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은 왜 '짝'을 패러디했을까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짝'이 언제부터 이렇게 예능에 가장 '핫(hot)'한 프로그램이 됐을까. 시청률은 아직 10% 내외지만 이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뜨겁다. 남자○호, 여자○호라는 지칭은 유행어가 되고 있을 정도다. 뜨거운 관심은 끝없는 논란으로도 이어졌다. 방송 중간 애정촌을 뛰쳐나가는 해프닝을 일으켰던 출연자의 게시판 폭로는 뜨거운 조작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아무래도 출연자들이 일반인인데다, 이런 본격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지상파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고 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과 우려, 관심은 대중들은 물론이고 방송가에도 그만큼 뜨겁다는 것이다.

이른바 잘 나간다는 예능 PD들 치고 '짝'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들이 없다. 사석에서 만난 김영희PD는 예능 프로그램들을 다 챙겨보지는 않는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대부분 비슷비슷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김영희 PD가 관심을 두고 보는 프로그램이 '짝'이라고 했다. 그만큼 이 새로운 형식의 실험에 관심이 있다는 얘기다. CJ E&M으로 거처를 옮긴 전 '해피선데이' PD였던 이명한PD 역시 '짝'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전통적인 짝짓기 프로그램의 연장선 같지만, 최근 주목되는 리얼리티쇼 형식이라는 것이 주목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한도전'이 '짝'을 패러디했다. 그저 형식만 패러디한 것이 아니라, 그 내용까지도 가져왔다. 감정기복이 심한 캐릭터로 설정된 박명수가 이른바 '기복남'으로 불리는 것은 다분히 '짝'의 조작논란으로까지 이어졌던 출연자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누가 누구를 챙겨주고 할 때, 슬쩍 다른 인물의 표정을 포착해 넣고 그 심리를 내레이션으로 지정해 넣는 방식도 그대로 가져왔다. 물론 '무한도전'이 '짝'을 패러디한 것은 그것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남녀가 짝짓기를 하는 과정을 남자와 남자가 짝궁을 찾는 과정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카메라는 포착하고 내레이션은 그걸 일방적으로 설명하지만, 그것이 남자와 남자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게 그렇다.

게다가 이것은 '무한도전'의 연장선으로 보면, '친해지길 바라' 같은 코너의 '짝' 버전이라고도 부를 수 있다. 어딘지 어색한 틀 속으로 집어넣고 그 화학작용이 만들어내는 웃음을 잡아내는 식이다. 이런 코너의 특징은 캐릭터를 좀 더 확실히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짝꿍' 특집을 통해 박명수는 감정 기복이 심한 캐릭터로 자리했고, 정준하는 어딘지 바보스럽지만 착한 캐릭터로, 유재석은 바른생활 사나이지만 어딘지 깐족대는 스타일로 자리했고, 길은 웃기지 못하는 캐릭터로 도드라졌다. 물론 이런 캐릭터들은 이미 '무한도전'의 다른 특집을 통해 만들어졌던 것들이다. 따라서 이 캐릭터를 미리 알고 있는 시청자라면 이 우정촌에서 만들어지는 캐릭터의 화학작용이 훨씬 재미있을 수 있다. '짝꿍'이라는 패러디를 하고 있지만 실은 캐릭터쇼가 되는 셈이다.

'무한도전'이 '짝'을 패러디한 것은 이러한 다양한 캐릭터쇼로서의 가능성을 이 패러디를 통해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또한 '짝'이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영향력을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무한도전'처럼 트렌드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프로그램에서 '짝'을 패러디 대상으로 다뤘다는 것은 그만큼 이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이 좋은 영향이든 나쁜 영향이든 현재 이 '짝'은 앞으로 예능에 닥칠 '리얼리티쇼'의 예고편처럼 여겨지는 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짝'은 그래서 현재 예능 PD들이 그 흐름을 주목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무한도전' 짝꿍 특집은 이런 예능 트렌드를 잘 보여주고 있다.


상황극을 통해 '무도'가 보여준 바른 언어의 어려움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무한도전'의 언어와 자막에 대해 방통위가 내린 경고조치는 '무한도전' 스스로도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방통위의 결정대로 바른 말을 사용하려니 '무한도전' 멤버들만의 캐릭터가 나타나기 어렵고, 무엇보다 리얼 버라이어티쇼로서 마치 대본을 읽는 듯한 어색함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결정을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다. 다른 프로그램도 아니고 '무한도전' 아닌가. 이만큼 방송을 통해 우리네 언어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없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그 고민스러운 상황 자체를 프로그램으로 녹여서 하나의 공론의 장을 만들자는 것이다. 역시 '무한도전'다운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가 생길 때, 그것을 덮어두거나 무시하기보다는 그 자체마저도 방송으로 끌어들이는 역발상. 이렇게 함으로써 문제 자체에서 소외되지 않고(가만 놔두면 방송이 아닌 다른 곳에서 문제는 저 스스로 커지기 마련이다) 주도적으로 문제를 바라보겠다는 '무한도전'다운 대처방식.

'무한도전 상사'라는 상황극 속에 이른바 '바른 말 쓰기 특강'을 집어넣고, '무한도전'은 스스로의 언어와 자막, 행동을 하나의 논제로 올려놓았다. 배현진 아나운서가 아나운서로서 '잘못된 언어 표현'을 집어낼 때, '무한도전' 멤버들도 저마다 자신들의 반론을 제기하는 방식이 이어졌다. '에×이, ×씨'같은 표현에 대해 박명수가 "하루에도 한 4백 번씩은 합니다"라고 말하자, 배현진 아나운서가 "거칠다는 느낌 안드세요?"하고 반문하고 박명수가 "아니요."라고 주고받는 식으로 이어진 이 난상토론(?)은 과연 '무한도전'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교양 프로그램에 걸맞는 바른 언어 사용이 가능한 것인가를 질문하게 만들었다.

박명수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정말 리얼하게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모르는데 거기서 에잇, 에×이를 준비해서 할 수는 없다"고 했고, 길은 "예능은 순발력"이라고 했다. 그만큼 바른 언어 준비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피력한 것이다. 거기에 대해 배현진 아나운서는 "표현이 부드러워진다고 해서 웃기지 않은 건 아니다"고 하며 "이런 걸 조금만 노력을 해주시면 말을 예쁘게 하되 더 재밌는 방송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봤습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박명수는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번 웃기기가 얼마나 힘든데 말씀을 그렇게 편안하게 하세요. 데스크에만 계시지 마시고 현장에서 보세요. 좀."

물론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서로 수긍하는 입장도 보였다. 유재석은 자신들의 입장이 어렵다는 걸 공감하면서도, 배현진 아나운서의 입장을 반박하기보다는 수긍하는 편이었고, 배현진 아나운서 역시 이들의 반박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것과 그렇기 때문에 "조금만 더 신경 써 달라"는 주문을 빼놓지 않았다.

사실 어떤 언어는 그것이 거친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순화해서 표현하면 예능의 맛을 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하하가 '뻥'이라고 표현한 것을 배현진 아나운서가 제안한 것처럼 '거짓말'이나 '허풍'으로 바꾸는 것으로는 그 말이 주는 어감의 맛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렵다. 하하가 소리를 지르는 장면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은 하하의 캐릭터 하나를 없애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또 어떤 표현은 엄밀한 바른 말이 친근감 있는 속어보다 더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만들기도 한다. 길이 '빠박이' 보다 '대머리'가 더 기분 나쁘다고 한 것은 그 단적인 사례다.

또 하하가 박명수의 머리를 예의 없이 잡아당긴 것은 '슬랩스틱'의 고전에 해당한다. 이것을 가지고 '무한도전'에 대해서만 유독 "어린학생들이 따라한다"고 문제시하는 것은 형평성이 잘 맞지 않는다. '멍×아'라는 표현은 물론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표현"이지만,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늘 배려있는 행동을 기대하는 건 예능을 이해하지 못하는 처사다. 대결구도와 말싸움이 하나의 웃음의 코드가 되는 것은 이미 고전적인 마당극에서조차 허용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무한도전'이 이 상황극을 통해 보여준 것은 리얼 버라이어티쇼 같은 예능에서 바른 말을 사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는 점이다. 바른 말이 갖는 형식적인(Formal) 특징은 리얼 예능이 가질 수밖에 없는 형식을 따지지 않는(Informal) 특징과는 애초부터 배치되는 면이 있다. 이것은 '무한도전' 뿐만 아니라 '개그콘서트'는 물론이고 과거 코미디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웃으면 복이 와요'나 그 이전의 판소리들, 마당극, 남사당패의 말놀이에도 모두 해당되는 것이다.

물론 '무한도전'만큼의 프로그램이 가진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래서 어느 정도 순화될 필요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리얼한 예능이 바른 언어라는 틀에 의해 조련되는 것 역시 어딘지 건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상황극이 제시한 것처럼 이 자체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능의 언어와 일상의 언어는 어쩌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 맥락을 이해하는 선에서는 욕도 때로는 정감가게 느껴질 수 있다. 많은 문학작품이 그러하듯이.


'무한도전'이 재미를 통해 의미를 전하는 방식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무한도전' 스피드 특집은 정체모를 목소리의 지시에 의해 긴박하게 흘러가는 미션으로 이어졌다. 차가 폭파되는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단서들을 찾아다니는 미션은 출연진들을 미궁 속으로 빠뜨렸다. 이것은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런 연관성 없는 미션들이 나열되어 있는 것 같았고, 중간에 노홍철의 차량이 폭파되는(물론 장난이었지만) 장면은 심지어 충격적이었다. 마지막에 이르러 이 모든 단서들이 '독도'와 연관되어 있다는 암시들이 잠깐 나왔지만, 프로그램에서는 이 의미에 대한 어떤 언급을 해주는 자막도 끝내 없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끝나고 '무한도전' 스피드 특집이 사실은 '독도 특집'이었다는 것은 시청자들에 의해 의미가 부여됐다. 물론 이것은 제작진이 의도한 그대로다. '틀린그림찾기' 미션은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로 표기해놓은 것을 찾게 함으로써 말 그대로 '틀린 그림'을 드러내주었고, 그들이 단서로 얻은 알파벳 ihb는 국제수로국의 약자였다. 즉 이 미션은 국제수로국에 독도를 자기 땅으로 조작한 일본측의 증거를 찾아 이메일로 보내는 것이었다.

이 미션이 독도 특집이라는 암시가 살짝 드러나자 그간 그들이 달려온 미션 속의 숫자들이 다양한 의미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1964년식 마이크로버스는 한일수교가 이뤄진 1964년을, 그 버스를 따라붙었던 의문의 차량은 일제 차량이었다는 것을,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찾은 책은 고은의 시집으로 미션봉투가 들어있던 페이지는 '독도'라는 시가 있었던 것을, 미션 속에서 나온 799와 805라는 숫자 역시 독도의 우편번호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또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아'라는 반복되는 메시지는 바로 이 독도 영토 주권을 위해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가 부여됐다.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이 그 어떤 자막을 통해서도 이 미션들의 의미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무한도전'은 마지막까지 의미를 숨겼고, 시청자들 스스로 그 의미를 부여하게 만들었다. 왜 이런 방식을 고수한 걸까. 이것은 물론 이 특집이 미스테리와 스릴러를 그 장르로 채용했기 때문이다. 사건이 미궁 속으로 빠지고 그 미궁 속에서 당황해하는 출연진들의 면면은 이 특집이 가진 재미의 가장 큰 부분이다. 그러니 미션의 의미를 알게 되는 건 장르적으로 볼 때 프로그램을 맥 빠지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의미를 철저히 숨기는 방식은 단지 장르적인 특성 때문만은 아니다. 이것은 '무한도전'이 지금껏 의미를 전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의미화가 가진 교조적인 성격을 탈피하기 위해 '무한도전'은 미션 속에 단서를 남길 뿐, 자막을 통해 의미를 전하는 식의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여드름 브레이크' 특집에서 철거촌의 의미를 담아내는 방식도 마찬가지가 아니었나.

이 철저히 예능의 문법(재미에 중점을 맞추는)을 따르면서 의미는 최대한 감추는 방식은 그러나 오히려 더 의미가 확장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것은 주장이나 설명이 아니라, 보는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자발적으로 저마다의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의 힘이다. 자막이 예능의 중요한 도구로 자리한 것은 맞지만, 때론 지나친 자막의 남발로 인해 공해가 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보면, '무한도전' 스피드 특집의 의미를 숨기는 방식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보여진다. 재미를 근간으로 하는 예능에서 의미는 어쩌면 드러내고 적시하는 것이 아니라 숨길수록 빛나는 것이 아닐까.


유재석의 리얼 버라이어티쇼 장수 비결은?

'무한도전'(사진출처:MBC)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즉각적인 상황에 대처하는 순발력? 쇼의 흐름을 이해하는 능력? 아니면 자신만의 캐릭터를 드러낼 수 있는 끼와 연기력?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이다. 아무리 순발력과 능력과 끼와 연기력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요구하는 강인한 체력이 없다면 모두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강호동과 유재석이 리얼 버라이어티쇼를 양분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강인한 체력이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천하장사 출신인 강호동은 말할 것도 없고, 유재석 역시 늘 준비된 체력의 소유자로 이름이 높다. 이런 유재석의 장점은 '무한도전'의 장기미션에서 돋보인다. 프로레슬링 특집이나 조정 특집에서 유재석이 프로그램의 동력으로 기능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체력이다. 조정 특집에서 그는 '젊은 간' 진운과 함께 배를 이끌었다. 진운과의 나이차를 생각해보면 그가 얼마나 평상시에 몸 관리를 잘 해왔는가를 알 수 있다.

강호동이 '1박2일'을 하차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제기되는 것이 역시 '체력적인 부담감'이다. 무려 5년 동안이나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입수에 복불복에 야외취침을 해왔다는 것은 그 체력적인 부담감이 얼마나 큰가를 잘 말해준다. 제아무리 강호동이 천하장사 출신이라고 해도 누적된 피로감에는 장사가 없기 마련이다.

예능의 대세로 자리하면서 강호동과 유재석은 방송3사 모두에서 고르게 예능 프로그램을 하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그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가장 체력적인 부담이 많은 것이 리얼 버라이어티쇼다. 그래서 강호동조차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1박2일' 하나로 국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무릎팍도사'나 '강심장', '스타킹'은 그래도 스튜디오 촬영이라는 편안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유재석이 그 와중에 '무한도전'과 '런닝맨'을 동시에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도 힘든 리얼 버라이어티쇼를 두 개나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토크쇼가 적은 것도 아니다. '해피투게더'와 '놀러와'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무한도전'에서 그 힘겨운 조정 특집 같은 미션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런닝맨'에서 태국으로 날아가 쉴 틈 없이 뛰어다니는 미션을 수행하고, 서울에서 경주까지 주사위 레이스를 벌이는 등 몸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볼 때면 실로 유재석이라는 인물이 놀랍기까지 느껴진다. 그는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체력의 소유자란 얘긴가.

하지만 과연 이게 그저 체력이 받쳐주기 때문 만일까. 그렇지 않다. 유재석에 얽힌 방송가의 이야기들은 이것이 단지 체력이 아니라 그가 가진 특유의 성실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는 걸 알게 해준다. 밤새 토크쇼를 녹화하면 거의 목이 쉴 정도로 자신의 모든 걸 쏟아 붓고는 다음 날 아침 녹다운이 되어 링거를 맞는 게 그의 일상적인 방송생활의 연속이었다는 건 이미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소진'과 '충전'의 반복. 그 이외의 일들은 전혀 하지 않는 그 성실함은 제작진들이 그를 신뢰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사실 작금의 리얼 예능 상황에서 체력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것이 모든 것이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건 성실성이 아닐까. 방송을 시청자와의 준엄한 약속으로 여기고 비록 최고를 보여줄 수 없다고 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모습. 그것이 유재석의 진짜 장수비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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