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윅스>, 떨어져 있어도 늘 함께 라는 것

 

<투윅스>는 전쟁 같은 삶을 살아내는 우리네 가장들을 위한 헌사다. 문일석(조민기)과 조서희(김혜옥)처럼 많이 가진 자들은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서민들을 짓밟고 그것도 모자라 누군가 대신 죗값을 치를 희생양을 요구한다. 장태산(이준기)처럼 몸뚱어리 하나밖에 없는 서민들은 그렇게 희생당한다. 가진 자들은 더 많이 가지고 없는 자들은 더 살기 힘겨워진다.

 

'투윅스(사진출처:MBC)'

장태산의 딸 수진(이채미)은 “아빠가 슈퍼맨처럼 나타나서 수진아 그랬어. 그랬더니 그 친구라고 거짓말한 나쁜 아저씨가 도망쳤어”라고 엄마 인혜(박하선)에게 말한다. 딸의 말처럼 장태산은 달라졌다. 과거처럼 자책 속에서 자신을 벌주듯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그가 더 이상 아니다. 이 전쟁 같은 삶에서 늘 당하기만 하던 장태산이 갑자기 슈퍼맨처럼 강해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에게 갑자기 자신이 지켜야할 가족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장태산이 문일석처럼 잔인한 일당들과 조서희처럼 권력을 쥐고 있는 인간과 맞서 싸울 수 있었던 것이 가족의 힘이라는 건 이 드라마의 서로 다른 두 축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낸다. 즉 <투윅스>는 이 주라는 정해진 시간 동안 장태산이 자신을 죽이려는 문일석과 조서희 일당으로부터 도주하고 그들과 맞서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장태산이 가족에게 한 걸음씩 돌아가는 그 길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투윅스>의 가장 빛나는 설정은 쓰러지고 피투성이가 되는 전쟁 같은 도주 상황에서 장태산에게 마치 꿈을 꾼 것처럼 수진의 환영이 나타나 말을 거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장태산이 힘겨운 날들을 버텨낼 수 있는 자그마한 휴식이자, 그가 더 강해질 수 있는 모티브가 된다. 가족의 힘이란 이처럼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 사람에게 말을 걸고 더 강하게 해줄 수 있는 놀라운 마법을 발휘한다.

 

또한 가족은 에둘러 이야기해도 서로의 마음을 읽는 놀라운 소통의 능력을 보여준다. 문일석에게 납치당한 인혜가 영상통화를 통해 자신이 있는 위치를 눈동자를 통해 알리자 그것을 장태산이 척척 알아채는 장면이나, 아빠가 수술 날에만 갈 것이며 그 전에는 못 간다는 말을 똑똑히 기억한 딸 수진이 자신을 납치하려는 문일석으로부터 도망치는 장면은 이 가족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읽어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딸 수진은 아빠 장태산에게 자신이 쓴 글을 보여주며 말한다. “아빠 생일 축하해요.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도 이 말은 자신이 태어난 것조차 잘못처럼 생각하며 살아온 장태산에게는 축복 같은 말이었을 게다. 그 한 마디를 듣기 위해 어쩌면 이 땅의 가장들은 그렇게 버텨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환하게 웃는 아이를 보며 장태산은 그래서 이렇게 속으로 기쁨에 차서 말한다. ‘이 아이가 나를 보고 웃는다. 웃어준다.’

 

추석이면 고향을 찾는 우리네 마음이 장태산 같을 것이다. 그렇게 누군가를 찾아가는 길과 그 누군가와 또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은 적어도 자신의 마음 속에 자신을 버텨내게 해주는 그 누군가를 떠올리는 시간이기도 했을 테니까. 그 누군가와 함께 있거나 아니면 혹 떨어져 있어도 우리는 늘 함께 라는 것. 추석에 방영된 <투윅스>는 이처럼 그 의미가 더 새록새록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남은 추석 연휴, 떨어져 있어도 늘 함께 있는 그 누군가와 행복한 시간되시길.

박진영, 재혼의 사랑공표는 신중해야

 

“저에게 ‘너뿐이야’라는 곡을 쓰게 만든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녀가 저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여 결혼을 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16일 박진영은 SNS상에 결혼을 발표했다. 결혼 발표를 하기 전부터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는 “첫눈에 반한 여자친구”이야기를 꺼내기도 했고, “평범한 얼굴의 여성”이 자신의 이상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또한 <라디오스타>에서는 과거와 달라진 자신의 인생관을 드러내기도 했다. “동거를 해보고 결혼해야 한다.” “섹스는 게임이다.” 이렇게 말했을 정도로 개방적이었던 자신의 인생관이 이스라엘에서 시간을 보내며 달라졌다는 것. 그는 “내가 했던 모든 주장과 그 동안의 논리들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다”고 했다.

 

이런 발언은 물론 그의 신곡, ‘놀만큼 놀아봤어’의 배경이기도 하다.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는 관조적인 입장에서 놀만큼 놀아보니 진짜 인생의 가치는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쾌락 속에 빠지지 않고 그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게 자신을 구원해달라는 것. 이 노래 속에 담겨진 ‘사랑’의 의미는 그래서 그저 쾌락적인 측면이 아니라 좀 더 큰 진짜 사랑의 의미를 담고 있다.

 

재혼 발표와 ‘너뿐이야’라는 곡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신보 ‘Half time’의 홍보 마케팅 포인트.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모든 내용들이 너무나 기획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실 한 주식회사의 오너로서 이혼이나 재혼의 이야기는 굉장히 민감할 수 있다. 그저 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바로 이런 오너의 사적인 이야기는 그 회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그의 신보는 그가 재혼을 하게 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면서 동시에 이를 상업화하는 마케팅 방식으로도 여겨진다는 점이다.

 

이런 일련의 행보들은 2009년 그가 이혼 사실을 공표했던 때에도 보였었다. 첫사랑이라던 서모씨와 1999년 결혼한 뒤 10년이 지난 2009년 3월 그는 이혼 사실을 공표했고 그해 12월에 ‘No love no more’라는 곡을 발표했다. 당시 이 이혼문제는 꽤 심각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즉 박진영이 이혼 사실을 3월에 공표했지만 사실 당시에는 이혼한 것이 아니라 이혼을 조정 중인 상태였다는 것. 너무 성급하게 이혼사실을 공표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생기기도 했다. 결국 협의 실패로 그는 서씨로부터 35억 원 상당의 부동산 가압류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사적으로야 축하 해줄 일이다. 하지만 공적으로 드러내는 건 상황이 조금 다르다. 사실 이혼 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사람을 만나 결혼할 수도 있다. 또 결코 그 작지 않은 일들을 겪으며 느낀 심경을 노래에 담는 건 아티스트의 당연한 창작행위일 수 있다. 하지만 재혼의 경우 최소한 전처에 대한 배려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제 아무리 쿨한 사람도 이렇게 대대적으로 공표하고 거기에 그녀를 위한 노래라고까지 대놓고 발표하는 건 너무 떠들썩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그의 재혼 발표 과정에 대해서 대중들이 잘 공감하지 못하는 건 이것이 지나치게 마케팅적인 뉘앙스를 풍기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연예인들에게 결혼은 심지어 하나의 비즈니스가 되기도 한다지만, 꼭 그런 선택을 하는 연예인만 있는 건 아니다. 이효리를 보라. 실로 ‘놀만큼 놀아본 사람’의, 그래서 이제는 진정으로 성숙해진 사람의 결혼이란 그토록 수수하고 조촐할 수 있다.

<예체능>, 이수근의 힐링이 되어야 하는 이유

 

무엇이 그토록 이수근을 괴롭혔던 걸까. <예체능> 배드민턴 마지막 경기에서 패한 이수근은 코트에서 일어날 줄을 몰랐다. 좀체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성격은 오히려 한 번 터진 눈물을 봇물로 만들었다. 그런데 그 소리 내어 우는 눈물보다 더 슬펐던 건 카메라가 지나갈 때 슬쩍 잡힌 원형 탈모의 흔적이었다. 얼마나 큰 스트레스에 시달리기에 머리카락이 이토록 뭉텅 빠져버렸던 걸까.

 

'우리동네 예체능(사진출처:KBS)'

이수근은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연예인이다. <1박2일>에서 한민관과 장동혁은 그를 “다른 사람 고민은 들어주면서 자기 고민은 삼키는 스타일”이라고 밝혔고 주원은 잠을 자다가 이수근의 원형탈모를 보고는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순간에서조차 이수근은 자신의 속내를 너스레를 떠는 것으로 숨겼다. “탈모가 아니라 돌에 맞은 것”이라며.

 

이것은 아마도 이수근의 성격이기도 하겠지만 그가 처한 상황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승승장구>에서 밝힌 적이 있지만 그의 가족사는 평탄하다 말하기 어렵다. 왼쪽 뇌 부분이 완전치 않게 태어나 재활치료를 받은 둘째아이에 임신중독증으로 힘들어하면서도 아이를 포기하지 않아 치료시기가 늦어져 결국 신장이식수술을 받고 투병생활을 한 아내까지. 가장으로서의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는 당시 자신이 “유쾌해야 가족도 유쾌해질 것”으로 생각해 이런 가족사를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상황이 이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속으로 삭이는 것은 이수근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것은 사적으로도 그렇고 방송인으로서도 그렇다. 원형탈모가 보여주는 것처럼 감정의 억압은 결국 스스로를 괴롭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고, 이처럼 감정을 좀체 드러내지 않으려는 자세는 방송인으로서도 작금의 리얼 예능 상황 속에서 자칫 진정성의 결여로 보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스럽게 여겨지는 것은 그가 <우리동네 예체능>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교롭게도 <우리동네 예체능>은 연예인들에게는 운동을 매개로 어떤 힐링의 경험을 제공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들의 진술들을 종합해보면 방송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존박)는 것이고 연예인이 평상시에 잘 느끼기 힘든 다양한 감정들을 운동을 통해 겪게 해준다(이만기)는 것이다. 무엇보다 살과 살이 부대끼면서 생겨나는 가족적인 유대감은 상대적으로 그런 경험이 일천한 연예인들에게는 치유나 다름없다.

 

따라서 이수근이 펑펑 흘린 눈물은 어쩌면 그에게는 새로운 시작을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작게나마 그렇게 억압된 감정이 분출되고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이수근에게 귀한 가치가 있을까. 사실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패배란 물론 아프겠지만 그다지 중대한 결과는 아니다. 이미 오랜 경험으로 단련된 준프로 동호인들을 어찌 이기겠는가.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겪고 드러내게 되는 수많은 감정들, 이를테면 아쉬움이나 기쁨 같은 것들은 실로 중요한 경험일 수 있다.

 

이것은 이 프로그램이 진정으로 보여주려는 것이기도 하다. 결과에 집착한다면 기존 스포츠중계와 이 프로그램이 무슨 변별력이 있겠는가. 생활체육이 엘리트 체육과 다른 점도 그것이다. 과정을 즐기며 건강해지는 것이 실제 목표가 아닌가. 그런 점에서 이수근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건강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면 그것은 이 프로그램의 목표를 보여주는 것이 될 게다. 이것이 <우리동네 예체능>이 이수근에게 힐링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뉴스9>, 손석희가 하니 뉴스도 다르네

 

손석희라는 이름 석자의 위력이 이렇게 컸던가. 그가 앵커로 나선 <뉴스9>은 확실히 달랐다. 17일 방송된 <뉴스9>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문제로 점점 불안감이 높아지는 수산물 아이템으로 구성된 묶음 뉴스는 이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news9(사진출처:JTBC)'

먼저 손석희는 일본을 연결해 후쿠시마 현장을 직접 취재한 영상으로 그 방사능의 위험성을 눈으로 확인시켰다. 유령도시로 변한 그 곳의 새로운 주인들로 등장한 야생동물들은 실로 충격적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근 항구에서 조업을 서두르는 어부들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방사능 수산물에 대한 불안감을 환기시키기에 충분했다.

 

뉴스는 실로 입체적이었다. 손석희가 진두지휘하는 스튜디오에서 일본의 특파원이 연결되고 그 특파원은 일본의 후쿠시마 취재 현장과 토쿄에서의 여론 취재를 각각 소개함으로써 후쿠시마 방사능 수산물에 대한 다각적인 입장을 들을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와서 이어진 것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과의 인터뷰다.

 

이 인터뷰는 손석희 특유의 집요함이 돋보였다. 국민들이 실감하는 방사능에 대한 우려와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그것 사이에 얼마나 큰 온도차가 있는가를 손석희는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반복적인 질문을 통해 보여주었다. 기준치를 언급하며 수입금지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 없다는 윤진숙 장관에게 손석희는 꽤 많은 방사능 수치가 보고되고 있는 도쿄나 홋카이도 역시 수입금지 지역으로 포함하지 않는 것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을 던졌다.

 

결국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의 우려를 이유로 제시하는 윤 장관에게 손석희는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사안인데 안일하게 생각하시는 것 아니냐”는 따끔한 한 마디를 던지기도 했다. 흔히 장관을 모셔놓고 적당한 질문과 답으로 넘어가는 식의 인터뷰가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궁금한 점이나 의혹이 있는 점 등을 피해가지 않고 직접 던지는 그런 인터뷰. 이런 자세야 말로 국민들을 대변하는 투명한 매체 역할로서의 앵커의 모습이 아닌가.

 

이런 식의 다양한 시각을 담는 입체적인 접근법은 다른 묶음 뉴스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를 테면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에 관련한 사안도 <뉴스9>에서는 좀 더 포괄적인 입장에서 청와대의 너무 잦은 인선에 대한 잡음의 문제를 거론하는 측면에서 다뤘고, 나아가 현재 공무원 인사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아 행정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부작용까지를 꼬집는 식으로 훨씬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기도 했다.

 

<뉴스9>이 형식적으로 바꾼 가장 큰 것은 앞 부분에 묶음식의 기획뉴스들을 배치하고 스트레이트성 뉴스를 뒤로 놓은 점이다. 그리고 이 기획뉴스를 스튜디오와 현장, 인터뷰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묶어 훨씬 입체적으로 조명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손석희 특유의 날카로운 지적과 민감한 사안도 에둘러가지 않는 질문이다. 이것은 뉴스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를 더해주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제 시작 단계고 좀 더 지켜봐야 <뉴스9>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현재 보여주고 있는 손석희의 새로운 뉴스 실험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저녁 8시, 9시면 여기저기서 뉴스가 쏟아져 나오곤 있지만 믿을 수 없어서, 또 너무 나열식으로 아무런 초점을 잡아주지 않아 오히려 복잡하고 혼동만 줘서 뉴스를 보고 나면 별로 남는 게 없는 그런 뉴스들 속에서 손석희의 뉴스는 확실히 뉴스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모쪼록 이 흐름이 계속 이어지길, 그래서 그 변화가 다른 뉴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