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옛글들/블로거의 시선 (96)
주간 정덕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꽃보다 남자'가 드디어 끝납니다. 이 현실감 제로지대에서 맘껏 판타지의 나래를 펴게 만들었던 드라마의 종영은 그 중독의 끝에 금단증상을 낳을 법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 관심은 월화의 유아독존이었던 '꽃남'의 종영 후, 다시 시작될 월화 드라마 전쟁으로 이어집니다. '꽃남'에 집중되었던 관심은 이제 어디로 향할까요. '꽃보다 남자' 후속으로 이어질 '남자이야기'는 말 그대로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룰 예정입니다. 박용하의 거친 남자 변신이 주목되는 이 작품은 최근 여성들에 편향된 드라마 세상에서 청일점 같은 드라마입니다. 바로 이 점이 이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높이게 해주지만 한편으로는 바로 이점 때문에 '꽃남'의 마음을 온전히 사로잡았던 여심을 그대로 이어받기가 어려운 작품이 될 가..
쟝 보드리야르는 '디즈니랜드는 실제 미국이 디즈니랜드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죠. 즉 디즈니랜드라는 가상의 현시가 미국 자체가 현실이 아닌 가상이라는 점을 오히려 감춰준다는 말입니다. 좀 엉뚱한 비교일 수 있겠지만, '패밀리가 떴다'의 조작스캔들을 보면서 문득 디즈니랜드가 떠올랐습니다. '패밀리가 떴다'라는 가상을 감추기 위해 '조작스캔들'이라는 조작 컨셉트를 부가한 느낌이 들었죠. 물론 '패떴'이 이것을 의도할 정도로 치밀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패떴'이 대본 유출 이후, 리얼이 아닌 짜여진 프로그램이라는 대중들의 인식을 넘어보려는 안간힘은 어쩌면 '조작스캔들'이라는 가상 속의 가상을 심어두게 한 건 아닌가 하는 심증을 갖게 합니다. 김종국과 박예진을 억지..
'해피투게더'에 나온 김태원, 윤도현, 김C는 기타 하나만 들어도 충분히 함께(투게더) 행복(해피)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죠. 부활의 김태원은 처음 토크쇼에 나왔을 때부터 주목해서 봤는데, 지금까지 단 한번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큰 웃음을 주었습니다. 그의 토크 속에 있는 그 무엇이 이다지도 우리의 웃음보를 자극하는 걸까요. 그것은 아마도 그의 삶이 그 툭툭 던지는 토크 속에 그대로 묻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김태원은 토크쇼에 나와서 젊은 시절의 큰 인기와 또 그만큼의 좌절, 그리고 긴 무관심의 터널을 걸어온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죠. 그런데 그의 화법이 독특했습니다. 늘 진지함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남 이야기하듯 객관화시키는 그 화법은, 사실 뼈저리게 힘겨운 삶을 이야기하면서도,..
‘박중훈쇼’가 결국 4개월만에 문을 닫는다고 하는 군요. 한없이 떨어지고만 있는 시청률을 타개해보고자 개편에 맞춰 집단 MC체제로의 전환을 제안했지만 박중훈은 이를 고사하고 하차를 결정했다고 합니다. 결국 '박중훈쇼'에 박중훈이 없게되니 폐지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런데 기사로 나온 걸 보니, '박중훈, "패배를 깨끗이 인정한다"-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는 제목이 눈에 띄는군요. WBC가 막 끝난 시점이라서 그런 것이었을까요. 박중훈씨는 왜 굳이 '패배'라는 단어를 썼을까요. 적당한 말은 '실패'가 아닐까 생각되는데 말입니다. '패배'라면 누군가와 대적을 했다는 말이고, 그 상대는 다름아닌 '박중훈쇼'가 그토록 시청률 하락의 원인으로 애기하던 '자극적인 토크쇼', '집단 MC체제 토크쇼', '불친절한 ..
'무릎팍 도사'에 나온 장서희는 '막장드라마' 논란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표시했습니다. 모든 배우들과 스텝들이 그렇게 열심히 찍고 있는데 '막장'이라 표현되는 것을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죠. 배우로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배우가 대본을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말할 수는 없는 일이죠. 주어진 대로 최선을 다해 그 역할을 살리는 것이 배우의 입장이기 때문에, 사실 '막장드라마' 논란에 대해 강호동이 장서희에게 던진 질문은 화살의 방향이 잘못되어 있는 것이죠. 드라마를 막장으로 만드는 것은 때론 배우가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대본의 문제입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설정, 자극으로만 치닫는 이야기, 완성도는 포기하고 시청률에만 목매는 드라마 진행 같은 것들이 그 주된 원인이 되..
김남주의 변신이 놀랍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보다는 CF에서 더 얼굴을 많이 보여온 탓에 김남주는 연기자보다는 CF퀸이라는 호칭이 더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이제 마흔을 향해 달려가는 나이에 언제까지 CF에 머물 수만은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연기자로의 복귀를 꿈꾸는 김남주의 행보는 사실 지금 '내조의 여왕'에서부터 시작된 일은 아니다. 이미 재작년 '그놈 목소리'에서 아이를 유괴당한 엄마 역으로 나왔을 때부터 그녀의 이미지 변신은 예고되어 있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CF가 만들어놓은 이미지 때문이었을까. '그놈 목소리'에서 끝없이 유괴범의 전화를 받고 발을 동동 구르는 그 모습에서조차 그녀가 했던 집 전화 CF가 떠오를 정도였으니. 물론 '그놈 목소리'에서 그녀의 연기는 일품이었다. 깔끔하고 맑고 투명해보이..
'슬럼독..', 퀴즈쇼라는 허구, 영화라는 판타지 예전에 두 번 기회가 있어서 퀴즈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여행 관련 퀴즈쇼였고, 또 하나는 '우리말 겨루기'였습니다. 둘다 예선전에서 떨어졌지만 그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의 경험은 왜 이다지도 사람들이 퀴즈쇼에 열광하는가 하는 것을 알게 해주었죠. 퀴즈쇼는 일단 단순합니다. 한쪽에서는 문제를 내고 다른 쪽에서는 문제를 맞히죠. 많이 맞히면 상금을 많이 줍니다. 이러한 단순한 형태는 마치 축구경기 같습니다. 운동장에 공 하나를 던져주면 몇 시간을 재밌게 놀 수 있는 힘. 퀴즈쇼의 단순함은 그 엄청난 포상과 만나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 '저 정도 단순한 게임이라면 나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단순한 게임을 단 몇 시간 하는..
부활한 민소희(채영인)의 살기어린 눈빛을 보는 순간, '전설의 고향'을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아내의 유혹'은 죽었던 망자들을 하나씩 다시 되살려서 현실에 복수를 하려 들고 있습니다. 그 첫번째는 구은재(장서희)였죠. 가장 가까운 남편과 친구에 의해 차가운 바닷물 속에 버려진 그녀는 그 순간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민소희로 부활하죠. 부활한 그녀는 자신을 죽음으로 내몬 교빈(변우민)과 그 가족, 그리고 애리(김서형)를 파멸로 이끌죠. '전설의 고향'의 억울하게 죽은 귀신의 현대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그 순진한 권선징악적 구도가 막가는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그저 봐줄만 했죠. 이러한 처절한 복수극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저 '전설의 고향'의 귀신들이 그러하듯이 초반부 그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