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녀석들2’, 주인공급 김무열의 죽음이 예고하는 것

OCN 주말드라마 <나쁜 녀석들2>는 8회 만에 서원시를 쥐고 흔들던 조영국(김홍파)과 그와 결탁했던 비리검찰 이명득(주진모) 검사장이 모두 검거됐다. 우제문(박중훈) 검사가 그토록 바라던 일이었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았고, 또 희생도 컸던 이 사건이 이제 겨우 중반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마무리됐다는 건 그게 끝이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사건이 마무리되고 각자 뿔뿔이 흩어지게 된 우제문과 함께 했던 이른바 ‘나쁜 녀석들’은 그러나 여전히 그 사건 이후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처참하게 살해당한 양필순(옥자연)의 살해범을 장성철(양익준)은 계속 추적하고 있고, 허일후(주진모)는 제 손으로 조영국(김홍파)을 제거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긴 채 생업을 하며 알게 된 한 소녀의 실종사건을 추적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박창준(김정학)의 죽음이 조영국의 사주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노진평이 그 사건을 수사하다 죽음을 맞이하게 된 일이다. 그는 죽기 직전 우제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진범을 찾았다.”며 검찰 내부가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특히 조영국-이명득 사건을 수사할 때 함께 했던 “특수 3부 사람들”이. 

노진평은 조영국-이명득 사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키를 맡았던 인물이다. 검찰총장이 이 모든 사건이 조영국으로 인해 생긴 일이라 주장하는 이명득과, 그게 아니라 이명득이 오히려 악의 뿌리라고 주장하는 반준혁(김유석)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을 때 노진평이 던진 한 마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쪽팔리지 않게 해달라”며 “법대로만 해달라”고 요구해 검찰총장의 마음을 움직였다. 결국 검찰총장이 반준혁의 손을 들어줘 이명득은 검거되게 됐다.

그래서 사실상 주인공이라 여겼던 노진평이 이렇게 드라마 중반에 허망하게 죽음을 맞이했다는 건 시청자들로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16부작으로 아직도 8회 분량이 남은 시점에서 왜 <나쁜 녀석들>은 거의 주인공의 무게를 갖던 노진평의 죽음을 그려낼 수밖에 없었을까. 그건 이 드라마가 나쁜 놈들 몇몇을 잡는 것으로 ‘적폐청산’의 길이 열리는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인물은 바뀌어도 ‘악의 시스템’은 여전히 공고하다. 그래서 이명득이 나간 자리에 이제 실세로 서게 된 반준혁이 의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게다가 팀이 해체된 이후 ‘범죄와의 전쟁’을 내건 검찰이 특수 3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건 이 ‘악의 시스템’이 인물만 바뀌어도 되돌이표처럼 반복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특수 3부는 이른바 실적 올리기에 혈안이 되어 범인을 잡는 것이 아니라 범인을 만들어내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결국 노진평의 죽음은 이 ‘악의 도시’가 갖고 있는 공고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건으로서 후반 남은 8부 동안의 싸움이 더 치열해질 것을 예고한다. 그것은 가지를 제거하는 일이 아니라 좀 더 깊은 뿌리를 건드리는 일이 될 것이니 말이다. 

적폐청산이 어려운 건 그 적폐가 외부의 적만이 아니라 내부의 적도 포함하고 있어서다. 그러니 그건 제 살을 도려내는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나쁜 녀석들>이라는 특수한 위치에 선 이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도 소외된 이들이기 때문에 안과 밖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게 된 것. 다소 충격적일 수 있는 노진평의 죽음이 이해되는 건 그래서다. 그의 죽음은 이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는 걸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다.(사진:OCN)

‘황금빛’ 나영희, 가진 자들의 착각 혹은 오만

“너였구나. 우리 도경이 집 나가게 한 게 너였어. 서지안 네가 감히 내 뒤통수를 쳤구나. 네 엄마 아버지로 부족해서 너까지. 배포가 아주 크구나 너. 그 엄마에 그 딸이야. 들어와서 팔자 바꾸려다 안되니까 다른 길을 찾은 거니? 도경이한테 붙으면 해성가에 다시 들어올 줄 알았어? 이번엔 엄마 아버지까지 같이 머리 모아 기획했니? 서태수가 네 연락처 안 가르쳐줄 때 수상했어. 우리 도경이 어딨어. 경고하는데 그 입에서 또 한 번 한 마디라도 거짓말 나오면 가만 안둔다 지안아.” 

KBS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인생>에서 해성가 사모님 노명희(나영희)는 다짜고짜 서지안(신혜선)을 찾아와 집 나간 아들 최도경(박시후)이 너 때문이 아니냐며 몰아세운다. 그런데 그 말들을 들여다보면 가진 자들이 가진 착각과 오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자기중심적이다. 자신의 아들 최도경이 자신들의 그 숨 막히는 세계로부터 탈출해 나왔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못한다. 대신 서지안의 꼬드김에 넘어갔다고 착각하는 것.

착각과 오만은 그게 끝이 아니다. ‘감히’라는 표현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선민의식과 특권의식이 뼛속까지 들어차 있다. 그래서 서민들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다. “그 엄마에 그 딸”이라는 말 속에는 핏줄에 따라 그 사람도 다르다는 그의 이상한 생각이 담겨 있다. 이 정도면 중증이다. 돈 좀 있다고, 그래서 돈으로 뭐든 할 수 있다는 이상한 생각.

그래서 노명희는 해성가 같은 재벌가라고 하면 모두가 들어가고 싶어 안달난 줄 안다. 그래서 서지안을 몰아세운다. 마치 자신의 생각이 맞지 않냐고 강변하듯. “언제부터였니 니들. 네가 아닌 거 알고 나서지? 그래서 너 도경이한테 먼저 말했지? 도경이 욕심나서. 도경이를 가지면 해성을 가질 수 있을 줄 알고.” 전형적인 신데렐라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만, 이 정도면 노명희는 ‘재벌가 콤플렉스’에 빠진 사람 같다. 

이어지는 서지안의 일갈은 <황금빛 내 인생>이라는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를 압축해서 담아놓는다.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저는 최도경 씨하고 아무 사이 아닙니다.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 전혀 없습니다. 최도경 씨 이용해서 얻고 싶은 것도 가지고 싶은 것도 없습니다. 특히 해성가에 다시 들어가고 싶은 생각 전혀 없습니다. 전. 제가 싫거든요.”

서지안의 이 한 마디는 이른바 ‘신데렐라 콤플렉스’라는 전형적인 틀을 깨는 발언이고, 오히려 ‘재벌가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노명희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이는 말이다. 정신 좀 차리라는 것. 돈이면 다 되는 줄 알지만, 그 재벌가를 끔찍하게 경험한 서지안에게는 그 곳으로 돌아간다는 건 지옥 같은 일이다. 게다가 모든 걸 포기하려 했다 다시 살아난 그는 자기 스스로 선택하고 일궈나가는 길이 진짜 잘 사는 길이고 행복해지는 길이라는 걸 알고 있다. 

노명희가 살아가는 삶이 ‘황금’으로 둘러쳐진 화려한 삶일지라도 전혀 행복해보이지 않지만, 집을 나와 홀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조금씩 제 인생의 빛을 찾아가는 서지안의 삶이 훨씬 행복해보이는 이유다. 그러고 보면 서지안을 걱정해 전화한 아버지가 한 말이 유독 큰 울림으로 남는다. “네가 어떤 아이였는지 네가 어떤 사람인지 그것만 다시 생각했으면 좋겠다. 네 길의 불빛은 너만 비출 수 있는 거야 결국.”(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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