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정 하차가 연기자들의 처우문제인가

 

티아라 사태는 좀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왕따설에서 시작되어 화영의 퇴출로 인해 빚어진 논란들은 이제 그런 사태 이후에도 강행된 티아라의 활동으로까지 번졌다. <다섯손가락>에서 하차하게 된 함은정 양을 두고 제작진과 티아라 소속사 사이에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하 한연노)과 연예매니지먼트협회(이하 연매협)까지 가담하면서 연기자들의 처우 문제가 공론화됨으로써 사태는 일파만파 커져만 가는 상황이다.

 

'다섯손가락'(사진출처:SBS)

그런데 연기자들의 처우문제까지 들고 나와 함은정 양의 복귀를 주장하는 이 상황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 흥미롭다. 사실 연기자의 처우문제는 그 안건이 불거져 나올 때마다 제작사와 방송사들이 대중들에 의해 두드려 맞을 수밖에 없는 단골 소재였다. 하지만 이번 안건에서는 그렇지만은 않은 반응들이 나온다. 이번 드라마에서 하차하게 된 함은정 양에 대해 연기자의 권익 찾기라는 논리로 두둔하고 있는 몇몇 기사들에 달리는 댓글들은 정반대의 대중정서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들은 나아가 이제 한연노와 연매협까지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왜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을까.

 

그것은 당연하게도 대중정서가 티아라와 그 소속사에 대해 여전히 깊은 불신과 반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함은정이 <다섯손가락>에서 하차하게 된 그 빌미는 바로 이런 대중정서를 만들어낸 티아라 당사자들이 만든 것들이다. 아무런 사태와 논란이 벌어지지도 않았는데 왜 굳이 제작사와 방송사가 멀쩡한 연기자를 하차시키겠는가. 한연노와 연매협은 이것이 연기자들과 제작사, 방송사 사이에 놓여진 불공정한 계약관계의 문제(물론 계약 관행의 문제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지만)라고 하지만, 이것은 논점이 빗나간 것이다. 계약관계 이전에 티아라 사태로 인해 반감을 갖게 된 대중정서가 있었다. 그것이 없었다면 제작사나 방송사 또 소속사 그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 하차는 벌이지도 벌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상한 것은 왜 한연노나 연매협이 지금껏 수많은 다른 연기자들의 권익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함은정의 하차를 두고 이토록 전면에 나섰는가 하는 점이다. 사실상 함은정은 몇몇 단역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본업이 연기자는 아니었다. 가수였고 아이돌이 드라마에 진출하는 최근의 트렌드에 따라 주연을 꿰찬 행운아이기도 하다. 본래 연기를 지망하고 있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무명 연기자들에게 이런 아이돌들의 연기 진출은 그 자체로 힘겨운 현실이기도 하다.

 

사실 연기자들의 처우문제는 주연급들보다는 단역들의 문제에서 주로 발생한다. 어떤 경우에는 거꾸로 연기자가 슈퍼 갑이 되어 제작진을 휘두르는 상황도 생기곤 한다. 또 어떤 주연급 연기자들은 엄청난 개런티를 요구함으로써 드라마 제작에 있어 불균형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 피해는 다른 동료(연기자, 제작진)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따라서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작금의 대중들은 주연급 연기자들이 “드라마 제작현실” 운운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오히려 씁쓸해 하곤 한다. 그 제작현실을 그렇게 만드는 것이 그 가공할 격차를 느끼게 하는 출연료에서 비롯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함은정이 <다섯손가락>에서 하차하게 된 것에 대해 대중정서가 동정적인 시선을 보내지 않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그 첫째는 아직도 티아라 사태에 대한 소속사나 티아라 당사자들의 확실한 태도를 보지 못함으로 해서(입장을 밝혔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오히려 점점 커져가고 있는 대중의 반감이다. 둘째는 함은정이 연기자의 권익을 대표할만한 위치에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한 대중들의 의구심이다. 그리고 셋째는 권익을 주장하는 것도 힘 있는 주연급들이나 할 수 있다는 현실상황에 대한 대중들의 공감대에서 생겨난다.

 

물론 함은정 개인에게 생긴 이런 불상사는 힘겨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대중들의 사랑을 먹고 살기 마련인 연예인으로서 대중들이 지금 어떤 정서를 갖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것은 한연노나 연매협 같은 연예인과 연기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협회에서도 먼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연예인과 연기자들의 존재기반은 바로 대중정서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독도는 우리 땅, 굳이 말해야 아나

 

카라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던 걸까. 미니 앨범 쇼케이스에서 한 기자가 던진 낚시질에 상황은 일파만파가 되어버렸다. 일본에서 독도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그 질문은 그 자체가 함정이다. 당연하지만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답했다면 그 후폭풍은 일본에서 날아올 것이 뻔했다. 그렇다고 이 당연한 사실을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점에서 박지윤 아나운서가 기술적으로 질문에 대한 답변을 피하게 한 것은 현명한 처사였다.

 

카라(사진출처:DSP미디어)

그런데 이렇게 되자 ‘카라가 독도 현안에 침묵했다’는 식으로 논란이 만들어졌다. 무슨 발언을 한 것도 아니고 앨범 발표하는 자리에서 엉뚱한 질문에 가만히 있었다는 것만으로 생겨난 논란이다. 그런데 그 후에도 끊임없이 논란을 야기하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심지어 ‘카라의 침묵이 두고두고 아쉽다’는 식의 독도 발언을 강요하는 기사까지 나왔다. 이 정도면 아예 대놓고 논란을 만들겠다는 심산이다.

 

독도는 당연히 우리 땅이다. 이건 아마도 우리 국민들이라면 누구에게나 변치 않는 기정사실일 것이다. 카라도 마찬가지고, 그 어떤 한류스타도 마찬가지일 게다. 그런데 왜 굳이 그것을 묻고 확인하려 드는 걸까. 여기에는 묘한 파시즘적인 뉘앙스가 묻어난다. 독도 관련 현안이 한일 양국 사이에 첨예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독도에 대해 발언하면 애국이고, 회피하면 매국이라는 식의 구분 짓기는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하물며 언론이라는 위치에 있는 이들이 이런 짓을 자행하는 건 자신의 무개념을 드러내는 일일 뿐이다.

 

이런 식의 구분 짓기와 논란 만들기는 기실 일본이 원하는 그대로이기도 하다. 굳이 우리 땅을 갖고 그게 우리 땅이라고 주장할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독도를 분쟁지구화하려는 일본은 자꾸만 우리로 하여금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굳이 외치도록 강요한다. 치졸한 짓이다. 국가가 나서서 문화적 취향까지 이리저리 뒤흔드는 행위는 마치 전쟁에서 국가적 이익과 무관한 무고한 아이들이나 아녀자들에게까지 총구를 들이미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어쨌든 이런 도발에 대해서 우리 스스로 독도를 호명해 애국자와 매국자를 가리려는 행태는 그 자체가 매국적인 행위임을 왜 모를까.

 

일본이 독도를 분쟁지구화하려는 행위와 대중문화를 통해 국가와 민족을 넘어서 교류하려 하는 한류의 부딪침은 그래서, 무형적인 문화가 국가를 넘나드는 21세기에 여전히 물리적인 영토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는 일본의 20세기적 제국주의의 망령을 떠올리게 한다. 카라를 비롯한 수많은 한류 스타들이 현재 직면한 것은 바로 이 일본의 20세기적 제국주의의 망령이 만들어낸 거대한 벽이다. 국가와 국가를 소통시키는 문화의 첨병으로써 양국 간의 이해와 공감을 넓혀왔던 그들이 아닌가.

 

이런 시점에 일본의 제국주의적인 사고방식에 동조해서 우리 스스로 애국과 매국을 나누는 행위는 그런 점에서 저들과 다르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독도 문제는 좀 더 차분하게 풀어나가야 저들의 논리에 휘말리지 않게 된다. 자칫 흥분하는 순간, 기정사실이던 독도는 분쟁지구가 되어버린다.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그잖아도 논란을 가중시켜 이익으로 취하려는 저들과 함께 춤을 추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카라가 굳이 독도는 우리 땅입니다라고 말하지 않아도 독도는 우리 땅이다. 그걸 굳이 확인하려는 행위는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기정사실 또한 뒤흔드는 행위라는 걸 알아야 하지 않을까.

PD가 리얼 버라이어티에 미치는 영향

 

나영석 PD가 최재형 PD로 바뀌고 멤버들도 대거 교체되면서 <1박2일>의 가장 큰 공백은 PD의 자리였다. 내성적이고 유순한 성격의 최재형 PD는 방송에 얼굴을 내미는 것을 꺼려했다. <1박2일> 같은 미션형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PD의 캐릭터는 상당히 중요하다. 미션을 전달하고 수행시키는 PD의 캐릭터에 따라 연기자들의 캐릭터도 달라질 수 있고 따라서 미션 내용도 팽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박2일'(사진출처:KBS)

<1박2일>의 초대 PD였던 이명한 PD는 ‘독한 PD'로서의 캐릭터를 세움으로써 프로그램에 야생의 느낌을 불어넣었다. 그간 예능에서 연예인들이 복불복으로 쫄쫄 굶기도 하고 또 텐트치고 1박을 보내는 장면 자체가 화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명한 PD의 독한 캐릭터가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바톤을 이어받은 나영석 PD는 독하다기보다는 장난꾸러기 같은 캐릭터로 연기자들을 몰아세웠다. “안됩니다!”와 “땡!”으로 이승기가 재현해냈던 것처럼, 그의 캐릭터는 누가 뭐래도 복불복 룰은 지켜져야 한다는 고집불통의 이미지에다, 악동 같은 귀여운 면모까지 덧붙여져 사실상 <1박2일>의 연기자들 못지않은 캐릭터로 급부상했다.

 

새롭게 <1박2일>을 맡게 된 최재형 PD는 그러나 초반 이런 분위기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룰을 세웠다가도 “처음이니까...”라며 양보를 해주는 모습은 그의 선한 성격 그대로였지만,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PD 캐릭터로서는 너무 심심해보였다. 그러던 그는 조금씩 자신의 캐릭터를 드러냈다. 그는 새를 닮았다고 새PD라 불리며 전 PD였던 나영석 PD와 비교 당하기도 했고, 연기자들과의 족구대회에서 헛발질을 하면서 ‘족구계의 엄태웅’이라는 굴욕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다가 '여름방학특집 3탄-백투더베이직(BACK TO THE BASIC)'에서 최재형 PD는 디비디비딥 게임으로 무려 15연패를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확고한 그만의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를 따라다니며 한 게임 더 하자는 김승우를 뿌리치며 도망가는 모습이 만들어낸 굴욕 캐릭터는 김종민과의 오목대결에서도 이어졌다. 김종민에게 진 최재형 PD는 김승우를 이긴 후에 그에게 복수하듯 “김종민 아래 아래”라고 김승우를 놀리기도 했다. 자신의 굴욕을 감수하면서까지 김승우에게 당한 걸 설욕하려는 모습은 독특한 최재형 PD만의 캐릭터 색깔을 분명히 했다.

 

최재형 PD의 캐릭터는 기존 PD들과 달리, 연기자들을 몰아세우려다가(당한 것 때문에) 오히려 자신이 당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나온다. 어딘지 <1박2일>이라는 복불복 프로그램에 잘못 걸려든 것 같은 인상을 보여주는 최재형 PD는 그래도 열심히 하려 하지만 이미 적응할 대로 적응되어 여우가 되어있는 연기자들에게 오히려 당하는 캐릭터. <톰과 제리>에서 강한 힘을 가졌지만 오히려 당하기만 하는 톰을 닮았다고 할까. 이 당하는 이미지는 어딘지 최재형 PD의 어리숙함 속에 담겨진 선한 심성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사실 연기자들도 자신의 캐릭터를 세우기까지는 그만한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이수근이 지금처럼 <1박2일>의 중추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캐릭터를 잡기까지 무려 1년이 넘게 기다려준 덕분이다. 하물며 역할이 다른 PD는 오죽할까. 최재형 PD도 사실상 자신의 캐릭터를 끄집어내는데 그만한 시간이 필요했던 법이다. 지나와서 생각해보면 그에게 이명한 PD나 나영석 PD가 보여주었던 캐릭터를 강요했다면 그것은 오히려 부자연스러웠을 것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그 부자연스러움은 자칫 연기자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최재형 PD가 제 역할과 캐릭터를 찾아내면서 <1박2일>은 훨씬 생기를 되찾게 되었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그 성격상 누군가 당하면 당한 대로 돌려주기를 반복하면서 그 역학의 힘에 의해 추동력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제 당했던 최재형 PD가 좀 더 강한 미션으로 연기자들을 몰아붙이는 것이 자연스러워질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연기자들은 제리가 톰을 곯려주듯 반격을 가할 것이지만.

 

물론 <1박2일>은 여행이 그 핵심적인 소재이지만, 그 여행을 즐겁게 이끌어가는 과정으로서의 연기자들과 제작진 사이의 역학관계가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유독 ‘망했어요’라는 자막이 많이 등장하게 된 이 프로그램에서, 새 되는(?) 입장으로 캐릭터를 세운 새 PD는 이제 프로그램을 기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1박2일>의 부활은 어쩌면 새 PD의 캐릭터가 생겨나는 과정과 비슷한 궤를 그리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명품 아역 연기에 남는 씁쓸한 뒤끝

 

이건 아이들이 아이들이 아니다. 주말극 <다섯손가락>과 <메이퀸>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 얘기다. 이 두 주말극은 모두 성공에 대한 욕망과 대결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한 전략을 가진 드라마다. <제빵왕 김탁구>의 성공 이후에 전가의 보도처럼 다뤄지던 출생의 비밀과 대결, 그리고 성장드라마의 요소를 이 두 드라마에서 모두 발견할 수 있다. 이 두 드라마가 초반부에 아이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그들이 어른들 못지않은 대결의 날을 세우고 있는 건 이러한 유사한 전략적 바탕에서 비롯된 것이다.

 

'메이퀸(좌)'과 '다섯손가락(우)'(사진출처:MBC,SBS)

<다섯손가락>에서 인하(김지훈)는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데려온 배다른 형 지호(강이석)를 사사건건 무시하고, 밀어내기 위해 거짓말도 일삼는다. 피아노 대결에서 지호를 이기기 위해 다치지도 않은 손에 깁스를 하고 동정표를 얻어 1등을 차지하는가 하면, 대결 당일 지호를 참가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있지도 않은 지호의 친 엄마를 봤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인하는 어린 아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강렬한 욕망을 드러내 보여주는데, 이 아이를 이렇게 만드는 건 다름 아닌 아빠인 유만세(조민기)다. 유만세는 어린 아이들 앞에서 후계 운운 하면서 경쟁 구도를 노골화하는 혹독함을 보여준다.

 

<메이퀸>에서 해주(김유정)는 어린 시절 버려져 천홍철(안내상)의 집에서 자라난다. 천홍철이 바깥에서 데려온 자식이라고 생각하는 그의 아내 조달순(금보라)은 그런 해주를 구박하고 못살게 군다. 이 드라마에서 해주는 마치 옛 드라마의 억척 어머니 같은 역할을 해낸다. 동생을 챙기고, 가족의 밥을 챙기고 집안의 궂은일을 도맡아 한다.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다. 또 이 드라마의 창희(박건태)는 천지그룹의 오너인 장도현(이덕화)의 집에 얹혀사는 아버지 때문에 늘 그의 아들인 일문(서영주)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그런데 이 일문은 창희의 아버지인 박기출(김규철)을 창희 앞에서도 하인 부리듯 하는 패악을 저지른다. 역시 아이로서는 보기 힘든 지나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두 드라마가 아역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그 역할을 연기하는 아이들이 주목받는 것도 사실이다. 아이들이 아이들이 아니라는 얘기는 그래서 여기 등장하는 아이들이 그 나이에 맞는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그 역할을 연기하는 아역들이 어른 못지않은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다섯손가락>의 인하와 지호를 각각 연기하는 김지훈과 강이석이 그렇고, <메이퀸>의 김유정이나 박지빈, 박건태가 그렇다. 특히 김유정은 아역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해를 품은 달>에 이어 그녀는 이 작품을 통해 확실히 아역의 선을 넘어서버린 느낌이 있다.

 

이렇게 연기력이 어른 못지않은 아역들이 투입되면서 자칫 막장으로 흘러갈 수 있을 정도로 자극이 강한 이 두 드라마는 확실한 두 가지 이점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어른들이 당해도 참혹할 정도의 상황을 아이들이 겪게 됨으로써 그 자극을 더 높여주었다는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막장의 느낌을 상당히 상쇄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아역 분량이 드라마에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연기력으로 무장한 아역들이 많아지는 이유도 있지만, 이러한 드라마로서의 이점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드라마의 장점이 분명하다고 해도 이를 통해 아이들 같지 않은 아이들이 방송에 점점 버젓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은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드라마의 설정이 점점 막장에 가까운 자극으로 흘러가고, 그 속에 아이들이 배치된 상황은 그래서 마치 우리네 현실을 표징하고 있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막장 같은 세상에 아이들까지 동원하고 있는 듯한 느낌. <다섯손가락>과 <메이퀸>의 아역들을 보면서 어쩜 저렇게 아이들 같지 않게 배역을 잘 소화하고 있는가 감탄하면서도, 씁쓸한 뒤끝이 남는 건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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