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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블로거의 시선

'코미디쇼 희희낙락', 도대체 정체가 뭐야 도대체 이 코미디쇼의 정체는 뭘까. 토크쇼의 변종? 아니면 과거 콩트 개그의 새로운 버전? 그것도 아니면 그저 웃기기 위한 몸부림에 가까운 몸 개그? 리얼 버라이어티쇼와 토크쇼, 그리고 무대개그가 삼분할한 현 개그 정세에서 '코미디쇼 희희낙락'이 딛고 있는 자리는 그만큼 애매모호하다. 겉으로 보이는 형식은 전형적인 토크쇼다. 남희석을 비롯해 김준호, 이수근, 김병만, 신봉선, 유세윤, 황현희가 세트에 앉아 이런 저런 개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이 그렇고, 방청객으로서 시청자평가단이 자리한 것도 그런 모양새다. 하지만 각 코너 속으로 들어가면 이 코미디쇼는 오리무중 정체를 확증하기가 어려워진다. 물론 이 코너의 주축은 콩트 개그다. 남희석의 '오늘도 참는다'는 참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변신해서 분노를.. 더보기
황정민, 권상우, 차승원, 역시 명불허전! 영화에서 자주 보았던 배우들이 수목 드라마에서 한 자리에 모였다. '그저 바라보다가'의 황정민, '신데렐라맨'의 권상우, '시티홀'의 차승원이 그들이다. 영화에서 각각 자신들만의 영역을 확보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수목극의 경쟁이 자존심 대결이나 다름없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연기대결은 말 그대로 불꽃튀는 양상을 보인다. 황정민은 팔색조 같은 연기자. 때론 비열한 악역(달콤한 인생)을 보여주다가 때론 바람둥이 같은 자유로운 남자로(행복), 또 부패한 형사(사생결단)로 껄렁껄렁한 모습을 보여주다가, 아주 순박한 시골청년(너는 내 운명)으로 변신하며 그 연기 영역을 넓혀왔다. 그런 그가 '그저 바라보다가'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바보처럼 순수한 우체국 영업사원이다. 톱스타 앞에서 어쩔 줄 몰라 어색하다가도 어떤 진지.. 더보기
'내조의 여왕', 양봉순을 미워할 수 없는 이유 '내조의 여왕'에서 초반 악역을 자처했던 인물은 바로 양봉순(이혜영)입니다. 그녀는 고교시절 여왕처럼 받들던 천지애(김남주)를 사회에서 만나고는 회심의 미소를 짓죠. 남편 온달수(오지호)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천지애를 그녀는 온달수의 상사이자 자신의 남편인 한준혁(최철호)의 지위를 이용해 무릎꿇리죠. 천지애를 사랑했던 한준혁을 가로챈 인물이자, 현재 주인공인 천지애를 괴롭히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양봉순은 전형적인 악역입니다. 그런데 이 견고해보이는 양봉순이라는 악역의 틀이 조금씩 깨져가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은 점차 양봉순이 처한 입장에 대해 동정을 갖게 되거나 이해하는 입장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죠.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 남편 한준혁을 위해 자신의 삶은 접어둔 채 온통 내조로만 살아가는 인물.. 더보기
'박쥐'를 보며 다윈을 떠올린 이유 간략하게 리뷰를 쓰고 나니 미진함이 남네요.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늘 그렇지만 '박쥐'는 그만큼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개봉 첫날 '박쥐'를 보러 극장에 갔는데 조조에는 본래 거의 관객이 없던 여타의 영화들과 달리, '박쥐'는 꽤 많은 관객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보는 이들에 따라 다 보러온 관점이 다를 것입니다. 혹자는 박찬욱이라는 이름 석자에 끌려 왔을 수도 있고, 해외에서 주목하는 '박쥐'라는 작품 자체에 대한 호기심일 수도 있으며, '박쥐'가 홍보된 성적인 이미지에 끌려서일 수도 있고 어쩌면 송강호의 성기노출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박찬욱이 가진 힘이라는 것만은 부정할 수가 없더군요. 박찬욱은 늘 틀에 박혀있는 여.. 더보기
어느 아주 사적인 영상추모제를 다녀와서 친구가 저 세상으로 간지 얼마가 지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채 1년이 안됐을 겁니다만, 정확하게 몇 달이 지났는지 알 수 없는 건 아직도 그 친구가 그렇게 갑자기 떠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친구의 누님은 친구의 생일을 맞아 영상추모제를 한다고 저희 친구들을 불렀습니다. 영상추모제. 참 낯선 이름입니다. 사실 추모제라는 거창한 이름은 보통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너무 거대하게 느껴졌습니다. 장소는 명동성당 꼬스트홀. 저녁 7시에 친구들과 함께 그 홀에 들어서니 몇 백 명은 앉아도 좋을 자리는 텅 비어 있었습니다. 가족들 여섯 명과 우리 친구들 네 명을 합쳐 달랑 10명이 그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그 영상추모제라는 것이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었죠. 아마도 빔 프로젝트를 노트북에 연결해 영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