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해명에도 논란만 커진 이유

 

“내가 왜 그랬을까? 우선 실수로 올린 게 맞고요. 사실 누구를 탓할 게 없는 게 제가 실수로 한 것이기 때문이에요. 그냥 힘들다 이런 게 아니고요. 그냥 나는 도대체... 되게 여러사람 한테 미안한 일이잖아요. 제가 스스로 이렇게 된 것이기 때문에 누구에게 가장 미안해야 할까?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미안해야 할까? 아니면 내가 상처 준 사람을 사랑해준 사람들에게 미안해야 하는 걸까? 되게 그랬었어요.”

 

'화신(사진출처:SBS)'

아이유는 이렇게 얘기하며 손을 떨고 있었다. <화신>의 ‘풍문으로 들었소’라는 코너는 연예인의 루머를 끄집어내 일종의 해명을 하는 형식. 아이유는 아마도 이 코너에 가장 뜨거운 게스트였을 게다. 그도 그럴 것이 SNS 상에 올라간 은혁과 함께 찍은 사진에 얽힌 내막은 물론이고 결혼설, 임신설까지 떠돌았으니 말이다. <화신>에 아이유가 출연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눈과 귀가 쏠릴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 방송은 <화신>에는 도움이 되었을 지 몰라도 아이유에게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다. 먼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두루뭉술했던 아이유의 해명이 그다지 궁금증을 풀어주진 못했다는 점이다. 사실 명쾌하게 해명하기도 어렵고 또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것은 단지 아이유만의 문제가 아니라 타인과도 얽혀져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애초부터 속 시원한 해명은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굳이 예능 프로그램에 왜 출연해야 했을까. 그것도 사적인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든 꺼내야 하는 토크쇼에. 아이유 스스로도 말했듯이 “안 나오면 안 나왔지” 기왕에 나왔다면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이 왕도일 수밖에 없다. 결국 털어놓을 수 없는 해명이라면 아예 애초부터 프로그램 출연을 고사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아이유는 지금 현재 대단히 중요한 갈림길에 놓여 있다. 쉽게 잊혀지면 좋겠지만 SNS에 올라온 은혁과 함께 찍은 사진의 잔상은 여전히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상황이다. 그 사진 한 장으로 인해 아이유는 과거 같은 이미지 메이킹을 고수하기 어렵게 되었다. 결국 순수하면서도 털털하고 자기 주관 뚜렷한 과거의 이미지는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아이유가 연기 영역에서도 어느 정도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점이다. <최고다 이순신>은 작품의 완성도가 그다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유의 연기만큼은 두드러지는 면이 있다. 물론 대단히 잘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아이돌 출신으로 이 정도의 몰입은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한 연기임에는 분명하다.

 

아이유의 이미지 관리에 있어서 이 연기 영역이 해줄 수 있는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연기라는 영역 자체가 그 연기자에게 성숙된 이미지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어떤 삶을 연기한다는 것은 그만한 경험(간접경험을 포함해)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아이유가 연기를 하고 그 연기가 어느 정도 대중들에게 인지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지금으로서는 연기자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동시에 가수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아이유에게는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 말이 아닌 행동과 퍼포먼스로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과거의 이미지를 지우고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토크쇼에 출연한다는 것은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해명을 했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논란만 더 커지게 된 건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애초에 해명할 수도 없고 해명해도 해명되지 않는 이야기를 섣불리 꺼내놓기만 할 뿐인 토크쇼에 굳이 출연할 필요가 있었을까.

예능에 부는 스포츠 바람, 왜?

 

스포츠는 연예인 예능의 극점인가. 최근 예능에 부는 스포츠 바람이 심상찮다. 강호동은 자신의 장기인 스포츠로 특화되는 양상이다. <우리 동네 예체능>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탁구로 시작했던 종목은 볼링을 거쳐 배드민턴으로 접어들었다. 또 <맨발의 친구들>이 ‘단점 극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다이빙을 아이템으로 잡는 바람에 강호동은 다이빙도 하게 되었다. 그것도 그저 흉내 내는 정도가 아니라 김천시에서 벌어지는 국제 마스터스 대회에 출전까지 했다. 아마도 최근 강호동의 일주일은 스포츠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맨발의 친구들, 런닝맨(사진출처:SBS)'

<런닝맨>은 작년에 이어 박지성과 함께 하는 자선축구대회인 ‘아시안 드림컵’에 출전했다. 이 대회에는 박지성은 물론이고 그의 절친인 세계적인 축구선수 에브라도 참여했다. 유재석은 페널티 킥을 차는 기회를 얻었지만 골대를 맞추는 아쉬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예능에서 축구를 다룬 것은 여러 번이지만 이처럼 해외에서 국제적인 스타들과 함께 하는 축구대회는 이례적인 일로 기록된다.

 

<정글의 법칙> 히말라야 편은 사실상 ‘등정’이라는 스포츠의 한 영역을 집중적으로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김병만을 위시한 병만족들은 고산병과 사투를 벌여야 했고, 고산지대에 살아가는 부족들과 즉석에서 축구대회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안정환이 게스트로 히말라야 편에 투입된 것은 여러모로 효과적이었다 여겨진다. 폐활량이 좋은 안정환에게 고산지대 적응은 훨씬 용이했을 수 있고 또 축구라는 아이템에 최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MBC에서 방영되고 있는 <파이널 어드벤처>는 최근 들어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는 익스트림 스포츠와 서바이벌을 엮은 프로그램이다. 물론 우리 식으로 유화된 버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카약이나 암벽등반 같은 스포츠가 주요 아이템이다. 또 <맨발의 친구들>이 일회적인 아이템으로 보여줬던 다이빙의 매력은 8월 정도에 MBC에서 <파이널 어드벤처>의 후속으로 편성이 잡힌 <스타 다이빙쇼 스플래시>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 프로그램은 전 세계적인 인기의 다이빙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셀러브리티 스플래시>의 포맷을 수입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야외에서 주로 벌어지는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시도하는 소재가 스포츠다. 마라톤에서부터 사이클, 야구 등등. 심지어 <진짜사나이> 같은 군 소재 예능 프로그램도 체육대회를 통해 씨름과 군장달리기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의식해서 바라보면 스포츠 없는 예능 프로그램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고,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스포츠를 주요 소재로 예능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지는 단계다.

 

예능이 스포츠를 선호하는 이유는 그것이 특별한 장치 없이도 ‘각본 없는’ 드라마가 되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조미료 없는’ 예능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스포츠만큼 적합한 소재가 없는 셈이다. 어디로 튈지 그 결과를 전혀 알 수 없는데다가 그 과정 역시 대단히 역동적인 장면들을 지극히 자연스럽게 만들어낸다. 도전이 주는 용기가 있고 과정이 주는 땀의 가치가 있으며 결과가 주는 보람이 있다. 이보다 좋을 수가 있을까.

 

스포츠가 예능의 트렌드로 자리하면서 스포츠 스타들을 예능에서 발견하는 건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아빠 어디가>의 송종국, <정글의 법칙>의 안정환, <런닝맨>의 박지성과 구자철, 그리고 <파이널 어드벤처>의 유상철. 이 정도면 월드컵 대표팀을 꾸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상대적으로 은퇴시기가 빠른 스포츠선수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감안해보면 앞으로 이들의 예능 진출은 훨씬 더 본격화될 거라는 걸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예능이 스포츠(혹은 거의 스포츠에 가까운 게임이나 경기)를 다루면서 예능인들은 거의 운동선수화 되어가고 있다. 물론 요즘처럼 체력을 요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환경 상 몸 관리는 필수지만 여기에 예능인들은 이제 운동선수들의 기술을 익히는 단계까지 이른 것. 기존 스포츠 스타의 예능 진출이 본격화되고 예능의 리얼리티화가 더 진행된다면 앞으로 예능과 스포츠는 분간하기 어려운 상황에 도달할 지도 모른다. 이미 서구에서 익스트림 스포츠가 예능의 주류 트렌드가 되고 있는 것처럼.

로이킴 논란, 무엇이 불씨를 키웠을까

 

<슈퍼스타K>의 최고 전성기는 허각이 배출됐던 시즌2다. 당시 친숙한(?) 외모에 환풍기 수리공으로 생활하며 노래를 부른 허각은 <슈퍼스타K>, 아니 오디션 프로그램의 아이콘이 되었다. 단지 오디션 우승자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신드롬의 주인공이 되었던 것.

 

'로이킴(사진출처:CJE&M)'

그로부터 2년 후 <슈퍼스타K> 시즌4가 배출한 로이킴은 여러모로 허각과는 정반대의 위치에 서 있는 인물이었다. 잘 생긴 외모에 모 주류업체 대표 아들이라는 배경, 유학파에 누가 봐도 매너있어 보이는 신사 이미지 그리고 심지어 노래까지. 게다가 로이킴은 작사 작곡 능력까지 선보이며 작년 오디션 프로그램의 화두라고도 할 수 있었던 아티스트 이미지까지 갖고 있었다. 허각이 서민들의 동일시 대상이었다면 로이킴은 로망이었던 셈.

 

실제로 로이킴은 ‘봄봄봄’을 발표하며 가요계에 바람을 일으켰다. 젊은 나이에 걸맞지 않은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묻어나는 이 곡은 컨트리풍에 ‘-소’로 끝나는 옛 어투를 구사하는 것으로 그가 갖고 있는 폭넓은 세대에 걸친 팬덤을 겨냥하고 있었다. ‘봄봄봄’은 싸이와 조용필이 본격 활동을 벌이던 시기에 음원차트와 각종 음악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발표와 동시에 표절 논란의 불씨가 생겨났던 것도 사실이다. 도입 부분은 고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후렴구는 노르웨이 밴드 아하의 ‘테이크 온 미’와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 로이킴측은 ‘고 김광석을 가장 좋아했던 로이킴이 그분 음악을 베낄 수 있겠느냐’며 ‘공식대응이랄 것도 없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사실 이 초창기 불씨에 대해서 로이킴측이 조금 더 신중하게 대처를 했다면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논란까지 불거지지는 않았을 수 있다. 너무 쉽고 단순한 일로 치부했던 것. 하지만 이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잠복해 있다가 로이킴이 콘서트에서 언급한 장범준 코멘트로 인해 다시 불이 붙었다.

 

“버스커 버스커 장범준이 곡 중간에 '빰바바밤'이라는 결혼식 축가 멜로디를 넣어 부른 걸 보고 영감을 받아 작곡했는데 비난을 많이 받았다. '축가'는 내가 작곡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 한다면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장범준을 언급하도록 하겠다.” 이 코멘트는 아마도 표절이 아니라는 자신감의 표명이었을 것이지만 과한 발언이었고 결국 도화선이 되어버렸다.

 

어쿠스틱레인의 ‘Love is cannon’ 표절 논란으로까지 확산된 건 분명 이 장범준 코멘트가 만들어낸 후폭풍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지난 5월에 어쿠스틱레인이 블로그에 적은 글이 안티 팬들에 의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 하지만 일련의 논란에 대한 로이킴측의 대응도 적절치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싱어 송 라이터로 로이킴을 이미지 메이킹하던 차에 표절 논란이 나오자 공동작곡가 배영경씨가 언급되는 대목이 그렇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로이킴측의 대응이 지나치게 논리적인 주장에만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다. 즉 누가 먼저 발표했느냐는 선후관계를 따지거나 전문가 의견을 덧붙여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식은, 이 문제의 핵심인 ‘대중들의 정서적인 부분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라는 점이다. 마치 표절이냐 아니냐가 핵심인 것 같지만 이 문제는 이미 그 진위공방의 사안을 넘어서 로이킴에 대한 정서적 반감의 문제로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만일 허각 같은 서민들과 동일시되는 인물이었다면 설혹 표절 논란이 나왔다고 해도 이 정도로 문제가 비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갖춘 듯한 엄친아 이미지의 로이킴은 그것이 잘 유지될 때는 반짝반짝 빛나지만 어떤 작은 틈이라도 보일 때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이것을 타블로의 사례에서 확인한 바 있다. 그의 화려한 스펙이 모두 사실이지만 대중들이 믿지 않게 된 건, 정서의 문제를 팩트의 문제로 풀려한 데서 비롯된 일이다.

 

표절 논란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문제일 뿐이다. 그리고 로이킴측은 아마도 이 문제가 거기에서 그치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로이킴은 이 대중들의 정서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표절 논란이 해결된다고 해도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은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 허각과는 정반대 이미지의 소유자, 로이킴에게 벌어지는 논란은 그래서 타블로의 경우를 자꾸 떠올리게 된다.

<진짜사나이>의 가치, 군대와 일반인의 소통에 있다

 

지극히 당연하게도 <진짜사나이>는 진짜가 아니다. 그리고 이것은 대중들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들은 이미 군대를 다녀왔거나 아직 군대에 가보지 않았던 사나이들이고(심지어 외국인도 있다) 군부대에서 일반사병들과 실제로 일주일씩 머물며 병영을 체험한다. 방송은 그 체험을 포착해 예능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지 진짜 날 것의 군대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가능해서도 안 된다. 군 기밀이라도 유출된다면 큰 일이지 않은가.

 

'진짜사나이(사진출처:MBC)'

<진짜사나이>의 내무반은 그래서 특별히 방송을 위해 마련된 것이다. 김수로와 샘 해밍턴, 류수영, 서경석, 손진영, 그리고 장혁과 박형식이 일반사병들과 함께 일주일 간 함께 지내기 위해서는 그렇게 특별한 내무반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거기서 함께 일주일을 지내는 일반사병들도 선별된 병사들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특별하게 마련되고 통제되지 않는다면, 방송은 그 자체로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사고를 미연에 예방하기가 어려워진다.

 

하지만 출연자들이 진짜 군인이 아니고, 내무반이 실제 내무반이 아니며, 일반사병들도 선별된 병사라고 해서 이것이 전부 가짜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들이 함께 유격훈련을 뛰면서 헬기 레펠을 하고 화생방 훈련을 하거나 행군을 하면서 흘린 땀과 눈물을 어찌 가짜라 말할 수 있겠는가. 다만 진짜 군인들과는 다소 다른 체험일 수 있다는 것일 뿐, 일반인들에게 그것은 짧게나마 군대를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진짜 체험일 것이다. 군 소재 예능을 하기 위해 연예인이 실제로 군대를 갈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이것은 <진짜사나이>가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할 수 있는 최대치다. 그 이상을 넘어가면 그것은 예능이 아니라 다큐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 다큐는(실제로는 르뽀에 가깝겠지만) 아마도 비방용이 더 많을 수밖에 없을 게다. 군 기밀에 가까운 장면들도 많을 테고, 때로는 군대의 내밀한 사병들 간의 마찰과 충돌도 적지 않을 게다. 그것을 방송으로 다 내보내다보면 그것은 리얼리티를 빙자한 막장 방송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진짜사나이>가 보여주려는 것은 도대체 뭘까. <진짜사나이>는 예능이라는 본분에 맞게 적절한 선까지의 ‘군대 체험’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체험에 들어간 연예인들의 소임은 자신이 진짜 군인임을 가장하는 것이 아니라, 군인처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이며 때로는 그 와중에도 어떤 보람과 가슴 뭉클함을 느끼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들은 애초부터 진짜 군인일 수는 없다. 일반인으로서 군대 체험을 하는 것일 뿐.

 

<진짜사나이>의 방송 프로그램적인 가치는 바로 이 일반인과 사병들이 한 막사에 들어가 일주일을 함께 생활하며 소통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군인과 일반인들을 한 곳에 넣고 벌어지는 화학작용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발견하는 것은 너무 다른 존재처럼 여기며 심지어 군바리라고 비아냥대던 그들이 사실은 우리의 동생들이고 아들들이며 오빠들이라는 사실이다. <진짜사나이>를 통해서 군대는 그래서 좀 더 우리에게 가까운 곳이 된다.

 

군대가 비리나 사건사고가 비일비재하게 터지는 곳으로 인식되는 이유는 그것이 너무 폐쇄적인 집단으로서만 유지되어 왔기 때문이다. 모두가 가기 싫은 곳이지만 의무이기 때문에 억지로 가야하는 곳. 그래서 간 사람은 마치 다른 세계로 간 듯이 치부하며 그 속에서 암암리에 벌어지는 일들도 다른 세계이기 때문에 그저 수긍하던 그런 곳이 군대가 아니었던가. 물론 군 당국이 개입하기 때문에 좋은 면만을 끄집어내고 그것이 전부인 양 호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믿어줄 만큼 대중들은 바보가 아니다.

 

국가 안보와 밀접한 군 기밀이 아니라면 이제는 군대도 좀 더 개방적일 필요가 있다. 그것을 위한 첫 발은 군대를 좀 더 일반인들에게 친숙한 곳으로 인식시키는 일이다. 이것이 <진짜사나이>가 가진 목적이며 의도이고 가치다. 따라서 <진짜사나이>는 실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본래 바람직한 진짜 군인의 위상과 이미지를 찾아주는 프로그램인 것만은 분명하다. 만일 이 프로그램이 대중들에게 군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꿔주고, 그래서 대중들이 좀 더 군대에 관심을 갖게 되며 그로 인해 군대 문화에도 어떤 긍정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다면 그만큼 의미 있는 일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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