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깊어진 공감, 신랄해진 풍자

'개그콘서트"(사진출처:KBS)

"이렇게 후보가 돼서 당선되는 것도 어렵지 않아요. 그냥 선거 유세 때 평소에 잘 안 가던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할머니들과 악수만 해주면 되고요. 평소 먹지 않았던 국밥을 한 번에 먹으면 되요. 선거 유세 때 공약도 어렵지 않아요. 공약을 얘기할 때는 그 지역에 다리를 놔준다던가, 지하철역을 개통해준다던가, 아 현실이 너무 어렵다고요? 괜찮아요. 말로만 하면 되요. 이래도 당선이 될까 걱정이라면 상대방 진영의 약점만 잡으면 되는데 과연 아내의 이름으로 땅은 투기하지 않았는지 세금은 잘 내고 있는지 이것만 알아내세요. 아 그래도 끝까지 없다면 사돈에 팔촌까지 뒤지세요. 무조건 하나는 걸리게 돼있어요. 이렇게 여러분들 이 약점을 개처럼 물고 늘어진다면 국회의원이 될 수가 있어요. 여러분들 이렇게 쉽게 국회의원이 돼서 서민을 위한 정책 펼치세요."

'개그콘서트'의 풍자가 더 독하고 신랄해졌다. '사마귀유치원'은 그 정점이다. '어린이 여러분'이 아니라 '어른이 여러분'을 상대로 하는 '사마귀유치원'은 대놓고 정치적인 문제들과 현실적인 문제들을 풍자한다. 그것도 웃으면서. '선생님이 되고 싶다', '예쁜 집에 살고 싶다'는 어른이들의 소망에 대해 최효종은 천연덕스럽게 "교대에 가면 된다"며, "초봉이 140만 원"인데 "숨만 쉬고 살면 89세에 내 집을 장만할 수 있어요. 너무 쉽죠?"하고 말한다. 또 아이를 낳을 경우에는 "1인당 양육비가 2억4천씩 들기 때문에 아이들과 숨만 쉬고 살았을 때는 217세에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다"고 한다. 국회의원의 자질문제에서부터 집 마련은 언감생심인 서민들의 현실적인 고충까지 풍자의 대상에는 거침이 없다.

대중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물론 '개그콘서트'는 현실풍자가 그 바탕에 늘 깔려 있었다. 하지만 그 강도가 이토록 강해진 건 최근의 일이다. '비상대책위원회'는 비상사태를 전제해두고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관료주의와 무능력한 위기대처능력을 사정없이 꼬집는다. 당장 테러가 일어날 상황을 긴박하게 브리핑하지만, 거기에 대해 첫 마디는 "안돼-"인 상황. 사건을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안되는 이유를 줄줄이 늘어놓음으로써 결국 위기에 대처할 기회조차 잃어버리는 무능력. '비상대책위원회'나 '사마귀유치원'은 보는 내내 깔깔 웃게 만들지만 그 밑에는 그간 답답하고 억눌려왔던 서민들의 감정들이 꿈틀댄다.

이처럼 독한 풍자가 대중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것은 그 풍자가 꼬집는 현실에 대한 깊은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딱히 비판적인 현실 풍자가 아니라고 해도 '애정남'이나 '생활의 발견', '불편한 진실' 등, 현실을 공감하게 하는 코너들이 많아진 것도 최근 '개그콘서트'의 새로운 변화다. '애매한 것을 정해준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그 상황에 대한 공감을 동력으로 가져가는 '애정남'이나, 진지한 상황 속에서도 본능적인 욕망을 발견하게 되는 '생활의 발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상황을 슬쩍 끌어들여 그 심리를 파고드는 '불편한 진실' 등은 모두 '현실 공감'이 그 핵심이다. '그래 그래 나도 저랬어'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

'개그콘서트'는 물론 여전히 '슈퍼스타KBS'나, '감수성', 'N극과 S극'처럼 몸 개그를 기반으로 하는 개그들이 있지만, 최근 그 흐름을 주도하는 건 이 풍자와 현실에 공감하게 되는 말 개그들이다. 이것은 '개그콘서트'가 과거 마빡이나 갈갈이류의 초중등학생들이 좋아했던 몸 개그에서 이제는 본격적으로 풍자를 이해하는 나이든 세대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상황은 고무적이다. 일요일 저녁의 최강자로 군림하던 '해피선데이'가 '개그콘서트'에게 왕좌를 내주고 있는 것. 이렇게 된 것은 물론 '개그콘서트'의 깊어진 공감과 신랄해진 풍자 덕분이다. 하지만 이것은 또한 어쩌면 그만큼 더 팍팍해진 대중들의 삶을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경쟁이 아닌 공감의 오디션, '톱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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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밴드'(사진출처:KBS)

아팠죠. 그 뒷모습들이... 저 두 팀은 앞으로 몇 초 후에 벌어질 상황을 모르고 가는 거잖아요." '톱밴드'의 본선 서바이벌에서 코치 중 한 명인 김도균은 네 팀 중 두 팀을 떨어뜨려야 하는 상황의 고충을 이렇게 말했다. 한편 이 과정이 "지금껏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는 또 다른 코치인 노브레인 역시 떨어진 두 팀을 맞아 말을 잇지 못했다.

정작 김도균과 노브레인을 위로한 건 떨어진 그들이었다. 미안해하는 김도균에게 그들은 인터뷰를 통해 "미안해 해주시기까지 해고. 그날 많은 감동을 받았어요."라고 마음을 전했고, 가족밴드로 참가했다 떨어지게 된 블루오션의 리더인 아버지는 미안함에 말을 잇지 못하는 노브레인에게 다가가 오히려 "왜 그래? 우리는 최선을 다했으니까 괜찮아."라고 말하며 껴안아 주었다.

서바이벌이라고는 하지만 경연 과정에서도 이들의 오디션은 남달랐다. 각 조마다 네 팀 중 두 팀은 떨어질 운명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진심으로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을 보였고, 자신들의 코치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였다. 라이밴드는 경연 무대에 올라가기 전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뽑아 주세요가 아니고요, 저희를 뽑아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래서였을까. 이들의 경연 무대는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무대라기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음악을 즐기고 몰입하는 과정을 보여준 무대로 보였다. BBA는 연주를 끝내고 내려오면서, "끝나고 나서 너무 잘했다, 너무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더라구요. 안아주고 싶었습니다."라고 소회를 전했고, 재즈적이면서도 록적인 느낌을 연주한 제이파워는 무대를 내려오며 결국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들은 "뭔가 내가 즐기고 있다는 느낌. 무아지경을 느꼈다"고 했다.

물론 '톱밴드'는 오디션이라는 서바이벌 형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여타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보여주는 서바이벌과는 다른 어딘지 훈훈한 그 느낌은 어디서 오는 걸까. 처절함으로 치자면 밴드들만큼 절박한 이들도 없을 것이다. 늘 주류 바깥으로 밀려 있었던 그들이다. 심사위원으로 앉아있는 김도균이나 신대철도 그 생활고를 겪었을 정도니 그들이 천거하고 이끌어주는 밴드 참가자들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 절박함이 자신들만 살겠다는 생존의 몸부림으로 이어지기보다는 다른 밴드들과의 공감대로 이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그들은 경쟁하는 밴드들끼리, 또 밴드와 그를 이끌어주는 선배밴드로서의 코치들 사이에 깊은 공감대가 있다. 서로가 서로의 힘겨움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진심어린 응원과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 이것은 어쩌면 밴드라는 특징 때문에 더욱 그러한지도 모른다. 밴드는 한 사람의 연주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합주로 팀워크를 이뤄야 음악에 조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연주에 귀 기울이고 마치 자신의 연주처럼 여기는 마음은 늘 훈련되어 있는 것을 게다.

이것은 밴드의 진정한 매력이기도 하다. 혼자 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간다는 것. 그러니 어찌 보면 '톱밴드'가 오디션이라는 형식을 갖고 있는 것이 어딘지 이율배반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김광필 EP가 밝힌 대로, 그간 방송에서 잘 다뤄지지 않은 밴드를 소개하는데 "요즘 가장 관심을 끄는 오디션 형식을 십분 활용할 필요를 느꼈다"는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만일 이런 형식이 아니라면 과연 우리는 이렇게 재기발랄하고 출중한 실력을 갖춘 밴드들의 노래를 방송을 통해 볼 수 있었을까.

'톱밴드'의 서바이벌 오디션이 훈훈한 것은 이런 밴드들의 절절하면서도 서로를 위하는 정서가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떨 때는 누군가는 오르고 누군가는 떨어지는 이 많은 밴드들의 모습들이 거대한 하나의 밴드처럼 보일 때가 있다. 팀명은 다르지만 밴드라는 이름으로 하나로 묶여있는 듯한 그 모습. 당락과 상관없이 거기 같은 무대에 섰던 모든 이들은 그래서 '톱밴드'의 한 구성원인 셈이다.


시청률로는 볼 수 없는 '청춘합창단'의 감동

'남자의 자격': 사진출처(KBS)

이건 오디션이 아니다. 누군가를 심사하고 뽑는 자리라기보다는 그 분들의 삶을 듣고 느끼는 자리다. 그래서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의 단원을 뽑는 자리에서 한 쪽에 앉아있는 심사위원들은 이 온몸으로 오는 묵직한 삶의 이야기에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다. 그들이 어찌 감히 심사를 할 수 있으랴. 조금 음정이 불안하고 박자가 틀린다고 해도 날 것으로 다가오는 이 감동을 어찌 부정할 수 있으랴.

작년 '남자의 자격' 하모니편 합창대회에서 듣게 된 실버합창단의 노래에 모두가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렸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 노래가 조금 힘에 벅차고 간혹 틀린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맞추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한 어르신들의 마음을 거기서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힘겨워도 그 무언가가 그토록 노래하게 한 어르신들의 그 마음을 고스란히 떨리는 목소리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청춘합창단'의 첫 번째 오디션은 바로 그것을 다시 상기시켜 주었다.

33년간 교직생활을 하고 명퇴하여 이제는 춤과 노래를 즐기고 있다는 김우연(60) 어르신은 그 당찬 모습이 부르는 '비목'이란 노래와 그대로 어우러졌다. 일본에서 온 사카이 신지(53)씨는 일본 대지진으로 실의에 빠진 분들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그 마음이 어색한 한국어의 낱말 하나하나를 정성껏 발음해 부르는 '내가 만일'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단어에 신경써 주셔서 부르는 모습이 더 아름다웠다"는 박완규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84세의 고령에도 여전히 부끄럽고 귀여우신 노강진 할머니는 42살부터 줄곧 합창을 해올 정도로 음악을 좋아하지만 "나이가 먹어서 소리가 잘 안나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르신이 부른 아일랜드 민요 종달새는 바로 자신의 분신이었다. 힘겹지만 또박또박 음정과 박자를 지키려 안간힘을 쓰며 노래하는 어르신은 마치 종달새처럼 아름답게 비춰졌다. 노강진 할머니는 음악이 얼마나 즐겁고 사람을 아름답게 하는지를 몸소 보여 주었다.

"사랑하는 아내가 작년에 먼저 갔습니다" 하고 담담히 말하며 자녀들에게도 자신이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홍기표(79) 할아버지가 부르는 '고향생각'은 가사 하나하나가 어른신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했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어-" 그래서일까. 그 분의 뒷모습에서 아마도 심사위원들은 저마다 자신의 아버지의 쓸쓸한 뒷모습을 발견했을 것이다. 한편 결혼하는 딸이 혼자 지낼 엄마를 걱정할까봐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지원했다는 박원지(67) 할머니가 부르는 '무인도'도 마찬가지. 그 노래 속에는 홀로 무인도처럼 외로워도 굳건히 우뚝 서 있는 강한 엄마의 모습이 그려졌다.

15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을 잊기 위해 '만남'이라는 노래를 계속 불렀다는 정재선(54)씨의 무반주 노래는 아무런 기교가 없어 그 진심이 그대로 전해졌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로 시작해서 "사랑해. 사랑해. 너를 사랑해."로 끝나는 그 곡은 아들을 향해 부르는 엄마의 노래였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눈물을 참으려 입술을 꽉 깨무는 뮤지컬 배우 임혜영의 모습은 아마도 모든 시청자들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침체된 분위기를 일소해버린 요들 할머니 유혜정(62) 어르신은 또 어떻고. "저를 떨어뜨리면 굉장히 손해일 거예요. 제가 합창단의 기쁨조입니다."라고 말하는 그녀에게서는 여전히 소녀 같은 청춘이 깃들어 있었다.

'청춘합창단'은 여러 모로 점점 더 자극으로 치닫는 현재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정반대의 면모를 보여주는 아이템이다. 오디션이지만 심사가 아닌 공감이 더 빛나고, 경쟁보다는 협력의 의미가 더 크며, 무엇보다 노래에 있어 기교가 아닌 그 삶의 진심이 묻어나는 진정성이 살아있는 이 아이템은 현재 그 어느 예능 프로그램과도 대체 불가능한 것이다. 그 어떤 젊은이들의 오디션도 보여주지 못한 뜨거운 열정과 감동을 '청춘합창단'은 삶의 더깨가 그대로 드러나는 어르신들의 주름과 환한 웃음과 눈물로 그대로 보여주었다. 여러모로 일요일 저녁 시청률 경쟁 속에 묻히기에 이 깊은 감동은 너무나 아깝다.


‘기적의 오디션’, 단순히 연기자를 뽑는 오디션이 아니다

'기적의 오디션'(사진출처:SBS)

대중들에게 연기가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연기자를 뽑는 오디션은 낯설 수도 있다. 이 점은 음악을 소재로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비해 연기를 소재로 하는 '기적의 오디션'이 가진 약점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연기가 갖고 있는 일면만을 보는데서 오는 오해다. 연기라는 것이 그저 대사 외워서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과 경험 그 자체이고 그것이 그 사람의 몸과 마음에 담겨서 배역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공감을 일으키는 일련의 과정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연기가 가진 흥미로움이 음악보다 낮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적의 오디션’은 연기가 가진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드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씨의 꿈을 캐스팅하겠습니다.” ‘기적의 오디션’은 왜 당락에 있어서 ‘합격’, ‘탈락’이라는 용어 대신 ‘꿈’이란 좀 더 거창한(?) 단어를 쓰는 걸까. 어찌 보면 과장된 용어처럼 여겨지지만 이 말은 그러나 거기 오디션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전혀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멀쩡하게 괜찮은 직장을 다니는 허성태씨가 어쩌면 현실적으로 더 어려울 수 있는 연기에 도전하고, 불우한 삶을 살아온 어현영씨가 그 내면적인 고통을 연기로 뿜어내려는 절실한 이유가 바로 그 ‘꿈’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연기라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기적’이 일어난다.

‘기적’이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닌 것은 ‘연기’가 가진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 기적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 연기라는 꿈을 갖게 되고 무대를 향해 한 발을 내딛는 그 순간에 일어난다. 그것은 자신의 삶의 결핍을 깨닫는 순간이고, 그것을 연기라는 어찌 보면 ‘자기 치유’의 과정일 수 있는 꿈을 통해 변화시키려는 도전인 셈이다. 즉 연기가 자신이 살아온 삶의 과정을 통한 경험이거나, 혹은 경험하지 못했기에 억압되어 있던 갈증의 발산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한 사람의 삶이 변화하는 기적의 순간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두 번째 기적이 더 중요하다. 그것은 자신의 내면 속에 쌓여진 어떤 것이 연기를 통해 드러나고, 그것을 바라보는 누군가가 똑같은 감정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곽경택 감독이 어현영씨의 연기를 보고 “뭔지는 모르겠지만 찡한 감정이 올라왔다”고 말하는 그 순간, 후보자의 눈에서는 눈물이 터진다. 이 똑같은 경험을 공유하게 되는 공감의 순간은 그 자체로 기적이면서, 서로를 변화하게 하는 기적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어나는 기적은 이렇게 첫 발을 디딘 용감한 도전자들이 차츰 성장해 저마다의 결핍을 채우면서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나는 과정이다.

늘 드라마와 영화 같은 영상 콘텐츠들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실로 연기란 너무나 익숙해서 그 특별함이 잘 드러나지 않는 어떤 것이다. 하지만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그 누군가가 진심에서 우러난 연기를 하고, 그걸 바라보는 누군가가 그 진심을 알아채고 공명하는 이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기에서 우리는 ‘기적’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게 된다.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서의 연기라는 소재는 그래서 단순히 기술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누군가를 공명할 수 있는 연기는 온전히 그 사람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주니까. ‘기적의 오디션’은 바로 그 기적 같은 지점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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