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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추리의 여왕’, 최강희 아줌마의 추리를 가로막는 것들KBS 수목드라마 이 독특한 건 주인공인 설옥(최강희)이 셜록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무래도 탐정 셜록에서 따온 듯한 그 이름 앞에 붙어 있는 건 탐정이 아니라 아줌마. 설옥이 남다른 추리력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데 그 앞길을 가로막는 것도 바로 이 아줌마라는 꼬리표가 가장 크다.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를 살해한 폭력남편을 추리해내는데 있어서 이 아줌마 설옥은 통화기록과 카드전표 등의 수치들과 CCTV 화면을 분석해 조작된 알리바이를 파헤친다. 그 남편의 알리바이였던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친구가 술에 취해 있을 때 아내를 살해하고 돌아와 시계를 되돌려놓음으로써 알리바이를 만들었던 것. 시계에 찍혀진 지문과 미지근해진 맥주 그리고 편의점 CCTV 속에서 그 ..
‘윤식당’ 이진주 PD와 ‘신혼일기’ 이우형 PD가 말하는 나영석물론 성공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한 번 정도 성공하는 일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하지만 매번 할 때마다 성공을 거둔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고, 그것도 끊임없이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내놓아 거둔 성공이라면 더더욱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어려운 걸 해낸 인물이 바로 ‘나영석 사단’이다. 여기서 나영석 PD가 아니라 나영석 사단이라고 지칭한 건, 이제는 그의 성공이 그만의 것이 아니며 또 그렇게 여럿이 함께 머리를 모아서 그런 연속적인 성공 또한 가능해진 것이기 때문이다. 나영석 사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PD는 세 명이다. 지금 현재 을 하고 있는 이진주 PD, 를 했던 이우형 PD 그리고 부터 , 에 참여하고 현재 곧 방영될 새로..
‘귓속말’, 이들의 폭주가 보여주는 통쾌함과 씁쓸함“법대로 살 수 없어 사는 법을 배웠죠.” 이동준(이상윤)이 태백의 대표 최일환(김갑수)에게 던진 이 말은 SBS 월화드라마 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실 이 드라마는 한 회 한 회 긴장을 늦추고 볼 수가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끝없는 대결구도로 이뤄진 이 드라마는 또한 끝없이 새로운 판이 그 때마다 짜지기 때문이다. 어제의 적은 오늘의 동지가 되고 오늘의 동지는 다시 내일의 적이 된다. 이들이 대립하는 가장 큰 골격은 로펌 태백의 경영권을 두고 벌어지는 최일환과 보국산업 강유택(김홍파)의 패권다툼이다. 하지만 이 대결구도 속에 틀어 앉은 또 하나의 사건이 방산비리다. 보국산업과 태백이 얽혀 있는 이 비리를 캐던 기자가 최일환의 딸 최수연의..
‘지니어스’, 우리에게도 맥스 같은 편집자가 있는가사실 안타깝게도 문학의 시대는 이미 저물어가고 있다. 그러니 영화 에 등장하는 천재적인 소설가 토마스 울프의 소설 구절구절들이 우리네 관객에게 어떤 울림을 주기는 쉽지 않다. 물론 의 윤동주처럼 우리 관객이 누구나 알고 있는 인물이라면 또 모를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이름은 알아도 그 소설은 낯설기 이를 데 없는 토마스 울프가 아닌가. 삶에 대한 상징들로 가득 채워져 한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져버리는 그 순간을 무려 몇 십 장에 걸쳐 묘사해내는 토마스 울프의 넘쳐흐르는 문학성은 지금의 대중들에게는 낯설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바로 그런 낯선 정경과 정서가 주는 기묘한 느낌 같은 것이 에는 분명 존재한다. 그것은 우리가 이제 점점 구술시대로 접어들..
‘역적’, 기꺼이 홍길동과 함께 역적이 되고픈 이유연산(김지석)의 폭정은 날이 갈수록 혹독해진다. 여악들이 아기를 낳자 그 아기를 엄마에게서 떼어낸 후 땅에 묻어버리라고 하고, 임금이 사냥을 나오는 곳에 들어오는 자는 목을 잘라 성문 앞에 내건다. 급기야 학정을 견디다 못한 백성들이 ‘익명서’를 붙인다. 지금으로 치면 대자보다. 그 익명서를 붙이다 잡힌 이들은 역시 죽을 때까지 두드려 맞는다. MBC 월화드라마 이 하필이면 연산군 시절의 그 암흑기를 사극의 소재로 삼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결국 사극이란 과거의 어느 시점을 현재로 가져오는 것이고, 따라서 그 시점이란 현재와 조우하는 무언가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작가의 우리네 현재의 삶이 겪고 있는 고통과 아픔이 연산군 시절의 그것과 그리..
‘터널’, 최진혁이 30년을 뛰어넘은 진짜 이유시간의 터널 저 편으로 간 사람들은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걸까요. OCN 드라마 은 아마도 이런 질문에서부터 시작했을 겁니다. 터널을 통과해 30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박광호(최진혁)는 왜 하필 30년 후 김선재(윤현민)와 신재이(이유영) 앞에 나타난 걸까요. 김선재가 과거 박광호가 추적하던 연쇄살인범에 의해 살해된 피해자의 아들이고, 신재이가 다름 아닌 박광호 자신의 딸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현재, 이 30년을 뛰어넘는 판타지가 어디서 비롯됐는가를 우리는 이제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어느 날 집을 나선 가족 중 한 사람이 살해를 당하거나 혹은 실종되어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그 먼 길을 떠나버렸다면, 남은 피해자의 가족들이 느낄 상실..
편성변경에 이상민 투입, ‘미우새’ 신의 한 수 됐다“룰라가 다 그렇잖아요.” SBS 예능 프로그램 에 새롭게 출연한 이상민의 모친은 그렇게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그 말에 스튜디오에 나온 다른 어머니들과 MC들은 빵 터졌지만 정작 이상민의 모친은 진심으로 씁쓸한 얼굴이었다. 69억8,000만 원의 빚. “부도가 나면 바로 잡혀가는 줄 알았어요”라며 이상민의 빚 이야기를 꺼내놓는 어머니의 마음이 오죽했을까. 아마도 타인들은 빵 터지고 당사자들은 짠한 이상민의 이야기는 가 새로운 편성시간대로 들어와 무려 18.9%(닐슨 코리아)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중요한 요인이 아니었을까. 에어컨을 안 다는 조건으로 싸게 들어온 집에서 이제 다른 집으로 이사하는 날. 이사 비용을 아끼려고 새벽부터 일어나 바리바리 짐을..
‘힘쎈 여자 도봉순’, 박보영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드라마는 끝났지만 박보영이 남긴 잔상은 꽤나 오래 지속될 것 같다. 마지막회 시청률 8.957%(닐슨 코리아). JTBC로서는 이제 종영한 이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가장 큰 이유다. 그간 완성도 높은 드라마들을 꾸준히 만들어왔지만 시청률에 있어서는 그다지 괄목할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던 JTBC 아닌가. 그러니 이 이 난공불락으로만 여겼던 시청률의 성을 깨버린 건 JTBC로서는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이 드라마가 이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누가 뭐래도 박보영이라는 독보적인 연기자 덕분이라는 것에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게다. 생각해보라. 어찌 보면 만화 같은 슈퍼파워걸 도봉순이 보여주는 엄청난 괴력의 장면들은 자칫 잘못하면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