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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검은 태양’이 보여주는 조직의 비리 청산 그 어려움 “그날 네 동료들을 죽인 건... 한지혁 바로 너야!” MBC 금토드라마 에서 영상 속 한지혁(남궁민)은 그렇게 말한다. 국정원 임원들이 긴급 소집되어 있었고, 한지혁과 국정원 국내 파트 1차장 이인환(이경영)이 대치하던 상황이었다. 그 영상 속 한지혁의 말은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특히 1년 전 중국 선양에서 동료들을 죽인 자와 이를 사주했을 국정원 내부 배신자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해온 한지혁은 더더욱 충격에 빠졌다. 과거의 자신이 현재의 자신에게 미리 찍어뒀던 영상을 순차적으로 보내 그 진실을 알린다. 바로 이런 장면은 이라는 서사가 가진 특이한 지점이다. 국정원이 등장하고 중국에서 벌어진 공작들이 초반에 펼쳐져 애초에는 같은 전형적인 스파이물처..
"걱정 마, 사랑해, 고마워", '너를 만났다', 다시 만난 아내에게 남편이 한 말들 "잘 있었어? 잘 있었어? 이제 안 아파? 이제 안 아파?" 4년 전 떠난 아내를 VR기술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된 남편 김정수씨가 가장 먼저 한 말은 그것이었다. 그건 아마도 아내가 떠난 후 김정수씨의 가슴에 묵직하게 남아있던 말이었을 테고, 끝내 전해주지 못했던 말이었을 수도 있었다. 아내는 아픈 모습으로 그와 다섯 아이들을 남긴 채 떠났으니. MBC VR휴먼다큐멘터리 시즌2의 부제는 '로망스'였다. 떠난 아내를 찾아가는 '모험'이자, 그 과정에서 발견하게 되는 남편과 아이들의 아내와 엄마에 대한 가슴 뭉클한 사랑의 이야기. VR이라는 어찌 보면 차갑게 느껴지는 기술이 '휴먼'이라는 뜨거운 감정을 만나 눈물로 녹아내리..
'너를 만났다' 아직은 어색한 VR기술, 그래서 더 절절했던 건 딸들은 아빠가 VR을 통해 엄마를 다시 만나는 걸 반대했었다고 한다. 머리에 이상한 VR기기를 쓰고 사별한 엄마를 다시 만난다는 것. 어찌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지만 아빠의 엄마를 다시 보고픈 마음은 그런 이상함도 뛰어넘는 것이었다. 심지어 그림자라도 보고 싶을 정도로. MBC VR 휴먼다큐멘터리 가 시즌2로 돌아왔다. 지난해 먼저 보낸 나연이를 VR로 다시 만난 엄마의 절절한 모습으로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그 특별한 다큐멘터리의 시즌2다. 이번에는 아내와 사별한 후 다섯 아이를 홀로 키우며 살아가고 있는 김정수씨가 주인공이다. 아이들의 기억에도 너무나 금슬이 좋았던 아빠와 엄마. 딸들은 "둘이 매일 착 붙어서" 뽀뽀를 수시..
'유퀴즈'가 소개한 김동우 사진작가가 보여준 역사란 그는 기자라는 직업을 접고 2년 간 전 세계를 돌면서 독립운동 유적지를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김동우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이야기다. tvN 이 8.15 광복절을 기념해 특집으로 기획한 '남겨진 이들의 역사'편에서 그는 그간 찍었던 사진들을 하나하나 보여주며 거기 담겨진 숨은 역사의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해외의 독립운동의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너무나 생소한 이야기들도 적지 않았다. 이런 역사들이 어째서 기록으로 남아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을까. 사실 김동우 사진가가 이 일에 뛰어든 것 역시 바로 이런 안타까움을 충격적으로 접하고 나서였다고 한다. 인도 델리의 레드포트라는 곳을 찾아갔다가 그 곳에서 1943년 아홉 명의 광복군들..
‘그 남자의 기억법’, 이렇게 진중한데 발랄한 드라마가 가능하다니 “하진씨 좋은 사람이에요.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진심이에요” 까칠하게 굴던 이정훈(김동욱)이 하는 그 말에 여하진(문가영)은 고마워하면서도 무언가 석연찮은 느낌을 받는다. 마치 마지막으로 볼 사람처럼 얘기한다는 느낌. 그리고 그 느낌은 그대로 맞아 떨어진다. 정훈은 하진에게 선을 긋는다. “앞으로 이렇게 연락하고 만나는 일 다신 없었으면 좋겠어요.” MBC 수목드라마 에서 정훈의 이런 말은 그 부분만 떼어놓고 들으면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좋은 사람이라며 행복을 빈다더니 다신 만나지 말자니. 하지만 정훈이 처한 앞뒤 사정을 놓고 보면 그 말이 너무나 공감된다. 그것은 과잉기억증후군으로 결코 지워내지 못하는 첫사랑 서연(이주빈)과 ..
기억과 상처, ‘그 남자의 기억법’의 멜로가 독특해지는 이유 남다른 기억 능력을 가진 이가 그려나가는 뻔한 로맨틱 코미디류의 멜로일까. MBC 수목드라마 ‘그 남자의 기억법’은 잘 나가는 방송국 앵커 이정훈(김동욱)과 SNS 팔로워 860만명이 넘는 연예인 여하진(문가영)의 만남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는 점에서 먼저 그런 선입견을 갖게 된다. 실제로 두 사람의 관계는 이정훈이 진행하는 ‘뉴스라이브’에 여하진이 출연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에 의해 생겨난다. 늘 그렇듯 까칠하게 여하진의 일관성 없는 행동을 지적하는 이정훈에게 여하진이 별 생각 없이 툭 던진 말 한 마디가 방송 사고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 말은 이정훈의 죽은 첫 사랑 정서연(이주빈)이 자주 했던 “나는 복잡한 게 싫다. 그냥 다섯이나..
‘아무도 모른다’, 김서형이 나쁜 꿈을 외면하지 않는 건 “넌 아직도 거기 사니? 아직 집에 그래놓고 있니?” 차영진(김서형)을 찾아온 살해당한 친구의 엄마는 그렇게 묻는다. 그 질문은 차영진이 과거 성흔연쇄살인사건으로 친구가 희생된 후 여전히 그 시간대에 머물며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암시한다. 17년 전부터 그 사건에 뛰어들어 지금껏 놓지 않고 있는 차영진의 집에는 그 살인사건의 피해자들의 사진이 벽 가득 붙여진 방이 있다. 차영진은 아래층에 사는 고등학생 고은호(안지호)에게 자신의 집에 들어오는 건 허락했지만 그 방만은 들어가지 말라고 했다. 어린 시절 상습적인 가정폭력 속에서 살았던 고은호는 우연히 그 사실을 알고 그를 도와준 차영진을 계속 따르고 의지했다. 친구가 살해당한 사건을 겪은 후 메말라버린..
‘초콜릿’, 하지원과 윤계상의 음식을 통한 마음 특히 먹먹한 이유 바다식당은 옛 모습 그대로였다. 어린 시절 배가 고팠던 문차영이 찾아왔던 그 곳에서 이강은 맛있는 음식을 대접했고,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너무 행복해서” 눈물을 쏟았다. 늘 열쇠가 놓여있던 곳에서 열쇠를 찾아 식당 문을 열고 불을 켜자 이강(윤계상)의 기억에도 불이 켜졌다. 어머니가 해주던 음식을 맛나게도 먹었던 기억.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문차영(하지원)에게도 추억이 돋아난다. 요리를 직접 한다는 이강의 말에 그 어린 시절 행복했던 맛이 떠올랐을 수도. JTBC 금토드라마 은 그렇게 먼 길을 돌아 다시 바다식당에서 두 사람을 마주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문차영은 사고로 머리를 다쳐 미각을 잃은 상태였다. 맛이 있을 턱이 없었다. 문차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