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본질에 충실하면 장소는 문제 안 돼

10주년 글로벌 특집으로 꾸며진 것이지만 사실 KBS 예능 <1박2일>이 해외로 나간다는 건 여러모로 민감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그건 <1박2일>이라는 프로그램의 본질과 멀어진다는 걸 뜻하기 때문이다. 쿠바 같은 곳을 가려면 일단 가는 데만도 짧게 잡아 1박2일이 걸린다. 그러니 프로그램이 애초에 갖고 있던 콘셉트인 ‘하룻밤’의 틀을 스스로 깨는 일이 된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민감해지는 건 그 곳이 해외라는 사실이다. <1박2일>은 지금껏 국내의 곳곳을 찾아가 그 곳의 이야기나 숨겨진 여행지로서의 가치 같은 걸 재미있게 보여준다는 것이 중요한 프로그램의 본질이었다. 그래서 가끔 있었던 해외 특집, 이를테면 백두산을 간다든지 하얼빈을 가는 등의 특집들은 늘 민감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요즘처럼 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해외로 나가는 걸 일상사로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보면, 여행의 새로운 트렌드들을 계속해서 제시해왔던 <1박2일>이 국내만을 고집한다는 건 어딘지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을 준다. 제 아무리 <1박2일>이 국내여행을 모토로 한다고 했어도 거기에만 머무는 것이 스스로의 한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10주년 글로벌 특집을 보니, 이제 <1박2일>도 너무 그 본연의 틀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해외를 나가더라도 그만한 분명한 목적과 명분이 있다면 국내에만 머무는 것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행보가 될 수 있다는 걸 이번 글로벌 특집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두 팀으로 나뉘어 카자흐스탄과 쿠바로 향한 <1박2일>은 물론 특유의 예능적인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그들이 거기에 간 이유를 명백히 드러냈다. 카자흐스탄에 사는 고려인 한인 후손들이 그 불모의 땅에서 어떻게 살아오며 지금껏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는 걸 확인시켜주는 것만으로도 이 해외 특집은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황무지나 다름없는 그곳을 직접 수로를 파 물을 대고 농사를 지어 ‘농사의 신’이라 불리기까지 했다는 고려인들. 거기서 만난 세 자매와 갖가지 게임을 하며 행복한 한 때를 보내는 건 <1박2일>이 가진 토속적인 정서와 잘 맞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쿠바에서 만난 한인 후손들과의 만남에서도 똑같이 보여졌다. 우리에게 ‘애니깽’으로 잘 알려진 그 곳에 초기 정착했던 한인들의 힘겨웠던 삶이 고스란히 포착되었고, 그 힘겨운 삶 속에서도 조국의 독립을 위해 먹을 걸 줄여가며 독립자금을 모아 상해임시정부로 보냈던 그 숭고한 삶이 재조명되었다.

무엇보다 우리를 감동하게 만든 건 이들이 여러 세대를 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네 삶과 문화를 여전히 지켜나가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것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건 음식이었다. 카자흐스탄이나 쿠바나 이역만리에서 살아온 그들이지만 그들이 대접을 위해 내놓은 음식들은 출연자들이 감탄할 만큼 우리네 입맛 그대로였다. 

카자흐스탄과 쿠바 양 측에서 울려 퍼진 아리랑 합창이 한 화면에 채워지는 장면은 시간과 공간을 훌쩍 뛰어넘어 아리랑이라는 노래 한 곡으로 이어지는 뿌리를 실감하게 했다. 누구를 만나 기쁠 때나 또 헤어지게 되는 이별의 순간에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아리랑. 그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그래서 해외특집이라고 해도 <1박2일>이 가진 한국적인 색깔을 더 강렬하게 드러내는 대목이었다. 

물론 <1박2일>은 국내의 숨은 여행지들을 찾아내 소개한다는 그 기본적인 명분을 저버릴 수 없을 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해가는 여행 트렌드와 방송 트렌드 속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시도가 절실해 보인다. 이번 해외 특집은 그래서 <1박2일>이 스스로의 껍질을 벗어내더라도 그 본질에 충실하면 해외라고 해도 괜찮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가끔씩이라도 해외에서 살아가는 동포들의 삶을 따라가 보는 특집은 그래서 앞으로도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사진: KBS)

‘황금빛 내 인생’, 재벌가의 갑질에 대처하는 아빠들의 각성

언제까지 당하고만 살 것인가. KBS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을 보면 숨죽이며 상황들을 받아들이고만 살아오던 아빠들이 있다. 서민 출신이지만 노명희(나영희)와 결혼해 재벌가에 데릴사위로 들어와 살아온 최재성(전노민)과, 한 때는 중소기업을 운영해왔지만 사업이 망하고 건설현장 인부를 전전하며 살아온 서태수(천호진)가 그들이다. 

드라마가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세워놓은 구도 탓이겠지만, <황금빛 내 인생>에서 문제를 야기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엄마들이다. 사적인 욕심 때문에 재벌가 딸을 바꿔치기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 인물이 바로 양미정(김혜옥)이고, 최도경(박시후)과 서지안(신혜선)이 가까워지는 것도, 서지수(서은수)가 선우혁(이태환)과 사귀는 것도 자신들과는 격이 맞지 않는다며 갖가지 갑질로 방해하는 인물이 바로 노명희다. 

드라마의 전반부가 주로 양미정이 딸들의 운명을 뒤바꿔놓은 일로 인해 생겨난 파장들을 왜곡다뤘다면 후반부는 노명희가 자신의 자식들이 양미정의 집안과 얽히는 걸 막기 위해 벌이는 범죄에 가까운 갑질들로 인한 파장을 다뤘다. 그 결과는 양갓집 자식들이 모두 집을 떠나 각자의 삶을 찾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구도에서 빠져버렸거나 소외된 인물들이 바로 아빠들이다. 보통의 평범한 가정이라면 엄마의 목소리가 과거보다 훨씬 더 커졌다고 하더라도 아빠들이 집안 대소사에 의견을 내기 마련이다. 하지만 <황금빛 내 인생>에서 아빠들은 자신의 의견을 내기보다는 상황을 받아들이거나 자신을 희생하는 인물들이다. 그래서 어찌 보면 아빠들의 이런 수동적이고 자기희생적인 삶이 가정의 중심을 잡아주지 못해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구도를 세운 건 한 시대를 살아온 우리네 아빠들이 가진 양면적인 문제를 서태수와 최재성을 통해 담아내고, 어떤 면에서는 이들의 각성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드라마가 그려내기 위함인 것처럼 보인다. 그 각성을 먼저 보인 아빠는 서태수다. 그는 가족들만을 생각하며 자기희생적으로 살아온 삶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걸 확인한다. 그래서 자신의 삶을 찾으려 집을 떠난다.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이 아니라 오로지 서태수라는 개인의 삶을 찾아나가는 것. 

그가 변화했다는 걸 확인하게 되는 극적인 장면은 서지안과 최도경이 사귀고 있다는 의심을 하고 집을 찾아와 딸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는 노양호(김병기) 회장 앞에서 눈을 부릅뜨고 맞서는 서태수의 모습이다. 그는 자신이 잘못한 건 인정하지만 딸에 대한 억측은 용납하지 않는다고 맞선다. 노양호에게 일방적으로 뺨을 맞으면서도 그를 노려보는 서태수는 더 이상 이 모든 상황들에 수동적으로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그의 각성을 보여준다. 

한편 노명희의 폭주 앞에서 딸 서지수(서은수)마저 삶이 파탄날 지경에 이르게 되는 걸 보게 된 최재성 역시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상황에 마주한다. 분노하는 최재성은 노명희 앞에 나서 그저 눌러놓고만 있던 분노를 터트린다. 과거 서지수를 잃어버리게 된 이유가 외도를 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노명희 때문이 아니었냐고 토로하는 것.

그간 지독할 정도로 당하기만 하는 삶을 살아오고, 자기 목소리를 거의 내지 못하고 있던 아빠들이 이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가부장의 귀환을 얘기하는 건 아니다. 그것보다는 과거 아빠들의 삶(자기 삶이 아닌 가족들을 위한 삶 혹은 금력에 의해 억눌린 삶)이 왜곡시킨 것들을 이제 충분히 알게 된 그들이 자신의 삶이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는 걸 깨달은 후, 자기 목소리를 내게 됐다는 걸 보여준다. 

서태수와 최재성이라는 두 아빠의 각성은 그래서 <황금빛 내 인생>이 다루는 아빠 세대들에 대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아빠들도 이제는 살아남기 위해 혹은 그럭저럭 버텨내는 삶을 살기 위해 눌러두었던 자신만의 삶을 찾아내고 제 목소리를 낼 때라는 것. 이들 아빠들이 이 꼬일 대로 꼬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자신의 뜻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어떤 카타르시스를 주는 건 그래서다.(사진:KBS)

신구세대의 조화, ‘무도’가 꿈꾸는 진화의 길

방송이 나오기 전 이미 박명수가 다시 군에 입대한다는 사실은 예고편을 통해서도 알려진 바 있다. MBC <무한도전> ‘1시간전’ 특집으로 꾸려진 각 출연자들에 최적화된 미션들에서 박명수는 그동안 프로그램에서 스스로 ‘최고의 전성기’라 공언했던 그 군대 체험을 다시 하게 됐다. 시청자들이 보고 싶었던 미션이었고, 힘들긴 하지만 박명수 스스로도 어느 정도는 원하는 미션이었다. 

역시 군대에서의 박명수는 기대 이상의 웃음 폭탄을 만들었다. 아무 것도 모른 채 어쩌다 끌려 나온 연병장 한 가운데 서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에서부터, 무작정 도망치다 잡혀오는 모습은 그가 보여줄 멘붕 상황들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번 미션에서는 하나의 중요한 변수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조세호가 그와 함께한다는 점이었다. 

이미 동장군 콘셉트의 분장을 하고 새벽같이 나와 일일 기상캐스터 미션을 했던 조세호로서는 또 한 번의 미션을 수행한다는 그 자체가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신참답게 조세호는 주어진 상황을 신속하게 받아들였다. 박명수 옆에 나란히 서게 된 조세호가 어리둥절해하는 모습은 그래서 박명수와 함께 조화를 이루며 웃음의 시너지를 만들었다. 

이렇게 박명수 혼자가 아닌 조세호까지 군 입대 미션에 투입되게 된 이유로 군측에서 동반입대가 혼자 하는 것보다 정신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동반입대는 그 자체로 이 미션을 새롭게 만들어주었다. 사실 박명수의 군대 체험이 주는 리액션들은 이미 과거에 충분히 보여진 바 있다. 그러니 그것만 반복해서는 재탕의 느낌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조세호의 투입은 박명수가 하는 엉뚱한 행동들에 대해 웃음을 참을 수 없어하는 반응들이 자연스럽게 그를 통해 보여지게 했고, 무엇보다 둘 사이의 비교점을 가능하게 했다. 이러한 비교점이 웃음을 만들어낸 가장 큰 사건(?)은 가상으로 치러진 교전상황에서였다. 어딘지 잘 적응하지 못할 것 같던 조세호가 갑자기 스나이퍼 기질을 발휘하며 적들을 차례차례 사살(?)하는 전과를 냈던 것. 

조세호의 맹활약은 동시에 박명수의 끝없는 수난과 병치되며 큰 웃음을 주었다. 앞서 나서다가 지뢰를 밟아 부상을 당한 박명수는 이후에도 총을 두 번이나 맞는 부상을 당하면서도 죽지 않는 오뚜기 병사의 모습을 보여준 것. 하지만 정작 저질체력으로 쓰러지고픈 박명수는 죽지 않는 자신의 상황을 투덜대는 모습으로 웃음을 줬다.

어쩌다 이뤄진 박명수의 군 입대 미션이었고, 여기에 신참으로서 조세호가 함께 하게 된 것이지만, 이번 프로젝트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그것이 마치 <무한도전>의 신구세대가 꾸려내는 조화를 보여준 것처럼 느껴져서다. 아무래도 이제 반백의 나이에 가까워지는 <무한도전>의 원년멤버들은 여러모로 젊은 시절의 체력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또 했던 미션들이 많은 만큼 새로 하는 것도 겹쳐지는 소재가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조세호 같은 신참이 투입되자 박명수의 미션은 조금 안정적인 느낌을 주었고, 또 신구세대의 차이 같은 것을 통해 비교점을 만들어내면서 했던 미션도 새롭게 변주될 수 있었다. 어쩌면 이건 <무한도전>의 향후 행보에 있어서 중요한 진화의 길이 아닐까. 조세호나 양세형 같은 신세대들의 활약이 오래도록 <무한도전>에서 저마다의 족적을 남긴 원년세대들과 시너지를 만드는 일. 이번 군대 미션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사진:MBC)

많은 드라마들이 배워야할 ‘돈꽃’의 미학

도대체 이 그리스 비극을 연상케 하는 비장미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이제 2회만을 남긴 MBC 주말드라마 <돈꽃>을 되돌아보면 이 작품이 현재의 드라마 현실에 있어서 독특한 아우라를 남기고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된다. 세태를 담는 가벼운 소품들이거나 고유의 문법을 따라가는 장르물이거나 혹은 자극적인 코드들로 버무려내는 뻔한 막장극 같은 것들이 안타깝게도 지금의 드라마 세상을 채우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간간히 명작들이 등장하고, 그래서 더더욱 그런 명작들이 소중하게 다가오지만.

<돈꽃>은 오랜만에 보는 정통 비극이다. 이 드라마의 서사구조는 그리스 비극의 그것을 거의 닮았다. 세상 밖으로 내쳐진 주인공이 자신의 뿌리를 찾아오는 과정이고, 자신을 버린 자들에 대한 처절한 복수극이다. 그런데 그 복수의 대상이 친족 간에 벌어진다는 점에서 드라마는 훨씬 근원적이고 원초적이다. 

이런 점들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건 주인공인 강필주(장혁)와 정말란(이미숙) 그리고 강필주와 장국환(이순재)의 관계다. 강필주는 자신의 가족을 모두 비극으로 몰아넣은 정말란에게 복수하기 위해 오랜 세월을 가깝게 지내온다. 그건 마치 부모 자식 같은 관계이면서도 연인 관계이기도 하다. 결국 강필주가 자신의 진면목을 드러내면서 이 모든 관계를 깨버린다. 이건 정말란에 대한 복수지만, 그 과정에서 관계의 당사자였던 강필주 역시 적잖은 상처를 입게 된다.

이건 강필주와 정말란의 아들 장부천(장승조)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오며 형제 같은 우정관계를 만들어왔다. 물론 겉으로는 강필주 스스로 ‘장부천의 개’라고 지칭하며 그를 위한 삶을 살아온 것처럼 보이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애증만큼 끈끈한 형제애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래서 죽을 위기에 처한 장부천을 강필주는 애써 구해낸다. 물론 그들은 청아그룹의 권좌를 놓고 죽고 사는 싸움을 벌여야 하는 운명이지만.

강필주와 나모현(박세영)의 관계는 더더욱 애처롭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확인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나모현에 의해 강필주는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자신이 청아그룹과 얽히게 된 것도, 그래서 진짜 사랑이라 여겼던 장부천과의 부부관계도 모두 강필주에 의해 만들어진 가짜라는 걸 확인했고, 장국환(이순재) 명예회장으로 인해 자신의 아버지가 자살시도까지 하게 된 사실을 확인한 나모현으로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강필주를 파국으로 몰아갈 수밖에 없다. 

결국 강필주는 청아그룹의 꼭대기에 오르게 되지만 그건 자신의 성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복수극을 완성해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복수극은 자신이 한 평생을 들여 만들어온 관계들을 깨는 것으로 가능하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는 자신 또한 파괴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강필주가 정상을 향해 오르고 또 복수극을 완성해가는 과정은 자신을 파국으로 모는 과정과 동일하다. <돈꽃>이 정통적인 비극의 틀을 갖추고 그 어떤 드라마보다 비장해지는 건 이런 드라마의 비극적 구조 때문이다. 

그런데 어째서 복수의 완성과 정점으로 오르는 성공의 과정이 동시에 파국의 과정이라고 이 드라마는 말하고 있는 것일까. 그건 이 드라마의 제목 속에 그 답이 들어가 있다. 모두가 꿈꾸는 꽃처럼 화려해 보이는 욕망이 사실은 돈으로 만들어진 허상이고 거짓이라는 것을 이 드라마는 얘기하고 있다. 그러니 <돈꽃>이 특별한 가치를 가진 드라마라는 것은, 자본이라는 물질적인 세상에 대한 비판의식을 담아낸 흔치않은 비극이라는 점 때문이다.

돈을 위해서라면 자손을 죽음으로까지 몰아넣는 장국환 회장이라는 캐릭터는 이 <돈꽃> 세상의 추악함과 비정함을 현시하는 인물이다. 그는 순혈만을 인정하고 혼혈은 심지어 그룹을 위해 제거해야할 대상으로까지 여기는 인물이다. 필요하면 정략결혼을 시키고, 또 필요하면 장인에게 자살을 사주하기까지 하는 인물. 갖가지 몸에 좋은 것들을 챙겨먹고 모든 걸 말 한 마디로 다 할 수 있는 권력을 쥐고 있지만 그는 <돈꽃> 세상이 만들어낸 괴물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드라마는 그 거대한 괴물과 마주하고 그를 무너뜨릴 신탁을 받은 강필주라는 운명적인 영웅의 서사시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로 우리네 드라마에서 오랜만에 보는 무게감 있는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비장미 넘치는 연출과 절제미가 뛰어난 연기들의 조합이 만들어낸 <돈꽃>의 미학은 갈수록 가벼워지기만 하는 드라마들이 배워야할 덕목이 아닐까 싶다.(사진:MBC)

‘리턴’의 숨 막히는 몰입감,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다소 자극적이기는 하지만, 일단 한 번 보면 눈을 뗄 수가 없다. SBS수목드라마 <리턴>에 쏟아지는 관심은 호불호로 극명하게 나뉘지만 적어도 이 드라마가 만들어내는 몰입감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범죄를 다루는 장르물이 새롭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거기에 변호사와 열혈형사가 공조하는 내용 역시 특별하다 얘기하긴 어렵다. 하지만 <리턴>에는 이 익숙한 소재들에도 시선을 잡아끌게 하는 힘이 있다. 그건 다름 아닌 연기자들에게서 나온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주인공인 최자혜(고현정)가 드라마에 중요한 동력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건 오태석(신성록), 김학범(봉태규)가 주축인 악역들이다. 드라마는 바로 이 오태석과 김학범 그리고 서준희(윤종훈)와 강인호(박기웅) 4인방의 갖가지 문란한 행위와 폭력 그리고 결국 이어지는 살인사건과의 연루로 인해 힘을 얻고 있다. 

그 촉발점은 이들과 아주 오래 전부터 인연을 이어왔고 강인호와 내연관계까지 가졌던 염미정(한은정)의 죽음이다. 아직까지 누가 그를 살해했는가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어느 날 김학범이 오태석에게 보낸 차량 트렁크에서 발견된 그의 사체는 이들을 모두 곤경에 빠뜨린다. 자신들이 저지른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염미정과 연관되어 끄집어져 나올 수도 있는 악행들 때문에 그들은 신고를 하지 못한다. 대신 염미정의 사체를 묻어버리고, 그의 살해용의자로 지목되어 검거된 강인호를 희생시키려 하는데, 거기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평소 자신을 챙겨줬던 강인호를 그대로 두고 보지 못한 서준희가 자수를 결심하게 되고 그걸 막기 위해 오태석과 김학범이 나서는 과정에서 오태석은 서준희를 차에 태워 벼랑 끝에서 밀어 버린다. 하지만 이상한 일은 그렇게 불타버린 차 속에서 나온 사체가 서준희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드라마는 서준희가 살아있으며 그를 돌보고 있는 인물이 의외로 이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독고영(이진욱)의 파트너인 김동배(김동영)라는 걸 보여준다. 

<리턴>은 그래서 아직까지 이 사건이 어떻게 해서 벌어지게 되었고 어떻게 흘러갈지 전혀 종잡을 수 없는 양상을 보여준다. 아직도 누가 염미정을 살해했는지 알 수 없다. 또 동배가 어떤 일로 오태석 일당과 연루되어 있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궁금증들이 하나씩 밝혀져 나가는 과정이 <리턴>이 주는 재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들이 지루하게 흩어지지 않으려면 전체를 이끌어가는 강력한 동력이 필요하다. 그 힘을 발휘하는 건 다름 아닌 오태석 일당들이다. 특히 오태석과 김학범은 이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몰입을 만들어내는 악역임에 틀림없다. 오태석은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섬뜩한 느낌을 주고, 김학범은 언제 어떤 일을 벌일지 알 수 없는 폭력성으로 보는 이들의 불안감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렇게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공분으로 인해 동력을 얻기 시작한 드라마는, 그 대척점으로서 이들과 대적해 가는 독고영의 존재감을 조금씩 키워내고 있다. 오태석 일당은 그들의 실체에 조금씩 접근해오는 독고영을 일단의 무리를 시켜 그 차량마저 전복시키는 위협을 가하지만 독고영은 결코 물러나지 않는다. 서준희의 사체를 검증하지 않고 장례를 치르려 해온 오태석 일당에 맞서 결국 검시를 통해 그 사체가 서준희가 아니라는 걸 밝혀낸 독고영은 향후 이 드라마가 가질 팽팽한 대결구도를 예감케 만든다. 

무엇보다 <리턴>을 기대하게 하는 건 이들 연기자들의 연기력이다. 신성록이야 본래 젠틀맨과 범죄자의 양면을 오가는 연기를 자신만의 캐릭터를 통해 보여준 바 있지만, 코미디 연기로 더 각인되어 있던 봉태규의 살벌한 존재감은 확연히 눈에 띈다. 또한 부드러운 이미지가 강한 이진욱이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근성의 형사로 열연하는 모습도 주목할 만하다. 

<리턴>은 확실한 몰입감을 주지만 그 자극적인 전개가 불편함을 남기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그건 다분히 범죄자의 시선으로 진행된 전반부의 이야기 전개 때문이라고 보인다. 그런 점에서 보면 향후 독고영과 최자혜의 역할은 더더욱 중요해질 것이라 생각된다. 이들이 전면에 나서 진실을 파헤쳐가는 과정이 이런 불편함을 다소간 상쇄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사진:SBS)

‘어서와’의 성공, 영국친구들을 보면 그 답은 출연자다

어쩌면 이토록 훈훈할 수 있을까.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영국친구들이 한국여행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건 ‘배려’와 세대차가 전혀 없는 격의 없는 우정이다. 제임스의 친구로 초대된 이들은 데이비드, 앤드류 그리고 사이먼. 흥미로운 건 데이비드의 나이가 65세라는 점이다.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고, 나이가 있으니 생각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을 게다. 

하지만 이들의 여행을 보면 전혀 나이 차를 느낄 수 없을 만큼 하나로 어우러지는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영하 10도 밑으로 떨어지는 날씨에 겨울산행을 하기 위해 북한산을 찾은 이들은 보통 사람들도 쉽지 않은 산행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정상에 오르는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데이비드는 중간 중간 숨을 고르기 위해 멈춰 섰고 가끔 미끄러지기도 했다. 하지만 전혀 걱정이 없었던 건 앤드류가 바로 뒤에 딱 달라붙어 혹여나 미끄러지면 받쳐주려 대비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결국 정상까지 오른 후 내려온 데이비드는 이런 산행은 처음이라며 만족스러워했다. 건강 상에 문제가 있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지만 데이비드는 그래도 모험을 계속하기를 원했다. 그러니 앤드류와 사이먼이 있어 든든하게 한국의 산행을 마친 것이 얼마나 보람 있게 느껴졌을까. 

산행 후 잠시 몸에 이상을 느끼자, 앤드류와 사이먼은 제 일처럼 데이비드를 걱정했다. 일단 일정을 접어두고 숙소에 데이비드가 잠시 쉬게 해준 뒤, 그들은 남은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강남의 VR체험을 했다. 그 때 마침 받은 사이먼의 장교시험 합격 소식은 깨어나 다시 그들과 합류한 데이비드도 자기 일처럼 기쁘게 만들었다. 데이비드는 축하주를 건배하며 사이먼에게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사이먼 같은 인재를 영입한 영국군도 축하한다는 말을 남겼다. 

다음 날 이어진 제임스 투어에서 이들은 인제로 모험여행을 떠났다. 격의 없이 어린 아이들처럼 서로를 놀려먹으며 즐거워하는 제임스는 앤드류에게 처음 번지점프를 경험하게 해줬고, 인제에서 나오는 최고의 한우를 친구들에게 맛보게 해줬다. 그리고 이어진 야간스키. 처음 스키를 탄다는 앤드류는 의외로 빠른 습득력을 보였지만 중급 코스에서는 자주 넘어졌다. 그러자 스키 경험이 있는 데이비드가 나서 앤드류에게 조언을 해주었다. 마치 아버지가 아들에게 걸음마를 가르치는 듯한 그 훈훈한 장면은 고스란히 산행에서 데이비드의 뒤에서 늘 대비하고 있던 앤드류를 떠올리게 했다.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과 배려심, 그리고 나이 차가 얼마나 나든 격의 없이 농담을 던지고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가는 영국친구들의 모습은 우리에게는 특별한 장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연배가 있어도 아이처럼 자신을 낮춰 그들과 어우러지는 친구가 되어준 데이비드나, 그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농담을 주고받으면서도 또한 그의 나이를 배려해 사려 깊게 행동하는 앤드류와 사이먼. 이들의 풍경이 이토록 훈훈하게 다가오는 건 아무래도 우리의 풍경과는 너무나 달라서가 아니었을까.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영화 <킹스맨>의 대사를 던지며 우리에게 처음 소개됐던 영국친구들은 무엇이 진짜 ‘젠틀맨’인가를 이번 여행을 통해 보여줬다. 배려와 예의 그리고 스스럼없이 어우러지는 모습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번 영국친구들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인기가 어디서 비롯되는가를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그건 한국여행과 리액션만이 아니라, 그 여행을 하는 이들의 ‘인간적인 매력’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사진:MBC에브리원)

‘마더’, 불편하지만 들여다봐야 하는 아이들의 현실

새로 시작한 tvN 수목드라마 <마더>는 차라리 공포영화에 가깝다. 학대당하는 대상이 이제 겨우 초등학교 1학년 아이 혜나(허율)이기 때문이다. 혜나를 둘러싼 환경은 비정하고 잔혹하기 이를 데 없다. 학교에서 더럽다는 이유로 집단 괴롭힘을 당한 혜나는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았다. 온몸에 난 상처와 고막 파열, 영양실조로 쓰러지기까지 했다. 그의 모친 자영(고성희)의 동거남 설악(손석구)은 혜나를 지속적으로 괴롭혔고, 그가 가장 아끼는 햄스터를 잔인하게 죽였으며 심지어 그에게 성추행을 하려고까지 했다. 하지만 모친은 혜나를 보호하기 보다는 설악의 폭력을 방치하고 있었다. 동거남과 영화를 보러 나가며 혜나를 검은 쓰레기봉투에 넣어 집 앞에 내놓기까지 했다. 

<마더>의 혜나가 겪는 이 일련의 폭력들을 들여다보는 건 끔찍한 일이다. 이제 겨우 열 살도 되지 않은 아이에게 던져지는 폭력들의 양태도 그렇지만, 부모가 그런 일들을 방치한다는 사실이 더 끔찍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는 내내 시청자들은 불편한 감정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혜나가 당할 일들이 마치 공포영화의 엄습하는 두려움처럼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 

<마더>가 첫 방송에 혜나의 이 끔찍한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건 시청자들로 하여금 그 실상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하기 위함이다. 사실 신문지상이나 뉴스의 한 꼭지로 가끔 보도되곤 하는 아동학대의 이야기를 우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들은 적이 있지만, 그 실상이 얼마나 끔찍한가를 들여다 본 적은 별로 없다. 그 사실 자체가 너무나 불편해 오히려 회피하고픈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시선을 대변하는 인물이 이 마을에 잠시 교사로 들어와 혜나의 상황을 목격하게 된 수진(이보영)이다. 그는 혜나의 상황들이 모두 아동학대의 정황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회피하다가 결국 그것이 사실임을 알게 된다. 쓰레기봉투에 버려진 혜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 그런데 그것은 어쩌면 수진 자신도 겪은 일인 것처럼 보인다. 또래 아이들에게 더럽다는 이유로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혜나에게 수진은 말한다. “돌봐주는 사람이 없으면 스스로 돌보라”고.

그런 조언은 선생님이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아니다. 대체로 그런 문제가 발생하면 선생님은 아이의 부모를 찾기 마련이니 말이다. 그래서 수진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데는 자신이 겪은 어떤 일들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엄마가 날 쓰레기봉투에 버렸어”라고 말하는 혜나에게 수진이 “이번에는 네가 엄마를 버리는 거다”라고 말하게 되는 것도 그의 개인적인 과거 경험이 덧씌워진 결과일 것이다. 

<마더>는 아동학대의 문제를 더 이상 회피하거나, 내 문제는 아니라고 치부하는 걸 용인하지 않는다. 그것이 버젓이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고, 비정한 모정이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보여준다. 그래서 이후에 이 드라마가 펼쳐나갈 극화된 사건들은 비정한 모정이 버린 상처받은 영혼들이 그 세계로부터 탈주하며 서로 새로운 관계를 이어가는 이야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더>는 분명 보기에 불편한 드라마다. 하지만 그렇다고 회피할 수는 없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이 상처받은 두 사람(어찌 보면 비정한 모정이 만들어낸 피해자들)이 새로운 유사모녀 관계를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그들만의 인간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시청자들은 바랄 수밖에 없다. 그것이 어쩌면 가정폭력으로 인해 길거리로 나오게 된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일 지도 모르니.(사진:tvN)

범죄자의 시선 따라가는 ‘리턴’, 못내 불편한 까닭

점입가경이다. SBS 수목드라마 <리턴>은 상류층 인물 4명과 연루된 범죄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겉보기엔 멀쩡하고 화려하게 보이는 상류층 4인. 강인호(박기웅)는 재벌가 상속자이고, 오태석(신성록)은 IT회사 대표이며, 김학범(봉태규)은 사학재벌가의 자재이며, 서준희(윤종훈)는 국내 최고의 종합병원장 아들이다. 

그런데 이들의 이면을 파고 들어가면 추악한 그 민낯이 드러난다. 강인호는 금나라(정은채)와 결혼해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지만 사실 염미정(한은정)과 오랜 내연관계를 이어오고 있었고, 오태석과 김학범, 서준희는 문란하고 잔인한 파티를 하며 살아간다. 김학범은 돈이면 뭐든 다 되는 줄 아는 인물로 돈을 주고 사람을 패는 일을 다반사로 저지르고, 서준희는 의사이지만 마약중독자다. 오태석은 짐짓 신사인 척 하지만 가장 잔인한 인물. 자신에게 불리하게 될 상황에 처하자 오랜 친구였던 서준희마저 죽음으로 몰아넣는 인물이다. 

드라마는 충격적인 범죄 상황들이 연달아 벌어진다. 강인호의 집에 모인 친구들은 일부러 염미정을 그 저녁 자리에 초대해 강인호를 당황하게 만들고는 낄낄 대고, 김학범은 오태석의 아내를 화장실에서 범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오태석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문란함이 극에 달해 있고, 필요하면 사람 하나 죽여 묻는 일은 손쉽게 해치운다.

사건은 김학범이 내기에서 져 오태석에게 보낸 차 트렁크에서 염미정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시작한다. 누가 죽였는지 알 수 없는 그 상황 속에서 그들은 시체를 들어 펜트하우스까지 옮기고, 그 시체를 묻어버릴 걸 공모한다. 거대한 트렁크에 염미정의 시체를 넣어 오태석의 사유지에 묻어버리는 그 과정들이 상세하게 공개된다. 

하지만 강인호가 염미정의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되어 위기에 처하게 되자 죄책감을 느낀 서준희는 경찰에 자수를 결심하는데, 그 사실을 알게 된 오태석과 김학범이 그를 붙잡아 산으로 끌고 간다. 그 곳에서 실랑이를 벌이다 김학범이 돌로 서준희의 머리를 내리쳐 쓰러뜨리는데, 그가 죽은 걸로 오인한 두 사람은 친구마저 버리자고 결심한다. 하지만 서준희를 버리러 가는 도중 그가 깨어난 걸 알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오태석은 아예 불씨를 제거하려 그를 차에 태워 산 밑으로 굴려버린다. 

사실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수사하는 이야기들은 이미 장르물들에 꽤 많이 등장한 바 있다. 그러니 <리턴>의 소재 자체가 남다르다고 하기는 그렇다. 하지만 <리턴>이 훨씬 더 자극적으로 느껴지는 건, 범죄자들의 시선들을 더 많이 따라가고 그 행각 또한 잔인하기 때문이다. 

물론 <리턴>이 그리려는 건 이들의 범죄를 들여다보는 일만이 아니라, 최자혜(고현정)와 독고영(이진욱)이 그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흐름은 사건 해결의 과정이 아니라 범죄가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디테일한 이야기들이다. 

당연히 몰입감은 높을 수밖에 없고, 시청률도 나올 수밖에 없다. 드라마라고 하기에는 꽤 수위가 높은 자극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가 보기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차라리 등급 수위를 좀 높여서 19금으로 했다면 납득이 될 만하지만, 마약, 살인, 폭력, 자해, 불륜 같은 소재들을 그것도 범죄자들의 시선을 따라가며 자세히 보여주는 드라마는 불편함을 남길 수밖에 없다.(사진:SBS)

'나영석 PD 천재설'에 대해 본인은 이렇게 답했다

“능력 있는 친구들을 빨리 알아보고 내 것처럼 빼 쓰는 능력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지난 23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콘텐츠 인사이트’ 세미나에 강연자로 나온 나영석 PD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이 “천재를 요구하지 않는 시대”라고도 했다. 그보다는 “좋은 동료들”을 더 많이 옆에 두는 게 좋다는 것. 

나영석 PD의 이 이야기는 최근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 화두가 되고 있는 ‘협업’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꺼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미 KBS 시절부터 협업이 얼마나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의 시너지를 올리는가를 경험해왔던 PD다. 혼자서는 힘겨웠던 신출내기 연출자 시절 그에게 손을 내밀어줬던 이명한 PD와 이우정 작가가 있어 그는 비로소 날개를 펼 수 있었다. 

그가 CJ로 이직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도 이명한 PD와 이우정 작가가 거기 이미 포진해 있었고 그들과 함께 하는 작업에 대한 신뢰가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결국 CJ로 와 tvN 예능의 대기록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 기반이 ‘협업’에 있었기 때문에 그에게는 지난 한 해 동안의 성과가 남다르게 다가올 법 했다. 지난 한 해 그는 내내 후배들과의 협업을 통해 <윤식당>, <강식당>, <알쓸신잡> 같은 빛나는 성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냐는 필자의 질문에 나영석 PD는 “후배들과의 협업을 계속 할 것”이라고 답했다. 사실 나영석 PD가 홀로 자신의 프로그램을 새롭게 런칭하기를 기대했던 필자에게는 다소 실망스런 답변이었지만, 이제 그 의미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건 이제 혼자 작업하는 것보다 함께 작업하는 협업이야말로 그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이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사실 이런 협업의 중요성은 이미 신원호 PD가 저 <응답하라> 시리즈의 성공을 두고 밝힌 바 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작품들을 보고 그가 천재가 아니냐고 말하곤 한다. 그토록 많은 취향들을 담아내고, 그 많은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이야기들을 꼼꼼히 펼쳐내는 것에 대한 놀라움의 표현들이다. 하지만 신원호 PD는 일찍이 그것이 여럿이 함께 하는 작업이 만들어내는 일종의 ‘착시현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예능 방식으로 작가와 PD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기획부터 캐릭터, 대사까지 하나하나 회의를 통해 만들어나가는 그의 방식은 협업이 어째서 지금의 제작 방식에 중요한 화두가 되는가를 보여준다. 많은 이들의 아이디어와 생각과 취향이 녹아들기 때문에 작품은 훨씬 다채로워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폭넓은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는 힘이 바로 그 협업에서 나온다. 

<미생>, <시그널>을 연달아 성공시킨 김원석 PD는 지금의 성공하는 작가들의 대부분이 ‘협업’을 얼마나 잘 해나가느냐에 그 성패가 달려있다고 말한 바 있다. 놀랍게도 그 역시 나영석 PD가 얘기한 것처럼, 성공하는 작가들은 대부분 같이 협업하는 작가들의 가능성을 내 것처럼 빼쓰는 능력을 갖춘 이들이라고 했다. 

한때 ‘사단’이라고 하면 그저 관계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기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단’이라는 말의 뉘앙스가 완전히 달라졌다. 나영석 개인이 아닌 나영석 사단이라고 부르고, 신원호 개인이 아닌 신원호 사단이라고 부르는 데는 그 밑바탕에 그 성취가 혼자 이룬 것이 아닌 여럿이 함께 한 협업을 통한 것이라는 전제가 깔린다. 이제 성공하는 콘텐츠의 기본 조건으로 ‘협업’은 중요한 화두로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사단의 탄생’은 이제 보다 강력한 콘텐츠를 위한 기본전제가 되어가고 있다.(사진 : 한국콘텐츠진흥원)

‘그사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가족의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다

자식을 먼저 보낸 사고 현장을 보는 엄마의 마음은 얼마나 끔찍할까.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에서 문수(원진아)의 엄마 윤옥(윤유선)은 멀찍이 현장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두 손이 떨렸다. 시간이 한참 흘렀지만 그에게 사고는 마치 어제 벌어진 일인 양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그러니 그 떨리는 손에 애써 술병을 쥐고 의지했을 터다.

그런 아내를 보는 남편 하동철(안내상)의 마음은 또 얼마나 참담할까. 무너진 건물 잔해더미에서 겨우 찾아낸 딸의 시신을 확인한 그는 못내 아내에게 그 마지막 모습을 보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자신만 확인하고 딸을 떠나보냈지만 아내인 윤옥은 그게 끝내 후회로 남았다. 그 마지막 얼굴을 못보고 떠나보낸 것이. 하지만 남편은 자신도 후회한다고 했다. 그 마지막 모습을 본 것이. 

피해자의 가족은 그렇게 뭘 해도 후회할 수밖에 없는 회한 속에 살아간다. 어찌 보면 사고는 저 밖에서 났고 그래서 그들은 모두가 피해자지만 그 가족들마저 서로를 의지하기가 쉽지 않다. 서로를 보는 것이 그 아픈 상처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힘겹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러 아픈 말들을 독하게 쏟아낸다. “참 속 편해 좋겠네. 어떻게... 어떻게 이렇게 멀쩡할 수가 있어요?”

하지만 그 누구도 멀쩡한 사람은 없다.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려 애쓰고 있을 뿐이다. 멀쩡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그 아픈 상처들이 계속 끄집어내질 것으로 알고 있으니. “자네 눈에는 내가 이렇게 사는 게 멀쩡해 보여? 이 사람아 자식 잃고 멀쩡한 부모가 어딨나. 그런 일을 당하고 멀쩡한 사람이 어딨냐고?” 하동철의 이 아픈 호통은 그래서 단지 드라마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많던 사고 피해자들의 절규가 담겨져 있다. 시간이 흐르고 모든 건 제자리로 돌아간 것처럼 보이지만 그 어떤 것도 멀쩡한 건 없다. 

그 사고 현장에서 동생을 보내고 자신만 혼자 살아남은 문수의 마음은 오죽할까. 그는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또 죄책감과 미안한 감정을 버리지 못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술에 빠져사는 엄마와 집 나와 가게를 하며 지내는 아빠에게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엄마가 툭 던진 그 사고가 있던 날에 대한 회한 섞인 한 마디가 못내 그 상처를 드러내게 만든다. “그 날도 그래. 그렇게 연수랑 같이 있으라고...”

동생과 꼭 같이 있으라고 했던 엄마의 그 말은 동생을 먼저 보낸 문수에게는 가장 큰 아픔으로 남았을 것이었다. 그러니 그 말은 비수처럼 문수의 상처를 헤집는다. 그래서 끝내 꺼내지 말아야할 말이지만 속 깊숙이 담겨져 있던 말이 튀어나온다. “같이 있었음 나도 죽었어. 그게 더 나았겠어? 아님 연수 대신 내가 죽었으면 했어?...그 날 나랑 연수 거기로 보낸 건 엄마야. 그럼 엄마가 미안해야지? 왜 자꾸 내가 미안하게 하는데?” 그는 그 긴 시간을 미안한 감정 속에 살아오며 자신의 아픔은 저 밑으로 꾹꾹 눌러 놓았던 거였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가 그리는 ‘사랑’은 어쩌면 강두(이준호)와 문수와의 남녀 간의 사랑만을 뜻하는 건 아닐 게다. 그건 어쩌면 문수네 가족 이야기를 포함하는 것일 게다. 가족이라면 그냥 사랑할 수 있는 그런 관계지만, 사고는 이 가족에게 그걸 허락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사고 현장에서 먼저 보낸 가족의 일원이 남긴 상처가 피할 수 없는 그림자로 드리워져 있다. 시간이 지나도 결코 지워지지 않는 상처. <그냥 사랑하는 사이>가 꺼내놓는 이 남은 가족들의 상처는 그래서 지금도 누군가에게는 계속되는 일일 것이다. 결코 우리도 잊어서는 안 되는.(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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