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블로거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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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 단순한 공포물이 아니다옛글들/블로거의 시선 2009. 8. 14. 11:25
요즘 주목해서 보는 드라마 중 하나가 '혼'입니다. 사실상 공포물이란 것이 TV라는 매체에서 그다지 시청률을 담보하지는 못하는 장르죠. 특히 요즘처럼 여성 시청층의 입김이 세진 경우라면, 그저 보기만 해도 끔찍하게 느껴지기만 하는 공포물로 채널을 고정시킨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일 수 있습니다. 저 역시 '혼'을 처음 접하는 마음은 같았습니다. 처음 시작은 전형적인 귀신영화의 틀을 따라가죠. 거꾸로 자신을 바라보는 혼령과, 거울 속의 혼령 같은 것들이 등장하는데 이와는 병렬적으로 사이코패스의 이야기가 끼어듭니다. 처음에는 혼령이 무서웠지만, 차츰 사이코패스가 더 무서워지는 것은 이 이야기의 의도 그대로입니다. 폭력이 넘치는 세상, 그리고 그 폭력을 제어하지 못하는 법, 심지어 폭력을 감싸는 법은 공포의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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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 날으는 집이 마음을 흔든 이유옛글들/블로거의 시선 2009. 8. 2. 13:54
어린 시절, '날으는 교실'이라는 책을 보고 마음을 온통 빼앗겼던 적이 있습니다. 후에 알고 보니 그 책은 에리히 케스트너의 작품이었는데, 1930년대초 히틀러 집권시기에 작가가 독일국민들에게 지혜와 용기를 전해주기 위해 쓴 것이라고 하는군요. 책 내용 속에 실제로 날아가는 교실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저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는 동급생들의 좌충우돌 재미난 이야기들이 있을 뿐이죠. 하지만 이상하게도 저는 이 책에서 날아가는 교실을 자꾸만 떠올렸더랬습니다. 저렇게 재미있게 지내는 학교생활이라니! 그게 초등학교 시절부터 과외를 전전했던 저로서는 마치 진짜 신나게 날아가는 교실처럼 여겨졌던 것 같습니다. 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업'을 보면서 저는 이 어린 시절의 상상을 다시 떠올리게 됐습니다. 집에 풍선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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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스키점프 하나로 충분한 영화옛글들/블로거의 시선 2009. 8. 1. 12:02
'국가대표'는 제목과는 걸맞지 않게 스토리는 아마추어 수준입니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는 지나치게 설정되어 있어 때론 그 신파적 상황이 오히려 감정 몰입을 방해하곤 합니다. 그것은 지질한 캐릭터들이 자신의 불우한 상황을 보여줄 때 너무 울음을 강요하고, 아무 것도 없는 그들이 그 상황 때문에 그저 '목숨을 걸고' 노력할 때 그 엇박자가 보여주는 웃음 역시 부자연스럽게 만듭니다. 캐릭터에 대한 세세한 연구가 빠져있는 듯한 에피소드의 나열은 '국가대표'라는 제목의 이 영화를 자칫 또 하나의 애국주의에 호소하는 영화로 오인하게 만들죠.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압도적인 후반부 스키점프 장면 하나로 상쇄되어 버립니다. 스키점프 장면은 아마추어적인 스토리와는 전혀 다르게 국가대표급의 볼거리와 감동을 선사해주죠. 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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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웃음, 감동, 볼거리의 쓰나미옛글들/블로거의 시선 2009. 7. 17. 09:54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것이 실재하기나 한 것인지 의심이 가는 저로서는 '해운대'에 대한 기대감은 그다지 크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해운대'는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맞습니다. 블록버스터라 하면 볼거리가 있어야 하는데, '해운대'는 바로 그 실재하는 해운대라는 해수욕장을 집어삼키는 쓰나미(거대한 해일의 일본식 표현이라고 합니다만 이 용어가 가장 느낌을 잘 전달해주는 건 사실이네요)라는 확실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해운대' 같은 점차 다가오는 재난을 다루는 영화가 그렇듯이, 이 영화의 볼거리는 따라서 맨 마지막에 자리합니다. 그것도 한 10분 정도로 짧고 굵게. 그러니 120분짜리 이 영화에서 110분은 그냥 뚝 떼어놓고 보면 인물들 간의 드라마가 차지하게 됩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