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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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조의 여왕’, 그녀들의 내조 혹은 치맛바람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5. 6. 08:43
무엇이 그녀들을 희생하게 만들었나 ‘내조의 여왕’이 그리고 있는 세계는 퀸즈푸드라고 하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공간이다. 어디에서나 정치적인 선택이 이루어지는 그 곳은 온전히 실력만으로는 버티기 힘든 곳이며, 막후협상과 로비와 줄서기가 횡행하는 곳이다. 남편이 이사면 그 아내도 이사고, 남편이 부장이면 그 아내도 부장이며, 남편이 인턴사원이면 아내도 인턴사원인 곳이 그 곳이다. 부부는 하나의 짝패를 이루어 안팎으로 뛰어야 하는 상황. ‘내조의 여왕’이 그려내는 내조의 세계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기 마련인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의 내조’를 뛰어넘는다. 이제 막 이 세계에 들어간 온달수(오지호)의 아내 천지애(김남주)는 퀸즈푸드 사모님들(?)의 내조 정치의 세계로 뛰어든다. 그녀는 갖은 수모를 당하면서도 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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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기지개를 켜는 주말드라마, 그 3사3색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9. 5. 4. 18:55
‘솔약국집’vs‘찬란한 유산’vs‘2009 외인구단’ 김수현 작가의 ‘엄마가 뿔났다’, 문영남 작가의 ‘조강지처클럽’ 이후 잠시 주춤했던 주말드라마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주 KBS ‘솔약국집 남자들’은 24.9%(AGB닐슨)로 주말 TV 시청률 1위를 기록했고, 이제 막 시작한 SBS ‘찬란한 유산’은 단 2회만에 19.6%를 기록하며 주말드라마의 새 강자 자리를 예약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부활한 MBC 주말 자정드라마로 이현세 원작의 ‘공포의 외인구단’을 극화한 ‘2009 외인구단’이 시작된다. 그 3사3색의 드라마가 가진 특징들은 무엇일까. 먼저 첫 스타트를 끊은 ‘솔약국집 남자들’은 전형적인 가족드라마 형식에서도 늘 대중성을 인정받아온 딸 부잣집 이야기를 아들 부잣집 이야기로 뒤집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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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를 보며 다윈을 떠올린 이유옛글들/블로거의 시선 2009. 5. 1. 10:35
간략하게 리뷰를 쓰고 나니 미진함이 남네요.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늘 그렇지만 '박쥐'는 그만큼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개봉 첫날 '박쥐'를 보러 극장에 갔는데 조조에는 본래 거의 관객이 없던 여타의 영화들과 달리, '박쥐'는 꽤 많은 관객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보는 이들에 따라 다 보러온 관점이 다를 것입니다. 혹자는 박찬욱이라는 이름 석자에 끌려 왔을 수도 있고, 해외에서 주목하는 '박쥐'라는 작품 자체에 대한 호기심일 수도 있으며, '박쥐'가 홍보된 성적인 이미지에 끌려서일 수도 있고 어쩌면 송강호의 성기노출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박찬욱이 가진 힘이라는 것만은 부정할 수가 없더군요. 박찬욱은 늘 틀에 박혀있는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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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양극단의 평가 왜?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09. 5. 1. 09:04
무수한 경계 위에 선 영화, ‘박쥐’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밟고 있는 지점은 실로 애매모호하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까지 엉뚱하게도 송강호의 성기노출이 논란이 되면서 영화는 마치 에로틱한 어떤 것으로 비춰졌다. 그것은 마치 이안 감독의 ‘색계’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거장이 만들었으니 작품성이 뛰어날 것이고, 그러면서도 무언가 파격적인 성 노출이 스펙타클로 보여지는 그런 영화. 이런 분위기는 실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지적인 호기심과 함께 자극적인 호기심까지. ‘박쥐’는 물론 대단히 에로틱한 면모를 가지고 있으나 에로틱한 그 무엇으로만 정의되기는 어렵다. 뱀파이어물이 갖는 에로틱함과 공포스러움을 동시에 껴안고 있으니까. 살갗을 물어 뜯거나 칼날로 그어 피를 내는 장면은 하드고어를 연상시킬 정도로 끔찍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