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3’, 단순 대결 넘어서자 생겨난 새로운 세계

낭만닥터 김사부3

SBS 금토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3>가 이전 시즌들과 달라진 점은 뚜렷한 빌런이 없다는 사실이다. 시즌1과 시즌2의 도윤완(최진호) 거대병원 원장 같은 빌런이 시즌3에는 없다. 심지어 시즌2에서 김사부(한석규)와 날을 세웠던 박민국(김주헌)은 시즌3에서는 돌담병원장이 되어 김사부와 뜻을 같이 하는 인물이 됐다. 

 

시즌3에 빌런처럼 보이는 인물이 없는 건 아니다. 바로 돌담 외상센터장으로 오게 된 차진만(이경영)이다. 김사부와 젊은 시절 라이벌이었고, 차은재(이성경)의 아버지인 차진만은 그러나 빌런이라기보다는 생각이 다른 사람이다. 김사부가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낭만’을 이야기하는 의사라면, 차진만은 환자만큼 의사도 중요하고 또 절차나 매뉴얼, 원칙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사다. 

 

건물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김사부를 비롯해 서우진(안효섭), 차은재, 박은탁(김민재) 등등 돌담병원 사람들이 모두 현장과 응급실에서 생명이 위급한 환자들을 치료하는 와중에, 차진만은 도의원 아들이 사망한 의료사고에 대한 소송 때문에 김사부의 급박한 전화도 받지 않고 법정으로 향한다. 이건 마치 차진만이 위급한 상황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외상센터장으로서 의사들을 보호하려는 그의 선택이기도 하다. 

 

또 건물 붕괴 현장에서 매몰된 위급한 환자가 생기자 가장 먼저 보호해야 하는 것이 의사 자신이라는 원칙을 어기고 그 매몰 현장으로 뛰어드는 서우진과 박은탁이 결국 위험에 처하게 되는 이야기는 거꾸로 김사부의 ‘낭만’이 과연 옳기만 한 일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냉정한 이야기지만, 먼저 의사가 살아야 더 많은 위급한 환자들을 구할 수 있다. 즉 차진만의 소신처럼 원칙은 그냥 있는 게 아니라 합리적인 판단 하에 세워진 것들이라는 점이다. 결국 2차 붕괴로 인해 서우진과 박은탁이 매몰됐다는 소식을 들은 김사부는 그것이 환자의 생명이 우선임을 늘 강조해온 자신 때문은 아닌가 하는 자책감을 갖게 된다. 

 

<낭만닥터 김사부3>는 이처럼 쉽게 빌런을 단순화해 세우고 김사부와의 대결을 그리려 하지 않는다. 이것은 아들의 죽음 때문에 돌담병원에 소송을 걸고, 이 외상센터에 대한 지역 예산안 통과에 거부행사를 하는 도의원을 그저 빌런으로만 그리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치인이지만 응급실에 올 때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아들을 이렇다 할 의사들의 조치도 받지 못한 채 잃었다. 당연히 이 병원에 대한 불신이 생길 것이고, 해당 의사들에 대한 분노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흥미로운 건 이 건물 붕괴 사고에 마침 그 곳을 찾았던 도의원이 매몰된다는 사실이다. 다행히 생존한 도의원은 이 사고로부터 살아나오게 된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외상센터라는 특별한 공공의료의 공간이 지역사회에 왜 꼭 필요한가를 절감하게 되지 않을까. 그 현장의 특수성을 직접 경험함으로써 아들의 사망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여러모로 도의원이 매몰현장에 들어와 있는 상황은 다소 인위적인 설정이긴 하지만, 이러한 외상센터에 대한 쟁점을 끄집어내는 효과적인 방식이다. 

 

물론 시청률에는 단순한 빌런을 세우고 이를 시원시원하게 풀어나가는 사이다 전개가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시즌2까지 이미 그런 대결구도의 방식으로 풀어온 <낭만닥터 김사부>가 시즌3에도 똑같은 방식을 취했다면 어떤 느낌을 주었을까. 시청률은 좀 더 나왔을지 몰라도, 또 비슷한 패턴의 반복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았을까. 

 

<낭만닥터 김사부3>는 이처럼 빌런을 내세운 단순 대결의 서사가 아니다. 심지어 김사부가 갖고 있는 ‘낭만’이라는 키워드로 대변되는 소신 또한 흔들리는 상황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단순 대결을 벗어난 <낭만닥터 김사부3>는 더 깊이가 생겼다. 선악 대결 같은 단순함이 아니라, 저마다 생각과 소신이 다른 인물들이 특정 상황 안에서 부딪친다. 그러면서 어쩌면 서로를 성장시켜가고 그 균형점을 찾아가는 그런 이야기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시즌제 드라마가 정착되었다고는 하지만 시즌3까지 등장한 <낭만닥터 김사부3>가 단지 대중적인 성공만이 아니라 보다 깊어진 세계관의 대결로 그 관점을 옮겨온 건 그래서 박수 받을만한 일이다. 물론 시청률도 결코 낮은 건 아니지만, 깊이까지 더해져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드라마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건 이 시즌제 드라마가 향후 시즌을 더 지속해나갈 수 있는 중요한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SBS)

 

‘슬기로운 의사생활2’, 한국형 시즌제 드라마의 이정표 세울까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시즌2로 돌아왔다. 사실 시즌1과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여전히 병원을 둘러싼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 하지만 이 변함없음이 이 시즌제 드라마의 최대 강점으로 부각됐다. 무엇이 이런 결과로 이어진 걸까.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 그대로... 그래서 더 빠져드는

작년 3월 시작했던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그 첫 회를 6.3%(닐슨 코리아)의 시청률로 시작했다. 그리고 그 후로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 12회 14.1%의 최고시청률로 시즌1을 마무리 지었다. 엄청난 상승곡선을 그린 건 아니지만, 아주 천천히 하지만 조금씩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며 마음을 사로잡았던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요즘 보기 드물 정도로 훈훈하고 잔잔한 감동과 설렘들로 촘촘히 채워져 있던 드라마였다. 특히 피가 흐르고 사람의 생사가 오가는 병원이라는 공간이 주는 자극적 상황들을 그리곤 하던 의학드라마의 흐름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그렸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의학드라마라기보다는(그렇다고 전문성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휴먼드라마이자 멜로드라마처럼 시청자들에게 다가온 면이 있었다. 

 

매주 2회가 아닌 1회 방송을 한 점과, 보통의 미니시리즈가 16부작으로 구성되는 데 반해 12회로 마무리 지은 점도 남달랐다. 매주 2회의 16부작 미니시리즈는 그 편성의 특성만으로도 벌써 공격적이다. 전쟁을 치르듯 시간에 쫓기는 촬영을 해야 하고, 무엇보다 2회 연속이 갖는 스피드와 자극으로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 하지만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는 이런 기존의 관행을 거부했다. 대신 한 회 한 회 따뜻한 에피소드들을 정성껏 채워 넣었고, 사랑스런 캐릭터들의 매력을 자극 대신 시청자들에게 어필했다. 결과는 고무적일 정도로 대성공이다. 아예 처음부터 시즌제를 겨냥하고 만들었고, 그래서 시즌1에 모든 걸 쏟아 붓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가도 황소걸음으로 가는 방식을 택했다. 시청자들은 시즌1이 끝나자 바로 시즌2를 기다렸다. 

 

본래는 연말에 시즌2가 계획되었지만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촬영과 방영이 연기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올해 6월 시즌2 첫 회를 내놨다. 기다림이 만든 효과일까. 첫 회 시청률이 10%로 시즌1의 첫 회부터 훌쩍 뛰었고, 시청자들의 여지없는 호평이 이어졌다. 그런데 그 호평의 이유가 흥미롭다. 보통 시즌제 드라마라고 하면 시즌이 거듭되면서 색다른 반전이 이어지거나 혹은 자극이 더해지는 방식을 취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슬기로운 의사생활2>는 시즌1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따뜻한 의사들과 환자들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담겼고, 코믹한 상황들이 주는 웃음과 더불어 한 회마다 병원 동기 5인방이 모여 노래를 연주하고 부르는 틀도 달라진 게 없었다. 게다가 시즌1에서 만들어진 멜로 라인은 더욱 깊어져 시청자들을 애틋하게 만들었다. 달라진 게 없어서 더 빠져든다는 이례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자극 콘텐츠 시대, <슬기로운 의사생활2>는 뭐가 달랐나

최근 들어 시즌제 드라마는 이제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는 않게 됐다. 최근에 시즌제로 돌아온 드라마들만 봐도 이런 변화는 쉽게 읽혀진다. 시즌3로 돌아온 SBS <펜트하우스>는 물론이고 시즌2로 돌아온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 그리고 무려 시즌4로 돌아온 tvN <보이스>가 그 사례들이다. 그런데 이들 시즌제 드라마들을 보면 시즌을 거듭하면서 얼마나 자극의 강도가 높아져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펜트하우스3>는 시즌2에 감옥에 갔던 헤라팰리스 사람들이 감옥에서 겪는 갖가지 폭력과 기행들로 시작하고, 심지어 감옥에 수감 중이던 주단태(엄기준)가 감옥 밖으로 나와 로건 리(박은석)를 폭탄으로 살해한다. 그런데 갑자기 로건 리의 형이라고 하는 알렉스(박은석)가 또 등장한다. 이미 시즌2에서도 시즌1에 죽었다고 끝을 맺었던 심수련(이지아)이 사실은 쌍둥이 나애교였다는 식으로 처리된 바 있어, 로건 리 역시 알렉스라는 인물로 다시 부활하는 이 대목에서 시청자들은 반전의 쾌감이 아닌 실소를 터트렸다. 그런데 이런 무리수가 나오게 된 건 다름 아닌 시즌제에서 더 강한 이야기를 그려나가야 한다는 자극의 강박 때문이다. 

 

<결혼작사 이혼작곡2>는 시즌1이 그렸던 ‘내로남불’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 드라마 역시 어딘가 좀 더 센 이야기에 대한 강박이 엿보인다. 그 단적인 사례가 시즌1에서 사망한 신기림(노주현) 원장이 귀신이 되어 자신의 집에 출몰하는 장면이다. 물론 임성한 작가가 워낙 좋아하는 무속 이야기이긴 하지만, 지금껏 로맨스와 불륜 사이를 오가던 이야기에 갑작스런 귀신의 등장은 어딘가 ‘자극을 위한 자극’처럼 보이는 면이 있다. 

 

<보이스>는 본래 OCN 시리즈로 나왔을 때부터 거의 ‘공포’ 수준에 가까운 스릴러를 무기로 내세운 장르물이었다. 사이코패스가 무고한 이들을 뒤쫓아 살해하는 장면들은 그래서 마치 공포영화 속 괴물에게 쫓기는 상황들을 연상케 하곤 했다. 시즌4는 서커스맨이라 불리는 일당이 등장해 일가족을 무참히 살해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네 드라마들은 이제 19금이 익숙해졌다. 피가 튀고 사람이 죽어나가고 심지어 다시 부활해 복수를 하는 자극이 드라마 속에서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게 잘못된 건 아니지만, 이런 드라마들의 범람은 당연히 반대급부를 불러온다. <슬기로운 의사생활2>나 SBS <라켓소년단> 같은 드라마들이 최근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은 건 그래서다. 자극과는 정반대로 따뜻한 힐링과 인간애가 느껴지는 드라마에 마음이 가게 된 것이다. 

 

애초 기획대로 시즌제 드라마의 이정표 세울까

본래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해외의 <프렌즈> 같은 시즌제 드라마를 목표로 기획된 작품이다. 신원호 PD는 지난해 시즌1의 제작발표회에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한국판 <프렌즈>가 되길 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애초에 캐스팅을 하면서 배우들에게 시즌3까지는 가지 않을까 하고 얘기했었다”고 했다. 그리고 시즌2의 시작을 보니 이 말이 그냥 내놓은 허언이 아니었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이미 시즌1에 매력을 전했던 인물들은 더 선명해졌고, 관계들은 깊어지면서 변주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의학드라마로서 빼놓을 수 없는 환자들과 의사의 감동적인 이야기도 여전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화수분처럼 피어나 서로 관계를 맺어가고, 매 회 병원에서 벌어지는 소박해 보이지만 결코 약하지 않은 에피소드들이 촘촘히 구성되는 방식은 시즌3가 아니라 더 오래 지속돼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구조다.

 

게다가 매주 1회 방영되는 12부작 시즌제라는 새로운 드라마 편성의 틀은 어쩌면 향후 우리네 시즌제 드라마의 좋은 이정표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것은 보다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인데다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보다 행복한 노동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대를 갖게 되는 건 신원호 PD가 <응답하라> 시리즈로 우리네 드라마 제작방식에 일대 전환을 불러 일으켰던 전적이 있어서다. 우리네 드라마 제작이라고 하면 대부분 작가를 맨 꼭대기로 세우고 그 밑으로 PD와 배우, 스텝들이 서는 수직적 위계구조로 이뤄져 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예능 방식으로 집단 창작을 시도하면서 신원호 PD는 훨씬 수평적 협업을 통한 드라마 제작이라는 대안적인 시스템을 내놨다. 지금은 이러한 협업 방식이 드라마 제작의 새로운 시스템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제 신원호 PD는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드라마 편성 방식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적인 제작방식의 고민은 고스란히 따뜻한 인간 냄새가 나는 드라마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글:매일신문, 사진:tvN)

'슬의생' 즐거운 현장, 좋은 작품은 이런 데서 나온다

 

"친구들 만나고 또 좋은 분들 만나고 감독님, 작가님 만나서 이런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게, 제가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어서 참 다행이다..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감사했어요." 양석형 산부인과 의사 역할을 한 김대명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작품을 통해 만난 인연들에 대한 고마움을 거듭 말했다. 그런데 이건 그만 그런 건 아니었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시즌1 종영에 대한 아쉬움을 채우기 위해 마련된 스페셜 방송에 나온 많은 배우들은 대부분 이번 작품에 함께 한 분들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을 표했다.

 

스페셜 방송을 통해 들여다 본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촬영현장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물론 처음 대본 리딩을 위해 만난 배우들은 서먹서먹해서 어색한 모습이었지만, 촬영을 하며 진짜 친구들이 되어 있었다. 분위기 메이커로 늘 웃음을 주는 조정석이 촬영 현장을 즐겁게 만들고 있었고, 너무 서로가 재밌어서 웃음이 터지는 바람에 NG가 나기도 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의도적으로 극화된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은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보다 일상에 닿아있는 자잘한 이야기들로 채워졌고, 그 안에서 의사들이 느끼는 행복감과 절망감, 소소하지만 버릴 수 없는 기쁨, 돈이나 지위하고도 바꿀 수 없는 소신과 환자를 위한 헌신 등등을 전하는 드라마였다.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현장에서의 배우들과 제작진들 사이의 즐거운 분위기가 아니었을까. 그 즐거운 에너지가 고스란히 작품에 묻어나왔던 것 같다. 그러니 시청자들도 저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고.

 

"사실은 주변 분들한테 우리 드라마 보면서 힐링이 많이 됐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이런 얘기들을 들으면서 우리가 참 의미 있는 드라마를 하고 있고 정말 뿌듯하고.. 정말 여러분들이랑 같이 할 수 있어서 그랬던 거 같고.. 이분들이 아니었으면 이러지 못했을 거 같아요. 이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유연석이 전하는 고마움에도 함께 작업했던 사람들에 대한 마음이 묻어났다. 실제로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가장 강력한 힘은 인물들의 매력에서 비롯하는 것이었다. 이야기의 극적 구성이나 그런 것보다 율제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들이 봐도 봐도 또 보고 싶을 정도로 느껴지는 그 매력. 그래서 시청자들은 어떤 사건을 기대하기보다는 그 사람들을 보고 싶어 목요일 밤을 기다렸다.

 

이제 시즌1을 마치지만 시즌2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사실이 시청자들에게는 다행이라 여겨지는 건 그래서다. 다시 돌아올 시즌2에서 이들은 또 어떤 성장과 관계의 진전을 보여줄까. 이 드라마에 의학 자문을 해준 의사들은 모두 이 드라마가 가진 선한 힘에 대해 감동을 표하고 있었다. 자신의 의사생활을 돌아보게 됐다고도 했고 환자들에게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도 했다. 드라마가 그려낸 선한 판타지가 만들어내는 선한 영향력이 아닐 수 없다.

 

"제가 아무래도 의사역할을 하다 보니 너무나도 고생하고 계시는 의사선생님들에 대해서 좀.. 옛날하고는 확실히 감정이 달라진 것 같아요. 얼마나 사명감을 가지고 그 일을 하고 계시는 지를 깊이 깨달은 것 같아요. 느끼게 됐어요. 이 기회를 통해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존경합니다." 채송화 역할을 연기한 전미도는 의사 분들에 대해 새삼스럽게 갖게 된 고마움을 표현했다. 환자를 위해 헌신하는 좋은 의사 분들에 대한 고마움.

 

좋은 사람들과 좋은 분위기에서 선한 이야기를 전하려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현장이었다. 그런 즐거운 현장이니 좋은 작품이 나올 수밖에. 이 드라마가 남달리 따뜻하고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내년에도 시즌2로 그 행복감을 또다시 전해주기를.(사진:tvN)

이제 시작하는 '슬의생', 신원호·이우정의 슬기로운 선택은 옳았다

마지막 회 같지 않은 마지막 회였다.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12부로 시즌1을 마쳤다. 하지만 끝이 아니라는 게 명백한 시즌1의 마지막 회였다. 12부와 11부의 차이가 거의 느껴지지 못할 만큼 지금껏 드라마가 그려온 율제병원의 평범해 보이지만 나날이 특별한 일상들이 담담하게 담겨졌다.

 

마지막 회에서도 드라마 전편에 등장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환자들의 이야기들이 채워졌다. 안정원(유연석)은 킥보드를 타다 다쳐 간 손상을 입은 아이 때문에 며칠 간을 잠도 자지 않고 옆에서 지켜보며 돌봤고, 김준완(정경호)과 도재학(정문성)은 수술은 했지만 출혈이 멎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환자를 살려냈다.

 

아들을 위해 남편에게 간 이식을 해주지 않기로 선택한 후 자책하던 아내는, 마침 간 기증자가 있어 이익준(조정석)이 이식수술을 해주자 고마움과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특히 감동적이었던 건 양석형(김대명)에게 진료를 보기 위해 오래도록 기다리는 산모들이 불만을 터트리다, 한 산모가 아이를 사산하고 통곡하는 소리를 들으며 숙연해지던 장면이었다. 아이를 잃은 엄마가 느낄 고통을 공감하는 산모들은 묵묵히 기다려 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청자들이 궁금해 할 사랑이야기도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그토록 짝사랑만 해오던 장겨울(신현빈)이 용기를 내 고백하자 안정원(유연석)은 그 역시 오래도록 가슴에만 감춰두고 있던 마음을 꺼내놓았다. 두 사람은 키스했고, 그건 안정원이 신부가 되는 걸 포기하고 의사로서 병원에 남을 것이고 장겨울과 관계를 이어갈 것이라는 걸 의미했다. 그건 사랑이 맺어지는 순간의 이야기지만, 또한 안정원이라는 인물이 의사로서의 소명을 선택하는 순간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흥미로운 건 다른 인물들의 러브라인이 어떤 결실을 보여주기보다는 다음 시즌을 위한 씨앗을 심어 놓으며 시즌1을 마쳤다는 사실이다. 이익준은 지방 병원으로 자청해 내려간 채송화(전미도)의 아파트까지 찾아와 그렇게 눌러 놓았던 사랑을 고백했고, 김준완은 외국으로 유학을 떠난 이익순(곽선영)에게 보낸 반지가 반송되어 돌아와 어떤 일인가가 벌어지고 있다는 걸 감지했다. 또 추민하(안은진)의 짝사랑을 애써 거부하는 양석형이 향후에도 계속 그 관계를 이어갈지 아니면 사랑을 받아줄지도 궁금한 대목으로 남겨뒀다.

 

이처럼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애초에 기획했던 대로 시즌제 드라마로서 어떤 결론을 보여주기보다는 지금까지 해왔던 호흡 그대로 병원에서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즌1의 마지막을 그렸다. 그래서 끝났지만 끝난 것 같지 않았고, 내년에 다시 돌아온다는 자막이 벌써부터 시즌2를 기다려지게 만들었다.

 

이로써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본격적인 시즌제 드라마의 탄생을 알렸다. 우리네 드라마에서도 시즌제가 조금씩 익숙해진 건 사실이지만, 이처럼 아예 기획 단계부터 시즌제를 겨냥해 만들고 또 성공시킨 작품은 이 작품이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이것이 가능해진 건 드라마가 매회 소소해도 따뜻한 이야기들을 채워 넣으면서, 무엇보다 매력적인 인물들을 제대로 세워놓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거의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저 마다의 매력을 드러내는 드라마라면 향후 시즌제를 끊임없이 이어간다고 해도 충분히 흥미로울 것으로 보인다. 시즌1의 이야기는 그래서 이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그리는 큰 그림의 밑그림 정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밑그림만으로 시청자들이 매회 따뜻하고 설레는 감정을 느꼈다는 건 향후 이 시즌제가 계속 이어나갈 이야기들을 기대하게 만든다.

 

또 신원호 PD가 모험적으로 시도했던 1주일에 1회 방영이라는 새로운 선택 역시 성공적이었다. 목요일마다 한 편씩 돌아온 드라마는 힘을 잃지 않고 매회 시청률을 반등시켰고 마지막 회는 14.1%(닐슨 코리아)의 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며 기분 좋게 시즌1을 마무리시켰다. 하지만 가장 큰 성취는 아마도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시즌제 드라마라는 안정적인 작품을 세워놓았다는 점일 게다. 매년 돌아와 시청자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줄 착한 시즌제 의드의 탄생이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슬기로운 선택은 옳았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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