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스테이', 윤여정의 이런 자세가 예능의 품격을 올린다

 

tvN 예능 <윤스테이>에 손님으로 온 네팔 가족은 3대가 함께 했다. 귀여운 딸을 둔 부부가 장인, 장모를 초대해 함께 '윤스테이'에 같이 오게 된 것. 장인어른은 채식을 고수하는 비건이어서 '윤스테이' 사람들은 거기에 맞는 음식들을 준비해 내놨다. 고기 대신 콩고기를 넣어 만든 궁중떡볶이를 저녁식사로 내주었고, 아침에는 만둣국에 들어가는 만두로 야채만두를 따로 준비했다. 

 

손님을 위한 세심함은 그 비건 장인어른을 위해 최우식이 김치 대신 매실장아찌와 마늘쫑 같은 다른 반찬을 준비하는 데서도 드러났다. 김치에 새우젓이 들어가 있어서였다. 윤여정은 서빙을 직접 하면서 그 음식들이 비건을 위한 채식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하나하나 설명해줬다. 혹여나 갖게 될 불안감이나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네팔 가족이 3대가 함께 하고, 그래서 그들 사이에도 조금씩 세대 차이에 따라 다른 삶의 방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바로 그 음식에서부터 드러난 부분이다. 그래서 식사를 마치고 나와 그 한옥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합류하게 된 윤여정과 네팔 가족의 대화는 흥미로웠다. 그것은 세대와 국적으로 다를 수 있는 문화가 서로 어떻게 소통하고 존중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가 종교 때문에 비건이냐"고 최우식이 던진 질문에 "신앙심이 깊으셔서 고기를 안 드신다" 설명한 사위는 장인도 자신도 모두 힌두교지만 "아버님을 빼고는 유연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윤여정은 "요즘 세대는 그렇다"며 공감을 표했다. 서로 다른 나라 종교지만, 어느 나라나 종교라고 해도 세대 차이로 인해 문화가 조금씩 다른 건 마찬가지라는 점을 든 것이다. 거기에는 젊은 세대들의 그런 변화를 긍정하는 마음이 담겼다.

 

"저도 종교를 엄격하게 지키지는 않아도 종교의 가치관은 중시해요. 습관이나 전통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사위의 말에 윤여정은 이제 어르신의 입장을 공감하는 말을 내놨다. "알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 이전에 있었던 것들을 붙잡고 싶어져요. 그리고 그것을 끝까지 유지하고 싶어지죠. 남은 시간 동안."

 

사위는 아버님 세대는 변한다는 게 힘든 것 같다고 이해하는 입장을 밝혔고, 윤여정은 그것이 당연하다며 세대차이가 크고 자신도 그렇다고 공감했다. 그리고 그 어르신에게 사위 칭찬을 해줬다. "운이 좋으시네요. 좋은 사위를 얻으신 건 행운이에요. 좋은 여행 선물도 받으시고.." 그러자 사위 역시 "여러분도 저희에게 굉장히 친절하셨어요"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저 훅 지나가는 짧은 대화에 불과해 보였지만, 이 광경은 <윤스테이>가 가진 타문화에 대한 자세를 잘 드러내 보여줬다. 그건 한옥에 한식을 경험하게 해주며 외국인들의 반응을 살피는 이 프로그램이 우리 문화에 대한 도취적 입장을 취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배려함으로서 세대와 국적이 달라도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소통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려 한다는 점이다. 

 

<윤스테이> '대표님'을 맡고 있는 윤여정은 그래서 이 프로그램의 이런 입장을 그 존재 자체로 상징하는 인물처럼 보인다. 칠순을 넘긴 나이지만 여전히 정력적으로 일하며, 젊은 세대들과 소통하고 또 외국인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가 때론 친 할머니처럼 때론 친구처럼 때론 엄마처럼 대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윤스테이>만의 특별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에게 "나 뭐 시켜줘"하고 일을 자청하기도 하고, 이상하게 이런데 나오면 라면이 먹고 싶다며 젊은 친구들이 가끔 보여주는 '면치기'의 신기함을 얘기한다. 찾아온 외국인 손님들에게 '진, 선, 미'로 이름 붙은 숙소의 의미를 설명하고, 착하게 지내야 한다, 아름답게 보내야 한다는 식의 덕담을 넣은 유머를 던지고, 또 문을 닫을 때 앞뒤 문이 같이 움직이자 "사실 여기 우리집 아니에요. 나도 잘 몰라요"라고 말하듯, 가끔씩 서툰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끄집어내 손님들에게 이야기함으로써 웃음을 주기도 한다. 

 

또 새로 온 이란 부부가 저녁 식사 자리에 앉게 됐을 때도 "저는 이런 자세가 익숙한데 두 분은 이런 자세가 익숙하지 않으시죠?"하며 우리네 좌식문화가 외국인들에게는 불편할 수 있다는 점을 꺼내놓는다. 그러자 자신들도 좌식문화가 익숙하다 말하는 이란부부와 윤여정은 금세 친밀한 느낌이 만들어진다. 같은 과 같은 연구실에서 24시간을 함께 보낸다는 그들에게 "이거 축복인가요?"하고 농담을 던질 정도로. 

 

윤여정과 직원들(?)은 외국인들이 저마다 문화가 달라 우리 식의 한옥과 한식에 혹여나 불편함이 없을까를 걱정하고, 외국인들은 너무 맛있어 그릇째 만둣국 국물을 들고 마시는 게 예의가 아닌 건 아닌가 걱정한다. 북영국 출신이라 반팔 차림으로 다니는 영국손님은 산책 중 만난 다른 외국인들과 금세 친해져 마치 동네 이장님 같은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윤스테이>가 우리 문화에 대한 도취에 빠지지 않고 시청자들을 기분 좋게 해주는 건, 타문화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담긴 시선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윤여정이 상징처럼 서 있다.(사진:tvN)

'런 온', 부자와 가난한 자는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을까

 

미안하게도 다소 뻔한 신데렐라 이야기의 변주가 아닌가 하는 오해를 했다. JTBC 수목드라마 <런 온>에 그런 오해를 갖게 된 건, 이 드라마의 겉면이 멜로 장르의 틀을 보여주고 있고 그 멜로에는 사는 환경이(부유층과 서민으로 나뉘는)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남녀 인물들이 포진해 서 있어서였다. 

 

국회의원과 유명배우의 아들인 기선겸(임시완)은 호텔에서 살며 단거리 육상 국가대표로 뭐든 잘 할 것 같은 '엄친아'다. 그런 그의 앞에 나타난 오미주(신세경)는 영화 통번역을 하며 살아가면서도 자존감이 넘치는 캔디형 인물이다. 또한 서명그룹의 적통으로 스포츠 에이전시 대표인 서단아(최수영)와 미술대학생인 이영화(강태오)의 구도도 그렇다. 그 구도만 보면 이들이 엮어가는 이야기가 저 신데렐라 혹은 온달 스토리가 아닌가 하는 오해를 갖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런 온>이 그런 드라마가 아니라는 건 보면 볼수록 더 확실해진다. 그건 이 부자인데다 모든 걸 갖춘 인물과 그저 평범한 서민인 인물이 서로 만나 관계를 맺어가는 그 과정이 가진 자가 못 가진 자를 일방적으로 천거하는 그런 이야기로 그려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이 드라마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 생각하는 것도 말하는 것도 다른 존재들이 동등한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 그 엇나감을 경험하면서도 조금씩 소통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영화와 서단아가 그림을 두고 벌이는 대화는 이런 드라마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이영화에게 그림을 의뢰했던 서단아는 아직 다 그려지지 않은 작품에 대해 "이거 내 그림이냐"며 "지금 당장 내 놔 내 그림"이라고 말한다. 기분이 상한 이영화가 그림이 무슨 "자판기 커피"냐고 되묻자 서단아는 오히려 "아닐 건 뭐냐"고 몰아세운다. 

 

서단아의 화법은 자신이 살아온 세계의 모습을 당연하게 담아낸다. 그는 모든 걸 거래로 생각한다. 심지어 그림에도. 그래서 그 그림 뒤에 사람이 있다는 걸 잘 보지 못한다. 그는 의뢰하면 뭐든 되는 삶을 살았으니까. 그래서 마감을 지키지 않는 이영화에게 그가 쓰고 있는 건 "내 시간"이라고까지 말한다. 결국 이영화는 참지 못하고 물감을 마구 문질러 그림을 망쳐놓는다. 그 행위는 그 그림을 서단아가 마치 자기 것인 양 생각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걸 보여준다. "무슨 짓이야 내 그림에."라고 말하는 서단아에게 "그리는 건 저예요"라고 이영화가 답하고 "그걸 내가 모르냐"는 서단아에 말에 이영화는 딱 잘라 "모르고 있다"고 답한다. 

 

"내거야. 내가 당신 줄 때까진 내 거라고." 이영화의 그 말은 화가로서의 자존심을 드러내면서 서단아와 그가 왜 서로 같은 한국말을 쓰면서도 소통하지 못하는가를 잘 말해준다. 서단아는 늘 의뢰하고 명령하며 되는 세상 속에서 모든 것이 자기 것이 되는 삶을 살아왔다. 심지어 자기 것이 되지 않는다는 걸 용납하지 못하는 그는 기선겸이 소속사에서 나가려 하자 빠르게 그의 흔적을 지워버린다. 그는 가진 게 많아 보이지만 그런 삶 속에서 누군가와 진정으로 소통할 수 없게 된다. 그걸 깨고 들어온 이영화의 그 말 한 마디는 그래서 서단아를 곤혹스럽게 만든다. 늘 말하기만 하면 되던 그 삶에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걸 발견하면서 깨닫게 되는 소통 부재의 자신의 실체랄까.

 

이 관점으로 들여다보면 기선겸과 오미주가 그간 소통 부재 상태에서 조금씩 소통 가능한 상태로 넘어오게 된 그 과정들이 새롭게 보인다. 오미주는 자신도 모르게 기선겸과 함께 서 있을 때 소외감 같은 걸 느끼고, 술에 취해 용기를 내 자신을 좋아해달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는 그러는 자신이 너무 찌질하다고 느낀다. 기선겸의 선의와 진심과는 상관없이 그 스스로 느끼는 그런 감정은 늘 갑질을 당하면서도 애써 버티며 살아왔던 오미주의 삶에서 생겨나는 일들이다. 

 

그런 차이와 그래서 생겨나는 소통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기선겸과 오미주는 노력한다. 영화라는 걸 잘 보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 기선겸은 오미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그가 얘기했던 영화 <제리 맥과이어>를 챙겨본다. 그리고 자신이 그 영화를 봤다고 오미주에게 말한다. 물론 재미는 없었다고.

 

그렇게 취향도 생각도 달라 그 영화가 재미없었다는 기선겸이지만 그는 그 영화가 "따뜻했다"며 그 이유가 바로 그 영화를 이야기해준 오미주씨 때문이라고 자신의 진심을 표현한다. 그는 주절주절 영화 속 이야기를 꺼내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만, 오미주는 그런 그에게 "왜 그렇게 두서가 없냐"고 되묻고는 그의 입에 입맞춤으로서 간단히 그 마음을 전한다. 어쩌면 말로는 잘 되지 않는 소통이 있고, 그래서 엇나가기 일쑤지만 좋아하는 감정에 서로가 노력해가면서 조금씩 소통에 도달해가는 과정. 그것이 사랑이 아닐까 하고 이 드라마는 묻고 있다. 

 

그래서 <런 온>은 그 흔한 신데렐라나 온달이 등장하는 그런 클리셰 설정의 멜로와는 다른 결을 보여준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다른 한쪽을 천거하는 과정이 아니라, 빈부에서도 차이가 나고 사는 방식도 다른 두 사람이 그저 그 차이 때문에 소통할 수 없던 걸 조금씩 넘어서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것. 섣부른 오해를 거둬놓고 다시 보니, '런 온'의 그 좋은 대사도 멜로의 구도도 어쩌면 바로 이 주제의식을 위한 합당한 포석이었다는 걸 비로소 깨닫게 된다.(사진:JTBC)

'런 온', 임시완의 달리기와 신세경의 통역에 담긴 뜻은

 

"통역하는 건 뭐 예쁜 말만 잘 골라서 해야 하는 건 기본이니까 잘 알거고, 내 아들의 일거수일투족 보고해주는 정도? 통역사야 계속 붙어 다닐 수 있잖아. 그렇다고 허튼 마음먹으면 안 되겠죠? 수작을 건다거나." JTBC 수목드라마 <런 온>에서 기선겸(임시완)의 아버지 기정도(박영규) 의원은 통역일을 맡게 된 오미주(신세경)에게 그렇게 함부로 말한다. 그에게 통역이란 '예쁜 말만 잘 골라서' 하는 어떤 것이고, 심지어 그건 늘 붙어서 감시하는 일에 최적인 일 정도다.

 

하지만 오미주에게 통역은 그런 게 아니다. 첫 사랑이었지만 그리 좋은 감정으로 헤어지지도 않은 감독이라도 그 작품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고, 그래서 그렇게 통역을 한 작품이 끝난 후 모든 관객이 다 나가도 끝까지 자기 이름이 크레딧에 올라오는 걸 보고 일어설 정도로 그는 통역을 사랑한다. 뮤지컬 영화의 통역이 입을 맞추는 게 어려워 개고생을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작품 자체가 좋으면 어쩔 수 없이(?) 통역을 맡는 그다. 그에게 통역은 그저 언어를 바꿔 전달해주는 정도가 아니라, 그걸 말하는 사람의 마음까지 들여다보는 일이다. 그것이 진정한 소통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기선겸은 외부의 시선으로 보면 모든 걸 다 가진 남 부러울 것 없는 사람이다. 단거리 육상 국가대표이고 그것도 본래는 창던지기 선수였었지만 달리기로 종목을 바꿔 차근차근 올라와 국가대표의 자리까지 오른 선수다. 아버지는 국회의원이고 어머니는 국민 첫사랑으로 불리는 배우. 게다가 잘 생긴 외모 때문에 모델로도 활동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기선겸 자신은 그런 외부의 시선들과는 달리, 모든 소통이 단절되어 있는 인물이다. 동료들 사이에서는 금수저 취급받지만 아버지는 한 끼 밥을 먹으면서도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지 않으려 하는 기선겸을 '못난 놈'으로 몰아세운다. 어머니 육지우(차화연)는 물론 국민 첫사랑이지만 기선겸에 대한 남다른 애정보다는 자신을 빛나게 해주는 역할 정도로 아들을 생각한다. 쇼윈도 부부가 아니라 쇼윈도 모자 관계랄까.

 

기선겸은 모든 소통이 단절되어 있는 답답한 상황 속에서 후배 김우식(이정하)이 선배들에게 상습적인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들을 폭행하고 그 사실을 공공연히 밝히려 한다. 자신의 폭행이 단죄된다면, 후배를 폭행한 그들도 단죄될 거라 믿고 한 행동이지만, 이번에도 아버지가 나서 그 모든 걸 덮어버린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고 진짜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그런 소통이 단절된 기선겸은 그래서 달린다. 그의 달리기는 그래서 그가 자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뿐이라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더 이상 그렇게 단절된 삶을 살아갈 수 없다 여기게 된 기선겸은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달리는 것을 포기하고는 자신이 후배를 폭행한 사실을 밝힌다.

 

아마도 기자들은 그 폭행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을 게다. 그 뒤에 담겨진 다양한 의미들과 저간의 사정들을. 하지만 그 기자들 뒤에 서서 그 이야기를 듣는 오미주는 다르다. 그의 사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오미주는 그가 왜 달리는 걸 포기하고 기자들 앞에서 폭행 사실까지 드러내는지 그 마음을 이해한다.

 

달리기를 하는 기선겸과 통역을 하는 오미주. <런 온>은 이들의 멜로를 그리고 있지만, 그 사랑이야기에는 '소통 단절'에 대한 이야기들을 깔려 있다. 가진 것의 차이로, 생각의 차이로, 또는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아예 이해하려 들지 않아서 사람들은 타인을 제대로 이해하고 공감해주지 못한다. 기선겸의 진심을 통역해주는 오미주라는 인물은 그래서 이러한 소통 단절의 깨고 들어오는 사회적 의미까지 담고 있는 인물이다.

 

처음에는 그저 남녀가 만나 툭탁대다 사랑을 하는 평이한 멜로 정도로 여겨졌지만, 보면 볼수록 기선겸과 오미주의 관계에서 남다른 설렘이 느껴지는 건, 이들이 서로를 알아가고 진정한 소통에 이르러 가는 과정이 담겨 있어서다. 그것은 어쩌면 남녀 간의 사랑의 차원을 넘어서 사회적 의미로까지 확장되는 소통에 대한 이야기일 테니 말이다.(사진:JTBC)

'골목식당', 힘겨워도 긍정하는 청년들의 열정 한 스푼이라면

 

SBS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찾은 도봉구 창동의 닭강정집 사장님들은 빚만 6천만 원이란다. 이제 서른 세 살의 19년 지기 친구이자 동업자 사장님들은 푸드트럭을 하며 3천만 원 빚을 졌고, 닭강정집을 내면서 또 3천만 원 빚을 냈다고 했다. 닭강정집은 애초 하려고 낸 집도 아니었다. 푸드트럭의 주방으로 계약을 했는데 계약 후 3일 만에 코로나19가 터졌다는 거였다. 결국 푸드트럭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그래서 닭강정집을 냈다는 것.

 

점심시간인데도 손님은 거의 없었다. 간간이 손님들이 찾아와 닭강정을 사갔지만 그 정도 손님으로 운영이 될까 싶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손님들과 이 젊은 사장님들은 꽤 가깝게 대화를 나눴다. 사장님들의 응대가 살가워서인지 손님들도 편하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복날이라고 아마도 '삼계탕 대신' 닭강정을 원하는 아이들을 위해 가게를 찾은 손님은 그런 이야기를 꺼내놓으며 사장님들과 편하게 대화를 나눴다.

 

방과 후 하교하는 학생들이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사장님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가게를 찾지는 않았지만 학생들을 평소 사장님들이 어떻게 대해왔는가가 거기서는 느껴졌다. 백종원은 김성주 그리고 정인선과 그런 사장님들의 모습을 모니터로 보면서 "참 말 많다"고 말했고, 김성주와 정인선은 두 사람의 살가운 응대와 입담에 빠져들었다.

 

사실 대출한 빚이 있는데다,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지도 않고 게다가 코로나까지 겹쳐 결코 웃을 일이 있을 법 하지 않는 가게. 그런데도 이 청년 사장님들은 애써 서로 대화를 나누며 농담을 던지고 찾는 손님들에게 웃는 모습을 보이며 장사를 했다. 백종원도 또 김성주와 정인선도 이들이 장사수완이 분명 있을 거라 믿게 된 건 바로 그런 긍정 마인드가 바탕이 된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실력은 부족했다. 미리 손질한 닭을 반죽에 넣어두는 것 자체가 잘못 배운 것이라고 백종원은 지적했다. 그렇게 하게 되면 삼투압 때문에 닭의 수분이 바깥으로 빠져나오게 된다는 거였다. 아마도 대박 닭강정집에서 그렇게 하는 걸 보고 따라한 듯 싶었지만, 그건 바로 바로 소진되는 대박집에서나 맞는 방식이었던 거였다.

 

맛도 평이했다. 자신들이 개발했다는 마늘간장 양념이 그나마 낫다고 했지만 그것도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그런데도 어찌된 일인지 백종원의 얼굴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그것은 그가 이 가게를 찾았을 때 사장님들이 그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응대에 어떤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었다. "날씬하시다"는 말부터 시작해 옷이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던져 마음을 풀어놓고, 백종원의 지적에도 곧바로 웃으며 고치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요리에 "열정 한 스푼, 마음 한 스푼"을 넣었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해 백종원을 웃게 만들었다.

 

지금껏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소개한 골목식당들을 보면 요리 실력이 근본적인 문제인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것보다는 가게를 운영하는 분들의 마인드가 문제였고, 잘못된 요리법이나 가게 운영은 바로 그 엇나간 마인드에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된 건 요리에 대한 부분은 백종원이 충분히 솔루션을 제공해줄 수 있지만, 그렇게 준 솔루션도 마인드가 바탕 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닭강정집 사장님들의 수준 미달 실력에도 불구하고 백종원이 웃으며 요리 관련 문제들은 "우리끼리 하면 되는 거고"라고 말한 게 이해되는 부분이다. 그는 주방점검을 하다가 갑자기 마늘간장 소스의 솔루션을 슬쩍 보여주는 것으로 이 가게에 대한 호감을 드러냈다.

 

6천만 원의 빚에 한 사장은 5월에 결혼을 했지만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식도 올리지 못했다고 했다. 코로나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런 일련의 상황들이 결코 쉽게 긍정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은 아니었을 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정과 마음을 다하는 청년 사장들의 긍정마인드는 꺾이지 않았다. 요리가 맛이 없다는 평가를 들어도 "감사하다"고 하고, "우리끼리"라는 백종원의 말에 <미생>의 한 대목처럼 "우리라고 하셨어"라고 말할 정도로.(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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