오지 않는 거리에서 보여질 뿐이고, 사실 우리는 늘 현재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를 벼랑 끝에 세운 것은 김강모가 아니라, 그렇게 늘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그녀 자신이다. 그런 그녀 앞에 현재로 서 있는 인물은 구동백이다. 그는 오지 않은 미래 때문에 현재를 절망적으로 살아가는 그녀에게 불쑥 배가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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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표류기', 이런 분이라면 재미 감동 두 배옛글들/블로거의 시선 2009. 5. 13. 14:07
'김씨표류기'. 한 줄로 스토리를 얘기한다면 밤섬에 표류한 남자 김씨(정재영)와 저 스스로를 방에 표류시킨 여자 김씨(정려원)가 서로 극적으로 소통하는 이야기입니다. 참 재미있고 뭉클한 면도 있는 영화입니다. 굳이 비율로 나누자만 웃음이 60% 정도 되고 감동이 40% 정도 된다고 할 수 있지만 보는 이에 따라서는 그 비율이 거꾸로 나올 수도 있습니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나 의미 같은 걸 늘어놓는다면 꽤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영화지만 이제 막 개봉하는 영화에 대고 이러쿵 저러쿵 먼저 얘기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지라, 여기서는 간략하게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실만한 분(물론 제 맘대로지만)들을 나름대로 적어보겠습니다. 1. 무인도 이야기가 재미있으신 분 : 우스개 무인도 시리즈가 가진 코미디적 요소들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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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맨', 진품이 될까 짝퉁이 될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5. 13. 07:36
‘신데렐라맨’, 진품과 짝퉁 사이에 서다 제목만 놓고 보면 ‘신데렐라맨’은 누가 생각해도 요즘 한창 뜬다는 ‘남데렐라(남자 신데렐라)’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작품의 기획의도에 등장하는 첫 문구는 신데렐라가 아니라 ‘왕자와 거지’다. 얼굴이 닮은 두 사람이 서로 역할을 바꾼다는 점에서 현대판 ‘왕자와 거지’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신데렐라맨’이 다루는 이야기는 남데렐라일까 아니면 ‘왕자와 거지’일까. '신데렐라맨', 신데렐라인가 왕자와 거지인가 먼저 '신데렐라'와 '왕자와 거지'의 몇 가지 차이를 보자. '신데렐라'는 알다시피 신분 상승 욕구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다. 반면 '왕자와 거지'는 신분의 이야기보다는 입장 바꿔보기가 그 중심 모티브다. 즉 신데렐라는 계모의 딸이 왕자와 결혼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