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줍쇼’가 품은 ‘강식당’·‘도시어부’·‘정글의 법칙’

퓨전이 창작의 중요한 트렌드가 된 건 오래지만 이만큼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하나로 묶여져 보이는 건 놀랍다. 신년을 맞아 신대방동에서 첫발을 디딘 JTBC <한끼줍쇼> 이야기다. 이 날 이수근과 김병만을 게스트로 꾸려진 <한끼줍쇼>에는 이들의 조합만으로도 흥미진진한 콜라보의 향연이 펼쳐졌다.

한 건물 옥상에 연 오프닝은 <한끼줍쇼>가 마련한 조촐한 시상식(?) 형식으로 꾸며졌다. 연말 시상식을 하지 않는 JTBC이기 때문에 <한끼줍쇼>가 대신 마련한 시상식을 통해 그간 고생해온 이경규와 강호동의 공적을 상찬하는 시간을 가진 것. 물론 예능적인 상황극을 통한 시상식이었지만, 이 이벤트가 가진 의미는 의외로 컸다. 실제로 연말 시상식에서 무관을 기록한 이경규와 강호동은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비지상파에서 더 열심히 뛴 결과이기 때문이었다. 만일 비지상파들을 포함한 통합 시상식이 있었다면 이 두 사람의 수상은 당연했을 정도로 지난 한 해 이들의 활약은 눈에 띈 바 있다. 

이렇게 오프닝부터 간단하게 연말 지상파 시상식을 품어버린 <한끼줍쇼>는 이수근과 김병만과 함께 하며 본격적인 퓨전의 맛을 보여줬다. 먼저 그 오프닝을 했던 장소가 과거 JTBC가 초창기 <이수근과 김병만의 상류사회>를 촬영했던 옥탑이었다. 사실상 JTBC예능의 효시격인 이 프로그램이 했던 장소에서 <한끼줍쇼>의 새해 오프닝을 한다는 건 그래서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마치 새해에 JTBC예능이 가진 포부와 함께 초심을 다지듯.

이 날 신대방동에서의 한 끼 밥상은 출연자들이 재료를 준비해가 문을 열어준 고마운 동네분들에게 음식을 해주는 콘셉트로 진행됐다. 그래서 준비된 것이 강호동이 <강식당>에서 시도했던 탕수육 라면과, 이경규가 끓이는 굴 라면. 여기서 <한끼줍쇼>는 자연스럽게 최근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강식당>을 프로그램으로 끌어들였다. 

강호동은 김병만과 한 팀이 되어 문을 열어준 노부부에게 탕수육 라면을 끓여주었고, 이경규와 이수근은 한 자취하는 청년의 집에서 굴 라면을 끓이며 <강식당>의 라면과 비교하기도 했다. 계속 깐죽대며 토를 다는 이수근에게 버럭 화를 내는 이경규의 장면에서는 <강식당>에서 강호동이 화를 낼 때마다 보여지던 ‘화면 조정 시간’의 인서어트가 들어가 패러디의 웃음을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최근 역시 화제가 되고 있는 이경규가 출연하는 채널A <도시어부>의 이야기도 첨가됐다. 이경규가 <한끼줍쇼>는 <강식당>과 다르다며 이수근을 면박주자, 이수근 역시지지 않고 <도시어부>를 언급하며 맞대응했던 것. 그러고 보면 <도시어부>에서도 잡은 물고기를 갖고 요리를 하는 이경규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한끼줍쇼>에서 굴 라면을 만드는 모습과 어우러졌다. 

강호동과 함께 한 김병만은 SBS <정글의 법칙>에서 펄펄 날던 그 모습과 달리 도시 한 가운데서의 적응이 쉽지 않은 모습을 보여 쏠쏠한 웃음을 주었다. <정글의 법칙>과 비교하며 등장하는 ‘한끼의 법칙’이라는 자막은 <한끼줍쇼>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날것이 야생의 정글만큼 쉽지 않다는 걸 드러내줬고, 어렵게 노부부와 한 끼를 하면서 갈치조림을 족장의 포스를 보여주며 먹는 김병만의 모습과 라면을 한 입에 후루룩 마시듯 먹는 <섬총사>에서의 강호동의 모습이 재연되기도 했다. 

이 정도면 놀라운 콜라보의 향연이 아닐 수 없었다. 새해를 시작한 <한끼줍쇼>는 한 프로그램 속에 연말시상식, <이수근과 김병만의 상류사회>, <강식당>, <도시어부>, <정글의 법칙>, <섬총사>까지 푹푹 담아 푸짐한 예능 한 상 차림을 내놨다. 어쩌면 올해 예능의 또 한 가지 트렌드를 이 방송은 보여주는 듯 했다. <강식당>이 <신서유기>와 <윤식당>의 콜라보로 만들어진 성공작인 것처럼, 서로 다른 예능이 하나로 묶여져 시너지를 내는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은 이 <한끼줍쇼>를 통해 확실히 높아졌다.(사진:JTBC)

‘감빵생활’, 작품도 좋지만 운용도 현명하다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9.1%(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했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10%를 넘겼다. 지난 21일 7.9% 시청률에서 이처럼 훌쩍 뛰어오른 건 연말을 맞아 한 주 간의 휴방이 가져온 효과다. 워낙 관심이 높은 드라마인지라 한 주 쉰다는 소식에 시청자들의 원성도 높았지만, 그 한 주의 기대감이 증폭되어 새해에 다시 방영된 11회에는 더 많은 시청자들이 관심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 11회의 내용을 보면 그간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흘러온 이야기 구조에서 크게 달라지거나 튀거나 한 부분은 없다고 보인다. 늘 그래왔듯이 감방에 들어온 인물들의 이야기가 뒤편에 깔리고 웃음과 감동 그리고 긴장감이 병치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던 것. 이 날 이야기에서 가장 핵심적이었던 건 제혁(박해수)의 어깨를 찔렀던 똘마니(안창환)가 같은 감방으로 들어오며 대놓고 위협을 하는 상황과, 이를 막기 위한 감방 동기들의 노력이었다. 

감방생활에 너무 잘 적응하고 있는 주인공 제혁에 위기감을 끌어올려주고 따라서 드라마에도 긴장감을 다시 만들어주는 역할로서 똘마니라는 캐릭터는 그래서 적절한 순간에 등판했다고 보인다. 그 위기 속에서도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고 들어왔다는 무기수의 아픈 속 얘기를 빼놓지 않았다. 소각장에서 제혁 대신 죽을 위기에 처했다가 구출된 무기수는 윤간당해 죽은 딸 곁으로 가겠다며 왜 자신을 살렸냐고 오열했고, 그 무기수에게 제혁은 찔레꽃을 선물하는 훈훈한 장면도 이어졌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한 주를 쉬게 된 건 다름 아닌 연말이라는 특수한 시간대 때문이지만, 그 한 주의 휴방은 여러모로 ‘신의 한수’가 된 면이 있다. 그것은 기대감을 높여준 차원도 있지만, 지금껏 흘러오던 드라마 제작에도 일종의 브레이크 타임으로 작용한 면도 있다. 우리네 드라마 제작의 여건상 급박하게 흘러가기 마련이고, 누적된 노동의 피로감도 중반을 넘기면 훨씬 가중되기 마련이다. 이런 시점에 적절한 휴지기를 갖게 된다는 건 제작자들에게는 보다 높은 완성도를 위해서도 또 제작여건을 위해서도 천운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것은 시청자들을 위한 휴지기가 되기도 한다. 물론 한 주 쉬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크지만, 중반을 넘어오며 어느 정도 패턴화 되기 마련인 드라마의 흐름을 한 번 끊고 가는 것으로 조금은 새롭게 드라마를 다시 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쉬는 그 한 주에 그간의 줄거리들을 압축해서 보여주고 그 뒷얘기를 더해 새로운 시청층을 유입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그런데 이게 과연 그저 천운일까.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다. 신원호 PD는 지난 <응답하라 1988>에서도 똑같은 휴지기를 가진 바 있다. 공교롭게도 연말에 배정된 이 드라마는 2015년 12월 26일 16회를 방영하고 다음 주 한 주를 휴방했다가 이듬해 1월 8일 17회를 방영한 바 있다. 물론 그 때는 연말이 아니고 연초였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 ‘보다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위해’ 휴방을 결정했던 것. 그 때는 결과는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졌다. 17회에 15%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는 18회에 17%로 훌쩍 뛰었다. 휴지기를 통한 보다 공고한 완성도를 추구한 결과다.

신원호 PD는 <응답하라 1997>이 여름에 방영된 이후,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88> 그리고 <슬기로운 감빵생활>까지 연말연시에 드라마가 배정되었다. 그래서 그 연말연시의 분위기에 적절히 동승해 필요하다면 한 주 쉬어가는 운용을 통해 드라마의 완성도도 높이고 시청자들의 관심을 다시금 집중시키는 효과를 거두어갔다. 실로 완성도 높은 작품은 물론이고 ‘슬기로운’ 드라마 제작 운용이 아닐 수 없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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