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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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집’, 마음의 공간이 주는 공포감옛글들/영화로 세상보기 2007. 6. 23. 20:26
‘검은집’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공간에 대한 공포영화다. 그 공간은 전준오(황정민)가 다니는 회사의 칸막이로 둘러쳐진 자신만의 책상이기도 하고, 애인 장미나(김서형)와 함께 편안한 저녁을 보내는 집이기도 하며, 건널목이 고장난 철길이기도 하고, 목욕탕을 개조해 살아가는 박충배(강신일)와 신이화(유선)의 검은집이기도 하다. 공간이 공포를 주는 이유는 그 프레임 안에 유령보다 더 무서운 칼든 사람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비어 있을 때 더 공포를 느끼게 한다. 반면 무차별적인 살인마가 구체적인 모습으로 등장하는 순간, 그 긴장감과 공포감은 줄어들고 대신 그 감정은 긴박감으로 전이된다. 어둠으로 가려진 빈 공간이 공포를 주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그 공간에 남겨진 누군가(그것이 사람이든 유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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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호필의 문신에 빠지다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07. 6. 22. 12:57
‘프리즌 브레이크’, 미식축구 같은 재미 도대체 ‘석호필’이 뭐야. 이런 생각을 하면서 어디 얼마나 대단한지 보자고 한번 ‘프리즌 브레이크(SBS TV 토 밤 12시 2회 연속 방영)’라는 미로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당신은 섬뜩하면서 뒤통수를 내리치는 스코필드(석호필)의 전신 문신에 빠져들게 된다. 형을 구하러 감옥으로 자청해 들어간 스코필드에게 “네가 지도를 봤구나”하고 형이 말할 때 “그 보다 더 나은 거야. 몸에 새겨 넣었지.”하며 보여지는 문신지도. 그것은 이 탈출 드라마가 왜 그렇게 미드족들의 밤을 지새게 만들었는지를 알게 해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프리즌 브레이크’는 미국인들이라면 더 이해하기 쉬울 미식축구경기의 패턴을 닮아있다. 한 단계씩 공격(탈출시도)을 해나가고 거기에 대해 간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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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의 불륜드라마, 뭐가 달랐나옛글들/명랑TV 2007. 6. 20. 01:34
‘내 남자의 여자’, 불륜 소재 한계 넘었다 ‘내 남자의 여자’가 가진 스토리를 보면 그다지 대단할 것 없는 전개를 보여준다. 친구와 남편이 바람을 피고, 그 바람 핀 것이 발각되고, 결국 살림까지 따로 차리고 이혼했는데, 정작 친구와 남편은 파경을 맞게 된다는 이야기. 놀라운 반전도 없고,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불륜이란 소재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도 이 드라마의 어떤 점이 도대체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들었을까. 과거의 불륜드라마들은 대부분 가부장적인 남성이 중심에 있었다. 그래서 불륜도 남자가 저지르고, 그 불륜을 저지른 남자와 여자가 파멸에 이르는 권선징악적 결론에 다다르며, 배신당했던 조강지처는 멋진 새로운 남자를 만난다는 식의 끝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어찌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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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가 화영을 이해하는 까닭옛글들/명랑TV 2007. 6. 19. 12:44
화영이 보여주는 ‘내 남자의 여자’의 진실 SBS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는 지수(배종옥)만이 주인공인 이야기가 아니다. 만일 그랬다면 이 드라마는 자극과 신파로만 치닫는 한심한 불륜드라마의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대신 이 드라마는 제목처럼 세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지수의 정반대의 캐릭터를 가진 화영(김희애)과 그들 사이에서 우유부단한 준표(김상중)가 그 나머지 주인공들이다. 준표야 그렇다 쳐도 화영이란 캐릭터를 그저 멀쩡한 친구 남편 꼬드긴 ‘쳐죽일’ 불륜녀로만 생각하는 건 이 드라마의 나머지 축을 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참 사랑하기 어려운 여자, 하지만 이해는 되는 화영이란 캐릭터가 이 드라마를 통해 말해주는 진실은 무엇일까. 어떻게 지수는 화영을 이해하는 걸까 화영에 대해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