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맨’, 진품과 짝퉁 사이에 서다

제목만 놓고 보면 ‘신데렐라맨’은 누가 생각해도 요즘 한창 뜬다는 ‘남데렐라(남자 신데렐라)’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작품의 기획의도에 등장하는 첫 문구는 신데렐라가 아니라 ‘왕자와 거지’다. 얼굴이 닮은 두 사람이 서로 역할을 바꾼다는 점에서 현대판 ‘왕자와 거지’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신데렐라맨’이 다루는 이야기는 남데렐라일까 아니면 ‘왕자와 거지’일까.

'신데렐라맨', 신데렐라인가 왕자와 거지인가

먼저 '신데렐라'와 '왕자와 거지'의 몇 가지 차이를 보자. '신데렐라'는 알다시피 신분 상승 욕구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다. 반면 '왕자와 거지'는 신분의 이야기보다는 입장 바꿔보기가 그 중심 모티브다. 즉 신데렐라는 계모의 딸이 왕자와 결혼하는 이야기지만, '왕자와 거지'는 거지보다는 왕자의 시선을 따라가며 거지가 되어본 왕자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려낸 이야기다. 여기서 왕자는 제자리를 찾아가려 노력할 뿐이지, 신분상승을 욕망하는 존재는 아니다.

드라마 '신데렐라맨'은 '왕자와 거지'의 이야기로 치면 왕자에 해당하는 이준희(권상우)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거지인 오대산의 이야기에 가깝다. 따라서 본래 '왕자와 거지' 이야기가 갖는 세태 풍자적인 요소는 발견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입만 열면 대박을 외치는 오대산의 입장에 드라마가 주력하고 있다고 해도 이 드라마를 신데렐라 이야기로 단정하기도 어렵다. 오대산이 사랑하는 인물은 같이 낮은 곳에 내려와 있는 서유진(윤아)이지, 자신을 간택해 상류사회로 끌어줄 능력을 가진 장세은(한은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똑같은 얼굴 때문에 이준희의 역할을 연기하는 오대산이 그 부를 부러워하거나 즐기는 것 같지도 않다. 오대산은 그저 돈 몇 푼에 억지로 그 연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오대산의 관심은 그 스스로도 밝혔듯이 '100억 대박'과 서유진뿐이다. 그리고 그 100억 대박은 신데렐라처럼 누군가에 의해 간택되어 얻는 그런 것이 아니라 자신의 노력을 통해 얻어내려는 것이다. 그러니 '신데렐라맨'의 주인공을 오대산 혹은 이준희에 맞춰놓고 보면 이 이야기는 신데렐라 이야기도 왕자와 거지 이야기도 아닌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패션계의 이야기까지 뒤섞여 복잡해 보이는 이 '신데렐라맨'은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그저 부유한 남녀(이재민과 장세은)와 가난한 남녀(오대산과 서유진)가 서로 얽히고설키며 성장하는 그저 그런 사각 멜로드라마? 현재로서는 그 혐의가 짙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중반을 향해가는 이 드라마에 대한 평가로 이건 너무 속단일 수 있다. 적어도 남은 분량에서의 어떤 가능성만은 여전히 존재하니까.

진품과 짝퉁의 기로에 선 '신데렐라맨'
그 가능성은 이 드라마가 가진 '진품과 짝퉁'에 대한 시선에서 찾아질 수 있을 것이다. 오대산은 말 그대로 짝퉁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인생이고, 이준희는 진품, 그것도 명품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생이다. 그 둘이 닮았고 서로 역할을 바꾸어 남을 속인다는 설정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상품으로서의) 진품과 짝퉁을 떠올리게 한다. 이것은 철저히 상업적인, 경제적인 측면에 있어서의 진품과 짝퉁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진품과 짝퉁' 인생을 가르는 잣대에 경제적인 측면만을 부각시키지는 않는다. 오히려 삶의 질적인 잣대로 보여지는 '진품과 짝퉁' 인생을 밑바닥에 깔고 있다. 즉삶의 양적인(경제적인) 잣대로는 이준희가 진품이고 오대산이 짝퉁 같지만, 삶의 질적인 잣대로는 오대산이 진품이고 이준희가 짝퉁처럼 보인다. 이 역전된 상황은 드라마가 가진 틀에 박힌 사각 멜로 구도 이야기가 가진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이다.

만일 오대산과 서유진이 삶의 양적인 가치가 아닌 질적인 가치로서 서로 맺어지고, 이러한 새로운 가치를 그 관계 속에서 그려낼 수 있다면 그것은 이 시대에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신데렐라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여전히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다. 만일 이러한 하나의 가능성도 발견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이 드라마는, 신데렐라 이야기도, 왕자와 거지 이야기도 끌어들였지만 그 어느 이야기도 되지 못하는 짝퉁드라마가 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의 길을 가게 될 지는 앞으로의 행보에 달려있다.

이것은 이 드라마의 키를 쥐고 있는 권상우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이야기다. 잇따른 흥행 실패로 인해 잣은 구설수와 연기력 논란을 일으켜온 권상우에게 어쩌면 이 작품은 기회가 될 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1인2역이라는 새로운 도전은 권상우의 연기에 대한 새로운 평가를 가능하게 하고 실제로도 그런 조짐들이 보여지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진품의 연기를 선보이려고 노력한 흔적들이 역력하다. 문제는 다시 작품이다. 배우의 이미지를 만드는 대부분이 제대로 된 캐릭터를 어떻게 만나느냐에 달려있다고 볼 때, 이 작품이 진품이 되느냐 짝퉁이 되느냐는 갈림길은 권상우에게도 절실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권상우는 과연 이 작품을 통해 신데렐라맨으로 거듭날 것인가.

나이를 숫자에 불과한 것으로 만드는 그들

햇수로 19년이 흘렀지만 한결 같이 저녁 6시면 들려오던 그 털털한 목소리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 7000회를 맞은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배철수는 7000이라는 숫자에 그다지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저 오늘도 방송을 할 뿐"이라는 것. 하지만 2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유행과 트렌드에 민감한 팝 음악을 소개하는 라디오 DJ로 같은 자리를 지킨다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일까. 만일 당대 스무 살로 처음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청취자가 됐던 분이라면 지금 불혹의 나이가 되어 있을 터(필자가 그렇다). 따라서 이 프로그램은 그 자체적으로 20년 터울의 세대가 갖는 차이 따위는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역시 배철수라는 청년정신의 소유자 덕분이다.

이 라디오 방송을 듣다보면 배철수가 가진 세대를 넘는 흡인력에 놀라게 된다. 그는 때론 사뭇 진지하게 세상 돌아가는 꼴에 대해 거침없이 쓴 소리를 해대다가도 특유의 어눌한 목소리로 자신 역시 그 비판의 도마 위에 올려놓는다. 젠 채 하지 않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는 이 화법 속에는 자신 또한 한 명의 샐러리맨이라는 동류의식이 담겨 있다.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에 대해 배울 것은 배우는 자세로 듣다가도 할 얘기는 따끔하게 하는 그 모습은 선생의 목소리가 아니라 친구의 목소리로 친근하게 다가간다. 배철수를 들으며 우리가 느끼는 것은 세월이라는 어찌 보면 잔인한 시간의 흐름에 대한 편안한 마음이다. 시간이 지나도 우리는 여전히 청년일 수 있다는 그 편안함.

이런 한결 같은 청년정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또 한 인물은 김창완이다. '아니 벌써'로 1977년 산울림으로 데뷔한 그는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며" 인디 밴드들과 나란히 소극장에서 노래를 부른다. 동생의 죽음으로 산울림을 해체하고 작년 김창완 밴드를 재조직한 그는 인디 정신을 통해 청년을 수혈 받은 듯, 초창기 산울림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무엇보다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것은 그의 현재가 단지 산울림을 추억하는 모습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여전히 진행형이고 여전히 도전적이다.

김창완은 또한 연기라는 영역에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열어놓았다. 김창완은 드라마의 조역으로 늘 푸근한 인상의 아저씨 역할을 해오다가, '하얀거탑'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우용길 부원장이라는 정치적인 인물을 연기하며 그는 조직 내에 늘 있게 마련인 직장 상사의 또 하나의 전형을 만들어냈다. 능글능글할 정도로 능수능란한 편안함에서 나오는 그의 연기는 '커피 프린스 1호점'의 귀차니스트 홍에서도 빛을 발했다. 그리고 그의 연기는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내조의 여왕'에서 김홍식 이사 역할로 진행 중이다.

공교롭게도 배철수나 김창완은 모두 한 시대를 풍미했던(물론 현재도 김창완은 활동중이지만), 음악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배철수가 송골매라는 그룹사운드로 한국적인 록의 세계에 한 획을 그었다면, 김창완은 포크 록의 신화라 할 수 있는 산울림을 통해 때론 동요적이고 때론 우울하며 때론 반항적인 록의 자유분방함을 구가해왔다. 아마도 이들이 지금껏 청년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록이 갖는 도전정신이 그 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앞으로 이들 청년(?)의 행보가 우리 문화에 어떤 궤적으로 남을 지 자못 기대되는 대목이다.

냉소의 시대, '1박2일'이 준 따뜻한 웃음의 가치

얼마 만에 경험하는 따뜻한 웃음일까. 불황으로 웃음이 성공 키워드로 뜬다지만 그 웃음의 대부분은 냉소거나, 조금은 자극에 길들여진 웃음 같은 그런 것들은 아니었던가. '1박2일-집으로'편이 보여준 웃음을 접하고 나서야 비로소 잊고 있었던, 혹은 없다고 생각해왔던 그 따뜻한 웃음이 있었다는 걸 확인하게 됐다.

'1박2일' 팀의 경북영양 산골마을 기산리에 사시는 어르신들을 찾아가는 길은 프로그램 말미에 다시 생각해보면, 도시생활에 지친 자식들이 자신이 떠나왔던 고향집에서의 하룻밤을 통해 온전히 힘을 얻고 돌아가는 그 귀향길의 서막이었다. 산골 외딴 집에서 외롭게 사시는 어르신들에게 웃음을 주러간 그들은 오히려 그 어르신들로 인해 맘껏 웃었고, 하루 동안이지만 자식의 기쁨을 선사하러간 그들은 오히려 부모님의 사랑을 한껏 얻었다.

이 상황의 역전이 주는 당혹감에 가까운 감동은 '1박2일' 멤버들뿐만 아니라 그걸 바라보던 시청자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1박2일' 출연진들에게서 웃음을 기대했던 우리들은 오히려 그 출연진들에게 웃음을 주시는 어르신들로 인해 웃고 있었고, 그걸 알아차린 순간 웃음은 감동으로 바뀌었다. 그것은 찾아간 그들을 자식처럼 따뜻하게 대해주신 어르신들의 사랑을 그 웃음 속에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1박2일'의 시간을 통해 어르신들은 어느새 친근한 우리네 부모님, 조부님이 되어 있었다. 당황스러울 때마다 머리를 긁으시고 헤어짐의 아쉬움에 눈물을 숨기지 못한 할아버지, '사랑'이라는 단어가 끝내 쑥스러워 스피드 퀴즈의 정답을 말하지 못한 순박한 어머니, 몸 개그면 몸 개그, 노래면 노래 어떤 것이든 열심히 하시던 아버지, 손주들의 재롱에 밤잠을 설치시다가 문득 매일같이 힘겹게 농사를 지어야 하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셨던 할머니...

그 분들의 순박한 웃음과 아쉬움에 흘린 눈물은 늘 힘겨울 때마다 자신의 힘겨움은 뒤로 접어둔 채 등을 두드려주시던 우리네 부모님, 조부님의 얼굴들이었다. 그렇게 거의 모든 것을 다 내주시고도 당신들이 원하는 것은 고작 피자 몇 조각과 영상 편지, 허리띠가 전부인 것은 우리를 한편으론 부끄럽게 했다. 잘난 우리들은 용돈 몇 푼 쥐어주고 돌아서면서, 바리바리 싸주시던 투박한 음식들에 담겨진 그 마음들을 혹 지나쳤던 건 아니었을까.

'1박2일-집으로'편은 리얼리티를 그토록 강조하던 '1박2일'이 드디어 그 리얼리티를 진정성으로 전화시킨 사례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그 진정성이 묻어난 곳에서의 웃음은 그토록 자연스럽고, 그토록 배꼽을 잡게 만들며, 한편으로는 그토록 가슴을 훈훈하게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냉소의 시대, 따뜻한 웃음을 전해준 '1박2일'은 또한 이로써 여행 버라이어티로서의 확고한 또 하나의 선구적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여행 버라이어티라는 새장을 세운 ‘1박2일’

‘1박2일’은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무한도전’의 한 지류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1년 반 이상을 달려오면서 이 지류는 하나의 독립적인 강물을 형성하고 거침없이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 물론 이미 신화가 되어버린 '무한도전'은 여전히 리얼 버라이어티의 맨 앞에서 어떤 길을 제시해내가고 있지만, '1박2일'이 여행 버라이어티라는 분화된 장르로 구축해온 새로운 장은 현재의 리얼 버라이어티쇼들이 무시할 수 없는 전범이 되고 있다. ‘1박2일’이 지나온 길은 어떤 것이었고, 거기서 발견한 가능성은 무엇이며 또 앞으로 가야할 길은 어떤 것일까.

복불복이라는 재미와 오지 조명의 의미 결합
‘준비됐어요’라는 프로그램에서 비롯되어 하나의 새로운 포맷을 구성하게 된 ‘1박2일’이 첫발을 디딘 곳은 한국의 알프스 영동이었다. 첫 회에서부터 ‘1박2일’이 내세운 것은 먹거리를 놓고 벌이는 복불복 게임. 음식을 얻기 위해 휴게소에서 즉석 사인회를 하는 장면은 ‘1박2일’만이 가진 복불복 게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따라서 초창기 ‘1박2일’은 각종 복불복 게임들(요트와 통통배를 두고 벌이는 복불복이나 정차역에서 가락국수 먹기 같은)을 통해 그 기본적인 재미를 구성했다.

복불복 게임은 자칫 자극적으로만 흐를 수 있는 위험성이 있었다. 하지만 ‘1박2일’은 그 자극적인 재미와 우리네 국토를 여행하고 오지를 조명한다는 의미를 결합시켰다. 독도에서 섬을 지키는 경비대들에게 따뜻한 자장면을 대접한다거나, 최 서남단에 위치한 전남 신안군 가거도의 가거초등학교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식사를 하는 모습은 이 프로그램이 그저 자극적인 재미에만 치우친 것이 아니라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한편 복불복 게임은 점점 다채로워져 이외수 자택에서 벌어진 탁구게임이나 해운대 앞에서 벌인 배드민턴 경기는 저질 스포츠 자체로도 큰 웃음을 주었다.

최절정의 위치에서 내리막을 겪다
자극적인 복불복 게임의 재미와 지역주민들과 어우러지는 감동적인 의미를 통해 정상적인 궤도에 오른 ‘1박2일’에게 필요했던 건 역시 화제를 일으킬 수 있는 한 방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해준 것은 경남 거창에서 출연하게 된 ‘전국노래자랑’과 충주대에서 갑자기 벌어진 게릴라 콘서트, 그리고 백령도에서 강호동이 다시 샅바를 매게 한 해병대와의 씨름대회였다. 이때 프로그램은 최절정에 올랐고 그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백두산 원정’이라는 거대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하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생기듯 ‘1박2일’은 백두산 원정을 정점으로 조금씩 매너리즘의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즈음 모든 것들은 비판의 시선으로 바뀌었다. 복불복은 지나친 출연진 학대라는 비판을 받았고, 의미는 억지 감동이 되었으며 주민들과의 대민접촉은 민폐가 되었다. 높아진 기대치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형식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논란은 ‘1박2일’이 당시 처한 위기를 가장 잘 드러내 보여준 사례다.

‘1박2일’에 대한 비판이 가중된 것은 타 방송사의 프로그램들의 약진과도 관련이 있다. 유재석을 내세워 맞불을 놓은 ‘패밀리가 떴다’는 ‘1박2일’이 가진 남성적이고 자극적인 리얼리티 콘셉트와는 정반대로 여성적이고 말랑말랑한 판타지 콘셉트로 주목을 끌었다. 여성 출연자로서 이효리와 박예진이 리얼 버라이어티에 투입된 결과는 많은 여성시청자들의 눈을 잡아끌기에 충분했다. ‘1박2일’도 그 바람에 편승해 강원도 너와집에서 매니저와 코디들의 리얼 러브버라이어티를 보이기도 했지만, 결국 뚝심 있게 리얼리티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선택은 옳았다.

게스트 다변화로 활로 개척한 ‘1박2일’, 그 가야할 길
‘패밀리가 떴다’의 대본공개 논란으로 오히려 리얼리티에 대한 시청자들의 요구는 더 높아졌고 그것은 차츰 초창기의 모습을 회복하는 ‘1박2일’에게는 득이 되었다. ‘1박2일’도 새로운 변화를 모색했다. 충남 공주에서 ‘명사와 함께 하는 1박2일’이라는 타이틀로 박찬호를 게스트로 초청해 큰 호응을 얻은 ‘1박2일’은 ‘시청자와 함께하는 1박2일’로 새로운 활로를 찾았다. MC들이 친구들을 초청해 함께 여행을 떠난 ‘함께 가자 친구야’는 이제 ‘1박2일’이 좀 더 일반인들을 향해 다가가 그 속에서 리얼한 재미와 감동을 찾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경북영양 산골마을 기산리에 사시는 어르신들의 집을 찾아가 1박2일을 지내는 ‘집으로’편은 이제 ‘1박2일’이 갈 길을 확실히 보여준 셈이다. 거대한 프로젝트보다는 작고 세세한 이야기가 더 재미있고 의미도 있다는 것을 ‘집으로’편은 보여주었고, 이것은 ‘1박2일’이 앞으로 취해야할 방향성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1박2일’이 걸어온 길을 통해 리얼 버라이어티가 구축해놓은 것들은 꽤 많다. ‘1박2일’이 가지고 있는 여행 버라이어티의 요소들은 이제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기본처럼 자리하고 있다. 복불복 같은 게임적 요소가 그렇고, 특정 장소로 가서 1박을 하는 형식이 그렇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중들(특히 현지 지역주민들)과 어우러지는 방식일 것이다. 이것은 ‘1박2일’이 개척해놓은 가장 독특한 영역이 아닐 수 없다.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 웃음을 주는 것이 제 일차 목표이겠지만 리얼 버라이어티는 야외로 나오는 카메라가 말해주듯이 어떤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고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재미와 의미가 동시에 구축되어야 롱런이 가능해진다는 걸 ‘1박2일’은 그 걸어온 길을 통해 말해주고 있다. 또한 성공한 포맷이라고 하더라도 반복되다보면 오히려 그것이 독이 될 수 있다는 것도 ‘1박2일’을 통해 얻은 덕목이다. ‘1박2일’은 이제 ‘무한도전’이라는 리얼 버라이어티 지존의 그늘에서 벗어나 어떤 새로운 하나의 형식을 구축해놓은 프로그램이 되었다. 이제는 그 형식을 운용하는 정도에서 벗어나 좀 더 다채로운 형식과 실험적인 시도가 필요해진 시점이다.

- 1박2일이 지나온 길

1. 한국의 알프스 영동 : 휴게소 즉석 사인회. 먹기 위한 복불복
2. 한국의 나폴리 통영-죽도 : 요트냐 통통배냐 복불복. 배멀미
3. 예향 전주 한옥마을 : 전주 KBS에서 생방송 도전기, 밥상 앞의 복불복
4. 강원도 정선 : 정차역에서 가락국수 먹기. 김종민 낙오 사건, 야생 삼종경기
5. 울릉도 독도를 가다 : 독도 경비대 식사대접
6. 경남 밀양 팜스테이 : 김C 출연
7. 평창. 혹한기 대비캠프 : 이승기 출연, 김종민의 복수
8. 겨울바다. 해운대 : 겨울바다 다이빙
9. 최서남단 전남 신안군 가거도 : 오지 두번째. MC몽 합류. 가거초등학교 아이들과 한때
10. 겨울방학특집 : 자아 찾기 셀프 여행, 이외수집에서의 탁구경기
11. 경북 울진 : 칼바람 맞고 오픈카. 대게잡이 배드민턴 경기
12. 전남 영광 : 서해안 기름제거. 떡국대접. 동백마을 재롱잔치
13. 전남 구례 : 고택 체험. 복불복 게임
14. 제주도 : 배냐 비행기냐. 배타고 가는 제주도. 우도에 가다. 바다 뛰어들기
15. 자유여행 : 은초딩 맘대로 여행. 1박2일 파업(?)사태
16. 경남거창 : 전국노래자랑 출연
17. 한국의 마추픽추 완도군 여서도 : 집 야생에서 직접 지어 자기
18. 강원도 정선 운치분교 : 사진 속 학교 찾아가기. 운치분교 아이들과 동강 나들이
19. 문경 : 경차로 떠나는 무전여행, 충주대 게릴라 콘서트
20. 경기도 일주 윷놀이 투어 : 김C의 번지점프
21. 서해 최북단 백령도 : 대청도에 버려진 MC몽, 해병대와 씨름
22. 백두산에 가다 : 동포와 아리랑, 천지에 오르다
23. 전북 장수군 농촌체험마을 : 4인 가족 20만원으로 여름휴가를, 복불복 마라톤
24. 인제 내린천 : 우정여행, 래프팅
25. 올림픽 특집 : 올림픽 스타와의 저질경기
26. 충복영동 : 1박2일 1주년. 초심여행
27. 전남 신안군 신의도 : 개매기 작업
28. 배추고도 귀네미 마을 : 추석맞이 공연
29. 부산 : 초저가 패키지투어. 사직구장 논란
30. 강원도 너와집 : 매니저와 코디들의 리얼 러브 버라이어티, 저질독서퀴즈
31. 강촌 : MT여행
32. 강원도 산골집 2회 혹한기 대비캠프
33. 충남 예산 예당저수지 : 밤낚시 투어. 지상렬, 좌대에서 나오려면 10마리를
34. 외연도 : 녹도에 버려진 승기, 민박집 주인아주머니와 고스톱
35. 전남 해남 유선관 : 눈 오는 날 얼음물 입수 복불복
36. 충남 공주 : 명사와 함께 하는 1박2일. 박찬호 출연
37. 전남 벌교 : 용돈 쓴 만큼 꼬막 채취하기. 이수근의 밤샘 꼬막 작업
38. 전남 담양 : 승기연못, 떡갈비 놓고 벌이는 6종 경기
39. 시청자와 함께 하는 1박2일
40. 신춘특집 제주도에 가다 : 날씨로 영종도 1박. 제주도 초저가 패키지. 올레길 체험
41. 광양 매화마을 : 섬진강 레이스, 광양불고기 아침 복불복
42. 대이작도 : 비바크 체험. 은지원 사승봉도에 버려지다
43. 정선 : 같이 가자 친구야
44. 경북영양 산골마을 기산리 :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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